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울트라로드 2025 후기, 완주 이상의 도전
에디터 : 박창민 편집장
사진 : 강수연

올해로 2회를 맞이하는 백두대간 울트라로드(WPUR)가 지난 4월 26일(토) 구례공설운동장에서 22명의 라이더들과 함께 시작되었다. 195시간 이내에 완주를 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는 백두대간 울트라로드는, 지리산을 시작으로 덕유산, 속리산, 월악산, 소백산,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 등을 따라 이어진 포장도로를 구비구비 달리고, 양구와 춘천을 지나 경기도 양수역 앞에서 끝난다.
전체 코스는 약 1300km의 거리와 26000m의 누적 상승고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설악그란폰도 코스를 매일 1주일 이상 라이딩 하는 정도의 노력이 더해져야 겨우 8일 차에 완주가 가능하다.

백두대간 산맥을 따라 달리는 1300km의 WPUR
코스 상세 보기 : https://ridewithgps.com/routes/45280542


쉬운 것은 없어도, 끝은 온다.


작년에 이어 올해로 2번째 백두대간 울트라로드 도전에 나섰다. 지난 해는 출발 2주 전 허리 부상을 비롯해, 라이딩을 해야 할 자전거가 3일 전에 도착하며 준비가 부족했던 것, 그리고 주최자로서 운영 이슈까지 더해지며 8일 일정의 라이딩 중 3일을 소화하지 못했다.
'1번'이라는 레이스번호를 부여 받고 완주를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웠고, 올해는 주최측이 가진 약간의 능력을 이용해 '3번'이라는 레이스번호를 달고 다시 한번 완주에 도전했다.
참고로, 백두대간 울트라로드는 참가자에게 순차적으로 레이스번호가 발급되며, 완주 시 그 번호를 다음 참가에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완주자에게 주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3번이라는 레이스번호를 달고, 백두대간 울트라로드에 다시 도전했다.

올해의 참가는 작년처럼 물리적인 문제들은 없었지만, 겨울에 많이 내린 눈과 부쩍 바빴던 봄 시즌 탓에 백두대간 울트라로드 1300km의 라이딩 전까지 1000km도 라이딩을 못한 상태였다. 턱없이 부족한 라이딩 거리가 가장 큰 문제가 된 것이다.

완주를 위한 전략은 단 하나였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절대 무리한 라이딩을 하지 않고, 회복과 라이딩의 연속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하루에 가능한 라이딩 거리를 정하고, 전체적인 하루의 일정을 분배했다.
다행이 예년보다 추운 날씨 덕분에 초기에는 체력 소모가 적었지만, 비가 내리고 추워진 날씨에는 체온을 올리기 위한 에너지 소모가 더해지기도 했다.

턱없이 부족했던 훈련, 완주를 위한 전략은 마지막까지 절대 무리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3일 정도 지났을 때는 다리 근육에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고, 하루에 20여개의 업힐을 오르다보니 엉덩이와 허리 통증도 쉽지 않았다. 특히, 비가 내리는 날은 몸에 달라붙는 자전거 옷도 피부와의 마찰이 증가되며 상처가 발생했다.
사소한 문제라도 초장거리 라이딩에서는  쉬운 것이 없었지만, 하나씩 해결해 나갈 여유를 가지면서 달리다 보니, 어느덧 종점인 양수역에 도달했다. 필자의 완주 기록은 174시간 6분이다. 출발한 지 8일 째 되는 날 오후 3시 6분에 양수역 앞 벨로라운지에 도착했다.

20% 경사까지 경험하게 해준 옥녀봉

끊임없는 업힐과 하루 10시간이 넘는 라이딩은 작은 문제도 쉬운 것이 없었다.

조침령의 경사도 백두대간 울트라로드에서는 그저 평이한 수준이다.

비가 오는 날은 옷과의 마찰이 심해지며 피부에 상처가 났다.

속도계에 표시된 104개의 업힐을 8일 동안 모두 올랐다.

이 정도의 백두대간 비석을 한번에 모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필자의 완주 기록은 174시간 6분 (7일 6시간 6분)


전조등 없이 완주해 보자.


이번 백두대간 울트라로드는 해가 떠 있는 낮 시간에만 라이딩을 하는 것이 목표였다. 혹시 몰라서 전조등을 준비하기는 했지만, 마지막까지 전조등을 사용하지 않고 라이딩을 하고 싶었다.
백두대간 울트라로드 코스는 지난 21년 답사 라이딩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3번째 오는 것이지만, 구비구비 이어진 길에서 보는 산과 계곡, 강의 풍경은 정말 예쁘고, 매번 새롭다. 그래서, 이런 경치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야간에 지나고 싶지 않아서, 낮에만 라이딩을 하기로 한 것이다.

멋진 백두대간의 경치를 충분히 즐기고 싶어, 낮에만 라이딩을 하는 것이 목표였다.

코스를 하루 하루 나누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숙박을 할 곳이 있어야 라이딩을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체 구간을 8개의 코스로 적당하게 나누고 보니, 하루에 12시간 이내의 라이딩으로 모두 가능할 듯 보였다.
아침 9시에 출발한 첫 날의 라이딩은 오후 5시에 마쳤고, 다음 날은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목표한 마을에 도착했다. 가장 늦게 도착한 날이라 하더라도 오후 6시를 넘지 않았기 때문에, 전조등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낮에만 라이딩을 하는 것은 멋진 경치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을 뿐 아니라, 라이딩 후 여유 있는 휴식이 가능해서 다음 날 라이딩을 이어가는 것이 훨씬 수월했다.

낮에만 달리다 보니 충분히 경치를 즐겼고, 저녁에 충분한 휴식도 가능했다.


서포트 차량을 이용한 라이딩


백두대간 울트라로드는 셀프 서포트의 범위가 개인 서포트 차량의 운영까지 가능할 만큼 유연하다. 코스의 난이도가 높지만, 최대한의 서포트 방법을 이용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춘다는 것이 백두대간 울트라로드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서포트 차량은 자전거와 함께 달리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주정차 가능한 곳에서 보급 및 휴식을 제공할 수 있다. 직접 모든 짐을 패킹하여 달리는 것보다 수월하기 때문에, 필자도 서포트 차량을 이용했다.

이 외에도 백두대간 울트라로드는 전기자전거의 참가도 허용된다. 업힐을 쉽게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수월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전기자전거는 애초에 초장거리 라이딩에 적합하게 설계된 것이 아니어서, 예상 외의 어려움이 많다.
실제로, 지난 해에 로드바이크로 참가했던 박주영님는 올해에 전기자전거로 참가했지만, 라이딩 기록은 지난 해와 완전히 동일한 결과를 만들었다.

서포트 차량을 준비했고, 중간에 만난 참가자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전기자전거로 참가한 박주영님(오른쪽)은 또 다른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고, 라이딩 중 이야기를 나누었다.


화려한 기록을 남긴 22명의 참가자


지난 첫번째 대회에서는 로드바이크 라이더만 참가했던 것과 달리, 이번 에디션에는 로드바이크 뿐 아니라, 산악자전거(MTB), 미니벨로, 전기자전거까지 거의 모든 카테고리의 자전거가 참가해 더욱 다양한 도전이 만들어졌다.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로 참석해 더욱 풍성했던 WPUR 2025

먼저,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라이딩 5일 째에 종점에 도착한 조형규님의 기록이었다. 1300km라는 거리를 5일 째 날에 도착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26000m의 상승 고도를 위해서는 하루에 5000~6000m의 상승 고도를 매일 올라야 5번째 날에 완주가 가능하다. 일반적인 라이딩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이다.
조형규님은 출발 후 5번째 되는 날 오후 8시 36분에 도착했고, 107시간 36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게다가, 이번 시즌에는 120시간 이내에 완주한 라이더가 조형규님을 포함 김태우님, 박종하님, 김봉민님까지 4명이나 되어서, 훨씬 빨라진 선두 라이딩을 보여주었다.

107시간이라는 엄청난 기록으로 완주에 성공한 조형규님은, 가장 빠른 완주 기록을 세웟다.

그리고, MTB를 타고 도전에 나선 정구운님은 159시간 12분이라는 빠른 기록으로 완주에 성공했고, 장거리 라이딩에 취약한 미니벨로를 선택하고 나선 주정환님도 180시간 49분에 양수 벨로라운지에 도착했다. 또, 앞서 언급했던 박주영님은 전기자전거라는 새로운 도전 과제를 들고 참가해, 배터리 충전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완주에 성공했다.

MTB를 타고 159시간이라는 빠른 기록으로 완주한 정구운님

주정환님은 미니벨로를 타고 180시간 만에 결승점에 도착했다.

박종하님은 백두대간 울트라로드 완주에 이어 코리아 1300K에 참석해, 총 2600km 완주에 성공했다.

유일한 여성 라이더로 2년 연속 완주에 성공한 이의정님도 김상원님과 함께 코리아 1300K를 이어서 완주했다.

도전은 하였지만 완주에 성공하지 못한 DNF 라이더는 올해 5명이 있었다. 갑자기 생긴 일정, 자전거의 문제, 마음같이 따라주지 않는 몸의 상태 등은 이처럼 장시간 고난이도의 라이딩에서는 항상 발생한다.
그래서, 무리한 도전보다 일상 복귀를 위한 중도 포기를 선택한 참가자들에게 항상 박수를 보낸다. 지난 해에 필자도 경험했지만, 중도 포기라는 선택은 가끔은 계속 진행하는 것보다 어려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았던 8일의 라이딩


많지 않은 참가자가 1300km라는 거리를 자신의 페이스에 맞추어 가다 보면, 사실 상 솔로 라이딩의 시간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필자도, 잠시 휴식 시간에 참가자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뿐, 라이딩은 거의 모두 혼자 달렸다.
하지만, 백두대간 울트라로드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 참가자와 서포터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자신의 위치를 기록하거나, 갑자기 긴급한 상황이 생겼거나, 사소한 대화까지 그 안에 이루어지다 보니, 혼자 달리면서도 혼자가 아닌 느낌으로 라이딩을 이어갈 수 있었다.

오픈 채팅방에는 참가자들의 끊임없는 공유와 응원이 이어졌고,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라이딩이 가능했다.

가끔 휴식 시간에 만나는 참가자들은 반가움 이상의 정이 생겼다.


잊지 못할 풍경과 업힐


백두대간 울트라로드를 마치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끊임없는 업힐의 고통보다,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산 속 도로 위에서 보는 백두대간의 풍경이었다.
고도에 따라 지역에 따라 나무가 바뀌고 꽃이 바뀌고, 산 능선이 겹겹이 겹쳐진 실루엣 사이에 내가 서 있다는 것이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바람과 비, 추위와 더위를 커다란 산맥 속 도로 위에서 몸소 겪어야 했지만, 날씨와 시간의 변화가 주는 매력을 온 몸으로 기억할 수 있는 일정이었다.
또 다음에 참가하게 될 이유를 찾는다면, 업힐의 고통을 이기면서 경험하게 되는 백두대간의 경치와 향기, 소리가 될 듯 하다.

백두대간의 경치는 우리나라에서는 압도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설악산을 마주하게 되는 한계령

말티재 업힐


관련 웹사이트
백두대간 울트라로드 : http://wpur.kr/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위의 기사는 개인적인 용도 및 비상업적인 용도의 '퍼가기'를 허용하며, 상업적인 용도의 발췌 및 사진 사용은 저작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