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그란폰도 대회의 주목할 주역들, 현직 소방관의 레이스 페트롤
에디터 : 정혜인 기자
사진 : 김수기 기자,서울소방 사이클팀 제공

매년 자신과의 싸움과 보이지 않는 경쟁이 펼쳐지는 그란폰도 현장, 혈기 왕성한 라이더의 열의가 들끓는 만큼 아찔한 긴장감도 감도는 그곳에는 늘 안전을 위해 코스 구석구석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패트롤이다. 
오토바이의 마샬과 응급차량, 중립카 등 다양한 형태로 라이더들의 안전을 돕는 그들 가운데, 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대회 코스를 도는 레이스 패트롤도 있다. 
올해는 현직 소방관이 직접 그란폰도에 참여하는 레이스 패트롤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데, 서울소방본부의 사이클 동호회이자 MCT팀인 서울소방사이클팀에서 라이딩을 즐기는 소방관들이 그란폰도 현장을 직접 찾는다. 
이에 서울소방 사이클팀에서 3세대 회장을 맡고 있는 구근서 소방위(영등포소방서 소속)와 총무를 맡고 있는 김라형 소방장(동작소방서 소속)을 통해 팀의 활동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소방 사이클팀을 소개해 주세요.


서울소방 사이클팀은 소방관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극복 등 소방관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창단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소방관], [타워] 등을 통해서도 짐작하듯이 소방업무는 엄청난 화재 진압은 물론이고, 구조와 구급 현장 등 극한의 상황을 마주합니다. 그에 따른 강한 정신력과 체력이 요구되고, 실제로 많은 트라우마도 겪습니다. 

그래서 2013년에 서울시의 복지 지원으로 사이클 팀이 창단 되었는데, 동료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달리는 사이클 활동으로 정신적인 회복과 유대감 강화에 상당한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후에는 욕심을 내어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게 되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화상의료재단인 베스티안 병원에 기부하는 라이딩입니다.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기부라이딩을 통해 화상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를 도움으로써 저희 소방관들의 마음도 함께 치유 받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주요 산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산불예방 라이딩, 소나무재선충 피해 홍보 등을 활동 중입니다.

여러 활동을 바탕으로 최근에 기획하게 된 것이 그란폰도 대회의 레이스 패트롤입니다.

서울소방사이클팀 대표 인터뷰 - 구근서 소방위 & 김라형 소방장 



서울소방 사이클팀 자격 조건과 인원수는 어떻게 되나요?


서울소방재난본부 소속으로 근무하는 소방공무원으로 이뤄지며, 현재 팀원은 총 197명입니다. 이들은 사이클 활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열정을 가지고 있으며 팀의 공익 활동(캠페인, 봉사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지가 있는 소방관들입니다.

팀내에는 사이클 대회 참가 경험이 많은 선수급 수준이거나, 재난 봉사 실천가들이 많아서 훈련 담당, 정비 담당, 대외 협력 담당 등 역할 분담도 체계적인 편입니다. 

매년 초마다 사이클팀 지원자를 받고 있는데 끊임없이 지원자가 발생하고 있어서 활동 영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서울소방 사이클팀으로 자전거 대회에 참가하기도 하시나요?


서울소방 사이클팀이라는 이름으로 MCT 대회에 꾸준히 출전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국제대회로는 세계소방관경기대회(WFG, World Firefighters Games)가 충주에서 펼쳐졌을 때도 출전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설악그란폰도, 가평그란폰도 등 국내 유명 그란폰도에 참여했던 팀원들이 많습니다. 대회에 참여하며 직접 보고 느낀 점들이 올해 처음으로 그란폰도 레이스 패트롤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란폰도에서 레이스 패트롤로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4월 26일 양양그란폰도, 5월 11일 화천그란폰도, 5월 17일 설악그란폰도에서 응급 순찰대 역할을 하게 됩니다. 

각 대회마다 약 20명의 소방공무원이 자신의 자전거를 타고 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대회출발선에 서게 되는데요. 조를 나누어서 시간차를 두고 출발하여 코스 전역에 투입될 수 있도록 배치할 계획입니다. 팀원들은 대회 코스를 순회하며, 낙상, 탈진 등 각종 사고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휴대용 AED(제세동기), 응급처치 키트 등 장비를 각각 휴대하게 해줄 것을 대회 주관사와 협의 중입니다. 

때에 따라 신속한 구조요청이나 상황 전파가 필요한 경우, 정확하고 빠르게 현장 의료진에게 인계하고 현장 내 임시 응급처치소 역할도 수행할 계획입니다. 
이 밖에, 시민들과 충돌 위험, 차량 무단진입, 위험 구간 알림 등 사전 예방 활동도 포함됩니다.
이를 시작으로 좀 더 안전하고 건강한 대회 진행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달리는 소방관’으로의 역할이 계속 지속되기를 희망합니다.



라이딩 도중 우연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신 적 있나요?


(김라형 소방장)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는 그때는 2020년 7월 7일이었습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직원 2명과 라이딩 하던 중 여의도 근처 자전거길에서 쓰러져 있던 40대 남성을 우연히 목격하게 됐습니다. 저희는 빠르게 페달을 멈춰 환자의 상태를 살폈고, 심정지 상태임을 직감했습니다.
현장에는 환자의 지인들이 흉부압박을 하고 있었으나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의식이 전혀 없던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저희 3명이 번갈아가며 흉부압박을 15분 넘게 진행하던 중 구급차가 왔고, 즉시 제세동기를 사용해 맥박이 돌아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환자의 지인 말에 의하면, 심정지가 온 지 3분 만에 저희를 만난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의사소견에 따르면, 심정지 유형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번 경우는 살아나지 못할 확률이 99.9%였던 아주 긴급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매우 중요한 골든 타임에 저희를 만난 천운이었다고 환자에게 말씀하셨더라구요. 

그때의 긴박했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데요. 저희 스스로도 매우 큰 자부심을 느끼게 한 순간이었습니다. 



실제 신고 접수된 자전거 사고 중에는 어떤 유형이 많나요?


부상이 큰 사고는 대부분 남산 다운힐 같은 코스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속도에 심취해 무분별하게 내달리다가 울타리를 넘어가기도 하고, 낙차로 인한 심한 골절도 발생합니다. 

주말에는 한강 자전거도로에서의 사고가 많습니다. 주로 어린아이와 부딪히는 사고인데, 유동 인구가 많은 구간에서도 빠른 속도를 내는 자전거와, 좌우를 잘 살피지 않는 아이들의 부주의가 빚어지는 사고라서 자전거의 속도 제어가 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청소년들의 급브레이크, 급유턴, 초보자의 중앙선 침범, 역주행하는 어르신,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착용자의 무의식 등이 사고 원인이 되는 경우도 다분합니다. 

이처럼 자전거 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적어서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은 걸 보면 자동차처럼 자전거도 면허시험이 필요하다는 게 저희의 생각입니다.



막상 사고가 났을 때 참고할 점이 있나요?


우선 휴대폰 GPS를 켜두라고 안내합니다. 당황하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고, 위치를 알 수 없는 곳에서 라이딩 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GPS를 켜두면 관제센터에서 휴대폰 위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히 사고자를 찾는데 도움이 됩니다. 



서울소방 사이클팀의 계획은요?


국내외 대회에서의 레이스 패트롤 역할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올해 첫 시도하는 3개의 그란폰도 이후로 마라톤, 철인3종경기 등 고난이도 경기에 참여하고 안전 순찰과 응급처치 지원을 쳬계적으로 강화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팀원들의 지속적인 훈련과 교육을 더욱 보충해야겠지요.

그리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응급처치(CPR)교육과 제세동기(AED) 사용법 교육을 확산하는 것도 앞으로 저희가 해 나갈 과제입니다.

가을 쯤에는 이번 대형 산불 화재 사건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고 잊지 말자는 의미로 화재 예방 캠페인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저희 팀 외에도 일반인이 참가할 수 있는 라이딩으로 진행하도록 기획 중입니다.



구근서 소방위와 김라형 소방장의 각오 


구근서 소방위 : 자전거를 타면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을 잊을 수 있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스트레스 해소와 함께 어느새 근육이 더욱 탄탄하게 붙고 지방이 사라지는 몸이 만들어지더군요.
집이 군포라서 매일 삼막사 코스를 통해 출퇴근 라이딩을 하곤 했더니 초보자였던 제가 어느 순간 스트라바 기록으로 35위를 찍었습니다. 이렇게 차츰 쌓여진 실력이 봉사활동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사이클에 대한 열정과 봉사 정신을 바탕으로 팀을 이끌 생각입니다. 
각종 재난 예방 캠페인과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소방의 전문성과 자전거 문화를 접목한 활동을 통해 시민들과의 소통도 확대하는데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저의 소중한 아들에게 안전하게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주고 함께 국토종주길에 나설 계획입니다.


김라형 소방장 : 자전거를 타며 유유자적 자연풍경을 바라보는 게 좋아서 라이딩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주로 한강자전거길처럼 평지와 안전이 확보된 코스만 달렸는데 어느새 분원리 역방향부터 고난이도 업힐에 도전하고 있더군요. 그전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자전거 대회도 참가하고요. 
지금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자전거를 즐기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재난 예방 캠페인, 응급처치 홍보, 지역사회 봉사활동 등에 적극 참여할 계획입니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소방관으로서,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로의 역할을 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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