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문래동, 자전거로 한바퀴
에디터 : 김수기 기자
신혼집을 꾸미기 전까지 문래동을 몰랐던 부산 촌놈의 문래동 이야기를 시작할까 한다.
부산에서 18년, 미아리에서 9년, 문래동에서 7년을 살았으니 문래동이 나에게 3번째 고향이기도 하다.
안양천과 도림천을 자전거로 타다가 살짝 들러 분위기 있는 사진을 남기고, 먹거리를 이용하기에 제법 괜찮은 곳인 문래동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문래동은 영등포역과 신도림역, 서부간선도로, 도림천, 안양천, 오목교, 신정교 등에 둘러싸인 동네다. 도림천을 통해 구로구에, 안양천을 통해 양천구에 맞닿은 영등포구의 서남단에 위치한다. 문래동에는 약 3만 여 주민이 살고 있으며, 면적은 1.49㎢이다.

문래? 물레?

문래동은 한자로 '文來洞'이고, 역행동화로 인해 '물래동'이라고 읽어 영문식으로 'mullae'라고 표기한다. 가끔 실수로 [문내동]이라고 어렵게 읽는 경우가 있으니 조심하자.
한자에 글월 文이 있어 예전에 유명한 학자나 학교가 있어서 동네 이름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일제시대 때 세워진 방적공장이 유력한 이유라고 한다. 방적공장, 즉 면을 만드는 것과 목화솜 등에서 물레를 따와 문래동이 됐다는 설이다. 그래서 문래동을 '목화마을'로 칭하고, 물레와 관련된 것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에 목화를 심어 가을에 하얀 목화솜을 만져볼 수 있고, 공원과 역에는 크고 작은 물레를 볼 수 있다.

지하철 2호선 문래역 인근에 있는 문래공원의 대형 물레는 (주)경방의 후원으로 세워졌으며, 경방은 일제시대 때, 영등포 일대에 방직공장을 세운 '경성방직'이 전신이다. 

문래역에도 물레를 체험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다.

문래동의 동명 유래

현재 문래동을 '목화마을'이라 부르고 아파트 단지나 공원 등에서 목화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왼쪽은 목화꽃이고, 오른쪽은 수분되어 꽃이 떨어지고 씨방이 커지고 있다. 가을이 되면 하얀 목화솜이 터진다.

문래창작촌

문래동은 노후화된 준공업지역으로 주거단지와 작은 공업소가 혼재되어 있는, 특별한 점을 찾기 힘든 동네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문래동이 사진동호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매스컴에 소개된 것이 바로 문래창작촌 덕이다.
문래동에도 재개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작은 공업소들이 타지역으로 이주하면서 비어있는 공장으로 예술가들이 싼 임대료를 찾아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해 문래창작촌이 생기게 됐다. 문래창작촌은 공업소가 밀집되어 있는 문래동사거리에 있으며 아직 남아 있는 공업소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곳에 모인 예술가는 인근 공업소의 대문이나 벽에 그림을 그렸고, 이를 사진 동호인이 카메라의 뷰파인더에 담기 시작해 출사지로 주목받고 있다. 천천히 둘러보고, 숨어 있는 벽화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또 창작촌의 예술가들은 지역 주민과의 교류를 위해 전시실을 오픈하고,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강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오후에는 '아트페스타 헬로우문래!'를 열고 있다.

문래역 7번출구에서 100m정도 직진하면 문래창작촌 안내부스가 있다. 

새로 지어진 마천루와 공업소와의 오묘한 조화

금속이라는 소재에서 민화의 책가도나 피트 몬드리안이 떠오른 것이 신기할 뿐이다.

철공소가 밀집되어 있으니 자전거로 방문할 때는 펑크 조심!

골목길의 추억을 떠올리며 벽화를 감상할 수 있으며, 철공소가 문을 닫은 시간에는 철공소 대문의 그림까지 볼 수 있다.

예술가에게 벽은 벽이 아닌 화폭이나 전시장이 된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충남상회

두바퀴째에 문을 연 충남상회


지나칠 뻔 했던 골목. 이처럼 두 사람정도만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골목길에서 이런 벽화를 발견했다는 것에 나름 뿌듯해 했다. 창작촌은 골목 하나하나를 무심히 지나갈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예술공간 'SAY'

예술인과 지역 주민의 교류를 증진하고 있는 '정다방프로젝트' 갤러리

카메라를 꺼내는 속도보다 빨랐던 LTE-A 급 고양이

문래동을 자전거로 방문하려면 안양천의 신정교와 오목교 사이의 경사로를 이용하거나 도림천에서 도림교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문래창작촌 등 문래동의 예술가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철공소가 밀집된 곳(핑크색 원)이다.

문래동의 먹거리

나름 7년을 문래동에 살았지만 맛난 음식점을 많이 알지 못한다. 뭔가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기보다 가깝고 먹어본 식당만 애용하다 보니 그렇다. 이 기사를 통해 소개하는 커피점이나 음식점은 적어도 돈값을 하거나 특색이 있는 가게만 추려봤다.
로드뷰를 첨부하며, 로드뷰 촬영 시점과 현재와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정다방프로젝트가 운영하는 카페 겸 식당. 정다방프로젝트 갤러리 길 건너편에 있다. (로드뷰)

갤러리 역할을 하며 전시된 작품은 판매도 한다. 공방이나 작업실 분위기가 포인트다.

정다방프로젝트 갤러리와 같은 라인에 있는 문래동 원조 마늘통닭. 여기 마늘통닭은 기름에 볶은 마늘을 후라이드 치킨에 얹어서 나와 독특하다. (로드뷰)

문래돼지불백. 기사식당을 연상시키지만 기사 아저씨보다 가족단위 손님이 의외로 많다. 돼지불고기에 상추와 쌈장, 된장국, 서너가지 반찬이 나오며 가격도 괜찮다. 돼지불백 옆의 'MAMA'는 인도 커리 전문식당으로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다. 요리하는 아저씨가 인도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국사람은 아니다. 조금 옆에는 작가가 운영하는 'cafe 수다'가 있다. (로드뷰)

아는 동생에게 소개받은 쿠시가츠.  (로드뷰)

아쉽게도 문을 닫았다. (로드뷰)

입덧으로 매운 것이 먹고 싶다던 와이프를 위해 찾은 닭장. 닭발 전문이지만 닭매운탕, 일명 닭도리탕이 메인이다. 슬레이트 지붕과 빨간 문과 간판이 강렬하다. 먹은 본 게 몇년 전이라 맛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일단 분위기가 죽여준다. (로드뷰)

얼큰하우스는 문래동이 아닌 양평동이지만 집과 가까워 자주 이용한다. 매콤한 것이 땡기는 날에는 시원하고 칼칼한 김치국물로 맛을 낸 수제비나 칼국수를 먹는다. (로드뷰)

여기도 양평동이지만 저렴하고 독특한 메뉴를 개발해 나름 단골인 '수퍼 커피' (로드뷰)

여러분이 살고 있는 동네를 자전거로 한바퀴 골목골목 돌아보는 것을 어떨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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