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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박창민 편집장
사진 : 박창민 편집장, 박재완 |

자전거 슈즈의 산업은 다른 어떤 스포츠 슈즈보다 난해하고 독창적인 성격을 갖는다. 사실 상 자전거를 탈 때 외에는 자전거 전용 슈즈는 전혀 쓸모가 없을 만큼 불편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나이키와 아디다스와 같은 대형 브랜드도 자전거 슈즈 시장 진입을 실패해 왔고, 전문성을 가진 전통적인 브랜드들이 장악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시기에,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슈즈 브랜드 님블(Nimbl)은 자신만의 장점을 앞세우며, 프로 펠로톤을 시작으로 빠르게 그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이탈리아 핸드메이드 프리미엄과 압도적인 가벼움, 그리고 범접하기 어려운 가격마저도 님블의 명성을 높이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 타이베이 사이클(Taipei Cycle) 전시회에서 만난 님블의 창업자 프란체스코 세르지오(Francesco Sergio)와 함께, 브랜드의 탄생 배경, 기술적 철학, 그리고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프리미엄 슈즈, 이탈리아 장인과의 만남
저는 써벨로(Cervelo) 유럽의 창업 멤버였습니다. 2018년까지 16년을 써벨로에서 일하고, 나만의 길을 찾기 시작하면서 자전거 산업의 취약점이 어디인지 탐색했습니다. 헬멧이나 의류 분야는 이미 고도의 하이테크가 적용되었거나 업체가 너무 많았지만, 슈즈 기술력에는 분명 무언가 결핍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죠.
써벨로에서의 경험 때문에 저는 항상 초경량 제품을 추구했고, 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슈즈를 만들어줄 생산자를 찾아다녔어요. 지금은 경쟁사가 된 여러 제조사들을 접촉해 슈즈 제작을 의뢰했지만, 그들은 제가 요구하는 기술적 공식을 발견하더라도 저에게 주는 대신 본인들이 사용하겠다며 거절했습니다.
사진: 님블 공식 웹사이트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에서 이탈리아산 사이클링 및 스케이팅 슈즈를 만드는 루이지노 베르두치(Luigino Verducci)라는 장인을 발견했습니다. 이 업계에서 25년을 일한 저조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지요. 수소문 끝에 그를 만나러 로마로 날아가 공장을 찾아갔는데, 그 공장은 지하에 위치한 60 제곱미터 남짓한 작은 창고였죠. 접착제 냄새와 담배 연기가 가득한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그를 만나는 순간 함께 일하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에게 기존보다 훨씬 가벼운 슈즈를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고, 제가 설계한 카본 레이업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그렇게 제작한 결과, 사이즈 43 기준 280g이었던 기존 슈즈가 225g으로, 무려 45g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렇게 님블(Nimbl)이 탄생했습니다.
시장에 이미 좋은 브랜드는 많기 때문에, 확실한 차별점이 없다면 사람들이 우리 슈즈를 살 이유가 없겠죠. 더 가볍고, 더 단단하며, 아름다운 슈즈를 원했습니다. 2019년 당시에는 화이트 컬러가 주류가 아니었지만, 저는 모든 제품을 화이트로 제작했습니다.
그렉 반 아버맛 선수와의 인연
제 철학 중 하나는 시장에 출시하기 전 반드시 월드투어 라이더의 검증을 거치는 것입니다.
하루 4~5시간씩 다양한 기상 조건에서 자전거를 타는 프로 선수들에게 좋은 제품이라면, 일주일에 몇 번 타는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당연히 훌륭할 테니까요.
제이 톰슨(Jay Thompson)이 가장 먼저 우리 슈즈를 신었고, 6개월 뒤 전설적인 라이더 그렉 반 아버맛(Greg Van Avermaet)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발뒤꿈치 통증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했던 그를 위해 작은 창고 공장에서 커스텀 슈즈를 제작해주었지요.
이후, 그 소식을 접한 월드투어 라이더들로부터 요청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프로 선수들을 통해 제품의 완성도를 완벽히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시장에 판매를 시작했는데, 먼저 제품을 생산해 판매한 뒤 선수들에게 주는 대다수 기업과는 정반대의 방식이었습니다.
그렉 반 아버맛 선수와의 인연 후, 프로 펠로톤에 빠르게 님블의 인기가 높아졌다.
사진: 그렉 반 아버맛 페이스북
하루에 70켤레 제작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작 과정이 꽤 까다롭습니다. 저희는 카본 공정을 외부 하청에 맡기지 않고 전부 자체 공장에서 직접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품질 관리(QC)를 포함한 모든 것이 그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상상해 보세요. 저희는 하루에 딱 70켤레의 슈즈만 생산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실제로 카본 쉘 자체는 하루에 100개 이상 생산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생산된 카본 쉘의 무게를 측정했을 때, 저희가 명시한 기준보다 20% 무겁거나 10% 가벼우면 가차 없이 버립니다.
10% 가벼우면 내구성이 약해 부러질 위험이 있고, 20% 무거우면 제품이 너무 무거워지기 때문이죠. 만약 저희가 180g이라고 광고했는데 실제 제품이 200g이라면, 고객들은 우리 회사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버리는 것이고, 그 결과 하루 평균 70켤레 정도만 완성되는 것입니다.

갑피에 사용하는 마이크로파이버는 기본 두께가 2.5~3mm 정도인데, 무게를 줄이기 위해 이를 더 얇게 깎아내야 합니다. 기계에 마이크로파이버를 넣고 저희가 원하는 두께가 정확히 나올 때까지 반복 작업하며, 기준에 맞지 않으면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결국 어떤 소재나 기술을 쓰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카본 작업의 핵심은 사람의 손입니다.
절대 쉬운 과정이 아닙니다. 대단한 첨단 과학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엄청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작업이죠. 기계는 흉내 낼 수 없는,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공정입니다. 그래서 저희 공장에는 본드를 칠하는 기계조차 없습니다. 100% 핸드메이드인 셈이죠.
비스마 리스어바이크 팀과의 협업
저희는 기존 제품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선수들이 전화를 해서 "프란(Fran), 이쪽 부분에 강성이 좀 부족한 것 같아"라고 하면, 단 3일 만에 개선된 새 버전을 개발해서 다시 보냅니다. "이번엔 어때요?"라고 물으면 "좋네요!"라는 답이 돌아오죠.
물론 아주 미세한 차이라서 저나 여러분 같은 일반 라이더들은 눈치채기 힘들 겁니다.
특히, 와우트 반 아트(Wout van Aert) 같은 선수는 매우 기술적이라 신발의 차이를 즉각 체감합니다. 그와 함께 만든 신발들도 있는데, 실제로 지금은 아웃솔의 특정 부분에 케블라(Kevlar)를 넣고 있습니다. 과거에 잘 부러지던 부분에 케블라를 보강해서 내구성을 높인 것이죠.
저희는 대부분의 경쟁사들이 사용하는 평평한 아웃솔이 아니라 '쉘(Shell)' 구조를 택하고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저희의 믿음이 아니라 이미 증명된 사실입니다. 평평한 아웃솔은 에너지가 분산되지만, 저희 방식은 힘을 그대로 보존하죠.
새로 나온 아웃솔을 보시면 육각형 패턴과 작은 선들이 있을 겁니다. 에너지 손실을 막기 위한 디자인이죠. 이 아웃솔은 비스마(Visma) 팀과 정말 긴밀하게 협력해서 개발했습니다.
사진: 님블 공식 웹사이트
비스마 팀과의 첫 계약 당시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어요. 2023년에 계약을 맺었는데, 팀에서 매달 두 명씩 저희 공장으로 사람을 보냈습니다. 한 명은 에인트호번 공과대학교 출신의 미캐닉이었고, 다른 한 명은 팀 관계자였죠. 그들은 선수들이 신을 신발의 품질을 직접 점검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이 "당신들 신발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군요. 왼쪽 신발에 스피드플레이(Speedplay) 클릿을 장착하면 0.2mm의 차이가 생긴다는 겁니다. 저희는 이유를 몰랐죠. 좌우 똑같은 공정으로 만들고, 구멍도 기계로 뚫으니까요. 그들은 직접 확인하겠다며 카메라를 가져와서 밑창 타공 과정을 촬영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제작 과정을 모니터링하더니 다음 날 와서 이유를 알아냈다고 하더군요.
알고 보니 밑창을 고정하는 받침대가 나무였는데, 드릴링을 할 때 나무가 압력을 너무 많이 흡수해서 0.2mm의 오차가 발생했던 겁니다. 그들은 나무 대신 강철 받침대를 써야 한다고 조언했고, 그렇게 바꾸자마자 문제는 완벽히 사라졌습니다. 이처럼 저희는 비스마 팀과 매우 긴밀하게 협력하며 제품을 완성해 나갑니다.

에어로다이나믹, 신발끈이 더 유리한가?
댄 빙엄(Dan Bingham)을 아시나요? 현재는 보라(Bora) 팀에서 렘코 에베네폴의 퍼포먼스 매니저를 맡고 있고, 이전에는 이네오스(INEOS)에 있었던 친구죠. 그는 사이클링계에서 숫자와 CFD(전산유체역학), 에어로 분야의 천재로 통합니다. 필리포 가나의 아워 레코드 경신을 도운 인물이기도 하죠.
2022년에 그에게서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시장의 여러 신발을 테스트해 봤는데, 당신들의 끈 형태(Laced) 슈즈가 시장에서 가장 에어로다이나믹한 제품으로 나왔다"는 내용이었죠.
댄의 데이터에 따르면 200m 트랙에서 우리 신발을 신으면 2~3m를 더 전진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이건 엄청난 차이입니다. 작년에 와우트 반 아트가 보아(BOA) 다이얼 모델보다 끈 모델을 더 자주 신었던 이유도 겨울 테스트 결과 끈 모델이 더 효율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희도 처음 제품을 만들 때는 이게 시장에서 가장 공기역학적인 신발이 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그냥 만들었는데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죠. 이제는 저희도 자체 엔지니어를 영입해서 비스마 팀과 직접 협력하며 에어로 성능을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월드투어 192명의 선수가 사용하는 님블 슈즈
작년에 온라인 판매 전문 기업 세 곳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Nimbl의 온라인 매출을 어떻게 올릴 수 있겠느냐"고 물었죠. 그들은 5만 켤레, 10만 켤레를 팔 수 있는 플랜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전 그렇게 키우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직원들에게 무리한 부담을 주고 싶지 않거든요.
저는 지금까지 구글 광고를 한 번도 안 했고, 앞으로도 평생 안 할 겁니다. 저희는 그냥 저희가 만드는 제품을 팔 뿐입니다.
현재 남녀 포함 192명의 월드투어 선수들이 님블을 신고 있습니다. 192명의 살아있는 증인이 있는데, 제 제품이 좋다고 구글에 돈을 써서 광고할 필요가 있나요? 규모를 키우고는 싶지만, 자연스럽게 커지길 원합니다.
사진: 님블 공식 웹사이트
3년 동안 저희와 함께했던 한 유명 선수가 작년에 다른 브랜드로 옮겼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돈을 아주 많이 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신발은 편하니?"라고 물었더니 "아뇨"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왜 바꿨어?"라고 하니 "돈 때문이죠"라고 하더군요. (웃음)
어떤 선수들은 편안함보다 후원금을 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선수들에게 후원금을 주지 않습니다. 언제든 원하면 떠날 수 있죠. 그럼에도 현재 192명의 월드 투어 선수들이 우리 신발을 신는다는 건, 님블이 그만큼 가벼우면서도 편안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가벼움, 강성, 그리고 편안함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찾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저희는 해내고 있습니다.
아시아 라이더들을 위한 핏?
요즘은 유럽에서도 발볼이 넓은 라이더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거든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다들 편한 신발을 즐겨 신으면서 발이 편안한 상태에 익숙해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탈리아와 유럽 전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죠.
발볼이 넓은 건 아시아 시장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아시아 전용 라인'을 따로 만들 계획은 없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다만, 발볼이 아주 넓은 고객이 오신다면 당연히 맞춤 제작은 가능합니다.
커스텀 슈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저희 공장으로 오시는 게 훨씬 편할 겁니다. 오시면 저녁 식사도 대접해 드리고요. (웃음)

3D 프린팅, AI 기술 등의 결합
최근 시장에 3D 프린팅 슈즈를 만드는 신생 업체들이 등장했죠. 저도 몇 년 전부터 3D 프린팅 슈즈 연구를 시작했지만, 지금 기술로는 너무 무겁습니다. 저희가 원하는 무게를 맞출 수가 없어요.하지만 계속 공부할 계획입니다. AI 기술을 활용해 카본 레이아웃을 더 정교하게 분석하고, 3D 프린팅과 결합해 미래의 더 나은 신발을 만들고 싶습니다.
3D 스캐너를 활용한 것도 바로 시도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루이지노가 작년에 호주 회사로부터 최신 3D 스캐너를 구입해서 계속 연구 중입니다. 한국에서 발을 스캔해 데이터를 보내주시면, 저희가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발을 제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이죠. 늦어도 2027년 초에는 정식으로 도입하고 싶습니다.
어제는 작년 지로 디탈리아(Giro d'Italia) 블루 저지 주인공인 크리스티안 스카로니(Christian Scaroni) 선수에게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신발에 미세한 변경 사항을 요청하더군요. 그래서 담당자인 스테파노가 어제 바로 작업을 마쳤고, 오늘 배송될 예정입니다. 선수들이 개선점을 제안하면 저희는 즉각 적용합니다.
대응이 매우 빠르죠. 이게 바로 'Nimble(민첩한, 영리한)'이라는 브랜드 이름의 의미입니다.

"시중에는 저희를 따라 하려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겉모습은 비슷할지 몰라도, 저희처럼 매일 공장에서 신발을 만지고 개선하는 열정까지 흉내 낼 수는 없습니다. 저희는 마케팅보다 제품의 힘을 믿습니다. 제품이 정말 좋다면, 제품 스스로가 그 가치를 증명할 테니까요"라며 프란체스코 창업자는 인터뷰를 마쳤다.
관련 웹사이트
산바다스포츠: https://sanbadasport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