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란폰도 대회, 이제는 참가자들의 문화 성장이 필요한 시기
에디터 : 박창민 편집장

아직 글로벌 팬데믹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지난 2년 동안의 상황에 비한다면 올해부터는 각 지역의 자전거 그란폰도 대회들이 참가자를 모집하며 하나둘 진행되기 시작했다. 특히 오는 6월은 매 주 몇 개의 자전거 행사들이 전국적으로 열리며 올 상반기의 마무리와 함께 포스트 팬데믹의 새로운 시즌 시작을 알리는 듯 하다.
이럴 때 일 수록 자전거를 좋아하는 우리들은 참가자로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인 듯 싶다.


빠르게 발전된 우리의 자전거 대회 문화


'그란폰도'라는 의미는 1970년 대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장거리 비경쟁 도로 자전거 이벤트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보통은 120km 이상의 난이도 있는 코스로 구성되어, 아마추어 자전거 라이더들이 완주에 도전하는 대회를 의미했으며, 이제는 동호인들의 비경쟁 로드 이벤트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우리나라에도 2010년 이후 로드 라이더들이 빠르게 늘기 시작하면서, 장거리 라이딩을 좋아하는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그란폰도가 기획되고 성장했다. 그리고, 대략 10년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완성도 높은 그란폰도들이 지역별로 성장하며, 어렵지 않게 품질 높은 그란폰도 대회를 만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정착되었다.

그리고,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의 그란폰도 대회는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자전거 행사들이 워낙 강력한 시장성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대회를 참가했던 해외 라이더들은 일본에 못지않은 완성도에 만족하며 재방문 의사를 보여주었다.
그 결과 설악그란폰도 대회는 중국, 타이완, 싱가폴, 태국 등에서 정기적인 투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유럽이나 미국의 라이더들이 우리나라 방문 시 일정을 맞추고 싶어 하는 이벤트가 될 정도로 그 인기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우리의 자전거 이벤트 문화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최측의 품질 높은 행사 진행도 중요하겠지만, 참가하는 라이더들에게 필요한 문화적 성장도 중요하기에, 이번 기사를 통해 몇 가지 이야기를 긁적여 보았다.

중국 참가자에 의해 중국에 소개된 설악그란폰도 참가 영상. 원본 : https://youtu.be/jJZRtS7K4E0


빠른 것보다 바른 라이딩 매너


불과 6~7년 전만 하더라도, 그란폰도 대회의 참가자들이 천 명을 넘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2000~5000명에 이르는 대규모 이벤트로, 규모 면에서도 크게 성장했다.
그렇다보니, 참가자들의 라이딩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사실 소규모의 투어 라이딩에 10명이 함께 달려도 서로의 실력 차이가 큰데, 수천명이 함께 달리는 이벤트에서 참가자들의 실력은 선수급 실력부터 입문자 수준까지 다양한 것이 당연하다.

초반에는 서로의 다른 실력을 배려하며 무탈하게 달리는 것이 중요.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 대한 라이딩 매너가 필요하다.
특히, 이벤트 초반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달리기 때문에, 서로의 속도에 대한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빠른 라이더는 앞에 가는 느린 라이더가 답답하고, 열심히 달려도 느린 라이더들은 뒤에서 무섭게 달려오는 사람들이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아직 컨트롤이 미숙한 라이더들은 많은 사람들 속에서 실수할까봐 노심초사 하고, 5~10명이 팩을 이루어 빠르게 앞으로 달리는 라이더들은 빠른 시간에 수백명을 추월하며 경외심과 공포심을 동시에 유발시키기도 한다.

그란폰도 행사도 우승자 시상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시상대보다 완주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이 그란폰도의 특성이다. 그래서, 실력에 맞게 라이딩에 임하고 실력이 맞지 않는 라이더들과 서로 배려하며 달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대회 진행 중 가장 복잡한 시점은 출발 시점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업힐 구간까지에서 주로 발생된다. 빠른 라이더들은 앞으로 추월하며 나가고, 느린 라이더들은 오버페이스를 해도 전반적인 속도를 쫓아가기 버겁다.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라이더들은 너무 추월에 욕심을 내지 않는 배려가 필요할 것이고, 느린 라이더들은 할 수 있다면 출발 시 후미에서 출발해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

어차피 장거리 라이딩이다 보니 초반의 추월과 오버페이스가 전체 라이딩 시간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승부가 중요한 레이스가 아니라, 완주를 목표로 하는 그란폰도에 참여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과도한 속도에 휘말리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속도를 유지하고, 과도한 추월은 삼가자.


지자체 상권에 대한 존중


그란폰도 대회는 행사가 열리는 지역의 공간과 도로를 빌려서 사용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지자체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지자체는 지역 주민들과의 협조가 원활해야 더욱 좋은 행사를 위한 지원이 가능해진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는 것 하나 만으로도 매우 기분이 좋은 행사지만,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상업적인 이득이 발생해야 가치가 있는 행사로 여겨질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참가자들의 지역 상권에 대한 존중이 더욱 필요해진다.
구매할 것이 있다면 가능한 지역 상권을 이용하려는 마음가짐도 필요하고, 충분한 보급이 주최측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간혹은 라이딩 도중 간식을 사 먹을 여유를 부리는 것도 지역 주민들에게 '자전거'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방법 중에 하나다.

이런 분위기가 잘 조성된 곳에서는, 지자체장이 자전거 행사에 대해 관심을 적게 갖자, 지역 주민들이 지자체장에게 항의를 하는 일이 생겼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어떤 곳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으로 자전거 행사 자체가 위기에 몰리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의 작은 존중이 자전거 문화에는 큰 변화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참가자들의 지역 상권 이용이 자전거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쓰레기도 내 것이라는 생각


대규모 그란폰도가 진행되고 나면 항상 거론되는 문제 중에 하나가 쓰레기다.
자신은 가볍게 버린 1개의 에너지젤 쓰레기일 수 있겠지만, 남이 보면 자전거 타는 사람이 버린 쓰레기 중에 하나고, 이런 라이더들이 수백 수천명이 되면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발생된다.

예전에 그란폰도 취재를 갔을 때, 주유소와 화장실이 있는 휴게소를 사람들이 지나면서, 초토화된 화장실과 노상방뇨, 그리고 주유기 입구에 에너지젤 쓰레기를 끼워 넣은 경우까지 발생했던 적이 있었다.
그 휴게소 사장님은 "지역에서 하는 행사여서 도움이 되려고 했지만, 쓰레기를 청소하고 주유기를 관리하느라 너무 힘든 하루였다"라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내가 가져온 쓰레기도 내 것이다. 다시 가져가는 것이 당연하다.

자신이 가지고 간 보급식을 먹고 나면, 그 쓰레기는 자기가 다시 주머니에 넣어서 가지고 가는 맞다. 주최측에서 마련한 보급식을 먹고 나서도, 깨끗하게 정리를 하고 다시 출발하는 것이 맞다.
이런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키는 것이 빠르게 발전된 우리의 그란폰도 문화를 더욱 견고하게 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것이 최고의 목표


그란폰도에 참가하는 이유는 각자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 즐거운 하루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자전거를 타는 것이 직업인 엘리트 선수들과 달리, 우리는 그저 재미있게 자전거를 즐기는 동호인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보다 더 빠르게 완주하고 싶은 욕심과 라이더들 간의 경쟁심을 참을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과도한 경쟁보다는 멋진 경치가 있는 도로에서 자전거를 조금 더 자유롭게 탈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는 하루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하루를 위한 지역 주민들의 배려와 행사 담당자들의 노력에 대해서도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무슨 대회를 이따위로 진행해!"라고 불평할 수도 있겠지만, 그 따위로 진행하기 위해서도 참으로 많은 노력은 필요하다.

어차피 동호인으로 재밌게 즐기기 위해 시작한 자전거 타기였으니, 이 날 하루는 어느 때보다 더욱 즐기고 재밌게 보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성숙된 그란폰도 문화가 바탕이 되면 더욱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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