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자로드]봄철 주꾸미 찾아 청계천을 가다.
에디터 : 정혜인 기자

움츠려 든 입맛을 돋우고 기력을 회생시킬 건강 먹자로드를 떠날 때가 왔다.
봄철의 대표적인 음식들은 다양하나 기력 충전의 최고봉이라 꼽을 수 있는 주꾸미를 만나기 위해 서울 청계천으로 자전거 페달을 돌렸다.
그동안 청계천은 자전거 통행이 쉽지 않은 구간이 있어 눈치 아닌 눈치밥을 먹어야 했던 곳이지만, 올해 4월부터 청계광장~청계7가 사거리까지 약 3.4km 구간을 자전거우선도로로 지정한다는 서울시의 방침에 따라 조금 더 당당하게 청계천로를 활보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서울의 역사와 문화, 환경이 공존하는 청계천을 따라 용두동의 주꾸미 골목으로 향했다.

* 이번 기사의 주체인 해산물의 이름은 '주꾸미'가 표준어이긴 하나, 등록된 상호명에 따라, 쭈꾸미라고도 표현되었음. 

청계광장~중랑천을 만나는 살곶이공원까지 약 8km의 청계천 길 중에서 자전거도로가 없는 청계광장~청계7가 사거리(3.4km) 구간이 올해 4월부터 자전거우선도로로 시행된다.
도로가 바뀐 것은 없지만, 자전거에 대한 작은 배려들을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지도를 클릭하면 더욱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천연 피로회복제 봄철 주꾸미 만나러 '용두동쭈꾸미골목'

동대문과 청량리, 고려대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용두동 쭈꾸미골목, 그곳에서는 매일 매콤달콤한 주꾸미볶음 냄새가 진동한다. 봄기운이 일기 시작한 3월부터 더욱 북새통을 이루는 통에 직장인들의 표준 점심시간을 피해 골목의 터줏대감이자 원조 주꾸미집인 나정순할매쭈꾸미(호남식당)로 찾아갔다.

주꾸미는 천연 피로회복제라 불리는 타우린이 풍부한 해산물로 피로회복은 물론, 혈액순환 개선과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효능이 뛰어나다. 두뇌발달에 좋은 DHA와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 봄철 음식으로 5월까지 그 풍성한 맛과 영양이 가장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유난히 오동통해 보이는 주꾸미를 먹으러 용두동주꾸미골목의 원조집인 나정순할매쭈꾸미를 찾았다.

그야말로 매콤 달콤한 소스로만 볶아내는 맛이 일품이다.
무엇보다 신선한 주꾸미와 매콤달콤하면서 깔끔한 맛이 이 집 주꾸미 요리의 가장 큰 특징이다.
1인분의 350g(1만원)이라 그런지 채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양이 많은 편이다.

나정순할매주꾸미는 통통하고 싱싱한 주꾸미가 매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려져 철판에 오르는데 야채와 함께 볶아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과정을 마친 빨간 주꾸미만 불판에서 익혀진다.
주꾸미에 베인 매운 맛에 정신을 잃고 먹다가 입안이 얼얼해지면 달짝지근한 당근으로 입안을 달래주고, 마무리로 매운 소스에 밥을 볶아먹는 맛이 일품이다. 지나치게 맵지도, 독특한 양념 맛의 첨가도 없는 비슷비슷한 맛이라 여겨질 수 있겠지만, 남몰래 선행을 베풀어 온 쌀 기부천사로 더 유명한 나정순 사장님의 마음이 녹아든 맛이라 더욱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무학교에서 청계천로를 이탈한 후, 용두동 사거리 방향으로 직진하면 되는데 두번째 사거리에 닿기 전 우측에서 빨간색 식당을 발견할 수 있다.

직장인들의 표준 점심시간은 피해가는 게 상책이다.
자전거 거치공간이 적당치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투명 유리문 안에서 살필 수 있도록 메어두고 나정순 사장님의 레이더망을 부탁할 수는 있다. 


청계천 길 8km 전면 자전거 통행 개통?!

과거의 청계천을 되살린 현재의 청계천은 그곳 터줏대감들의 오랜 삶과 현재의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복잡한 시간다툼과 시끄러운 소음 속에 낭만과 여유, 그리고 열정이 녹아있는 서울의 진짜 모습을 축소해 놓은 것 같기도 하다.
청계천이 복원된 후, 서울시 추천 산책코스로 손꼽히고 있지만, 다른 하천과 달리 보행자를 위해 개발되어 자전거를 타고 가기에는 애로사항이 있다. 청계광장~신답철교까지는 청계천로 도로에서 차량들과 함께 달려야 하고 신답철교부터 중랑천과 만나는 청계천 합수부까지만 물길을 따라 달릴 수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청계7가~신답철교까지는 자동차 도로 위라 하더라도 왼쪽에 자전거도로표시가 있어 자전거 주행에 부담이 적지만, 가장 복잡한 청계광장~청계7가 사거리까지는 자전거 표시 구간이 없을 뿐더러, 차량이 많아 진입이 꺼려진다.
그러나 서울시에서 올해 4월부터 가장 복잡한 이 구간에 대해 자전거우선도로로 지정키로 했고, 차량과 자전거가 안전하게 함께 다닐 수 있도록 가드라인을 제시키로 했다. 일부 청계상인들의 반대로 당초 계획했던 4월 1일부터 표시돼야 했던 자전거우선도로 표시는 아직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곧 시행되는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코블스톤(?)으로 시작되는 청계천로의 출발점, 청계광장.
이곳에서부터 자전거우선도로가 시행된다.


한국관광공사가 있는 구간부터 일부는 도로폭이 좁아지는데다 관광버스 통행이 많다. 일방통행이라 갓길 폭의 여유가 있는 편이다.
자전거우선이라는 표기는 아직 없지만, 있더라도 안전주행해야 할 곳이다.
이곳의 제한 속도는 30km/h이다.

청계7가 사거리를 만나기까지 자동차 바로 옆에서 달려야 하는 탓에 아래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신답철교까지 보행자 전용으로 자전거 통행 금지구역이다.

청계광장~청계7가 사거리까지, 차량과 차량보다 무서한 오토바이와 함께 달려야 하는 점은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낮은 제한 속도는 물론, 신호가 많고 도로에 정차 중인 차들이 많아  차량의 주행속도는 자전거와 비슷했다.

청계천로는 황학동 벼룩시장과 황학동 곱창골목, 서울풍물시장, 마장동 먹자골목 등 먹거리와 볼거리가 즐비하다


청계7가 사거리~고산자교까지 한 방향 자전거자동차겸용도로


고산지교~신답철교까지 양방향 자전거전용도로

신답철교 아래의 청계천 진입방향


신답철교부터는 중랑천과 한강을 만나는 곳까지 청계천 물길따라 달릴 수 있다.


필자가 직접 지난 4월 9일에 주행해본 결과, 청계광장~청계7가 사거리 구간 대부분은 최고속도 30~50km/h로 제한된 곳인데다 신호대기가 잦고 차량과 오토바이가 많아 속도가 나지 않았다. 그들과 함께 차도에 섞여 주행하는 동안 자전거주행에 방해하려는 움직임 역시 거의 느껴지지 않았지만, 자전거를 위한 표시가 있을 때까지 조심해서 주행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차량보다 마음 급한 오토바이가 더 위험하니 청계7가 사거리까지는 도로 우측에서 주행하는 게 낫다. 

청계천에서 만난 과거, 청계천 문화관

청계천 중간 구간쯤(성동구)에 위치한 청계천 문화관 건너편에 과거 판자촌의 모습을 재현한 판자집 테마-존이 있다.
이는 1960~1970년대 청계천 일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판자집의 옛모습을 재현하여 현재의 청계천 변천과정과 그때 당시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장년층들에게 추억의 장소로, 청소년층에게는 가난하게 살았던 과거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로 제공되고 있다.
판자집 테마-존에는 교실과 구멍가게, 다방이 재현돼 있는데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묘사해 놓은 듯 꽤 사실적이다.
다방은 믹스커피 한잔 기울일 수 있는 쉼터로도 제공되고 있으며, 요금은 자율적으로 내는 기부금 형식이다. 별도의 자전거 거치대는 없지만, 앞마당에 잠시 거치해줄만한 공간은 여유롭다.
월요일은 휴무이며, 화, 수, 목, 일요일은 10시~18시까지, 금, 토요일은 10시~19시까지 운영한다.

1960~1970년대 청계천 일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판자촌의 모습을 재현한 판자집 테마-존

당시의 교실과 구멍가게, 다방이 재현돼 있다.
앞 마당에 자전거를 잠시 거치해두고, 다방에 마련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져보자.  


과거의 청계천 판자촌





커피값은 기부금 형식이니 사전에 현금을 준비하고, 카드 밖에 없다는 핑계는 사양.
월요일은 휴무이며, 화, 수, 목, 일요일은 10시~18시까지, 금, 토요일은 10시~19시까지 운영한다.


이야기 거리 & 라이딩 거리가 만나는 청계천

비교적 구간이 짧고 복잡한 청계천이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서울의 줄기니만큼 주변에 볼거리와 먹거리가 다양하다. 또 중랑천과 한강과의 합수부가 멀지 않아 먹기 위해 달리는 자전거의 먹자로드로 최적의 코스이기도 하다.
단, 청계천 인근은 대부분 유동인구가 많거나, 없거나인데, '많은' 곳은 사람과 차가 많아 청계천로에서 벗어나면 최단거리로 목적지를 잡는 것이 좋으며, '없는' 곳은 사람은 커녕 식당도 찾기 힘든 곳이 많다는 점을 주의하자.   
라이딩 중 자전거 정비가 걱정된다면, 청계천로에 있는 3곳의 자전거샵(한길자전거, Lsd bikes, 청계바이크)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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