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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안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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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8일 (성삼재 ~ 새목이재)
육십령구간을 뒤로 미루고 성삼재부터 시작한다. 육십령부터 성삼재까지 3구간으로 해야 무리가 덜 가는데 두 구간도 가능할 성 싶어 일단 가는데까지 최대한 가서 끊는 걸로 하고 출발!!
성삼재에 도착하니 05시30분. 아직은 어두컴컴하다. 만복대 들머리로 향해 남고리봉 쪽을 바라보니 헤드랜턴 불빛들이 보인다.
초장부터 거칠고 미끄러운 노면과 잡목들 때문에 힘겹게 남고리봉에 오르니 대간 차림의 한분이 오르시며 물으신다. 자전거를 탈 곳이나 있냐고. '그저 가는데까지 가는 겁니다'라고 말씀드리고 그분 배낭을 보니 80L 배낭이 무거워 보인다. 많이 지쳐 보이시고 힘들어 하시길래 배낭무게를 줄이는게 상책이라는 팁과 굳이 필요치 않은 물건들은 집으로 택배를 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조언도 빠트리지 않고 해드렸다.
만복대로 가는 내내 잡목과 좁은 등로, 급커브의 등로에 자유분방한 돌탱이길이 오늘의 녹록치 않음을 예고한다. 만복대의 조망은 일품이고 성삼재에서 반야봉을 비롯해 천왕봉까지 앞으로 숙제의길을 쳐다본다.
과연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정령치 휴게소에 도착해 요기할 생각으로 배낭을 꾸렸는데 휴게소 문이 굳건히 닫혀 있어 하는 수 없이 북고리봉을 향해 출발, 여지껏 그래왔 듯이 좁은 등산로, 잡목, 잡풀,,,,,, 인증샷을 날리고 어제의 비로 미끄러운 노면을 조심히 다운. 급커브로 돌아가질 않는 자전거로 다운하는 내내 땀으로 목욕을 한다.
자전거가 나무와 바위 사이에 끼어 빠져 나오지 못하는 기이한 상황도 벌어지고 어떻게 북고리봉을 다운했는지 기겁할 일이다.
수정봉을 오르는 길에서 대간하시는 두분을 만나 업힐 길을 먼저가겠습니다로 인사하고 추월하지만 그분의 네!! 라는 대답과 길 양보 5m 뒤에서 굳건히 따라붙는다.
이곳 수정봉은 암릉이지만 등로가 넓어서 맘껏 오를 수 있었다.
표지석에서 인증 후 쉬고 있는데 그분 말씀이 걸어서도 못 쫓아오시겠다며 대단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주신다.
서둘러 출발해 여원재 막걸리집에 도착해 밥달라고 부탁하니 나도 귀찮아서 안 해먹는 밥을 왜 주냐며 큰 소리 치시는 안주인 아주머니, 뭐라도 먹어야 진행이 될 것 같은데...
성삼재 출발 전 만난 천안분이 체력 고갈로 거기서 스톱하신단다. 띠동갑인 쥔장이 라면이라도 끓이신다며 뭔가 준비를 하시는데 퉁명스런 말투와는 반대로 돼지비게 잔뜩 넣은 김치찌게에 막걸리 한대접과 찬밥 한사발을 건네시며 하시는 말씀이 여기서 대간하는 사람 많이봤어도 댁처럼 미친 놈은 첨보기에 먹다 남은 밥이라 준다고 하신다.^^*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감사의 마음을 전달할 길이 없어 매상이라도 올려드릴 맘으로 마실 줄도 모르는 막걸리와 두부를 시켜놓구 한사발 벌컥 벌컥!!!
이집 벽면을 보니 서울 박원순 시장이 대간 시작 6일 만에 이곳을 거쳐간 흔적이 씌여 있었고 박시장 뿐 아니라 수많은 대간군들의 작은 기록이 벽면에 천정에 누더기처럼 씌여 있었다.
쥔양반 팬을 건네시며 미친놈 다녀 간다라고 쓰라신다.ㅎㅎㅎㅎㅎ
'온양아산mtb산적두목 안영환 자전거로 백두대간'이라쓰고 인증까지 담는다.
막걸리 먹은 게 화근이다.
정신도 없고 숨도 가쁘고 얼굴은 달아올라 홍당무 된지 오래고 더운 날씨에 가시덩쿨의 등로까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 고남산 업힐에서 초죽음이다.
예전대간 때 이곳을 야간에 넘은 기억이 났고 매효리휴계소에 도착해 수돗가에서 물만 채우고 유치재 들어서니 공사현장때문에 우회하라는 푯말이 있고 우회해 사치재에 오니 들머리가 확실치 않아 잠깐 헤매기도 했다.
아니러니한 점은 대간꾼들이 이곳 사치재를 통과했을 것인데 등로를 보아하니 많은 사람이 다닌 흔적이 보이질 않았다. 88고속도로 지리산 휴계소로도 일부 빠진다고는 하나 잡목에 가시덩쿨 칡넝쿨 억새... 등로라고 볼 수 없는 아이러니한 길이었다.
이제도 해는 뉘엇뉘엇 넘어가고 사치재에서 새목이재는 많이 고생한 구간이다.
새목이재부터는 더 갈래야 더 갈 수도 없고 날도 어두어지기 시작하고, 새목이재에 도착하니 도로가 없어 지도를 펴놓고 살펴보니 분명 새목이재는 맞는데 탈출로가 만만칠 않다.
도로 확인 차 아곡리마을로 비상탈출해 이로써 36km를 12시간30분 만에 힘겹게 끝을 맺었다.
성삼재까지 이동하는 택시 기사님이 믿지 못 하신다는 소리로 살짝 미소 지으며, 긴여정 무사히 마침에 스스로에게 칭찬과 박수를 아끼지않았다.^^ 장하다!!안영환~~^^
2013년 9월 10일 (육십령 ~ 새목이재)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구간으로는 마지막 구간이다. 남은 구간은 국립공원이라는 특성상 자전거 진입이 불가피해서 제작한 배낭에 넣고 가야되는 실정이다.
이른 새벽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육십령에 당도하니 어둠이 거치지 않은 상태고 전투 준비 완료 후 06시에 간단한 스트레칭과 함께 첫발을 내딛는다. 어제 내린 비로 미끄러운 노면으로 질척거리긴 했어도, 깃대봉까지 잘 정비된 등산로를 보니 쉽게 끝날 것같은 느낌이 기분 좋구나!!
깃대봉에 거의 다다를 무렵 은백색 물결의 출렁이는 억새 군락지가 장관을 이룬다.
날씨만 좋다면 남덕유 할미봉 장수덕유가 한눈에 들어올 조망처인데 아쉬움을 날씨탓으로 돌리고 억새의향연에 기쁨을 대신하는 걸로 만족하자!!
정비된 노면과 급하지 않은 경사도로 자전거를 타고 진행하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된다.
깃대봉 정상에 올라 갈길을 보니 말문이 막힌다. 정비되지 않은 등로에 키보다 훌적 큰 억새들로 갈 길이 어디가 어딘지 구분되질 않는다. 민령까지 억새가 발목을 잡고 민령부터는 진달래가 또 나를 잡는다.
진달래를 벗어나자 대기하고 있는 듯 대간길 최고의 영취산 산죽밭이 발목잡고, 사그락 거리는 산죽 소리를 벗삼아 힘겹게 잦은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덕운봉에 약간의 자전거 타기로 도착한다.
산죽밭이 그렇듯이 노면에 자유로이 박혀있는 돌들때문에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만은 않았다.
힘겹게 오른 영취산, 영취산 표지석 위에 예쁜 사과가 나의 목마름과 부족한 비타민을 채우라고 웃음짓고 감사한 마음으로 게눈 감추 듯 단숨에 먹어 치운다.
백운산으로 가는 내내 자전거를 매고 끌고의 연속, 예전 대간 땐 멋진 조망에 발걸음 늦췄던 곳으로 기억되는데 오늘은 가득찬 가스가 모든 조망권을 가로 막는구나!!
백운산 급경사 다운 구간을 중재까지 신나게 내려오고 월경산을 힘겹게 한피치 올려노니 기다리는 건 앞도 뒤도 보이지 않는 억새와 잡목 가시덩쿨 뿐이다.
이곳 봉화산에는 최고의 억새평전을 이루고있다 앞도 보이지 않고 등로가 어딘지 가늠도 되질 않는다.
억새를 삐집고 헤쳐나오는 동안 많은 시간의 흐름과 나의 모든 체력은 이미 바닥이고, 870안부에 어떻게 올라왔는지 꿈에 나타날까 두렵다. 870안부부터 봉화산 정상까지 하늘은 보이지도 않고 키다리 진달래 터널이 반겨주고 그곳을 통과함이란~~~~ㅠㅠ
봉화산에오르니 남고리 봉정산에서 만난 대간하시는 분이 연속3일째 만에 이곳 봉화산을 찍었다 하신다.
난 육십령부터 이틀만에 찍었다는 얘기며 길이 어떻냐고 물으니 사람이 다니질 않아서 구멍만 간신히 뚫렸다고 하신다. ㅠㅠ 서로 마지막 인사 후 봉화산 내리막에서 보이지않는 억새길을 다운하다가 덩쿨이 브레이크를 잡아버리는 바람에 자전거가 내 머리 위로 쏟아지며 나의 덤블링을 테스트한다.
복성이재까지 진달래 터널을 어찌 빠져 나왔는지 체력이 고갈되어 봉화산밑 안부에서 비상 탈출을 꿈꾸기도 했는데, 9km때문에 다시 와야 된다는 게 쉽지 않을 것같아 진행하기로 결정한다.
복성이재에 도착하니 17시, 나머지 구간 4km다. 일단 물보충을 위해 200여m 가니 사과농장이 보이고, 일하고 계신 농장부부께 정중히 부탁하니 냉장고의 얼음물을 얻어먹을 수 있는 호사를 누려본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으로 갈증 났던 목을 단숨에 해갈시키고 물통까지 가득 채우니 덤으로 사과까지 얹어 주신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지막 4km 새목이재로 출발하니 이곳도 어김없이 진달래밭이 발목을 부여잡고 500여m 등고폭 업힐의 연속이었고, 끝없는 진달래 터널 속에서 해드랜턴 착용으로 어둑해진 산속을 비춰본다.
다온 듯 아니다오구 아니온 듯 한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가도가도 끝없이 늘어지는 진달래가 내생에 처음으로 느껴질 만큼의 체력을 소모시키는 듯 했다.
복성이재부터 새목이재까지 2시간15분거리를 1시간20분만에 징글징글했던 진달래터널을 통과했다.
**많은생각을하게했던 이번구간**
1. 지도를 잘못 보고 4km 착각
2. 등로가 좋을 것이라는 착각
3. 험하기로는 제일인 구간을 마지막으로 한 실수.
4. 육십령에서 성삼재까지 3구간으로 나눴어야 할 구간을 2구간으로 나눈 가장 큰 실수...
이러한 생각과 반성들로 25차까지 오면서 누군가 가장 힘든 구간이 어디였냐고 묻는다면 난 주저없이 25회차 육십령에서 새목이재라고 단언코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육십령구간을 뒤로 미루고 성삼재부터 시작한다. 육십령부터 성삼재까지 3구간으로 해야 무리가 덜 가는데 두 구간도 가능할 성 싶어 일단 가는데까지 최대한 가서 끊는 걸로 하고 출발!!
성삼재에 도착하니 05시30분. 아직은 어두컴컴하다. 만복대 들머리로 향해 남고리봉 쪽을 바라보니 헤드랜턴 불빛들이 보인다.
구례군 산수유마을 쪽을 바라보며... 운해가 장관이다. |
초장부터 거칠고 미끄러운 노면과 잡목들 때문에 힘겹게 남고리봉에 오르니 대간 차림의 한분이 오르시며 물으신다. 자전거를 탈 곳이나 있냐고. '그저 가는데까지 가는 겁니다'라고 말씀드리고 그분 배낭을 보니 80L 배낭이 무거워 보인다. 많이 지쳐 보이시고 힘들어 하시길래 배낭무게를 줄이는게 상책이라는 팁과 굳이 필요치 않은 물건들은 집으로 택배를 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조언도 빠트리지 않고 해드렸다.
만복대로 가는 내내 잡목과 좁은 등로, 급커브의 등로에 자유분방한 돌탱이길이 오늘의 녹록치 않음을 예고한다. 만복대의 조망은 일품이고 성삼재에서 반야봉을 비롯해 천왕봉까지 앞으로 숙제의길을 쳐다본다.
과연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정령치 휴게소에 도착해 요기할 생각으로 배낭을 꾸렸는데 휴게소 문이 굳건히 닫혀 있어 하는 수 없이 북고리봉을 향해 출발, 여지껏 그래왔 듯이 좁은 등산로, 잡목, 잡풀,,,,,, 인증샷을 날리고 어제의 비로 미끄러운 노면을 조심히 다운. 급커브로 돌아가질 않는 자전거로 다운하는 내내 땀으로 목욕을 한다.
자전거가 나무와 바위 사이에 끼어 빠져 나오지 못하는 기이한 상황도 벌어지고 어떻게 북고리봉을 다운했는지 기겁할 일이다.
수정봉을 오르는 길에서 대간하시는 두분을 만나 업힐 길을 먼저가겠습니다로 인사하고 추월하지만 그분의 네!! 라는 대답과 길 양보 5m 뒤에서 굳건히 따라붙는다.
이곳 수정봉은 암릉이지만 등로가 넓어서 맘껏 오를 수 있었다.
표지석에서 인증 후 쉬고 있는데 그분 말씀이 걸어서도 못 쫓아오시겠다며 대단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주신다.
남고리봉에서 산내면 쪽을 바라보며 |
이게 등산로다. |
좌측 봉우리가 남고리봉이다. |
훼소된 등로를 정비한 곳 |
덕유산 장수덕유와 나덕유 백운산을 바라보며 |
나뭇잎 뜯어 사과를 고이 받쳐주고... |
서둘러 출발해 여원재 막걸리집에 도착해 밥달라고 부탁하니 나도 귀찮아서 안 해먹는 밥을 왜 주냐며 큰 소리 치시는 안주인 아주머니, 뭐라도 먹어야 진행이 될 것 같은데...
성삼재 출발 전 만난 천안분이 체력 고갈로 거기서 스톱하신단다. 띠동갑인 쥔장이 라면이라도 끓이신다며 뭔가 준비를 하시는데 퉁명스런 말투와는 반대로 돼지비게 잔뜩 넣은 김치찌게에 막걸리 한대접과 찬밥 한사발을 건네시며 하시는 말씀이 여기서 대간하는 사람 많이봤어도 댁처럼 미친 놈은 첨보기에 먹다 남은 밥이라 준다고 하신다.^^*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감사의 마음을 전달할 길이 없어 매상이라도 올려드릴 맘으로 마실 줄도 모르는 막걸리와 두부를 시켜놓구 한사발 벌컥 벌컥!!!
이집 벽면을 보니 서울 박원순 시장이 대간 시작 6일 만에 이곳을 거쳐간 흔적이 씌여 있었고 박시장 뿐 아니라 수많은 대간군들의 작은 기록이 벽면에 천정에 누더기처럼 씌여 있었다.
쥔양반 팬을 건네시며 미친놈 다녀 간다라고 쓰라신다.ㅎㅎㅎㅎㅎ
'온양아산mtb산적두목 안영환 자전거로 백두대간'이라쓰고 인증까지 담는다.
국내 유일한 대간길 마을 통과. 하지만 매요리도 있는데... |
여원재 막걸리랑 두부 주인장 |
서울시장도 다녀가셨고... |
막걸리 먹은 게 화근이다.
정신도 없고 숨도 가쁘고 얼굴은 달아올라 홍당무 된지 오래고 더운 날씨에 가시덩쿨의 등로까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 고남산 업힐에서 초죽음이다.
예전대간 때 이곳을 야간에 넘은 기억이 났고 매효리휴계소에 도착해 수돗가에서 물만 채우고 유치재 들어서니 공사현장때문에 우회하라는 푯말이 있고 우회해 사치재에 오니 들머리가 확실치 않아 잠깐 헤매기도 했다.
아니러니한 점은 대간꾼들이 이곳 사치재를 통과했을 것인데 등로를 보아하니 많은 사람이 다닌 흔적이 보이질 않았다. 88고속도로 지리산 휴계소로도 일부 빠진다고는 하나 잡목에 가시덩쿨 칡넝쿨 억새... 등로라고 볼 수 없는 아이러니한 길이었다.
이제도 해는 뉘엇뉘엇 넘어가고 사치재에서 새목이재는 많이 고생한 구간이다.
새목이재부터는 더 갈래야 더 갈 수도 없고 날도 어두어지기 시작하고, 새목이재에 도착하니 도로가 없어 지도를 펴놓고 살펴보니 분명 새목이재는 맞는데 탈출로가 만만칠 않다.
도로 확인 차 아곡리마을로 비상탈출해 이로써 36km를 12시간30분 만에 힘겹게 끝을 맺었다.
성삼재까지 이동하는 택시 기사님이 믿지 못 하신다는 소리로 살짝 미소 지으며, 긴여정 무사히 마침에 스스로에게 칭찬과 박수를 아끼지않았다.^^ 장하다!!안영환~~^^
고남산 정상부위에 수직으로 서 있는 계단 |
88고속도로 공사로 산허리를 잘라, 대간꾼들을 우회시킨다. |
2013년 9월 10일 (육십령 ~ 새목이재)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구간으로는 마지막 구간이다. 남은 구간은 국립공원이라는 특성상 자전거 진입이 불가피해서 제작한 배낭에 넣고 가야되는 실정이다.
깃대봉샘터. 수량이 풍부하다. |
이른 새벽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육십령에 당도하니 어둠이 거치지 않은 상태고 전투 준비 완료 후 06시에 간단한 스트레칭과 함께 첫발을 내딛는다. 어제 내린 비로 미끄러운 노면으로 질척거리긴 했어도, 깃대봉까지 잘 정비된 등산로를 보니 쉽게 끝날 것같은 느낌이 기분 좋구나!!
깃대봉에 거의 다다를 무렵 은백색 물결의 출렁이는 억새 군락지가 장관을 이룬다.
억새평전! |
날씨만 좋다면 남덕유 할미봉 장수덕유가 한눈에 들어올 조망처인데 아쉬움을 날씨탓으로 돌리고 억새의향연에 기쁨을 대신하는 걸로 만족하자!!
정비된 노면과 급하지 않은 경사도로 자전거를 타고 진행하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된다.
깃대봉 정상에 올라 갈길을 보니 말문이 막힌다. 정비되지 않은 등로에 키보다 훌적 큰 억새들로 갈 길이 어디가 어딘지 구분되질 않는다. 민령까지 억새가 발목을 잡고 민령부터는 진달래가 또 나를 잡는다.
진달래를 벗어나자 대기하고 있는 듯 대간길 최고의 영취산 산죽밭이 발목잡고, 사그락 거리는 산죽 소리를 벗삼아 힘겹게 잦은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덕운봉에 약간의 자전거 타기로 도착한다.
산죽밭이 그렇듯이 노면에 자유로이 박혀있는 돌들때문에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만은 않았다.
힘겹게 오른 영취산, 영취산 표지석 위에 예쁜 사과가 나의 목마름과 부족한 비타민을 채우라고 웃음짓고 감사한 마음으로 게눈 감추 듯 단숨에 먹어 치운다.
백운산으로 가는 내내 자전거를 매고 끌고의 연속, 예전 대간 땐 멋진 조망에 발걸음 늦췄던 곳으로 기억되는데 오늘은 가득찬 가스가 모든 조망권을 가로 막는구나!!
백운산 급경사 다운 구간을 중재까지 신나게 내려오고 월경산을 힘겹게 한피치 올려노니 기다리는 건 앞도 뒤도 보이지 않는 억새와 잡목 가시덩쿨 뿐이다.
이곳 봉화산에는 최고의 억새평전을 이루고있다 앞도 보이지 않고 등로가 어딘지 가늠도 되질 않는다.
억새를 삐집고 헤쳐나오는 동안 많은 시간의 흐름과 나의 모든 체력은 이미 바닥이고, 870안부에 어떻게 올라왔는지 꿈에 나타날까 두렵다. 870안부부터 봉화산 정상까지 하늘은 보이지도 않고 키다리 진달래 터널이 반겨주고 그곳을 통과함이란~~~~ㅠㅠ
봉화산에오르니 남고리 봉정산에서 만난 대간하시는 분이 연속3일째 만에 이곳 봉화산을 찍었다 하신다.
난 육십령부터 이틀만에 찍었다는 얘기며 길이 어떻냐고 물으니 사람이 다니질 않아서 구멍만 간신히 뚫렸다고 하신다. ㅠㅠ 서로 마지막 인사 후 봉화산 내리막에서 보이지않는 억새길을 다운하다가 덩쿨이 브레이크를 잡아버리는 바람에 자전거가 내 머리 위로 쏟아지며 나의 덤블링을 테스트한다.
깃대봉까지 잘 정비되었던 길이, 이곳을 기점으로 정비가 되지 않았다. |
자연산 꾸지뽕나무 |
자연산 산다래. 서리 맞은 후 먹으면 기가 막힐텐데... |
시금. 가을이라 여기저기 열매들로 가득하다. |
산초. 추어탕 생각나게 하는...^^ |
복성이재까지 진달래 터널을 어찌 빠져 나왔는지 체력이 고갈되어 봉화산밑 안부에서 비상 탈출을 꿈꾸기도 했는데, 9km때문에 다시 와야 된다는 게 쉽지 않을 것같아 진행하기로 결정한다.
복성이재에 도착하니 17시, 나머지 구간 4km다. 일단 물보충을 위해 200여m 가니 사과농장이 보이고, 일하고 계신 농장부부께 정중히 부탁하니 냉장고의 얼음물을 얻어먹을 수 있는 호사를 누려본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으로 갈증 났던 목을 단숨에 해갈시키고 물통까지 가득 채우니 덤으로 사과까지 얹어 주신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덕운봉 갈림길 |
보이는 정자에 누웠다 갈지 말지 고민 또 고민이다. 비상탈출이냐 진행이냐... |
마지막 4km 새목이재로 출발하니 이곳도 어김없이 진달래밭이 발목을 부여잡고 500여m 등고폭 업힐의 연속이었고, 끝없는 진달래 터널 속에서 해드랜턴 착용으로 어둑해진 산속을 비춰본다.
다온 듯 아니다오구 아니온 듯 한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가도가도 끝없이 늘어지는 진달래가 내생에 처음으로 느껴질 만큼의 체력을 소모시키는 듯 했다.
복성이재부터 새목이재까지 2시간15분거리를 1시간20분만에 징글징글했던 진달래터널을 통과했다.
**많은생각을하게했던 이번구간**
1. 지도를 잘못 보고 4km 착각
2. 등로가 좋을 것이라는 착각
3. 험하기로는 제일인 구간을 마지막으로 한 실수.
4. 육십령에서 성삼재까지 3구간으로 나눴어야 할 구간을 2구간으로 나눈 가장 큰 실수...
이러한 생각과 반성들로 25차까지 오면서 누군가 가장 힘든 구간이 어디였냐고 묻는다면 난 주저없이 25회차 육십령에서 새목이재라고 단언코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