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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박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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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인프라의 발전과 함께 전국의 자전거 도로 개발은 경쟁하듯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자전거 도로 인프라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자전거만 편한 자전거 도로
자전거가 편리한 자전거 도로는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이긴 하다. 하지만 자전거만 편리한 자전거 도로는 조금 무리가 있다.
우리의 경우 아주 편리한 형태의 강변 자전거 도로가 설계되어 있다. 물론 이것은 세계적인 수준의 자전거 도로일 뿐 아니라 많은 자전거 사용자들에게 더 없는 기쁨을 주고 자전거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하지만, 도시 내의 자전거 도로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인도와 차도 사이에 위치한 자전거 전용 도로, 인도의 한 가운데를 차지한 자전거 도로 등은 기존의 교통 인프라와 전혀 섞이지 않는 형태가 되어 가고 있다.
보행자 길과 자리 바꿈한 자전거 길
최근 포탈 사이트의 맵서비스를 통해 서울 지도를 보면 거의 모든 곳에 자전거 도로 표시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도로만 확인해 본다면 단연 최상의 자전거 환경이 갖추어진 도시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상 자전거를 가지고 나가보면 과연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간혹 보이는 인도 한가운데의 자전거 그림들만이 '여기가 자전거 도로인가?'라는 의심을 갖게 만들 뿐이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자전거 도로는 필자가 자주 지나다니는 곳에 위치해 있어 간혹 이용해 보려 하지만, 실상 자전거가 이 길을 차지하고 나면 보행자는 주차된 자동차와 여러 시설물 그리고 자전거에 치여 갈 곳을 잃고 만다. 이곳은 원래 보행자 길이었고, 지금도 보행자가 자전거 사용자보다 수십배는 더 많다. 자전거가 보행자보다 우선순위가 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인도와 차도를 분리해 버린 자전거 도로
기존 인도에 만들어진 자전거길은 그냥 가벼운 낭비라는 생각이 들지만, 최근 도시 한가운데 마지막 차로를 활용한 자전거 도로는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도시의 도로는 자동차, 보행자, 자전거가 서로 공유하며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그곳에 끝 차로를 자전거 전용 차선으로 제작하여 자동차와 보행자의 소통을 막아 버리고 말았으니,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전거가 전체의 공존을 막아 버린 결과가 되어 버렸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우리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때론 차를 운전하기도 하고 보행자로 인도를 걸어다니기도 한다.
차를 운전하다 보면 잠시 차를 세워 누군가를 태워야 할 때도 있고, 물건을 내리기 위해 잠깐의 정차도 필요할 것이다.
때론 우리는 길을 걷다가 택시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해야 할 때도 있다. 때론 차를 가져온 친구에게 픽업을 부탁할 때도 있어 길에 잠시 정차하여 그 차에 타기도 한다.
지금 만들고 있는 자전거 도로의 대부분은 도로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차량의 부가적인 활동을 거의 할 수 없게 디자인되어 있다.
자동차는 차로를 따라 계속 이동만 하여야 하는가?
이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누구에게 조언을 듣고 있는가?
예전 자전거 전용도로 설계안을 발표하는 시정 세미나에 취재를 간 적이 있었다. 여러 업체들이 자신들이 설계한 자전거 전용 도로안을 발표하고 지자체의 선택을 기다리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것 저것 많은 내용들이 있는 것 같아 보였지만 그 설계안의 기본은 인도와 차도를 분리해 버린 자전거 프리웨이였다.
우리의 많은 공무원들이 선진국의 인프라를 보러 해외 여행을 많이 다닌다고 들었다. 그들은 미국, 유럽, 호주와 같이 자전거가 발전된 곳에서 과연 어떤 자전거 인프라를 보고 온 것일까?
잘 보지 못했다면 우리나라의 누구에게 자전거 인프라 설계의 조언을 듣고 있는 것일까?
자동차, 보행자, 자전거, 서로 간의 공유와 공존이 중요하다.
자전거 사용자들은 '안전하고 편하게' 탈 수 있는 인프라를 원하고, 자동차 운전자들은 '편하게' 이용이 가능한 자동차 인프라를 원하며, 보행자는 '쉽고 편리하며 안전한' 보행자길을 원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완전하게 충족할 수 있는 인프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자동차와 자전거를 사용하며 보행자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간의 공존이다.
자전거를 탈 때는 자동차가 싸워야 할 적이 아니고,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자전거가 귀찮은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마치 보행자가 차도를 횡단할 때 자동차들이 기다려주는 것과 같은 공존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선진국의 공존의 지혜에서 배우자.
1996년 처음 필자가 호주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그들의 자전거 도로를 볼 때 조금 놀랐다. 차도 중간에 일반 차로의 1/3 가량의 자전거 전용 차선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자전거 도로의 좌우로 자동차 차로가 그려져 있어 그 사이를 달려야 하는 상황인데, 생각보다 자동차와 자전거가 잘 어울어져 달릴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자전거 차로는 호주 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캐나다 등 자전거 생활이 활성화된 거의 모든 선진국에 적용되어 있다. 물론 이런 자전거 차로는 자전거에 조금 미숙한 사용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것이지만, 사용하기 어려운 자전거 길이나 전체적인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는 자전거 길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다.
그리고, 샌프란시코의 지하철 역에 가보면 자전거들이 지하철 개찰구 안에 묶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공간은 지하철 역무원의 시야가 확보되는 곳이어서 강제로 자전거 열쇠를 끊어 가는 등의 행위는 조금 어려워보이고, 사용자들도 조금은 안심될 만한 공간이다.
아주 안전해 보이는 우리나라의 캡슐형 자전거 주차공간도 있지만, 이런 식의 큰 비용을 사용하지 않고 지하철 빈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인프라들은 모두 자동차와 자전거의 공존, 그리고 지하철 내의 보행자와 자전거 사용자의 공존에서 가능한 것이다. 우리도 그런 공존의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공존의 지혜를 위해서는 인프라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꾸준한 교육이 중요하다.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교육이든, 자전거 라이더에 대한 교육이든, 보행자에 대한 교육이든 서로 공유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교육하는 것이 인프라 개발 만큼이나 중요시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인프라 개발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잊어버리고 사는 것이 아닐까?
광화문 앞의 자전거 도로 차도의 마지막 차로를 자전거 차로(붉은색 차로)로 만들고 있는 우리의 자전거 도로 정책, 과연 이것이 제대로 만들고 있는 것일까? |
자전거만 편한 자전거 도로
자전거가 편리한 자전거 도로는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이긴 하다. 하지만 자전거만 편리한 자전거 도로는 조금 무리가 있다.
우리의 경우 아주 편리한 형태의 강변 자전거 도로가 설계되어 있다. 물론 이것은 세계적인 수준의 자전거 도로일 뿐 아니라 많은 자전거 사용자들에게 더 없는 기쁨을 주고 자전거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하지만, 도시 내의 자전거 도로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인도와 차도 사이에 위치한 자전거 전용 도로, 인도의 한 가운데를 차지한 자전거 도로 등은 기존의 교통 인프라와 전혀 섞이지 않는 형태가 되어 가고 있다.
네이버맵에서 서울 지도의 자전거 길을 활성화하면 서울의 곳곳을 자전거로 쉽게 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
실상 강남의 자전거 길은 이런 것이 대부분이다. 그냥 인도에 구분을 해 놓은 자전거 길, 인도의 주인인 보행자는 갈 길을 잃었다. |
이정도면 아주 좋은 상태지만 과연? 자전거 도로를 위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것은 아니다. |
이런 자전거 길은 만들지 않아도 된다. 세금이 아까울 뿐이다. 사진 : 김_정훈 |
보행자 길과 자리 바꿈한 자전거 길
최근 포탈 사이트의 맵서비스를 통해 서울 지도를 보면 거의 모든 곳에 자전거 도로 표시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도로만 확인해 본다면 단연 최상의 자전거 환경이 갖추어진 도시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상 자전거를 가지고 나가보면 과연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간혹 보이는 인도 한가운데의 자전거 그림들만이 '여기가 자전거 도로인가?'라는 의심을 갖게 만들 뿐이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자전거 도로는 필자가 자주 지나다니는 곳에 위치해 있어 간혹 이용해 보려 하지만, 실상 자전거가 이 길을 차지하고 나면 보행자는 주차된 자동차와 여러 시설물 그리고 자전거에 치여 갈 곳을 잃고 만다. 이곳은 원래 보행자 길이었고, 지금도 보행자가 자전거 사용자보다 수십배는 더 많다. 자전거가 보행자보다 우선순위가 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인도와 차도를 분리해 버린 자전거 도로
기존 인도에 만들어진 자전거길은 그냥 가벼운 낭비라는 생각이 들지만, 최근 도시 한가운데 마지막 차로를 활용한 자전거 도로는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도시의 도로는 자동차, 보행자, 자전거가 서로 공유하며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그곳에 끝 차로를 자전거 전용 차선으로 제작하여 자동차와 보행자의 소통을 막아 버리고 말았으니,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전거가 전체의 공존을 막아 버린 결과가 되어 버렸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우리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때론 차를 운전하기도 하고 보행자로 인도를 걸어다니기도 한다.
차를 운전하다 보면 잠시 차를 세워 누군가를 태워야 할 때도 있고, 물건을 내리기 위해 잠깐의 정차도 필요할 것이다.
때론 우리는 길을 걷다가 택시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해야 할 때도 있다. 때론 차를 가져온 친구에게 픽업을 부탁할 때도 있어 길에 잠시 정차하여 그 차에 타기도 한다.
지금 만들고 있는 자전거 도로의 대부분은 도로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차량의 부가적인 활동을 거의 할 수 없게 디자인되어 있다.
자동차는 차로를 따라 계속 이동만 하여야 하는가?
이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우리나라 자전거도로 사업계획 안은 대부분 이렇게 차도와 인도 사이에 경계석까지 넣은 도로가 대부분이다. 이런 자전거도로는 때로는 아주 유용하지만, 왕성하게 자동차와 보행자의 활동이 이뤄지는 도시 한가운데에서는 자동차와 보행자의 공존에 방해가 될 뿐이다. |
인천시는 이와같은 자전거도로 설계 후 다시 원복하는 결정을 내려 공사실패 사례가 되기도 했다. 사진 : 오마이뉴스 |
자동차의 주정차 공간을 남겨두어 자동차에 의해 자전거 차로가 막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한 보행자와 자동차의 소통도 가능하게 되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
호주 시내 외곽의 자전거 도로 이곳은 보행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인도를 모두 자전거 도로로 설계했다. 각 지역 환경에 맞는 적절한 자전거 도로의 설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캐나다의 자전거 전용 차로. 이런 식의 자전거 차로는 캐나다 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유럽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사진: 이호선 |
누구에게 조언을 듣고 있는가?
예전 자전거 전용도로 설계안을 발표하는 시정 세미나에 취재를 간 적이 있었다. 여러 업체들이 자신들이 설계한 자전거 전용 도로안을 발표하고 지자체의 선택을 기다리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것 저것 많은 내용들이 있는 것 같아 보였지만 그 설계안의 기본은 인도와 차도를 분리해 버린 자전거 프리웨이였다.
우리의 많은 공무원들이 선진국의 인프라를 보러 해외 여행을 많이 다닌다고 들었다. 그들은 미국, 유럽, 호주와 같이 자전거가 발전된 곳에서 과연 어떤 자전거 인프라를 보고 온 것일까?
잘 보지 못했다면 우리나라의 누구에게 자전거 인프라 설계의 조언을 듣고 있는 것일까?
자동차, 보행자, 자전거, 서로 간의 공유와 공존이 중요하다.
자전거 사용자들은 '안전하고 편하게' 탈 수 있는 인프라를 원하고, 자동차 운전자들은 '편하게' 이용이 가능한 자동차 인프라를 원하며, 보행자는 '쉽고 편리하며 안전한' 보행자길을 원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완전하게 충족할 수 있는 인프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자동차와 자전거를 사용하며 보행자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간의 공존이다.
자전거를 탈 때는 자동차가 싸워야 할 적이 아니고,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자전거가 귀찮은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마치 보행자가 차도를 횡단할 때 자동차들이 기다려주는 것과 같은 공존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전거 이용자들은 간혹 시내버스를 이용하곤 한다. 물론 자전거를 앞에 장착하는 동안 잠시 기다려 주는 승객들의 배려가 필요하다. |
미국의 작은 타운 데이비스(Davis)는 아침 출근 시간에 자동차보다 더 많은 자전거를 볼 수 있다. |
출근 도중 아침 식사를 하는 자전거 라이더들이 일상이 되어 버린 데이비스의 아침. 자전거 인프라는 잘 되어 있지 않지만 보행자, 자동차, 자전거가 서로 공간을 공유하고자 하는 자세가 이런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
선진국의 공존의 지혜에서 배우자.
1996년 처음 필자가 호주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그들의 자전거 도로를 볼 때 조금 놀랐다. 차도 중간에 일반 차로의 1/3 가량의 자전거 전용 차선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자전거 도로의 좌우로 자동차 차로가 그려져 있어 그 사이를 달려야 하는 상황인데, 생각보다 자동차와 자전거가 잘 어울어져 달릴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자전거 차로는 호주 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캐나다 등 자전거 생활이 활성화된 거의 모든 선진국에 적용되어 있다. 물론 이런 자전거 차로는 자전거에 조금 미숙한 사용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것이지만, 사용하기 어려운 자전거 길이나 전체적인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는 자전거 길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다.
그리고, 샌프란시코의 지하철 역에 가보면 자전거들이 지하철 개찰구 안에 묶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공간은 지하철 역무원의 시야가 확보되는 곳이어서 강제로 자전거 열쇠를 끊어 가는 등의 행위는 조금 어려워보이고, 사용자들도 조금은 안심될 만한 공간이다.
아주 안전해 보이는 우리나라의 캡슐형 자전거 주차공간도 있지만, 이런 식의 큰 비용을 사용하지 않고 지하철 빈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인프라들은 모두 자동차와 자전거의 공존, 그리고 지하철 내의 보행자와 자전거 사용자의 공존에서 가능한 것이다. 우리도 그런 공존의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샌프란시스코 지하철 역사 내에 위치한 자전거 보관소 개표구를 넘어서 보관소가 있고, 바로 옆에 역무원이 있어 기본적인 도난을 방지해준다. |
단순하지만 효율적인 자전거 거치대. 우리의 바퀴를 넣는 거치대에 비해 자전거를 안전하게 잠글 수 있다. |
자전거와 자동차, 모두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 것들이다. 공유와 공존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
공존의 지혜를 위해서는 인프라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꾸준한 교육이 중요하다.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교육이든, 자전거 라이더에 대한 교육이든, 보행자에 대한 교육이든 서로 공유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교육하는 것이 인프라 개발 만큼이나 중요시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인프라 개발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잊어버리고 사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