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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정혜인 기자
사진 : 정혜인 기자 |
혼자 낭만을 즐기기엔 아까울 만큼 진한 감동을 주는 곳이 있다. 그래서 사진과 영상으로 기억을 남기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과 장소를 공유하는 이유가 된다. 자전거 코스 중에 많은 사진과 영상이 남겨지고 장소가 공유된 곳 중 하나는, 아마도 경기도 남양주와 양평을 통과하는 남한강 코스일테다. '이국적이다'라는 표현을 흔하게 사용할 정도로 아늑한 감성을 자아내는 풍경이 쉴 새 없이 펼쳐지고, 곳곳마다 자연이 주는 멋스러움과 낡음이 주는 정감, 이색적인 조형물의 만남이 독특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 아닐까.
남양주의 한강공원이자, 바뀌는 계절을 먼저 눈치채는 삼패지구부터, 많은 커플과 여행객들의 인생사진 명소가 되어주는 두물머리까지의 자전거 인증샷 포인트를 공유한다.
삼패지구, 레고와 자작나무숲
서울 한강 북쪽 자전거도로에서 출발했다면, 구리암사대교와 강동대교를 지나 '한강공원 삼패지구'를 만나게 된다. 여느 한강공원과 마찬가지로 예사롭지 않은 조경이 가꿔진 곳이지만 조금 다른 볼거리가 있다.
바로, 잊고 있던 동심을 자극하는 레고(LEGO)와, 넓지는 않지만 강렬한 감성을 자극하는 자작나무숲이다.
레고 정원에는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은 게 아니라, 어른처럼 커져버린 탓에 갖고 놀 수 없는 레고가 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레고를 이리저리 옮겨 놓던 기억이 있다면, 반대로 레고의 손에 나와 자전거를 쥐어 줘 보는 건 어떨까.
자작나무 산책로는 길이가 길거나 면적이 넓지 않다. 하지만 산책로 안에서 만큼은 숲의 느낌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나무들이 충분히 빼곡하다. 산책로 한 가운데서 자작나무들의 보호를 받는 사진 속 주인공이 되어보자.
지도 보기 : http://kko.to/6sN5eIjt6
고사리 손에 놀아나던 레고가 아니다. 어른보다 커져버린 레고에게 자전거도 쥐어 줄 수 있다.
작은 레고 정원이지만 추억 소환 가능
넓거나 거대하지 않지만, 자작나무가 주는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자작나무 사이로 보이는 한강은 색다른 매력이 있다.
미사대교 아래에 사는 고래
레고 정원에서 덕소역 방향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최근 종영한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덕에 더욱 관심 받고 있는 고래 조형물이 있다.
고래가 이 자리를 지킨 지 꽤 오래되었고 생긴 것이 약간 어설퍼서인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가 최근 한강공원에 산책 나온 젊은층에게 큰 인기를 끄는 모양이다. 우영우 드라마에 매료된 열혈 시청자였다면 예쁘거나 멋지기 보다 흥미로운 인증샷 포인트가 될 테다.
고래는 꽤 덩치가 크지만, 주변을 뒤덮고 있는 화려한 꽃밭에 시선이 뺏겨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삼패지구 한강공원 부지에 속하니 약간만 눈길을 돌리면 금방 찾을 수 있다.
인증샷을 남길 때는 꽃밭을 배경으로 고래를 담기보다 탁 트인 한강뷰를 배경으로 한, 한강에 사는 고래 컨셉으로 담아보는 것도 좋다.
지도 보기 : http://kko.to/B8V0BJnaj
드라마 우영우 덕에 인기 스타 된 고래 조형물
고래 반대편으로 황하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펼쳐진 꽃밭이 있다.
계절을 먼저 타는 삼패지구 한강공원은 만발한 꽃으로 계절을 알린다.
한때는 철길, 남한강 코스의 시작
팔당대교를 지나면 남한강 코스가 시작된다. 차도와 자전거도로 교차점을 지나는 구간부터 과거의 중앙선 기차가 다녔던 철길 위를 달리게 되는 거다.
이를 증명하듯 철길이 시작되던 구간에 더 이상 기차가 달리지 않는 낡은 철길 일부를 유물처럼 보존해 둔 곳을 발견할 수 있다. 잡풀로 뒤덮여 잘 보이지 않지만 유물을 가둔 펜스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한 시간동안 기차의 길이 되어주었을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인증샷을 담기가 어렵다면 눈으로라도 담자, 최소한 내가 어떤 길 위에 있는지 알고 달린다면 감회는 더욱 남다를 것이다.
고즈넉한 주변 분위기에 심취해 달리다 보면 자신이 철길 위를 달리고 있음을 다시 한번 증명해 주는 곳이 곧 나타난다.
터널이다.
산을 관통한 긴 터널을 안전하게 자전거로 달려보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다. 자전거를 많이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곳이 있어?"라는 말이 나올 만한 곳이니 터널을 통과하기 전 인증샷은 필수겠다.
지도 보기 : http://kko.to/CoLOiCzb3
남한강 코스 초입에 과거의 철길 일부가 보존되어 있다.
과거 기차길을 자전거 도로로 재생한 구간이다.
터널이 나타나기 전에 팔당댐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비가 많이 온 다음날에는 물을 방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과거에 기차가 통과하던 터널, 진입하기 전에 선글라스를 벗고 라이트를 켜는 걸 잊지 말자.
그리움이 머무는 능내역
기차가 다녔다는 얘기는 기차역도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대부분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그날의 기억을 간직하는 기차역도 있다.
능내역은 역무원 없이 정차하는 간이역이었다. 더 이상 기차를 타러 오는 사람도, 처음 그대로의 모습도 아니지만, 낡음에서 레트로 감성을 즐기는 자전거 라이더와 차를 타고 온 여행객들이 새로운 추억을 남기려 이 폐역을 찾는다.
능내역에서의 인증샷 포인트는 다양하다. 능내역 간판이 있는 정문, 사진이 걸린 벽면과 나무 의자, 그리고 역내 대기실에서도 감성 짙은 사진을 담을 수 있다.
그리고 국토종주를 계획 중이라면 자전거 인증센터 앞에서 인증샷을 남겨도 좋겠다.
지도 보기 : http://kko.to/RAj-8L3mR
기차는 다니지 않지만 과거를 기억하는 능내역
역 앞 철길은 그대로 남아있다.
누군가의 과거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역 내에 걸려있다.
실제 기차의 객차 일부를 떼어내어 카페로 활용했던 열차카페.
지금은 이곳도 녹슨 열차의 감성을 남기는 곳이 되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양수철교
기차가 다닐 법한 철교를 자전거로 지난다는 것도 참 이색적인 일이다.
능내역을 출발한 기차가 양수역에 닿기 위해 지나던 양수철교(북한강철교)는 바닥만 철길에서 도보와 자전거길로 바뀌었을 뿐, 그때 그 모습 그대로다. 군데군데 녹이 슬어 낡은 철교 주탑의 모습이 위태롭고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탓에 드라마(호텔 델루나)나 영화(신의 한수)의 비현실 세상에서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면으로 가끔 등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바닥이 나무로 만들어져서 바퀴가 지나갈 때 마다 덜컥 거리는 소리가 마치 기차가 지나가는 듯한 소리처럼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인증샷을 촬영할 때 낡은 주탑이 충분이 보이도록 사진을 담아내는 게 포인트며, 반대편의 신 양수철교를 지나는 전철과 투샷을 남겨도 이색적인 광경이 그려진다.
그리고 양수철교를 남한강 방면으로 건너 마주하게 되는 2층 건물의 카페에 올라가면 양수철교와 남한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뷰 포인트가 있으니 참고하자.
지도 보기 : http://kko.to/rkQgAsj2c
능내역과 양수역을 잇던 양수철교(북한강철교)
바닥을 제외하고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다.
남한강 코스 방면으로 철교를 건너면 양수철교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2층 카페가 있다.
두물머리, 핫도그만 있는 건 아니야
자전거도로를 따라 양수철교를 지나면서 남양주에서 양평으로 넘어간다.
사진 촬영 명소로 손꼽히는 두물머리는 자전거도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남한강 코스를 몇 번씩 오가던 자전거 라이더 중에서도 두물머리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 꽤 많다. 유명세는 알지만 두물머리와 남한강 자전거 도로와의 근접성을 몰라서, 바로 눈에 띄지 않아서 가보지 못한 것이다.
사실, 두물머리는 양수철교 근처 자전거 도로 이탈 지점에서 불과 2km 정도의 짧은 거리다. 그래서 양평 일대를 라이딩 기점/종점으로 두거나 남한강 코스를 따라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큰 부담 없이 들르는 대표 목적지 중 하나로 꼽힌다.
주말이면 두물머리를 찾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시선이 향하는 모든 풍경은 고즈넉하고 멋지다는 것 외에 달리 표현이 어려울 정도다.
평소 풍경 감상에 진심이라면, 시간에 쫓기는 라이딩이 아니라면,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의 멋진 인생사진 하나쯤 남겨 보길 권한다.
지도 보기 : http://kko.to/VSGKXBiPj
두물머리의 대표적인 인증샷 포인트는, 잘린 나무 의자와 대형 액자 프레임이다.
예쁘려고 하기 보다는 독특한 인증샷 강추
날씨에 따라 배경이 바뀌는 것도 매력이다.
주말이나 공휴일은 방문객이 많으니, 자전거를 끌고 다니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