엘리트 라이더로 다시 시작한 강지용 선수
에디터 : 박창민 기자
지난 해만 하더라도 동호인 라이더 중에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었던 강지용 선수는, 벨기에에서 시즌을 보내고 올 시즌 국내에서 엘리트 라이더로서의 첫 데뷰전을 치루었다. 아직까지 국내 로드바이크에서 이렇게 동호인이 엘리트 라이더가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강지용 선수를 만나 그 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동호인으로 시작해 엘리트 라이더가 된 강지용 선수(팀 와츠)를 만났다.

2006년 중고 로드바이크로 시작한 라이딩 인연

첫 로드바이크 시작은 2006년 겨울이었습니다. 중고로 자전거를 구입했었는데, 그 주인이 자전거 국가대표 선수여서 같이 라이딩을 하며 자전거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었죠.
그러면서 2007년 초 서울랠리 대회에 첫 출전하였고, 그 후로 로드바이크에 확 빠지게 되었습니다.


유럽 로드바이크 문화체험, 그리고 기흥인터내셔널과의 인연

바이크매거진에도 여행기가 올라왔었지만, 2011년 방기배, 이경훈, 박미현 씨와 함께 자전거를 타러 프랑스로 갔었습니다. (유럽의 로드바이크 문화체험)
레땁, 라 피나렐로 등의 대회에도 출전하면서, 유럽의 자전거 문화에 대한 엄청난 규모와 깊이를 느끼게 되었었죠. 제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 정도의 차이일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었거든요.
어쨌든, 그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계웅 대전연맹회장님 그리고 기흥인터내셔널(와츠사이클링)과의 인연이 더욱 깊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계웅 회장님께서는 용돈으로 보태어 쓰라며 도움을 주시기도 했고, 그 후로 저에 대한 가능성과 열정을 높이 평가하셔서 기흥인터내셔널로부터의 후원이 연결되었습니다.

2011년 유럽에서의 로드바이크 체험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팀 와츠의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문정욱 과장과 함께

2012 TDK 스페셜 종합 우승, 그리고 엘리트 라이더로의 새로운 꿈

유럽 여행을 다녀와서 2011년 겨울, 기흥인터내셔널 측은 저에게 2012년 스톡(STORCK) 팀과 함께 활동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기존 활동을 하던 팀이 있지만, TDK 스페셜 종합 우승을 위한 목표를 가지고 새롭게 스톡 팀과의 인연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팀 선수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개인 종합, 스프린트, 영 라이더 3 종목을 모두 우승하는 결과를 만들었죠.
그렇게 2012 TDK가 끝나고, 저의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된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계웅 회장님께서 벨기에 진출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제안을 하신 거죠.


벨기에 진출, 엘리트 라이더로의 출발이 되다.

TDK가 끝난 후 정말 빠른 속도로 진행된 벨기에 진출 프로젝트는, '기흥인터내셔널'이 추진하여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4월 말에 준비를 시작했는데, 5월 말에 출국했으니 정말 엄청난 스피드였죠.
벨기에 진출과 같은 계획을 세운 이유는 이계웅 회장님께서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유럽 무대에서 엘리트 라이더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라는 제안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저는 사실 그다지 잃은 것이 없었던 상황이고, 자전거를 이렇게 탈 수 있는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주저하지 않고 벨기에로 출발했습니다.


6개월 간의 벨기에 생활, 가능성을 확인하다.

처음 2개월 정도는 정말 유럽의 경기 문화를 익히는데 소모된 것 같습니다. 1주일에 3,4개의 경기가 열리고, 저는 6개월 간 50여개의 대회를 출전했거든요.
벨기에에서의 생활은 기흥인터내셔널의 도움으로 잠을 잘 수 있는 집과 수 많은 경기가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것은 거의 없었고, 아마 제 생활 중에서는 가장 행복하게 자전거를 탔었던 기간이었습니다.
선수들과 경기를 하는 방법에 익숙해지고 적응이 되고 나니, 저도 엘리트 라이더로의 가능성이 조금씩 확인되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훈련했던 것은 유럽에서 주니어들 수준에 밖에 미치지 못 한다는 것에 놀랐고, 유산소 지구력에 대한 훈련과 변화가 가장 큰 것 중에 하나였습니다.

벨기에에서 지난 시즌을 보냈던 강지용 선수

월드챔피언쉽 출전, 꿈같은 현실

2012년 월드챔피언쉽에 타임트라이얼 종목 출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기회였습니다. 오죽하면 경기장에서 출발하는 바로 그 순간까지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긴장도 되지 않았었으니까요.
하지만, 심판의 카운트와 함께 출발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과연 다시 이 자리에 설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완전히 라이딩에 몰입하여 최선을 다해 달렸습니다. 결과는 많은 상황을 생각했을 때 예상보다 좋았고, 아쉬움도 많이 남지만 그 경기에 출전했다는 것 만으로도 정말 감사했죠.
그렇게 토니 마틴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를 하고 나니, "이 선수들도 사람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저의 꿈이 "다시 이 무대에 서야겠다"라는 것으로 바뀌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2013년 국내 첫 엘리트 무대 출전

지난 2월 26일 '3.1절 기념 강진투어'가 국내 대회에 엘리트 라이더로서 처음으로 출전한 대회입니다. 몇일 간 정말 재미있게 라이딩을 했고, 종합 성적 14위라는 기록으로 대회를 마쳤죠.
사실 국내 첫 경기였고, 혼자 뛰다보니 소극적이기도 했지만, 다음 시합은 더 잘 뛰겠다라는 것보다 '다음에도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으로 임할 겁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모두 주니어 선수에서 엘리트 라이더가 되는 순서를 밟기 때문에, 저처럼 갑자기 선수로 뛰는 경우가 거의 없죠. 그래서 "누구세요?"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심판이 팀명을 잘 못 읽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우리나라 선수들도 실력이 정말 좋고, 우리 선수들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시합이었죠. 다음은 이번달 말에 열리는 '대통령기 가평투어'에 참가할 계획입니다.


선수로서의 강지용, 그리고 코리안 챔피언쉽

오는 4월에 다시 벨기에로 가서 두번째 시즌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지난해는 적응하는 시즌이었다면, 올해는 '선수'로서의 강지용으로 인정 받는 것이 목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양양에서 열리게 될 코리안 챔피언쉽 대회를 통해, 좋은 기록으로 발전 가능성과 해외 무대에 서는 기회를 얻는 것이 그 다음 목표입니다.
사실 저는 우리나라 엘리트 선수들과 비교하면 아주 독특한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저로 인해 누군가에게 엘리트 라이더가 될 수 있는 다양성이 열리고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어떻게 본다면 강지용 선수는 우리나라 엘리트 라이더들에게 '변종 라이더'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더 많은 '변종 라이더'들이 만들어질 때 우리나라의 로드바이크 엘리트 시장의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필자도 강지용 선수에 대한 가능성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에 대한 응원을 이어가며 인터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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