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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박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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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피팅(fitting) 프로그램은 왠지 소수 퍼포먼스 라이더들에게 국한된 서비스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사실은 자전거를 시작하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프로그램이 피팅인데, 그 전반적인 절차가 너무 전문가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바이크프로핏의 이동건 대표와 타이완 다이나믹랩스의 올리버 린(Oliver Lin) 대표를 만나 최근 피팅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며, 전문적이지만 보편적으로 확산되어야 하는 '자전거 피팅'에 관해 견해를 나누었다. 이 글은 이들과의 인터뷰를 정리하여 만든 것이다.
바이크프로핏 이동건 대표 |
타이완 타이페이에 위치한 다이나믹랩스의 올리버 린 대표 |
자전거 피팅, 보편화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자전거 피팅은 '사이징'과 '피팅'으로 구분되고 있다.
'사이징'이라는 것은 라이더의 간단한 치수를 측정하여, 그 라이더에게 적당한 사이즈의 자전거와 안장높이 정도를 추천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이미 많은 전문점에서 적용하고 있다.
그에 비해 '피팅'이라는 것은 라이더의 치수 외에도 근력이나 유연성, 그리고 라이더의 신체적 특성 및 라이딩 경험까지 고려하여 최적의 포지션을 만들어주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번에 이야기하는 것은 '피팅'에 관한 이야기다. 이렇듯 복잡하면서도 정확한 해답을 알기 어려운 '피팅'이 보편적인 프로그램으로 확대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시작인 것이다.
피팅의 어려움 |
1. 측정의 방법 : 피팅을 받아본 라이더들이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피팅의 시작이 내 몸의 사이즈를 디테일하게 측정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을 말이다.
다리 길이인 인심부터 팔 길이, 엉덩이 치골 넓이, 어깨 넓이, 허리 유연성 등 꽤나 많은 시간을 사이즈 측정에 할애한다. 하지만, 사람의 신체라는 것이 특정한 기준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보니, 측정하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게 마련이고, 또한 그 값이 정확하게 어떻게 피팅에 응용되는지도 애매한 점이 있다.
2. 통증의 원인 분석 : 라이더가 피팅을 받는 경우의 상당수는 자전거를 타면서 어딘가 통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무릎이나 어깨가 아프거나, 손이 저리거나, 발이나 목이 아픈 경우도 있다.
그냥 오래 걷기만 해도 사람들은 이곳저곳에 통증을 느끼게 되니, 작은 안장에 앉아서 균형을 잡고 몇시간 동안 페달링을 하면 어딘가 아픈 것이 당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통증이 정상적이지 않은 것인지, 일반적인 피로에 의한 통증인지 판단하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은, 어쩌면 의사 수준의 지식이 있어야 될 지도 모른다.
3. 더 빠르게, 아니면 더 편하게 : 라이더마다 자전거를 타는 목적이 다르다. 누군가는 더 빠르게 달리고 싶을 것이고, 누군가는 더 편하게 오래 타고 싶을 것이다. 동일한 기준으로 라이더를 대한다면 일방적인 만족만을 얻을 수 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피팅을 위해 필요한 안장과 핸들바의 종류만도 수없이 많다. 올리버 린 대표는 "각 브랜드마다 제품마다 특성이 있고, 그래서 하나의 브랜드 제품으로 모든 라이더에게 만족스런 피팅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라고 말한다. |
피팅을 쉽게 만들자. |
피팅을 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바로 측정이다. 하지만, 그렇게 측정된 값이 정확하게 어떻게 라이딩 포지션에 적용되는지 그것을 확인하는 작업도 쉽지 않다.
그래서, 라이딩 중에 필요한 다양한 측정값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적용 가능한 수치가 되는 것이고, 그것을 빠르고 편하게 얻을 수 있다면 최적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디지털 측정 제품들이다. 라이더의 주요 관절 피봇에 측정 가능한 포인트를 붙이고, 그 움직임을 읽어 내어 빠른 시간에 라이딩 포지션에 필요한 다양한 수치를 얻는 것이 이런 제품들의 특징이다.
과거 리툴(Retul)이 선구자적 역할을 시작했다면, 이런 측정 방법은 최근 많은 발전과 함께 다양한 제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최근에 특히 관심을 받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벨로직핏(Velogicfit)으로, 엑스박스(XBOX) 하드웨어를 이용하여 몇백만원이면 디지털 측정툴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모션로직(Motionlogic)은 라이딩을 360도 3차원의 라이딩 데이터로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라이더의 움직임을 디테일하게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장비들이 어떻게 피팅을 쉽게 할까?
사실, 이런 측정 데이터가 피팅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일이 사람이 측정하여 계산하는 방법에 비하면 훨씬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빠른 시간 안에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렇게 얻은 정보는 기존에 사람이 직접 측정했던 데이터에 비해 정확할 뿐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있는 움직임 자체에서 결과값을 도출하기 때문에 훨씬 적용하기에 좋은 값이 된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XBOX 키넥트 센서를 이용하여 디지털 측정 장비를 개발한 벨로직핏. |
XBOX ONE 키넥트 센서는 시중에서 20만원 이하로 구할 수 있다. |
이 센서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스티커를 이용해 3차원 데이터를 쉽게 얻어내는 벨로직핏. |
모션로직은 3개의 카메라를 이용해 자동으로 수평 데이터를 찾고, 더 좁은 공간에서 정확한 3D 데이터를 생성한다. |
모션로직 3D 측정. 라이더의 전체 모습을 3차원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
그루의 인솔 피팅기는 풋베드의 차이에 따른 발의 각도를 빠르고 쉽게 판단하게 해준다. |
더 정확하고 간편한 측정이 새로운 시장을 연다. |
피팅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면서도, 제대로된 피팅을 받기 위한 복잡한 절차와 비용 때문에 꺼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라이더들이 피팅을 통해 문제를 찾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기보다, 정확한 측정을 통해 제대로 된 자전거의 사이즈와 안장 높이, 그리고 핸들바의 위치를 잡아주는 것으로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자전거가 상당히 많은 라이더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편적인 만족도를 계산하여 출시되기 때문이다.
이런 보편적인 라이더를 위해 2시간에 가까운 측정으로 안장 높이와 위치를 조절하고, 핸들바의 높이를 맞추는 것이 피팅의 끝이라면, 그 라이더는 당연히 만족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비용이 비싸다는 생각이 아니라 2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마저 들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라이더에게 단순한 디지털 측정으로 30분 안에 보편적인 안장과 핸들바 위치를 알려줄 수 있다면, 이런 피팅은(사이징에 가까울 수 있지만) 자전거 구매 전후에 받아보기를 권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간단하게 끝나는 만큼 가격도 저렴하게 책정될 것이다.
피팅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지만, 누구에게나 심층적인 분석과 상세한 측정을 통한 피팅이 필요한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간단하게 진행할 수 있는 디지털 측정 기술이 보급형 피팅을 만들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이 라이더의 측정 데이터를 얻는 것에 불과 10분도 걸리지 않는 듯 하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편적인 피팅 결과를 진단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저렴하게 많은 사람들이 피팅 서비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
아직 정답을 찾지 못하는 자전거 피팅 |
자전거 피팅에 대한 기술은 그렇게 짧다고 볼 수 없지만, 인류 전체적인 스포츠 관련 연구에 비하면 그렇게 긴 편은 아니다. 게다가 걷거나 뛰는 등의 동작이 아닌 '자전거를 탄다'는 동작은 인간에게는 생소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기에, "아직까지 피팅에 대한 이야기는 정답을 찾지 못했고, 더 나은 방향을 만들고자 개선해 가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며 이동건 대표가 설명하기도 했다.
"라이더에게는 외곡된 동작이 통증을 발생시키거나 성능을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라이딩 시 외곡된 동작이 사람이라는 개체를 봤을 때는 정말 외곡된 동작일까?라는 의학적 견해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라며 이동건 대표가 덧붙였다.
피팅의 빅테이터 생성 |
지금까지 피팅의 데이터가 개인적인 피터의 서류철과 노하우로 남아있었다면, 이제는 그 데이터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전세계가 공유하는 빅데이터로 발전해가는 시대가 되었다.
특히 디지털 측정 방법들은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 나라의 데이터가 쌓여가며, 측정값에 따른 보편적인 데이터를 만드는 데 큰 일조를 하고 있다.
신체의 구조는 나라마다 조금씩 그 특성이 다를 수 있지만, 측정된 데이터를 기준으로 본다면 전세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특징에 맞게 서로 그 값을 호환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피팅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데이터를 서비스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측정 방식들은 데이터베이스로 공유되어 전세계의 피팅 빅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다. |
트라이애슬론, 자전거 피팅 시장을 성장시키다. |
일반적인 로드나 산악 라이더들은 라이딩 도중 자전거 위에서 많은 움직임이 일어나기 때문에, 안장에 앉아서 라이딩을 하는 포지션에 집중된 피팅이 조금 적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트라이애슬론 바이크는 공기저항을 적게 받는 독주 라이딩을 위해 일관된 자세로 라이딩 내내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고, 그로 인해 피팅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다이나믹랩스의 올리버 린 대표는 "현재 피팅 서비스를 받는 라이더의 70% 이상이 트라이애슬론 라이더들입니다. 시합 참가와 자신의 기록 향상, 그리고 일관된 라이딩 포지션의 유지가 '피팅'이라는 주제와 잘 맞기 때문이죠"라며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동건 대표가 번역하여 출간된 '완벽한 자세를 위한 자전거 피팅'. 이런 책을 통해 피팅을 이해하는 것도 라이더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피팅, "사람과 자전거의 결혼" |
이동건 대표는 피팅이라는 것에 대해 "사람과 자전거의 결혼"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라이딩 중에는 함께 있어야 하지만, 그 둘의 사이는 완벽하게 편안할 수 없고, 최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라이더에게 그 해법이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피팅이라는 것은 편함과 불편하지 않은 사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동건 대표는, 편안한 라이딩을 위해 피팅을 할 것이냐, 아니면 불편하지 않지만 최고의 성능을 내기 위해 피팅을 할 것이냐를 찾는 것이 개인별로 다른 목표를 가졌다고 말한다.
피팅은 자전거를 타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 단순하고 쉬운 작업이 되고, 어떤 라이더에게는 몇 시간을 연구해도 원하는 목표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나오기도 한다. 그것은 각기 다른 라이더의 목표와 다른 신체적인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며, 그 만족을 만들기 위한 피팅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리고, 그 개인차에 따른 피팅의 목표에 더욱 다가갈 수록, 우리는 자전거와의 사이클링 라이프를 시작하는 것이 더욱 만족스러워질 것이다.
관련 웹사이트
바이크프로핏 : http://bikeprofit.com/
다이나믹랩스 : https://www.facebook.com/tridynamicla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