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메고 지리산 종주
에디터 : 안영환
2013년 9월 25일 (성삼재 ~ 세석)

태백부터 시작해 남진과 북진을 해가며 5개 구간만 남은 오늘, 대간 중 대피소가 가장 많은 지리구간에 국공들의 눈을 어찌 피해야할 지를 걱정하며 머리를 짜내가며 여러 날 고민 끝에 자체 제작한 배낭에 자전거를 분해해서 넣고 성삼재로 가는 내내 일행들은 걱정할 것 없다며 가볍게 얘기하지만, 그런 말이 내 귀에 들어올리 만무하다.


자전거를 넣을 수 있도록 자체 제작한 배낭에 레인커버용 김장비닐을 씌워보니 제격이다.

여기서 국공들의 눈을 피하지 못한다면 분명 나머지 5구간은 꿈도 못 꿀 것이고 여기서 주저 앉으면서 그간의 고통과 노고가 물거품이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옥죄기 시작한다.
배낭 수정과, 우천으로 인해 산장 예약까지 변경했지만 새벽부터 내리는 비가 산행 4시간정도 계속해서 내린다. 성삼재 지킴이를 살펴보니 다행히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노고단까지 임도를 타고산행.
노고단 대피소, 두런두런 들리는 소리도 내귀엔 거슬린다. 조용히 통과하고 싶었는데~~~
부녀님이 앞서가 상황을 수습하고 인원을 확인하는 사이 쏜살같이 두번째 관문 통과.
노고단 대피소를 빠져 나오는데 계속해서 내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준비해 온 김장용 비닐을 찢어 배낭에 씌우니 싸이즈가 제격이다...ㅎㅎ


삼도봉에서 만큼은 일출을 바라보며 자전거 조립 후 멋지게 인증을 남기고 싶었는데 내리는 비로 그냥 통과한다.
아쉬운 삼도봉을 뒤로 하고 토끼봉에 오르니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구례쪽에는 운해로 뒤덮여 있고 시간과 마음적 여유로 조망과 사진을 많이 찍을수 있었다. 연하천 대피소. 이곳이 3관문이다.
다행히 이른 시간이라 국공들은 보이지 않았고 맘편히 배낭을 내려놓고 아침 식사를 하고 이곳 3관문도 무사히 통과 후 출발한다.


이곳까지 메고 온 배낭 무게도 잊게 해준 운해


형제봉에 도착해 배낭 속 부품들을 하나둘씩 맞추기 시작

감격! 감격이다.

이동을 위해 다시 분해하자.

삼각고지 업힐을 지나 형제봉에 다다르니 오늘의 하일라이트, 청명한 하늘과 운해 형제봉의 바위가 근사한 포토존이 되주기에 이곳에서 자전거 조립하는데 오고 가는 등산객들이 자전거의 탄생을보며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한다.
형제봉에서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벽소령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날리고 자전거 분해 후 제4관문인 벽소령을 쉬지 않고 그냥 통과하기로 한다.
배낭크기에 놀란 등산객들이 뭐냐는 질문에 그저 웃음으로만 답하고 국공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선비샘에서 쉬기로 하고 빠른 걸음으로 질주해 가는데 가깝다고 했던 부녀님의 말이 빗나가고 가도가도 보이질 않는다.

덕평봉과 칠선봉 사이 멋진 전망


대체 잠깐이면 된다던 선비샘은 어디로 가고 뒤에 붙어야 할 일행들도 보이지 않아 지나쳤나하는 생각이 들무렵 선비샘이 눈앞이구나.
한모금 물로 목축임 하자 일행들이 당도하고 일행 중 친구가 정성 담긴 미숫가루를 타주는 바람에 요기하고 영신봉으로~~~~
이곳에서 두번째 자전거를 조립하고 세석대피소를 배경으로 인증담고 다시 분해 후 산장 예약지인 세석대피소에 17시 도착이다.
일단 보이지 않는 구석에 배낭을 모셔두고 식사를 준비하는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사천리로 움직여 주는 일행들이 환상의 콤비를 자랑한다.
마블링의 꽃이 핀 등급 좋은 살치살로 세석마당에 냄새를 피우니 이보다 좋을 순 없구나!!!
아마도 지리 전체를 통틀어 본데도 우리 저녁상같은 왕후의 저녁상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각자의 짐을 챙겨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가는데 국공들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아 뭐라할까 두려워 재빠르게 배낭을 끌고 3층으로 뛰어올라가 내일 새벽 05시에 만날 것을 약속하고 맛있는 단잠을 청해 본다.

살치살 노릇 구워 벗들과 함께 한 만찬이 내 생에 잊지 못할 만찬이다.


2013년 9월 26일 (세석 ~ 중산리)

03시까지 단잠. 05시에 기상하기로 일행들과 약속했는데 긴장감에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일출시간과 촛대봉에 우뚝 세울 자전거 조립 시간을 계산해 가며 서서히 촛대봉을 향하고, 촛대봉에 가기 전 오른쪽 데크에서 3번째 자전거 조립을 하고 촛대봉에서의 운무와 일출 속에서 멋진 사진 담아내며 다시 분해 후 배낭 속에 담고 환상적인 조망을 해가며 연화봉에 오르니 지금껏 걸어온 지리의 능선이 그려지고 만복대,남고리봉,수정봉,봉화산,백운산,장수덕유,남덕유 등 수없는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와 그간 고생한 생각이 절로 난다..ㅠㅠ

촛대봉에 자전거를 세우고





장터목인 6관문. 조금은 무뎌진 걸까?? 배낭을 떳떳이 세워놓고 따끈한 누룽지탕으로 속을 달래며 여유로움에 취해 있을 때 내 옆을 쓰~윽 지나가는 청소하는 국공이 눈에 번뜩 띈다..@@
커다란 배낭을 꼬나보 듯 유심히 쳐다보는 국공을 피하기 위해 일행들에게 먼저 가겠노라고 양해 구한 뒤 서둘러 장터목을 빠져 나온다.
에효.....살았구나!!! 6관문도 무사통과다.
제석봉 오름길 데크에서 일행들을 기다리며 멋진 조망에 취해 인증샷을 날리고 통천문 좌로 우로 비틀어가며 간신히 통과한 후 드디어 백두대간 남단의 끝자락 천왕봉에 다다른다.
내색은 할 수 없었지만 감격이 북받쳐 오른다.
맘껏 소리를 지르며 크고 당당하게 외치고 싶다. 나 안영환이 지리산 천왕봉에 자전거를 우뚝 세웠노라고~~~


천왕봉 정상에서

감격의 순간 지리에서의 4번째 자전거를 조립하는 내내 근심과 걱정 부상의 불안을 감수해 가며 고생한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가고 천왕봉 정상에 수많은 등산객들이 자전거가 조립되어 가는 과정을 신기하게 쳐다보시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신다.
자전거를 우뚝 세운 천왕봉 표지석에서 맘껏 누리며 사진을 찍는데 수많은 갤러리들이 나를 담기 바쁘고 자전거를 내드리며 기념촬영 하시랬더니 너도나도 서로 찍으시겠다며 그런 난리도 없었다.
천왕봉, 이곳부터는 탈 수 있는 구간이 없더라도 분해하지 않고 그냥 끌고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올라오시는 등산객들 보시며 어떻게 이곳에 자전거를 가져 왔냐고 어디서 부터 왔냐고 입을 닫지 못하시고 계속 질문 세례를 하신다.


중산리까지 급다운길이긴 해도 자전거를 끌거나 메고 가는 것이 편할 듯 하다.
내려오는 길이 녹록치 않으나 조심조심 내려오니 어느새 로타리산장 바로 위에 자리하고 있는 법계사에 다다른다.
절터가 어찌나 아늑하고 좋던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이 절로 나오는구나!!
몇번의 지리산행을 했어도 진행하기에 바뻐 한번도 들러본 적이 없던 법계사에서 오늘은 이곳의 풍광에 심취되어본다.

법계사에 들러보자.

법계사의 아늑함을 뒤로 하고 로터리산장에서 가볍게 점심식사 할 생각이었으나 쉬고 있던 등산객들이 자전거를 보고 일순간에 웅성웅성 자전거라 외치는데 로타리산장의 국공과 내 눈이 동시에 스파크가 튀면서 순간 자전거를 둘러메고 쏜살같이 내려 뛰기 시작해일단 안도의숨을쉬고 중산리까지 여유롭게 내려오는데 중산리 국립공원 지킴터를 빠져나와 주차장에 들어가려는 순간 바리케이트 수리를 하고 있던 국공 6명 중 한분이 어디서 오냐구 질문하신다.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며 도로까지 갔다온다고 거짓말을 하니, 다시 하던 일을 하시고 난 살았구나 싶어 여유롭게 등산화를 벗는데 한분이 다가와 취조를 하신다..ㅠㅠ
이 차가 3일 전부터 세워져 있었다는둥,솔직히 말하라는둥 서로 간에 언성이 높아지고 로타리산장의 국공들과 연락이 된 듯한 느낌이라 법계사까지만 다녀오는 거라는 나의 거짓 증언에 혼낼 꺼리 하나 찾은 양 이곳에 자전거 못 들어오는 거 아시면서 사람 많은 곳에 자전거 자랑하러 왔냐는둥 요즘에 이런 자전거 집집마다 한두대 없는 집이 어딨냐는둥 힘들게 등산하러 오는 사람들한테 자랑하러 왔냐는둥 안면 몰수하고 들이댄다.
일단은 숙여보자 생각하고 잘못을 인정한 뒤 용서를 구한다.
그러고나니 안면몰수하던 국공이 수그러들면서 담부턴 그러지 마시란다.
ㅎㅎ에이 이양반아!!! 나도 더는 못할걸쎄..ㅋㅋ
역시 꼬랑지를 내릴 땐 확실히 내리라는 지인의 말대로 잘못을 확실히 인정하니 국공도 사람인지라 선처를 베풀어 주는구나!!
이렇게 백두대간 지리산 구간을 멋진 동지들과 함께 함에 감사하며 걸쭉한 말걸리 한대포루 지리 얘기를 안주삼아 이야기꽃을 피우니 다음 설악구간이 다시 걱정이구나!!
이렇게 멋진 동지들이 함께라면 걱정할 게 뭐 있으랴마는 잘 되겠지라는 긍정의 마인드로 설악도 들이밀어 볼란다!!!!!!!
자~~~가자 설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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