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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이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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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라보(Nullarbor) 지역이 시작되자마자 200km에 달하는 무인지경 지대가 시작된다. 나무들이 거의 없고 그저 키 작은 마른 풀이 자라고 있는 건조하기 짝이 없는 지역이다.
200km가 시작되는 눌라보 로드하우스(Nullarbor Roadhouse)에는 동서횡단을 하고 있는 많은 자동차 여행객들이 기름과 물 등을 보충하고 차를 점검하며 빈 뱃속을 채우는 곳이다. 나 또한 비어진 물통에 물을 채우고 식빵을 2봉지 산 후 지평선을 마주한다. 도로는 평지이나 바다를 끼고 달리는 도로이기 때문에 바람이 상당히 거세 힘겹다.
남극과 가까운 바다라서 그런지 바닷바람이 상당히 차다.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찬 관계로 가끔씩 파리떼들로부터의 해방감을 만끽하기도 한다. 길고 긴 이 구간을 한 시라도 빨리 빠져 나가기 위해 전방을 응시하는 것조차 무시한 채 오로지 도로의 흰색라인 만을 내려다 보며 페달 질을 계속하다가 갓길에 서 있는 한 대의 흰색 승용차와 도로 변까지 나와 서 있는 아름다운 몸매의 백인 여인을 무심코 지나친다.
한 참을 달려가다가 나는 대형 비디오카메라를 정확하게 나에게 겨눈 채 나의 뒤를 바짝 뒤 쫓고 있는 그 차량을 발견하고 페달질의 강도를 줄이며 서행을 하자 그들은 카메라를 계속 나에게 겨눈 채, 나와 같은 속도로 달리며 나를 인터뷰한다.
운전은 도로변까지 나와 나를 가로막았던 그 아름다운 여인이고 옆 좌석에서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나를 인터뷰하고 있는 이는 갈색계통의 피부를 갖은 남자다. 그의 첫 인사가 "곤이치와?"였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일본인 바이커들이 호주를 여행하고 있길래 만나는 사람들마다 "곤이치와?"를 갈겨 대는 거야?!!
다큐멘터리 제작자라고 하는 이들은 나의 간단한 이력과 호주여행을 하면서 내가 느낀 것 등 약 10여분의 인터뷰를 끝내고 사라진다.
그리고 홀리(Holly)는 아름다운 마음을 소유한 아름다운 가족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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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가까이를 달려 주 경계지역인 보더빌리지(Border Village)를 30km정도 남긴 지점에서 피곤함과 단조로움에 그저 땅만 내려다보며 페달질을 하고 있는데 반대차선의 모래가 뿌려진 갓길에서 "지글 지글" 모래 밀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잔뜩 숙였던 고개를 들어 건너다 보니 한 대의 흰색 캐러밴이 서 있다.
"앗, 웬 보니& 크라이드(Bonnie& Clyde:1930 년대 초반, 미국을 뒤흔든 남녀커플의 총기강도로 '페이 더나웨이'와 '워렌비티'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졌다.)가 이곳에?!!"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한결같이 새까맣고 두터운 선 글래스를 쓰고 있는 40전후의 커플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의 손에는 권총이나 라이플이 들려 있지는 않은 듯해서 나는 도로를 건너 그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나와 마주하자 그들은 정말 태양처럼 눈부신 미소를 지으며,
"당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요?, 물이 필요하냐?!"
그들, 브래드(Brad)와 쥬리(Julie)는 나를 돕기 위해 작정을 한 사람들 같다. 날씨가 간간히 비까지 뿌리는 잔뜩 흐린 날씨라서 물을 거의 안 마셨기에 물은 아직 여유가 있지만 식빵이 몇 조각 남아 있을 뿐으로 오늘 밤과 보더빌리지(Border Village)에 도착하는 내일 오전까지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를 들어야 할 판이다.
"마실 것이 아니고, 뭐 씹을 만한 것이 없나요?!"
그들은 운전석에서 내려 와 뒤편의 캐러밴으로 서둘러 들어가더니 그들이 손수 밀가루를 반죽해서 만든 빵 위에 잼을 발라 나에게 건네준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들의 5살 박이 딸인 홀리(Holly)가 그야말로 천사 같은 미소로 먹을 것에 두 눈이 뒤 집혀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다보고 있다.
정확히 저울에 달아 그녀의 엄마 아빠를 반반씩 빼어 닮은 Holly의 미소 앞에 나는 거의 혼수상태가 되었다. 순식간에 그것들을 먹어 치우고 나자, 비로소 나의 뱃속의 간절한 절규가 겨우 잠잠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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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Julie)는 나에게 비스켓 한 봉지와 차가운 콜라 2캔을 주었는데 차가운 콜라가 나의 목구멍을 적시는 순간, 나는 이미 행복의 나라로 가는 KTX의 승객이 되어 있다. 이유 없이 그저 좋은 것, 그것이 진정한 행복임에 틀림이 없어! Julie가 어제(3월 12일), 일본의 동북부지역이 대형 쓰나미를 맞아 많은 사상자가 났다는 뜻밖의 소식을 전하며 나를 놀라게 한다. 얼마 전에는 뉴질랜드에 지진이 있었는데………
이 태양의 가족은 여태껏 해 오던 사업을 처분한 뒤, 새 사업을 시작하고 Holly가 학교에 들어가는 내년이 되기 전에 무기한의 가족여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이들의 살인적인 미소에 온 몸이 녹아 내리는 듯한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 정말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댄(Dan)이 뒤 짐받이 대를 손 봐준 후부터는 하루130km를 기록하며 달리고 있다. 하루 반 만에 200km구간을 통과하며 주경계인 보더빌리지(Border Village)에 도착한다.
바다로 완벽하게 둘러 쌓인 한 개의 큰 섬이고 대륙인 호주는 주위의 세계와 완전 격리 보호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주는 자국 내에서 또 다시 주경계지역을 철저히 통제하며 농산물의 국내 상호 왕래조차 원천 봉쇄하고 있다.
농산물에 붙어 있는 벌레나 파리들이 질병을 퍼트릴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라지만 이미 엄청난 수의 파리, 쇠파리 떼들이 바람을 타고 수 십, 수 백km를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는 판국에 주경계 도로에서 모든 차량들을 세우고 의도적이던 아니던 상관없이 사람들이 그들의 차량에 가지고 있는 과일이나 채소, 그리고 꿀을 색출해 내서 적발되면 상당한 금액의 벌금을 부과 한다고 하는데………
나에게 야채나 과일 등은 천부당 만부당 관련이 없는 품목이라 '정지'라는 경고를 무시한 채, 유유히 검문소를 지나치자마자 검문소 안에 있던, 그의 얼굴이 온통 수염으로 범벅이 되어있는 큰 덩치의 한 아저씨가 고함을 치며 나를 불러 세운다.
"너, 저 'Stop' 사인을 뭘로 아는 거야?! 가방 안 좀 열어 봐 봐!"
불행하게도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식빵과 비스켓, 오렌지 쥬스와 물뿐이다. 이동금지품목인 꿀을 가지고 있었으나 다 먹어 버렸다.
"다음부터는 저 'Stop'의 의미를 결코 잊거나 무시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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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의 난리라면 거의 결벽증수준이다. 호주는 자신의 나라가 어떤 식으로든지 오염되는 것을 원천 봉쇄 하기 위해 공장이나 발전소 등을 안 짓고 안 만든다고 한다.
결국 근본적인 에너지 원이 부족한 듯 절전 절수가 일상생활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 있다. 꼭 필요한 곳에만 전기 플러그가 있고 그 플러그조차도 전기를 쓰지 않을 때는 스위치를 끄게 해 놓아 단 한 방울의 에너지 조차 쓸데없이 흘러나가는 것을 방지한다.
수세식 양변기에도 스위치가 두 개로, 한 개는 소변용, 다른 하나는 대변용으로 구분되어 설치되어 있다. 이 세상으로부터의 어떤 위험이나 위협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된 난공불락의 요새인 호주는 그들과 그들의 자자손손이 청정인(淸淨人)으로 건강하게 장수하며 살 수 있는 청정자연, 청정대륙, 청정나라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전혀 손 안대고 그대로 나둔다.
"Let it be!"
어마어마하게 묻혀있는 지하자원조차도 갱도를 팔 필요도 없는 노천 광산으로 포크레인으로 퍼내기만 하면 된다고 하니 정말 축복 받은 나라, 호주임에 틀림이 없다. 거대한 대륙이자 폐쇄적인 섬이면서 또한 평생 팔아먹고 살기에 충분한 재산(지하자원)을 가진, 아주 특별한 환경 속에 살아가고 있는 호주인들이 폐쇄적이고 보수적이고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내가 지금 달리고 있는 동서횡단하이웨이의 주요 차량은 로드트레인과 캐러밴(Caravan)들로 나를 스쳐 지나가는 수 많은 캐러밴여행 족의 거의 모두가 호주와 뉴질랜드 인들인데 그들은 다른 나라들을 여행한 경험이 거의 없고 오로지 호주 대륙을 10 년 20년 하염없이 돌고 또 돌고 있다.
그들이 직접 개조했다는 이 밴의 내부를 보면 정말 치밀하게 계산되어 작지만 완벽한 집임을 알 수 있다. '마티아스'는 카메라 매니어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호주 전역을 돌고 있다. |
호주는 지하자원 판돈으로 식품을 비롯 가전제품, 차 등 거의 대부분의 생필품들을 수입해서 살아간다. 물가는 엄청 비싸지만 시간 당 임금이 비교적 높은 관계로 생활이 유지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경제구조가 내가 여태껏 살아 온 한국이나 일본, 미국 등 지구상의 대부분의 나라들과 너무나도 다르기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물론 이들이 어찌 살던 내가 알 바는 아니지만 두 달 가까이 이 대륙에서 먹고 마시며 횡단을 해야 하는 바이커로서 하루하루의 생계가 걸려 있기에 문제다. 스위스에서 온 바이커인 크리스티안과 산드라는 호주의 비싼 물가에 질려 버렸고, 호주를 횡단하는 동안 슈퍼마켓을 못 만나면 오로지 파스타만 삶아 먹는다고 하면서 호주는 두 번 다시 오지 않겠다며 치를 떨었다.
호주에서 돈을 벌어 쓴다면 몰라도 호주를 그저 여행하고 있는, 그것도 두 달 가까이 무인지경의 도로를 달려야 하는 바이커들에게 호주는 최악의 나라다.
오늘이 3월 15일로 시드니를 떠난 지 꼭 한 달째인데 나는 이미 3,000km가까이 달렸다. Dan의 도움으로 뒤 짐받이 대가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되자, 이제는 뒤 타이어가 헤지고 찢어져 나가기 시작하고 닳고 닳아 있는 뒤 바퀴의 두 작은 기어가 제대로 할 일을 못하고 있다.
평지에서는 괜찮은데 대단치도 않은 경사의 언덕길을 오르려고 페달에 힘을 주면 체인이 걸리지 않고 미끄러진다. 페달을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밟으며 살살 기어 올라가야 하고 간혹 급경사를 만나면 차라리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다.
어쨌거나 두 바퀴는 굴러가고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오늘 하루 120km를 달려 마두라(Madura)를 20km정도 남겨 놓은 지점에서 썩은 나무의 등걸이 들이 산만하게 굴러다니고 있는 작은 언덕 밭이 위에 자전거를 세우고 텐트를 치려다 나는 기겁을 한다. 큰 썩은 나무 등거리에 자전거를 기대어 세워 놓고 그 밑에 텐트를 치려는데 자전거 가방 밑에 정말 흉측하게 큰 거미가 은밀하게 붙어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기겁을 한다. 문득, 한 호주 인으로부터 숲 속에서 야영을 할 때, 뱀과 거미를 주의해야 한다고 들은 것을 상기시킨다. 분명 썩은 나무등걸이 속에서 기어 나와 숨어 들은 것임에 틀림이 없다. 나는 큰 나뭇가지로 그것을 걷어 내고 두들겨 팼다.
“휴우, 하마터면 저 놈 독침 한 방에 한 건달의 인생이 끝장 날 뻔 했네!”
나는 아주 굵은 나뭇가지를 주워 그 나무 등거리를 한 참 두들겨대며 지켜본 후, 더 이상의 잔류거미가 없는 듯해서 텐트를 친다. 2,3일 전부터 또 다시 거듭된 하늘의 혼란 속에 태양과 달이 사라졌고 하늘이 언제 무너져 내려도 결코 이상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는 자전거 포장용 비닐로 텐트 위를 철통같이 덮어 씌운다. 텐트 치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사나운 바람이 사방으로 산란하며 나의 텐트와 비닐을 찢을 듯이 뒤 흔들어 대더니 드디어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 사나운 바람과 함께 차가운 빗줄기가 사정없이 텐트와 비닐 위를 두드려 댔으나 나와 ‘엘 파마’는 감쪽같이 무사했다. 그래서 누군가가 말했잖아?!
유비무환(有備無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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