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 드 프랑스와 도핑 스캔들, 랜스 암스트롱 영화 2편 소개
에디터 : 박창민 편집장

세계 최대의 로드 사이클링 이벤트인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 이하 TDF)가 올 7월에도 최고의 라이더들과 함께 프랑스에서 열리게 됩니다.
3주 간 21개의 스테이지로 열리게 되는 TDF는 선수들 뿐 아니라 팀 스탭과 운영진, 스폰서들까지 정말 다양한 스토리가 연결되어 세계적인 대회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TDF를 이해하는 것이 더욱 복잡하면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유명한 대회인 만큼 TDF에 관련된 많은 영화가 만들어졌고, 나름대로의 스토리를 우리에게 전달하지만, 정작 유럽에서 만들어진 영화도 TDF를 잘 이해하는 작품이 적다는 것에 놀라곤 합니다.
TDF 2022 에디션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그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영화 2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랜스 암스트롱, 그 역사를 영화로 만들다.


이번에 소개하는 영화 2편은 사실 동일한 스토리로, 랜스 암스트롱(Lance Armstrong)에 관한 내용입니다.
랜스 암스트롱은 TDF 7연승이라는 전설을 기록하지만, 최악의 도핑 스캔들에 휘말리며 사기꾼으로 전락한 선수입니다.

소개할 작품은 '챔피언 프로그램'과 '암스트롱의 거짓말'이라는 2개의 영화입니다.
사실, 이 두 영화는 내용까지 거의 동일한데, '챔피언 프로그램'은 배우가 출연하여 스토리로 전개되는 일반적인 영화이며, '암스트롱의 거짓말'은 실제 암스트롱 선수를 촬영하여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차이를 가집니다.
제법 오래 전에 개봉된 영화이기 때문에, 보신 분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일한 스토리지만, 두 영화를 동시에 소개하는 이유는, 사이클링 역사적으로 워낙 치명적이었던 랜스 암스트롱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사이클리스트 뿐 아니라 프로 선수들이 겪게 되는 한계와 어려움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대회로 꼽히는 사이클링 그랜드투어, 그랜드투어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TDF에서 선수들이 겪는 현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제목-없음-2.jpg랜스 암스트롱의 다큐멘터리 담당자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암스트롱의 거짓말'
실제 암스트롱을 촬영한 내용과 인터뷰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 보기 : https://youtu.be/mNLW8Q1uM0I

제목-없음-1.jpg랜스 암스트롱의 스캔들을 영화로 재해석한 '챔피언 프로그램'
영화의 스토리를 통해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조금 더 수월합니다.
영화 보기 : https://youtu.be/XuJclmvTzvg


어느 영화를 먼저 보면 좋을까?


동일한 스토리의 영화를 어떤 것부터 먼저 보면 좋을 지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랜스 암스트롱 선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경우라면 '암스트롱의 거짓말' 다큐멘터리 영화를 먼저 보기를 권합니다. 그 후에 '챔피언 프로그램'을 보게 되면, 그 속의 인물과 스토리가 더욱 잘 이해되면서 흥미가 올라갑니다.
하지만, 이제 TDF 입문자라면 영화를 먼저 보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흥미로운 스토리로 TDF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그 다음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면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인터뷰 내용들이 더 쉽게 이해됩니다.


TDF와 도핑


투르 드 프랑스를 이해하는 데 도핑을 주제로 삼은 것에 대해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선수들이 위험을 무릅쓰고도 약물을 사용할 만큼 어렵고 간절한 대회라는 것을 잘 표현해 주기 때문입니다.
3주 동안 매일 최상급 수준의 레이스를 펼치면서, 하루라도 실수를 하면 우승컵을 잃거나 투어 자체를 떠나야 하는 아찔한 대회가 TDF입니다.
그러기에, 선수들과 우승을 원하는 팀은 도핑의 유혹을 견디는 것이 정말 어려웠을 것입니다. 물론, 하면 안 된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지만, 매일 매일 시합에서 의미없는 기록을 남기게 되면, 도핑의 유혹이 더 간절해지게 될 테니까요.

매일 매일 최고의 레이스를 펼치고, 끝도 없는 업힐을 오르면서, 도핑을 찾게 됩니다.
과거 라이더들은 술을 마시면서 나름대로의 도핑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진 : 암스트롱의 거짓말 중

선수들의 인터뷰에서 끝내 무너질 수 밖에 없었던 내용들을 듣게 됩니다.
사진 : 암스트롱의 거짓말 중


왜 도핑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랜스 암스트롱의 도핑 재판이 한참 진행되던 2012년, 우리는 사이클 선수들이 왜 그렇게 도핑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었습니다. 그리고, 랜스 암스트롱만 약물을 사용하고, 다른 선수들은 깨끗했었나?라는 질문도 했었죠.
이와 같은 답변은 영화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약물을 하거나 그저 그런 선수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선택"이라면,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에 대해 스스로도 의심을 하게 됩니다.
실제, 암스트롱이 TDF 우승을 했던 1999년부터 2005년 사이에 포디엄에 오른 모든 선수들이 도핑으로 그 자격을 실격 당했고, 도핑을 하지 않았다면 아예 포디엄에도 오르지 못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투르 드 프랑스를 우승하려면 엄청난 업힐 스테이지에서 큰 시간 차를 벌려야 합니다.
사진 : 챔피언 프로그램 중

90년 대 선수들은 EPO라는 약물을 스위스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할 수 있었습니다.
EPO는 적혈구의 산소 전달 능력을 높여주는 약물입니다.
사진 : 챔피언 프로그램 중

산소 공급 능력이 우승을 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EPO와 자가 수혈 등의 방법으로 적혈구 수치를 늘리기 위한 도핑이 발달되기 시작합니다.
사진 : 암스트롱의 거짓말 중

랜스 암스트롱이 TDF를 우승했던 시기에, 함께 포디엄에 올랐던 모든 선수들은
이미 도핑 테스트에 걸리며 자격이 모두 박탈된 상황이었습니다.
오로지, 2012년까지 랜스 암스트롱 선수만 1위의 기록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사진 : 암스트롱의 거짓말 중


미켈레 페라리의 등장


랜스 암스트롱의 도핑을 도와준 전문가는 팀 닥터인 미켈레 페라리 박사였습니다. 그는 훈련과 식단, 그리고 약물을 이용해 선수들이 한계를 넘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고, 랜스 암스트롱의 신체적 가능성을 확인 후 그에게 모든 실험을 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최악의 도핑 시스템을 설계하였지만, 그는 현대 운동역학과 트레이닝에 대해 큰 영향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최신 트레이닝 방법론에 대한 많은 지식이 그로부터 나온 것이죠.

EPO의 가능성을 알아내고, 자가 수혈이라는 방법을 만든 미켈레 페라리 박사는
랜스 암스트롱 도핑 스캔들의 주요한 인물입니다.
사진 : 암스트롱의 거짓말 중

암을 극복한 후, 암스트롱은 페라리 박사를 찾아가 자신이 우승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리고, '과학적이지 않은 트레이닝은 무의미하다'는 페라리 박사의 의견에 따라 도핑을 시도하게 됩니다.
사진 : 챔피언 프로그램 중


랜스 암스트롱의 복귀


2009년 암스트롱 선수는 2005년 은퇴 후 다시 TDF의 복귀를 선언하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어쩌면 랜스 암스트롱의 신화는 여전히 그 기록을 가지고 있을 지 모르죠.
랜스 암스트롱은 복귀한 것을 가장 후회하는 일이라고 말했지만, 이것은 진실을 밝힐 수 있던 마지막 기회였을 지도 모르고, 상황은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2009년 암스트롱의 복귀 소식을 듣고 요한 브뤼닐 감독은 "취한 거야?"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완벽하게 우승하고 은퇴한 선수가 복귀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던 것이죠.
사진 : 암스트롱의 거짓말 중

복귀로 인해 도핑 스캔들이 다시 불거지고 끝내 오프라 윈프리 쇼에 등장해 자신의 도핑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가장 후회한 일을 복귀라고 이야기 하죠.
사진 : 암스트롱의 거짓말 중


전설적인 도핑 스캔들이 가능했던 이유?


7년이라는 시간은 무척 길고, 누군가가 거짓을 숨기기에는 어려운 시간입니다. 그런데, 랜스 암스트롱은 그것을 가능하게 했고, 복귀라는 시도가 없었다면, 어쩌면 아직 그는 암을 이기고 TDF 7연승을 차지한 스포츠 영웅으로 남았을지 모릅니다.

이런 역사가 가능했던 이유는, 암스트롱 선수로 인해 투르 드 프랑스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저 유럽에서 인기를 얻었던 자전거 경기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세계적인 기업들의 후원을 받게 되면서, 선수 뿐 아니라 관련 산업들의 성장이 엄청났던 시기였습니다.
자전거 연맹인 UCI의 위상이 높아지고, 작은 스포츠 채널이었던 유로스포츠가 세계적인 방송사로 성장하고, 미국의 자전거 브랜드 트렉이 세계 최대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너무나 거대한 산업이 랜스 암스트롱의 도핑과 연계되어 있어서, 모두 알고 있었지만 차마 공식적인 인정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암스트롱의 도핑 결과에 문제가 있었을 때 유로스포츠 채널에게 무마할 것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사진 : 챔피언 프로그램 중


우리가 사랑하는 TDF


이제는 사이클링 시합에서 도핑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유혹은 있겠지만, 방법을 찾는 위험을 무릅쓰는 대신 깨끗하게 경쟁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느끼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더 이상 도핑에 의한 우승을 의심할 필요는 거의 없어졌고, 우리는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선수들의 라이딩을 보며 응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두 영화는 투르 드 프랑스가 가진 혹독함, 그리고 그 안에서 겪는 유혹과 영광에 대해 잘 표현한 스토리입니다. 그랜드투어에서 우승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고, 선수들이 추위와 더위, 고통과 싸우면서 자전거를 타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내가 랜스 암스트롱의 상황이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라는 도덕적인 질문을 계속 던지며 이 영화를 봤고, 끝내 '나도 장담할 수는 없겠구나'라며 한숨을 쉬게 만든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이 영화들을 보면서,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대회로 꼽히는 투르 드 프랑스를 뛰는 선수들의 고통과 영광, 그리고 유혹을 간접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위의 기사는 개인적인 용도 및 비상업적인 용도의 '퍼가기'를 허용하며, 상업적인 용도의 발췌 및 사진 사용은 저작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