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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장치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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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자신의 인생에 하나쯤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이들'에게 더 큰 매력을 느낍니다. 가령, 오디오에 미쳐 '천상의 소리'를 찾는다며 중고 오디오점을 하루 종일 돌아다닌다던지, 오페라에 빠져 생활비 전부를 오페라 관람비로 쓰는 이들, 자전거에 푹 빠져 한 달 월급을 통째로 자전거 업그레이드에 투자한다거나, 등산이 좋아 등산용품으로 아파트 전세값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는 이들처럼 말입니다.
자신만의 취향을 가진 이들, 천만 개의 일보다도, 단 한 가지 일이 더 가치 있고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사람을 고를 때도 자신만의 '특별한' 안목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진정으로 그 사랑을 아름답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저 '적당히', '아무거나'를 외치는 사람이,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는 사람이, "당신이 좋아요"라고 고백을 해 온다면, 나는 "그냥, 적당히 좋으신가요? 아니면 아무나 원래 좋아하시는 건가요?"라고 되묻고 싶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황준 작가의 책 <어느날 내가 오디오에 미쳤습니다>라는 책의 다음 구절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릴 때 MP3로 음악을 듣는다면 소녀시대의 'Oh~!' 보다는 스티브 바라캇의 'Flying'이 훨씬 더 행복한 기분을 만들어 주지 않을까. |
"누구나 이미 다 알고 있지만, 그렇다는 이야기를 서로 하지 않는 것,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지만, 동경하고 찾아 헤매는 것이 있습니다. 오디오 마니아들은 그것을 '궁극의 소리' 또는 '천상의 소리'라고 말합니다.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많은 오디오 마니아들은 이를 동경하고 마치 존재하는 것과 같이 착각을 하면서 지냅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다 큰 어른들이 '천상의 소리' 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런데 당연히 알고 있으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것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세상을 살면서 이렇게 하나쯤은 착각을 하면서 지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황준의 <어느날, 내가 오디오에 미쳤습니다.> 中 -
어른이 되고 난 후에는 특이하게도 다시 자전거에 푹 빠졌습니다. |
세상을 살아가면서, 때론 착각을 하면서 지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느껴지게 하는 것. 그 만큼 나를 미치게 만드는 일들은 뭐가 있었을까요?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언니에게 빼앗은 내 미키마우스 인형이, 초등학교에 접어들었을 때는 보조바퀴가 달린 나의 최고급 코렉스 자전거가, 사춘기에 접어 든 중학교 시절에는 서태지와 H.O.T가 바로 그것이었고, 고등학교 때는 만화책이, 대학생 때는 TV드라마가, 어른이 되고 난 후에는 특이하게도 다시 자전거에 푹 빠졌습니다.
다른 자전거 마니아들처럼 좀 더 좋은 자전거 기종을 탐내거나, 업그레이드에 열을 올리는 일은 비교적 적지만, 나는 어떤 날에는 눈을 뜨고 감을 때까지 자전거에 관한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과 텐덤 바이크를 탈 때는 어떤 기분이 들까.'
'자전거를 탄 아멜리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릴 때 MP3로 음악을 듣는다면 소녀시대의 'Oh~!' 보다는 스티브 바라캇의 'Flying'이 훨씬 더 행복한 기분을 만들어 주지 않을까'하는 쓸데없는 생각들 말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과 텐덤 바이크를 탈 때는 어떤 기분이 들까? |
3월에 접어들었는데도 아직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오늘부터 <바이크매거진> '하이힐을 신은 자전거' 연재를 맡은 장치선입니다. 처음에는 연재라고 해서 굉장히 망설였습니다. 저는 자전거 전문가도 아니고, 매일 자전거로 자출을 하는 성실한 자출족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거창한 자전거 이야기는 아니지만 자전거에 대한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20대 젊은이들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낼 생각입니다. <바이크매거진> 식구들과 점점 더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습니다. 조바심 내며 너무 서두르지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느리지도 않은 '자전거'의 속도 정도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