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는 국회, 탄소중립 교통 시스템의 주역은?
에디터 : 박창민 편집장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며 더운 날씨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가 매년 더 많아지는 요즘이다. 그리고, 이것을 '기후위기'라고 부르며, 전 세계 국가들은 다양한 해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가장 친숙하게 접하게 되는 자동차 위주의 교통수단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하게 되었고, 친환경 교통 시스템이라는 주제로 많은 정책들이 쏟아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전거 타는 국회 모임 출범


지난 8월 17일, 자전거에 관심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 모여 '자전거 타는 국회 모임'을 출범했다. 34명의 국회의원을 포함 48명의 회원으로 시작한 이번 모임 또한,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국민을 대표하는 역할을 맡은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으로, 자전거를 이용한 출퇴근을 활성화 하는 기본적인 문제부터 실천하여 현실적인 자전거 이용의 어려움을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다.
이런 의미에서 출범식 후 자전거를 직접 타며 국회에서 여의도 주변 자전거길에서 합동 라이딩을 진행했다. 그리고, 한강 자전거길에서 국회로 진입하는 길조차 제대로 갖추어 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시간이기도 했다.

이번 모임을 출범하며 빠르게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제안들을 함께 내놓았다.
- 국회 내 도로에 자전거 우선도로 설치
- 국회 본관 및 회관 2층 앞 자전거 거치대 설치
- 시민과 함께 하는 '자전거의 날' 개최
필자도 이날 행사를 참가하기 위해 자전거로 국회를 가면서 느꼈던 불편함이었던 자전거 우선도로 및 자전거 거치대 문제는, 이미 자전거로 출퇴근 하고 있는 의원들도 바로 느낀 부분이었을 것이다.
이렇듯 직접 경험해 보면 사소한 어려움이 눈에 보이고, 국회의원 뿐 아니라 공무원들도 이에 동참하면 더 많은 지역의 자전거 관련 문제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이런 점에 있어서, '자전거 타는 국회 모임'은 가치 있는 시작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보여주었다.

국회에서 한강 자전거길까지의 연결도 잘 되지 않았다는 것을 한번의 라이딩으로 깨달은 시간이다.


자전거 친화도시 포럼


'재단법인 숲과나눔'이라는 곳에서 윤제용 서울대학 교수를 포함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자전거 친화도시 모임'을 만들었고, 지난 7월 포럼에 필자도 함께 참석해 의견을 공유했다.
특히, 대전세종연구원 이재영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기후위기 시대, 왜 자전거인가?'라는 내용은 현재 우리나라의 잘못된 친환경 교통정책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발표한 2020년 발표 내용을 보면, 교통정책에 있어서 '전기차 보급', '수소차 보급', '노후 경유차 폐차지원'에 대한 예산만 있을 뿐, 자전거와 대중교통 지원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었다.
이것은 EU(유럽연합)에서 '자전거'가 지속가능하고 통합된 교통 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정책과는 매우 다른 방향이다.

전기차 보급 및 경유차 폐차 지원으로 35.8조원 예산, 하지만 자전거와 대중교통은 없다.


탄소중립의 중심은 전기차?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2050 정책 발표에 따르면, 전기차가 탄소중립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실제 그럴까?

가장 단순한 물리적인 이해가 있다면, 더 무거운 물건을 움직이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전기 자동차는 배터리의 무게 때문에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무겁다.
결과적으로, 전기 자동차를 움직이는 데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의미고, 더 많이 에너지 소모가 친환경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재영 선임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실제로 휘발유 승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기여는 122g/km, 전기 자동차의 배출 기여는 102.2g/km로 조금 낮을 뿐이며, 하이브리드 자동차(80g/km)에 비해 오히려 높다.
전기 자동차의 경우 주행 중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지만,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배터리 생산 및 폐기를 위한 소모 등 간접 배출량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실제, 전기 충전을 위한 시스템 및 배터리의 짧은 수명 등을 고려하면 휘발유 차량보다 전기차의 탄소 배출량이 더 많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전기차의 탄소배출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많다.


자전거, 대중교통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이 필요


유럽에서 교통 시스템의 중심에 자전거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이유는,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효율성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향후 20년 간 약 25조의 예산을 자전거 정책에 투입한다고 발표했는데, 우리나라가 전기차 보급과 경유차 폐기에 향후 5년 동안 35.8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과는 큰 차이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게 되면, 에너지 효율면에서 걷는 것보다도 더 효율적이라는 연구가 있다. 자전거 무게 만큼 무거워졌지만, 관성에 의해 움직이는 운동량이 매우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높은 효율성과 낮은 탄소배출량으로 자전거는 친환경 교통 시스템의 중심에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동수단으로 자전거는 가장 효율적이고, 매우 낮은 탄소배출을 만든다.


인프라 또는 인식의 문제?


자전거 친화도시 토론에 참석하면, 항상 우리나라의 자동차 중심의 도로 인프라에 대한 이야기가 문제로 거론된다.
그리고, 그에 반하는 예시로 덴마크의 코펜하겐 또는 네덜란드의 암스텔담 등이 소개되곤 한다. 이 두 도시는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자전거 친화도시로 좋은 예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여러 나라에서 자전거를 타 본 필자의 견해는 좀 다르다. 물론, 코펜하겐처럼 훌륭한 자전거 친화도시가 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우리나라처럼 밀집형 도시에서 이런 인프라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자전거를 도심에서도 잘 타고 있는 일본의 도쿄나 오사카, 타이완의 타이베이 그리고 특별한 인프라가 없지만 어디서나 자전거를 볼 수 있는 스위스의 취리히, 호주 맬번 등도 떠오른다.

코펜하겐처럼 최고의 자전거 인프라를 갖춘 도시는 환영이다.

자전거의 인프라가 잘 마련되어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은 최선이다. 하지만, 그 전에 자전거, 자동차, 보행을 모두 교통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당연하고, 도로에서 다양한 교통수단이 공유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서로 배려하고 안전을 기본으로 하는 주행과 정책이 따라올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의 제작과 배포 뿐 아니라, 자전거 주행 교육 시스템도 더욱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도로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분리하는 토목공사보다 자동차와 자전거가 서로 배려하고 인정하는 인식을 만드는 것이 더 쉽고 빠른 방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인식이 우선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시작이 반이라지만, 반으로 끝나지 않기를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줄곧 영어를 공부하는 우리나라지만, 여전히 영어가 잘 안되는 것을 보고, 영어 선생님에게 '왜 그럴까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영어 선생님은 "언제나 영어 공부를 하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은 하지만 곧 그만두고, 또 시작하고 그만두고 하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산에 가서 아래 계곡만 있다가 10년이 지나도 정상은 오르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어제 참석한 '자전거 타는 국회 모임 출범식'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려다 이렇게 글이 길어지고 말았다. 국회의원들이 함께 모여 자전거 친화도시를 만들어 보겠다는 다짐이 정말 가치 있는 모습으로 보여서, 응원하듯 기사가 길어진 것 같다.
그리고, 최근 탄소중립의 분위기를 타며 이런 모임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더욱 커지는 시기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이제부터 정상까지 오르는 꾸준한 노력이 이 모임의 진정한 가치가 될 것이라고 본다.
기후위기, 탄소중립과 같은 거창한 주제로 시작되었지만,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는 작은 실천에서 '자전거 타는 국회 모임'이 큰 변화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국회 안에서도 항상 이렇게 많은 자전거를 볼 수 있는 시작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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