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바이크매거진 앞으로 기사제보가 하나 왔다.

"서울 성수공업고등학교에 한국최초 자전거관련학과가 신설되었습니다. 취재해주세요."

제보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자전거관련 학과가 진짜 있었다. 예전 공업고등학교나 상업고등학교가 특성화시켜 관광고등학교, 미디어고등학교, 테크고등학교 등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에 자전거학과가 생겼다고 하니 매우 반길 일이다.
올해 학과가 개설되어 32명의 신입생이 공부하고 있는 성수공업고등학교를 찾아가보자.

성수공업고등학교는 2011학년도부터 녹색·친환경 특성화 고등학교로 개편되어 에코바이크과 등 5개 학과가 신설되었으며, 21세기 녹색산업을 주도할 인재 양성이라는 취지에 맞게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에코바이크’과는 친환경 녹색교통수단으로 녹색 성장산업의 기술 및 자전거와 모터사이클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국내의 유일한 학과이다.

성수공업고등학교 정문에 들어서기 전에 학교명판보다 더 눈에 띈 '서울특별시지정 자전거통학시범학교' 명판

왼쪽은 실습동, 오른쪽은 교실로 나뉘어 있다.

에코바이크과가 기자가 취재할 곳이다.

성수공업고등학교는 성수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학교 건물은 'ㄷ'자 형태로 왼쪽에는 실습동, 오른쪽에는 교실이 있는 여느 전문계 고등학교와 구조가 비슷하다.
실습동에 들어서면서 보이는 1층에는 여러 자동차들이 리프트에 올려져 자동차 정비를 배우고 있는 그린자동차과, 그 바로 위층에는 오늘 취재를 할 에코바이크, 그린생산과가 위치해 있으며 3층, 4층으로 그린전자과, 그린에너지과가 위치해 있다.

자전거정비실습실, 한마디로 미케닉룸이다.

학교를 찾은 날은 실습시간이 있는 수요일 오후였다.

에코바이크학과 실습실은 실습동 2층에 있다. 먼저 에코바이크학과를 맡고 있는 한영욱 선생님과 몇가지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에코바이크학과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에코바이크과는 올해 첫 신입생을 32명 모집해서 16명씩 두 반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특성화 고등학교로서 내년부터는 정원이 25명인 1반을 모집할 예정입니다. 에코바이크과는 정체된 학교 분위기를 쇄신하자고자 정부의 친환경 녹색성장과 관련된 학과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 하에 만들어졌습니다.

자전거실습실 옆에 있는 모터사이클실습실 학생들은 시험기간을 기준으로 자전거와 모터사이클 수업을 돌아가면서 받고 있다.

학생들은 모터사이클 수업보다 자전거 수업이 더 재미있다고 답변했다. 그 이유는 모터사이클 수업은 손에 기름이 많이 묻어서였다.

-에코바이크학과는 자전거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오토바이도 함께 배우네요?
이륜차 학과이다 보니 자전거 외에 모터사이클도 함께 배우고 있습니다. 현재 한 반을 분반하여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기준으로 한 반은 자전거, 다른 반은 모터사이클 실습으로 수업을 돌아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첫 자전거학과라 교재나 교육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자전거학과는 우리 학교가 처음이다 보니 교과서부터 만들어야 했습니다. 담당인 저와 양희석 선생님은 삼천리자전거와 S&T 모터스에서 정비관련 전문교육을 받았습니다. 삼천리자전거와 S&T 모터스 담당자 분께서 도움을 주셔서 수업을 하는데 지장은 없습니다. 내년에는 신입생이 한 반 더 늘어나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교과서 제작을 처음 시작할 때는 정보가 부족해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자전거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했지만 외국 정비 매뉴얼, 단행본 정비 교본, 전문가 조언 등을 구해 제작을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수정할 부분이 많지만 교육청 인가를 받으면 내년에 정식으로 학생들의 교과서로 출판이 되어 수업에 활용하게 됩니다.

삼천리자전거에서 지원해준 실습용 자전거

바이크클리닉에서 지원해준 공구대

실습 교과서는 한학년에 하나씩 배운다. 왼쪽부터 모터사이클정비실무, 자전거정비실무, 자전거모토사이클개요

현재 1학년이 배우고 있는 자전거정비실무 교과서에서는 기본적인 자전거 정보가 담겨 있고, 바이크매거진에 게재된 사진이 몇몇 보였다.

-에코바이크학과에는 선생님이 몇 분 계시나요?
올해는 신설이라 저하고 양희석 선생님 둘이서 맡고 있습니다. 차후에 교육과정의 운영상 두 분의 선생님이 더 참여하시게 됩니다. 삼천리자전거, S&T모터스, 바이크클리닉 등 자전거 및 모터사이클 정비 관련 전문가를 산학협력교사로 초빙해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양희석 선생님(좌)과 한영욱 선생님(우)

-에코바이크학과가 처음이다보니까 신입생모집할 때, 인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예전에 비해 입학 성적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특히 에코바이크과에 들어온 신입생은 성적도 좋으면서 자전거 및 모터사이클에 관심이 많아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도 잘 하고 있으며 미래 미케닉의 꿈을 가지고 열심히 실습하고 있습니다. 
이에 녹색,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 및 모터사이클 관련 전문기술과 정비기술을 익혀 삼천리자전거, S&T모터스 등 기타 자전거 및 모터사이클 업계에 취업을 하는데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또한 자전거, 모터사이클 관련 전문 미캐닉 기술의 체계적인 교육과 실습을 통해 개인 스스로 창업하여 하나의 샵을 운영하는데 전망이 밝습니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친구들과 얘기를 하는 학생들

학생들이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작업복을 입고 단정하게 앉아 실습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기자는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실습 수업 1시간을 같이 들어보기로 했다. 실습수업은 4명씩 4개조로 나눠 자전거 파트별로 조립하는 시간이었다. 학생들은 조별로 담당하게 된 파트에 대해 자료를 만들어 발표를 하고, 직접 실습을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받았다.

조별로 준비한 담당 파트의 분해도

첫 신입생이지만 자전거와 모터사이클에 관심이 많아 들어온 경우가 많았다. "사진에 보이는 이지훈 학생, 브레이크 레버가 반대에요."

공구와 작업복이 낯설 나이지만 실습에 집중하는 모습이 진지해 보인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나 "선생님"을 외친다.

조립하다 막히면 선생님에게 질문을 하고 여러번 시행착오를 거쳐 문제를 하나둘 해결하는 모습이었다.

다른 학생에 비해 자전거에 관심이 많은 이정환 학생은 클릿 슈즈를 신고 있었으며 반에서 자전거를 제일 많이 아는 친구라고 소개했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부족한 부분을 실습하고 있다.

작업복의 안전제일이라는 마크가 실습장내의 안전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자전거를 조립하는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사진도 찍다보니 어느덧 수업시간이 끝나는 벨이 울렸다. 전문 미케닉에게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름 열정을 보이며 자전거를 들여다보는 모습에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올해 처음 자전거학과가 생겼으나 아직은 인적, 물적 인프라가 부족한 게 사실이며, 사회적 관심뿐만 아니라 자전거 및 모터사이클 업계의 도움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아직은 미래나 진로, 직업에 대한 막연한 생각만 있을 시기지만 자전거와 모터사이클 정비를 배워 미래의 전문 미케닉으로 성장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