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벨로 데이, 신들의 섬 발리를 가다.
에디터 : 박창민 편집장
사진 : 박창민 편집장, 써벨로 인도네시아

아침 6시, 아직 어두운 발리의 이른 아침, 사누르(Sanur) 해변가에 위치한 세가라 빌리지 호텔(Segara Village Hotel) 앞으로 자전거를 탄 라이더들이 모였다. 써벨로(Cervelo)를 탄 50~60명의 라이더들로 구성된 이들은 아직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이른 아침을 이용해, 덴파사르(Denpasar) 남동쪽 해안가로 모인 것이다. 발리에서 가장 큰 도시인 덴파사르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혼잡한 도심 속 풍경을 만들지 않았고, 호텔 주차장에서는 출발을 알리는 안내와 함께, 블랙 바탕의 저지를 입은 라이더들이 막 밝아오는 덴파사르의 도심 속으로 스며들 듯 달려 나갔다.

이날은 6월 16일(일), 발리 써벨로 데이(Bali Cervelo Day)의 메인 이벤트 행사가 진행되어, 덴파사르부터 자틸루위(Jatiluwih) 고산 지대까지 약 110km의 라이딩이 있었다.


발리 써벨로 데이


지난 6월 15~16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써벨로 데이는, 써벨로 인도네시아에서 매년 주최하는 행사 중에 하나다. 하지만, 지난 팬데믹 기간 동안 진행되지 못하다가, 올해 다시 시작하며 처음으로 발리에서 운영된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Java)에서 열리며, 2025년에도 자바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 발리 써벨로 데이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또, 지금까지 써벨로 데이는 메인 이벤트 라이딩 하나를 중심으로 열린 1일 투어인 것에 비해, 발리 써벨로 데이는 2박3일 동안 2회의 라이딩을 진행하며, 더 많은 시간 동안 발리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써벨로 오너스가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 '써벨로 데이'가 발리에서 열렸다.

첫 이벤트 라이딩은 약 66km 거리로 발리 동남쪽 해안가 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우붓(Ubud) 남쪽 산악 도로를 올라서 바비굴링(babi guling, 통돼지구이)으로 유명한 벵(Beng)을 거쳐 다시 돌아오는 코스였다.
발리는 남쪽에 위치한 덴파사르가 도시를 이루어 인구가 밀집되어 있고, 중부에서 북부까지는 대부분 산악 지형으로 한적하면서도 거미줄처럼 엉킨 좁은 도로들이 특징이다. 이날도 바비굴링으로 유명한 판데 에기 바비굴링(Pande Egi Babi Guling) 식당까지, 숲이 우거진 길부터 신전과 논밭을 지나며 언덕을 오르내렸다.
바비굴링은 발리의 대표적인 음식 중에 하나인데, 통돼지를 커다란 꼬치에 꽂아 숯불에 장시간 익힌 요리다. 누룽지를 먹는 듯이 바삭한 껍질과 촉촉하고 단백한 속살이 매력적이며, 판데 에기 식당은 발리에서도 손에 꼽히는 맛집이라고 한다.

발리 써벨로 데이 1일차 라이딩 코스.

일출이 시작되는 도심 속을 달리며 라이딩이 시작되었다.

자유롭게 도로에 누워 있는 강아지들이 자주 목격된다.

점심식사 장소이자 두번째 업힐 정상인 판데 에기 바비굴링 식당

인도네시아 라이더들과 친분을 쌓을 좋은 기회였다.

통돼지 구이인 바비굴링은 발리의 대표적인 요리로 꼽히며, 이날의 점심 메뉴였다.

오후의 도심은 차량으로 복잡해졌지만, 라이딩은 의외로 괜찮았다.

호텔에 마련된 차와 간식으로 첫 날의 라이딩이 마무리되었다.

저녁에 열린 전야제

식사와 함께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두번째 라이딩은 발리 써벨로 데이의 메인 이벤트로, 덴파사르에서 쌀 농사로 유명한 자틸루위 라이스 테라스(Jatiluwih Rice Terraces)까지 진행되었다. 자틸루위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친환경 농법의 계단식 논이 아름다운 지역이다.
이날은 우붓의 서쪽 부분을 지나 중부 산악 지형으로 향했는데, 첫 보급소였던 타만 문불(Taman Munbul)은 작은 호수와 빽빽하게 우거진 숲이었다. 오전의 햇살을 받아 높아진 습도, 그리고 그 습한 나무 숲 사이로 햇빛이 쏟아졌고, 호수는 청록색으로 빛났다.
업힐 정상인 자틸루위의 빌리스 테라스 카페(Billy's Terrace Cafe)에서 점심식사가 진행되었다. 라이스 테라스가 한눈에 보이는 카페는 해발 650m까지 올라온 라이딩을 보상해 주기에 충분했다.

발리 써벨로 데이 메인 라이딩 코스.

일출과 함께 시작된 써벨로 데이 메인 이벤트

발리 중심부의 산악 지형으로 가는 코스였다.

울창한 나무와 높아진 습도를 뚫고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첫 보급지였던 타만 문불, 청록색의 호수가 인상적인 곳이다.

업힐 정상은 계단식 논으로 유명한 자틸루위 라이스 테라스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일몰 풍경이 특히 유명하다고 한다.

라이스 테라스가 보이는 빌리스 테라스 카페에서 점심 식사

긴 다운힐로 이어진 복귀 라이딩


자유와 무질서의 균형, 발리 도심 라이딩


발리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덴파사르는 교통 혼잡도가 매우 높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게다가, 이번 발리 투어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명절인 이슬람 희생제(Eid Al Adha, 이드 알 아드하) 기간이었다. 5일 간의 휴일이 주어지는 이 기간에는 많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발리로 여행을 온다고 한다.
발리는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힌두교를 믿기 때문에 외국인과 여행객에게 더욱 오픈된 곳이기도 하고, 적도 남쪽에 위치하여 6월부터 8월까지는 선선한 겨울 날씨이기 때문에, 비교적 쾌적한 발리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평상 시보다 더욱 심한 교통 체증을 경험해야 했다. 아침 이른 시간에는 그래도 괜찮았지만, 다시 덴파사르로 돌아오는 오후에는 도로에 가득한 오토바이와 자동차 사이로 함께 라이딩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교통 정체가 심해진 오후의 발리 라이딩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런 수준의 교통 상황은 우리나라 라이더들에게 전혀 경험이 없다.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엉킨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듯 자전거를 탔고, 마치 모든 것들이 하나의 펠로톤으로 묶인 것처럼 혼돈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이런 복잡함 속에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무질서함이 마치 우리에게 자유로움을 더해준 듯 했다. 정차된 차들 사이로 차선을 넘나들고, 때로는 중앙선을 넘어가기도 했지만, 서로에게 너무 위협적이지 않다면 대부분 허용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혼돈과 무질서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너무 이기적이지 않다면 자유로움과의 적절한 균형이 생긴다. 발리의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에 대한 이기심보다 다른 사람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인정해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혼돈의 도심 속 라이딩도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자전거가 뒤섞이지만 서로에 대한 존중으로, 도심 속 라이딩도 즐길 만 했다.


발리의 추천 라이딩 코스


앞선 써벨로 데이 라이딩에서 판데 에게 바비굴링과 자틸루위를 소개했고, 그보다 하루 앞서 우리는 판타이 판다와(Pantai Pandawa)의 절벽과 해변으로 유명한 곳을 다녀왔다.
덴파사르 공항 남쪽에 마치 섬처럼 이어진 이 지역은 절벽을 사이에 둔 도로와 유료로 입장할 수 있는 한적한 해변으로 유명하다. 특히, 판타이 바투 바락(Pantai Batu Barak)은 양쪽의 높은 절벽 사이로 도로가 이어져,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판타이 판다와 해변과 절벽 도로 코스. 가장 남쪽 해변이 '판타이 판다와'다.

판타이 판다와 입구. 해변 사용자는 유료 입장으로 알고 있다.

절벽 사이로 도로가 이어져 이색적인 경치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번 투어에 기회는 없었지만, 발리에서 유명한 라이딩 코스로는 바투르(Batur)산 분화구의 다나우 바투르(Danau Batur) 호수로 유명한 킨타마니(Kintamani) 지역이다.
킨타마니 업힐은 10개가 넘는 루트를 통해 오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라 비스타 커피&로스터리(La Vista Coffee & Roastery)로 오르는 길의 히트맵이 가장 진하다. 이곳은 해발 1350m 정도의 높이로, 우리나라 만항재와 비슷한 높이다.
다음에 발리에 간다면 킨타마니는 반드시 가야 할 장소가 될 것이다.

킨타마니의 라 비스타 커피까지 오르는 길이 유명하다.
위치 : https://maps.app.goo.gl/t78nZ2Qzbu5TcX3a9

카페가 있는 정상까지 덴파사르에서 약 60km 거리가 된다.

해발 1350m 정도의 킨타마니는 호수와 산의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세가라 빌리지 호텔


이번 써벨로 데이가 진행된 곳은 발리의 남동쪽 사누르 해변에 위치한 세가라 빌리지 호텔(Segara Village Hotel)이다. 발리는 건물 높이 제한이 있어서 15m가 넘는 건물(3~4층)을 지을 수 없다. 세가라 빌리지 호텔은 이런 규정이 생기기 전에 건설된 곳이지만 2층의 단독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릴 뿐 아니라 마치 식물원 안에 숙박하는 듯한 행복한 기분을 만들어 주는 곳이다.
또, 이 호텔의 대표도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로, 자전거에 대한 호텔의 이해도가 매우 높은 것이 특징이다. 그런 이유로, 써벨로 데이 이벤트가 호텔에서 진행될 수 있었고, 호텔의 대표도 써벨로 데이에 직접 참여해 함께 라이딩을 즐겼다.

세가라 빌리지 호텔의 해변가 쪽은 버드하우스(Byrd House)라고 부르며 식당과 카페가 마련되어 있다. 해수욕이 가능한 바닷가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굳이 다른 곳에 가지 않아도 하루를 호텔 안에서 즐기기에 충분하다.

써벨로 데이 행사가 진행된 세가라 빌리지 호텔

넓은 부지에 여러 개의 단독 건물로 이루어진 호텔로, 체크인 로비가 멋지다.

2층의 숙박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숲과의 조화가 매우 좋다.

마치 식물원에 들어온 듯한 호텔이다. 호텔 안을 걸어 다녀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

자전거에 대한 친화도가 매우 높아서, 편리했다.

수영장과 물놀이 시설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었다.

수영장 옆에 위치한 아이스 배쓰는 열을 식히거나, 라이딩 후 쿨다운에 좋다.

해변 쪽의 버드하우스는 식당과 카페 등이 운영된다.

호텔에서 바로 이어진 해변은 수영이 가능한 곳이다.

동쪽 해변이라 아침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써벨로 데이 참가


써벨로 인도네시아와 우리나라 써벨로 유통사인 세파스와는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처음으로 동반 써벨로 데이를 발리에서 진행했다. 비록, 여러가지 이유로 우리나라 참가자들의 수가 적기는 했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우리들을 무척 반갑게 반겨주었다.
내년에는 자바(Java) 섬의 중심지에서 진행되어, 더욱 인도네시아 자연의 멋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함께 하는 써벨로 데이가 진행된다면, 우리나라 써벨로 라이더들에게는 매년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만들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의 동반 써벨로 데이가 매년 행사로 자리 잡기를 바라본다.


관련 웹사이트
세파스 : http://ceph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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