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우링, 하나투어와 떠나는 인생업힐을 경험한다.
에디터 : 박창민 기자

자전거를 타면서 가고 싶은 곳은 일반 여행지와는 다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 관광지보다는 예쁜 길과 경치가 좋은 한적한 도로, 그리고 도전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을 찾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전거를 타고 보면 세상의 경치와 길이 다르게 보이기 때문에, '인생'이라는 형용사를 넣을 수 있는 경험도 다른 스포츠나 관광과는 다르게 된다.
이런 자전거의 경험에서 오르막길을 뜻하는 '업힐(uphill)'은 로드바이크 라이더들에게 '도전과 성취'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마치 산악자전거 라이더들에게 멋진 '다운힐'이 인생 라이딩이 되듯이 말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타이완(Taiwan, 대만)의 우링(Wuling, 武嶺)은 이미 바이크매거진을 통해 여러번 소개되었지만, 지금까지는 다소 퍼포먼스를 지향하는 라이더들의 '도전'에 맞추어 소개된 편이었다. 물론, 우링을 오르는 길은 초급 라이더들에게는 거의 어려운 코스지만, 어느정도 로드 라이딩에 대한 경험을 가진 라이더라면 도전과 함께 인생경험으로 남길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하나투어와 타이완 관광청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이번 투어는, 타이완 타이중의 좋은 날씨와 함께 또 한번의 인생라이딩으로 기록되었다.


서쪽 해안과 르웨탄(Sun Moon Lake, 日月潭) 일주

이번 투어는 타이완 서쪽 중앙에 위치한 타이중(Taichung)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일년 내내 거의 좋은 날씨와 자전거 산업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단순히 라이딩 외에도 자이언트(GIANT), 스램(SRAM), 토픽(TOPEAK), 리자인(LEZYNE)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업체들의 주요한 생산기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인천-타이중 직항 비행편을 이용한 우리는 도착 후 자전거 조립과 함께 도심과 서쪽 해안에서 짧은 라이딩으로 자전거 점검 시간을 가졌다.

타이완 중부에 위치한 르웨탄은 우링과 함께 대표적인 라이딩 코스로, 보통 자전거 투어를 가면 이 두 곳을 연달아 라이딩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첫번째 코스로 꼽은 것이 르웨탄이다. 30km 코스를 가볍게 돌며 다음날 오르게 될 우링에 대한 워밍업 및 자전거 점검의 시간으로 갖기에 좋았다.
이번에 오르게 되는 우링 코스는 서쪽에서 진입하는 것으로, 서쪽에 위치한 르웨탄이 준비를 위한 라이딩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코스의 프로파일은 약 30km 거리에 상승고도 550m 정도로 짧은 업힐이 낙타등처럼 이어지는 호수 주변의 코스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관광지로서 르웨탄은 타이완 원주민들에게 매우 소중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소수 부족인 싸오족의 마을이나 사찰 등의 볼거리들이 많아서 스피드를 내서 달리기보다 자주 쉬면서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는 추억이 될 것이다.

작은 마을에 강렬한 색상으로 벽화를 그려 유명해진 무지개마을

한 노인의 그림으로 시작되었다는 이 마을은 10분 정도면 볼 수 있는 곳이지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장소였다.

타이중 서쪽 해안 도로는 자전거를 타기에 잘 설계되었을 뿐 아니라, 멋진 경치 때문에 타이완 라이더들도 자주 찾는 코스다.


타이중의 가장 유명한 야시장인 '펑지아 야시장'에서 첫 저녁 식사를 해결했다.

르웨탄 30km 라이딩은 우링 업힐 전날에 가벼운 워밍업 또는 우링 후에 리커버리로 추천된다.
일월담으로 잘 알려진 이 호수는 타이완 라이더들이 자주 찾는 코스로, 라이딩 뿐 아니라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한 곳이기도 하다.

르웨탄의 원주민인 싸오족 마을은 이색적인 먹거리와 볼거리로 유명하다.


중국과 인도, 대만, 일본을 오가며 불교를 전파한 현장법사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현광사를 만날 수 있다.
현장법사는 현장삼장이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우리가 서유기를 통해 알고 있는 삼장법사의 모티브를 준 인물이기도 하다.


오르막 내리막이 연결되고, 볼거리가 많은 르웨탄의 코스는 반나절을 즐기기에 충분한 매력을 갖춘 곳이다.

르웨탄 방문자 센터는 유명한 건축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우링 서쪽 업힐, 55km를 오르다.

동아시아의 가장 높은 언덕길이 작은 섬나라인 타이완에 있다. 대륙에나 있을 법한 이런 고도의 언덕이 타이완에 있는 이유는 지각변동에 의해 타이완 섬이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높은 언덕을 뜻하는 령(嶺)이 많이 있지만, 대부분 해발 1000m 미만이고, 1000m 이상의 령은 몇개에 불과하며, 가장 높은 언덕인 만항재가 1330m의 높이다.
이에 비해 우링(우리말로 굳센 언덕이라는 뜻의 '무령')은 해발 3275m로 왠만한 우리나라 령의 3배 이상의 해발고도에 위치해 있다.
이 우링을 오르는 업힐 코스는 3가지, 동쪽과 북쪽, 그리고 서쪽이다. 이 중에서 서쪽은 55km의 거리로 가장 난이도가 낮은 코스에 속한다. 난이도가 낮다고 하지만, 55km 중에 50km 이상은 그저 오르막길이다.

다음날 아침 5시 30분, 우리는 타이완의 지리적 중심지를 의미하는 비석 앞에서 우링 서쪽 업힐 라이딩을 시작했다.

우링의 긴 언덕을 오르기 위해서는 보통 새벽 5시 쯤에 라이딩을 시작한다. 초반부에 관광지가 많이 있기 때문에 차량이 늘어나기 전에 통과하는 것이 좋고, 가을이라도 30도 정도의 높은 기온까지 오르는 출발지에서 해가 뜨기 전에 선선한 공기가 있는 높은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날 라이딩에 참여한 참가자들도 5시에 호텔을 출발해 타이완의 지리중심 표식에서 5시 30분 정도 라이딩을 시작했다. 새벽에 비가 좀 내린 탓에 오히려 쾌적하고 선선한 공기가 시작을 가볍게 했고, 산 골짜기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은 탄성을 자아낼 만큼 아름다웠다.

라이딩 후 골짜기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은 잊지 못할 인생 라이딩의 시작을 알렸다.

인정관은 깊은 산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의미의 표식이기도 하다. 곧, 본격적인 업힐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헤어핀 코너가 계속 이어지고 해발고도는 빠르게 오르기 시작한다.


이날은 여행을 가기 좋은 계절탓이었는지 관광객들과 차량이 매우 많은 날이었다. 주말이면 우링을 오르는 언덕은 시원한 휴가지를 찾는 타이완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우리가 라이딩을 했던 날은 지금까지 필자가 갔었던 기억 중에 가장 많은 관광객이 있었던 날이었다. 아마도 지금까지는 모두 평일이나 토요일에 갔던 것에 비해, 그날은 일요일이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이완의 운전자들은 자전거에 대해 비교적 호의적인 편이다. 특히, 버스나 트럭 기사들도 좁은 도로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을 짜증내기 보다 서로 배려하며 운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차량에 대해 무조건적인 양보를 요구하지도 않는 것이 타이완 라이더들의 특징이다. 차가 먼저 들어오면 잠시 양보하고, 도로의 오른쪽으로 피해서 추월하기 쉽게 하는 모습이 서로를 기분 좋게 만든다. 그리고, 운전자들은 라이더 옆에서 힘을 내라며 '짜요~(힘내세요)'를 크게 외쳐주는 경우도 많다.


타이완의 차량 운전자들은 비교적 자전거 라이더들에게 호의적인 편이다. 좁은 도로지만 서로 가능한 배려하려는 모습들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이날의 목표는 오후 1시 전에 정상에 도착하는 것이다. 고도가 높아질 수록 공기는 선선해지지만 햇빛은 따가와진다. 해발 2000m 가 넘는 봉우리들이 어느새 우리의 발 아래 놓이게 되고, 3000m 대의 봉우리들이 보이는 정상은 동쪽에서 넘어오는 구름들로 장관을 만들어냈다.
해발 3000m에 다다라서는 그 구름들의 끝자락이 우리한테까지 다가서며 햇빛 사이로 구름에서 떨어져 나온 빗방울들이 날리기 시작했다. 바람에 따라 해가 뜨기도 하고 비가 내리고 하고, 서쪽은 맑은 하늘 동쪽은 구름속 짙은 안개, 이런 이상한 경험들을 뚫고 드디어 해발 3275m의 우링 정상에 섰다.
이미 구름 속에 덮혀 버린 우링은 비가 흩날리면서 약 7도 정도의 추운 날씨였지만, 정상에 도착했다는 감동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 선택과 도전, 그리고 성취, 이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즐거움 중에 하나이고, 로드 라이더들에게는 더욱 값진 경험이다.
마지막 라이더까지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55분, 무엇보다도 우리의 목표였던 오후 1시 이전에 모든 라이더들이 정상을 밟을 수 있었다. 거의 7시간 30분 동안 올라 도착한 곳, 여기가 바로 우링 정상이다.

약 2000m의 해발고도에서 농장과 목장이 운영되는 칭징농장


타이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편의점. 이곳의 해발고도는 2050m


그리고 또 이어지는 업힐. 하지만 멋진 경치가 이 업힐에 대한 보상이 되고 있다.


3000m가 넘는 산이 가장 흔하다는 타이완의 중앙산맥을 지나는 중이다.


서쪽 업힐의 가장 어려운 구간으로 꼽히는 곳은 대략 해발 2700m 정도를 지나면서 만나게 된다.

그 구간을 지나면 어느새 해발 3000m를 넘어서게 되고, 타이루거 국가공원에 들어선다.

타이루거 국가공원의 시작을 알리는 표식

이제 약 2km 정도만 가면 정상인데, 동쪽에서 넘어오는 구름이 정상을 가리고 있다. 안개가 아닌 구름 속으로 라이딩이 이어졌다.

우링 정상!
해발 3275m를 자전거로 오르는 날이 드디어 왔다.


우링을 오르기 전 알면 좋은 것들

우링 정상은 오전에 날씨가 좋다가 오후에 흐려지고 비가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능하면 오전에 정상을 올라야 멋진 경치를 감상할 확률이 높아진다.

3000m가 넘는 고도지만, 타이완은 습도와 온도가 높아서 고소증상(높은 고도에서 산소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증상)이 빨리 오지 않는다. 대략 2700m 이후부터 고소를 느끼게 되는데, 주위에 나무가 없어지기 시작하면 산소가 빠르게 줄어든다는 의미이므로, 그때부터는 가급적 심박수를 높이지 않는 것이 좋다. 차분하게 숨을 몰아쉬지 않을 만큼 꾸준하게 오르는 것이 좋다.

타이완에서 고소증상은 높은 습도와 기온으로 좀 늦게 나타난다. 해발 약 2700m 이상부터는 고소를 느끼게 되며 심박수가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다.

방수재킷은 필수다. 출발 장소인 푸리(Puli)보다 정상은 20도 이상 낮은 기온이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더라도 보온을 위해 방수재킷이 필요해진다. 그리고, 도중에 비가 내린다면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되므로, 방수재킷이 없는 경우라면 포기하고 내려가는 편이 안전하다.

에너지를 공급할 뉴트리션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보통 1시간에 한번 정도 무엇인가를 먹는 것이 좋은데, 해발 2050m에서 만나는 세븐일레븐을 지나고 나면 먹을 것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에너지젤을 이용해 탄수화물을 공급하고, 비타민과 미네랄을 음료에 타서 먹으면 도움이 된다. 특히, 마그네슘과 칼슘 등을 함께 섭취하면 쥐가 오는 것을 예방하는데 좋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해발 3000m 이상에서는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진다. 방수재킷을 준비하는 것이 필수다.

자전거 기어비는 컴팩트 추천. 라이딩을 출발해 언덕을 만나면서부터 자신의 기어가 1~3단 외에는 없다고 느낄 정도로 저단 기어 위주로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 가능한 큰 T수를 가진 카세트를 추천하며, 앞 체인링도 작은 것으로 준비하면 도움이 된다.
기어비를 바꾸었다면 반드시 충분한 변속 테스트 라이딩을 한 후에 오는 것이 좋다. 막상 준비를 단단히 하고 타이완에 도착했는데, 기어 변속에 말썽이 생겼다면 너무나 후회스럽기 때문이다.

서포트 차량과 함께 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번 여행처럼 하나투어의 패키지를 이용하면 당연히 전문 서포트 차량이 함께 오른다. 도중에 입어야 할 옷을 차에 넣어 둘 수도 있고, 기본적으로 먹을 것을 충분히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가 떨어져서 포기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업힐 이후 2~3시간의 긴 다운힐로 복귀해야 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날도 정상은 비가 왔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서포트 차량으로 따뜻하게 내려갈 수 있었기에 경치가 멋진 장소에서 여유있게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만약 자신이 정말 로드 라이딩에 경험이 많고 자신있는 라이더가 아니라면, 전문 서포트가 함께 하는 패키지 투어를 추천한다.

서포트 차량과 함께 오르는 것이 안전하다. 필요한 물품을 넣어둘 수도 있고, 도중에 물과 음식을 보충하기에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추운 정상에서 50km가 넘는 다운힐의 아찔한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

투어 전 트레이닝으로 준비하자. 어떤 자전거 여행이라 하더라도 내가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모든 것이 더욱 즐거워진다. 우링 업힐은 '도전과 성취'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오르는 동안 보이는 경치는 정말로 멋있다. 이런 경치와 도전을 동시에 즐기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하다.
최소한 약 2개월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라이딩 횟수를 늘리고, 즈위프트(Zwift) 등의 가상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물론, 전문적인 트레이닝 센터를 이용해 업힐에 맞는 훈련을 한다면 더욱 효과가 좋다.

여행을 준비했다면, 미리 트레이닝을 통해 체력을 높이는 것이 좋다. 어떤 자전거 투어라도 체력에 여유가 있다면 훨씬 재미있고 멋진 경치를 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라이더들의 버킷리스트에서 '우링'은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실제 도전한 라이더들은 아직 많지 않다. 타이완은 2시간의 비행과 1시간의 시차로 버킷리스트에 들어 있는 목록 중에 매우 쉽게 접근이 가능한 곳이다. 심지어 필자도 지난 10년 동안 우링을 7번이나 갔으니, 다가갈 수 있는 기회는 정말 자주 있다는 의미다.
특히, 서쪽에서 오르는 우링은 연중 날씨가 좋은 타이중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날짜 선택도 비교적 쉽다. 굳이 우링 업힐이 아니더라도, 타이중을 중심으로 한 로드 라이딩은 겨울에도 쾌적한 날씨 덕분에 타이완 라이더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인생업힐, 이제는 버킷리스트보다 경험리스트에 한줄 추가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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