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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박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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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매거진의 리뷰에서도 기사 중간에 그 자전거의 지오메트리에 대해 표를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지오메트리의 숫자는 보는 것 만으로도 복잡할 뿐 아니라, 무엇을 보아야 될 지도 막막한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그 지오메트리 중 자전거 사이즈에 큰 영향을 주는 '유효 탑튜브'에 대한 내용과 승차감에 영향을 주는 '체인스테이 길이'와 '휠베이스', 그리고 스티어링 안정성에 영향을 주는 '헤드앵글'과 '트레일'에 관련된 것들을 알아보기로 하자.
지오메트리에 대한 여러가지 숫자 중 이번에는 빨갛게 표시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A : 헤드앵글 (head tube angle) C : 유효 탑튜브 길이 (effective top tube length) E : BB 드롭 (bottom bracket drop) G : 휠베이스 (wheelbase) K : 체인스테이 길이 (chainstay length) |
자전거 사이즈의 첫째 조건 '유효 탑튜브 길이' |
자전거를 구매할 때 프레임 사이즈와 자신의 키를 대비하여 선택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일반적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자전거 프레임 사이즈의 기준은 시트튜브의 길이로 표시한다는 점인데, 이 길이는 프레임 탑튜브 슬로핑 디자인에 따라 크게 변경되는 값이다보니 각 업체별로 사이즈 표시에 따른 실제 프레임 사이즈는 확연히 다른 편이다.
그렇다면 어떤 값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좋을까?
자전거를 탈 때 라이딩 포지션을 유지시켜 주는 가장 주요한 값은 사실 '유효 탑튜브 길이'인데, 'horizontal top tube length' 또는 'effective top tube length' 등으로 쓰기도 한다.
현재 편하게 사용하고 있는 자전거의 탑튜브 길이와 비슷한 제품을 고른다면, 최소한 라이딩 포지션에 따른 불편함은 적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또 알아야 하는 한가지.
헤드의 높이가 높아지면 탑튜브 길이가 조금 더 길어지는 것이 좋고, 헤드가 낮아지면 탑튜브가 짧아지는 것이 포지션을 유지하는데 좋기 때문에, 새로운 자전거를 구매할 때는 휠 사이즈의 변경과 헤드튜브의 길이 등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로드바이크의 탑튜브 길이는 대략 520~530mm 수준이다. 하지만, 동일한 탑튜브 길이라 하더라도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는 퍼포먼스 로드바이크에서는 더 길게 느껴지고, 편안한 주행을 위한 엔듀런스 로드바이크에서는 더 짧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엔듀런스의 헤드튜브가 더 긴 편이어서 헤드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피팅을 통해 자전거의 여러가지 측면을 조절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자전거 사이즈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값은 유효 탑튜브 길이라고 볼 수 있다. |
승차감과 순발력에 영향을 주는 '체인스테이 길이', '휠베이스' |
자전거를 탈 때 페달링에 즉각 반응하여 앞으로 튀어 나가려는 자전거가 있는가 하면 천천히 가속되지만 속도를 잘 유지하는 자전거가 있다.
보통 이런 특성은 프레임 강성과도 밀첩한 관계가 있지만, 같은 강성이라면 체인스테이의 길이가 큰 영향을 미친다.
체인스테이가 짧으면, 당연히 강성이 강해지면서 뒤 바퀴의 추진력이 조금 더 앞으로 위치하기 때문에, 페달링에 대한 반응이 빨라지고 가속 능력이 좋아질 수 있다. 반면, 고속에서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지면의 충격에 민감해지기 때문에 속도 유지 능력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간격을 의미하는 '휠베이스(wheelbase)'는 길 수록 안정성과 속도 유지 능력이 좋은 반면, 짧을 수록 가속력에 좋은 성격을 갖게 된다.
업힐을 즐기는 라이더라면 가속력이 좋은 자전거가 그만큼 유리해질 것이고, 장거리 라이딩을 즐기는 라이더라면 안정성과 속도 유지 능력에 한표를 던지는 것이 유리한 선택이 될 것이다.
퍼포먼스 스타일의 TCR의 체인스테이는 405mm, 엔듀런스 스타일의 디파이는 420mm로 스타일에 따른 체인스테이 길이가 다른 편이다. |
첼로 크로노 체인스테이 길이는 425mm 이다. 크로스컨트리 26인치 모델은 대부분 425mm 내외의 체인스테이 길이를 선택하는 편이다. |
27.5인치 휠을 사용하는 자이언트 XTC는 430mm 체인스테이 길이를 채택하였다. 커진 휠 만큼 프레임 여유 공간을 위해 26인치 모델보다 5mm 긴 체인스테이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27.5인치 휠과 425mm 체인스테이로 가속력에 더 치중한 모델도 있다. |
29인치 휠을 선택한 스페셜라이즈드 스텀점퍼는 430mm 체인스테이 길이를 채택했다. 휠 사이즈가 커졌지만, 체인스테이가 더 길어질 경우 가속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프레임 디자인을 통해 여유 공간을 만들고, 대신 체인링 사이즈를 크게 가져가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
같은 브랜드의 동일한 사이즈의 로드바이크이지만, 퍼포먼스 스타일인 마돈의 휠베이스는 976mm, 엔듀러스 스타일의 도마니는 1003mm로 더 길다. 휠베이스가 길 수록 승차감이 좋고 안정성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
안정성에 민감한 'BB 드롭' |
자전거 지오메트리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신경쓰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아마도 BB 드롭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BB 드롭은 자전거의 전반적인 안정성에 영향을 주는 수치로, 라이더가 자전거 위에서 얼마나 편안하게 라이딩에 집중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BB 드롭이란, BB의 높이가 휠의 중심보다 얼만큼 아래에 위치하는 지 표시한 것이다.
BB 드롭이 클 수록 라이더의 무게 중심은 아래에 위치하게 되어 안정성이 늘어나고, BB 드롭이 작아지면 무게 중심이 높아지면서 안정성보다 민첩한 조작성이 늘어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로드바이크에서는 일반 모델보다 여성 모델의 BB 드롭이 더 큰 편이고, 산악자전거에서는 XC 모델들의 BB 드롭이 커서 라이더가 페달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퍼포먼스 로드바이크인 타막(Tarmac)의 경우 BB 드롭은 71.5mm |
동일한 브랜드의 퍼포먼스 로드바이크지만 여성용으로 개발된 아미라는 BB 드롭을 73mm로 설계하여, 라이더의 무게 중심을 더 낮추도록 했다. 무게 중심이 낮을 수록 안정성이 높아지고, 라이더는 페달링에 집중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
조향성을 좌우하는 '헤드앵글'과 '트레일' |
안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당연히 뒤 따라야 할 화두는 '조향성'에 대한 내용이다. 조향성은 민감할 수록 조작이 편해지지만,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라이더는 자신의 라이딩 특성에 맞는 조향 능력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조향성을 좌우하는 지오메트리는 무엇일까?
몇가지 변수들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헤드앵글(head tube angle)과 트레일(trail)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헤드앵글은 지면과 헤드튜브가 이루는 각도를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각이 클 수록 조향성이 예민해지고, 각이 작을 수록 조향력이 둔감해지면서 안정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헤드앵글 만으로 조향성을 평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동일한 앵글이더라도 포크의 형태와 옵셋 등으로 다른 '트레일' 값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레일은 헤드튜브에서 연장된 선과 앞 바퀴 중심에서 바닥으로 연장된 선의 지면을 만났을 때 그 사이의 간격을 의미한다.
조향 민감도는 헤드앵글보다 '트레일'이라는 값에 더 영향을 받는데, 트레일이 클 수록 조향성은 둔감해지면서 안정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이런 이유로, 퍼포먼스 로드바이크보다 엔듀런스 로드바이크의 모델이 더 큰 트레일 값을 갖으며 조향 안정성을 높이는 이유다.
그림으로 그리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트레일(trail)은 조향성에 영향을 준다. 트레일은 짧을 수록 조향성이 민감해지고, 길 수록 안정성이 높아지는 특성을 지녔다. |
위에서 보았던 트렉의 마돈과 도마니를 다시 비교해 보자. 엔듀런스 모델인 도마니의 경우가 트레일을 더 길게 설계하여 조향 안정성을 높게 만들었다. 이런 설계 덕분에 거친 지형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
자전거를 선택할 때 위의 몇가지 지오메트리를 이해할 수만 있다면 선택에 큰 도움이 된다. 현재 사용 중인 자전거의 지오메트리를 잘 알거나, 구매하려고 하는 후보 자전거들의 지오메트리를 서로 비교하면서 나에게 더 잘 맞는 것을 고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더욱 안정적이면서 페달링에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민감한 컨트롤로 예리한 라이딩을 즐길 것인가에 대한 이해 만으로도, 기존까지 '무게'나 '부품 스펙' 만의 비교로 구매했던 자신에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