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저렴하게 구매하면 무조건 좋으신가요?
에디터 : 박창민 기자
인터넷을 통한 글로벌 쇼핑몰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정보가 되고 있다. 또한 정식 디스트리뷰터가 아니더라도, 제품을 수입할 수 있는 병행수입이 어느나라보다도 개방된 우리나라에서 정식 유통된 제품보다 저렴하게 판매되는 제품을 찾는 것은 너무 쉽다.
하지만, 저렴한 구매가 무조건 소비자에게 좋은 결과를 만들 것인지 이제는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시기가 된 듯 하다. 이제 한번쯤 자전거 구매에 대해 생각해보자.

30% 이상의 할인 문구가 붙어있는 해외 온라인 쇼핑몰.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이 정말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일까?


확산되는 글로벌 온라인 구매

자전거 시장은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이 많이 필요하다보니 다른 어떤 시장보다 온라인 쇼핑몰이 느리게 발달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글로벌한 해외 배송이 늘어나고 인터넷에서 손쉽게 판매하는 쇼핑몰의 규모가 커지면서, 인터넷 쇼핑몰은 자전거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은 여러가지 특성상 오프라인 대리점보다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고, 특히 해외 구매의 경우는 다양한 제품에 대한 선택과 단순한 유통 단계 탓에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체인리엑션이나 위글같은 글로벌 쇼핑몰은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며, 자전거 유통 대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유통 구조는 자전거 문화가 성숙되지 않은 우리나라와 같은 곳에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글로벌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구매는 사실상 '병행수입'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개인이 하나씩 구매하다보니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되겠지만, 이것이 모이면 왠만한 대기업 수입유통 업체보다도 큰 규모의 수입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대규모의 병행수입은 해외 기업에게 이윤을 남기고, 정식으로 그 브랜드를 유통하는 국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기도 한다. 그 결과는? 국내 기업에 의한 자전거 문화 투자가 줄어들고, 우리의 자전거 문화는 여전히 낙후된 상태를 면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글로벌 자전거 쇼핑몰로 유명한 체인리엑션.
빠른 배송과 엄청난 종류의 자전거 제품이 소비자를 유혹한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의 구매가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인 당신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다.

글로벌 쇼핑몰인 위글도 우리나라까지 배송에 문제가 없다.
소비자는 이런 쇼핑몰을 통해 저렴하게 구매해서 좋기는 하지만, 이런 유통으로 인해 국내 자전거 산업과 문화는 뒷걸음칠 수도 있다.


유통되는 짝퉁 제품, 소비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소비자가 많아질 수록 소위 '짝퉁'이라 불리는 가짜 제품들이 시장에서 선호될 가능성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최근에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카본 프레임 생산의 중심지인 '중국'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짝퉁 카본 프레임에 있다.
그 중에서도 이것이 가짜 프레임이란 것을 알면서도 유통하는 업자들과 소비자들도 있다는 것은 더욱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마치 가짜 명품 브랜드의 가방인지 알면서도, 단지 과시용으로 그 제품을 구매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또한, 어떤 경우는 소비자가 정식 제품인지 가품인지도 모른 체 구매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자전거의 문화 발전을 떠나, 자전거는 안전과 직결된 제품이다. 이와같이 저렴하게 구매한 자전거로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문제는 소비자가 오롯이 떠 안아야 하며, 그로 인해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는 정식 유통 업체가 받아야 할 타격이 된다.
또한, 병행수입을 통해 국내에 유통되는 '짝퉁' 브랜드는 간혹 유통 업체조차도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른 체 소비자에게 무조건 전달하고, 국내 정식 유통사에게 A/S 및 서비스를 미루어 버리는 문제가 공공연하게 발생되고 있다.
이런 짝퉁의 근절은 유통 업자들의 도덕성과 소비자들의 구매 질서에서 시작될 것이다.

스페셜라이즈드는 소위 짝퉁 프레임이 세계적으로 유통되며, 구별 방법을 전달하기도 했다.

스미스옵틱스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잘못된 제품을 직접 구입해 그 차이를 보여주었다.
같은 모델임에도 노우즈패드의 품질이 다르고, 렌즈의 색도 다르지만, 정식 로고를 사용해 소비자들은 그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다.
이런 제품을 구매하고, 스미스 선글라스를 사용하면 어지럽다고 불평하는 소비자들의 불편을 종종 듣는다고 한다.
잘못된 유통이 소비자 뿐 아니라, 건전하게 유통하는 브랜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스페셜라이즈드 짝퉁 프레임의 절단 사진은 제법 유명한 편이다.
사고가 날 경우, 소비자는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고 정식 유통업체는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는 피해를 입게 된다.
또한, 잘못된 제품인지도 모르고 구매한 소비자는 끝내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

홍콩의 웹사이트를 통해 유통되는 프레임들.
룩, 콜나고 등의 고급 프레임이 60~70만원에 판매되는데, 정품인지 가품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병행수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정식 브랜드 유통 업체가 아니어도, 그 브랜드를 수입하는 병행수입은 국내에서 불법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그 어떤 나라보다도 우리나라의 병행수입은 개방된 편이다.
가령 지사로 들어와있는 브랜드조차, 다른 나라에서 창고에 재고로 쌓여 있는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하여 국내에 유통하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병행수입 업자들은 보통 한번에 저렴한 물건을 구매하여 유통시키고 바로 빠지는 업체들이다보니, A/S 및 브랜드 마케팅, 재고 부담 등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서, 기존의 정식 유통 업체보다 훨씬 저렴하게 유통시킬 수 있고, 그 만큼 소비자는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유통되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과연 이득이 될까?
정식 유통 업체보다 저렴하게 그 브랜드 제품을 유통하는 방법은 몇가지 없다. 해외의 악성 재고를 싸게 구입하든가, 최종 단계까지 가지 않은 물건을 중간에 빼내어 유통하든가, 재고와 마케팅 부담이 없으니 애초부터 수익율을 낮추든가, 아니면 진짜와 거의 같은 가짜이거나 등이다.
정말 구매하고 싶은 제품을 이런 식으로 저렴하게 구매한 경우, 당신은 정말 행복한가?

병행수입 제품들은 주로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곤 한다.
진품에 대한 판단도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대부분은 국내 정식 유통 업체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도록 조치된다.

병행수입 업체들의 문제는
- 정상적인 유통사에 의해 이루어진 브랜드 마케팅에 편승하여 이득을 취한다는 점
- 사후 서비스에 대해서는 정상 유통업체에게 미룬다는 점
- 진품이 아니어서 사고로 이어질 경우 피해는 소비자가 입는다는 점
- 국내 자전거 문화 발전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점
등으로 볼 수 있다.

정식 유통 업체들은 병행수입을 통해 유통되는 제품에 대해 유상 A/S 또는 아예 A/S 불가 방침을 내놓고 있다. A/S와 마케팅에 전혀 비용을 투자하지 않은 병행수입 업체들을 위해 고가의 서비스를 진행할 수 없다는 이유이며, 충분히 납득이 된다.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병행수입을 그치지 않는 유통업자들의 도덕성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그로 인해 피해 받는 소비자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온라인 마켓과 자전거의 관계

자전거 구매를 머리 속에 떠올려 보자.
전문 매장에 가서, 원하는 자전거를 고르고, 자신에게 맞게 피팅 및 세팅한 후, 자전거를 가져오는 것이 전문적인 라이더들의 올바른 선택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내가 피팅 및 세팅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고 그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숙지했다면, 그 자전거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일반적인 소비자들의 경우는 그렇게 상세한 정보를 구하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잘못된 정보를 통해 구매 실수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고, 구매 후 잘못된 세팅이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자전거 전문 브랜드들은 '온라인 유통'에 대해 큰 고민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에게 정상적으로 제품이 전달되지 않으면, 잘못된 세팅 및 피팅으로 발생한 문제가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고, 그런 것이 브랜드에게 악영향을 미쳐 어렵게 쌓아올린 마케팅 효과를 단번에 무너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전문점은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정확한 정보와 세팅을 전달하여, 세팅 및 피팅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최소화하고 있다.

캐니언과 같은 정식 온라인 유통망을 가진 브랜드도 있다.
이 업체는 온라인을 통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구매자의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며, 유통이 많은 지역에는 지사를 설립해 사후 서비스까지 제공하려는 노력을 보인다.
우리나라에 캐니언 코리아가 설립된 이유가 이런 것이기도 하다.
자전거 온라인 유통업체라면, 이와 같이 문제점에 대한 인식과 해결방법을 제시할 만큼 도덕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문화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자전거

'자전거'라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에 '문화'로 정착된 것은 아니다. 언제라도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고 해서 그렇게 불편할 것도 없고, 갑작스럽게 문화 충격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전거라는 것은 이 '문화'가 함께 성숙되지 않으면 절대 자리를 잡을 수 없는 시장이다. 그러기에 관련 인프라를 만들고, 자전거와 환경, 그리고 건강에 대한 연관관계를 만들며 굳이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키려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자전거에 대한 인식과 인프라는 자전거 활성화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문화에 속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보더라도 거의 전무했던 자전거 전용도로가 한강을 중심으로 확장되기 시작하자 로드바이크가 크게 늘어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자전거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은 저렴한 자전거나 더 좋은 부품이 아닌, 바로 '자전거 문화'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가령 100만원짜리 고급 카본 프레임에 고급 부품이 장착된 자전거가 출시된다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늘어날까? 절대 그렇지 않다. 아마 그런 자전거가 50만원이 되어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자전거에 관심을 갖게 하고, 타도록 만드는 것은 자전거에 대한 '인식과 문화'이지, 그 제품의 가격과 품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유통이 올바른 문화를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내가 구매하고 싶은 자전거의 소비자가격이 200만원이라고 예를 들자. 이것이 어떤 온라인 쇼핑몰에서 170만원에 판다고 해서, 정상가격에 판매한 대리점이 30만원을 사기친 것일까?
아니면, 30만원이라는 거품이 유통에 끼어들어, 내가 그 거품을 돈 주고 산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한 소비자들은 많을 것이다.
내가 정상 가격에 구매하여 발생한 수익금이 몰지각한 유통업자의 배를 불리는 것에만 사용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수익금은 정상적이고 건강한 유통 업체를 만들고, 탄탄하게 자리잡은 업체는 소비자에게 더욱 좋은 서비스를 해 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이런 정상적인 유통 구조가 올바른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나아가 올바른 자전거 문화를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고 믿는다.

국내 자전거 산업이 발전해야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발전된 자전거 문화가 더 많은 소비자를 만든다.

자전거를 타면서, '여기는 길이 다 망가졌네' '여기에 자전거를 타고 가지도 못해' '자전거 도로에 주차된 차를 관리도 안해'하며서 다양한 불만을 토로해 보았을 것이다.
아직 우리에게는 발전된 자전거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서 더 많은 불만이 생기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불편 사항을 해결하는 곳은 어디일까?
직접적으로는 나라에서 일하는 공무원이기도 하지만, 이 공무원들에게 더욱 힘을 실어 주는 것은 당연히 파워가 있는 '자전거 업체'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대기아 자동차를 포함한 굴지의 자동차 기업들이 있고, 그 이유로 전국 어디에서 시골 구석진 곳을 가더라도 아스팔트 포장이 깨끗하게 되어 있어서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이 참 편리하다.
아마도, 국내에 잘 나가는 자전거 업체가 많고, 그 만큼 오랫동안 자전거 문화 확산을 위해 공무원들과 협업했다면, 우리나라는 자전거를 타고 어디를 가더라도 지금처럼 위험하고 몰지각한 대우를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회와 경제, 문화는 항상 공존하며 발전하게 되어있다. 건강한 유통이 건강한 기업을 만들고, 나아가 건강한 문화를 만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물론, 자전거를 유통하는 업체들도 문화에 투자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기본 정신을 가져야 하는 것은 필수이며, 소비자들도 이런 업체를 응원해야 할 것이다.

발전된 자전거 문화가 더 많은 라이더를 만들고, 실제 소비자들에게 더욱 좋은 환경을 만드는 배경이 된다.


아직도 더 저렴한 자전거에 목을 맬 것인가?

우리나라 전자제품 유통의 중심지인 '용산'은 전세계 어디에 내어놓아도 최대의 규모로 꼽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너도 나도 시작한 가격비교와 경쟁, 그리고 무분별한 병행수입이 현재 '용산'에서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없앴고, 덩달아 관련 IT 기업들도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 문제는 용산을 넘어, 국내 거의 모든 전자제품 시장에 파급효과로 이어갔고, 세계적인 IT 인프라의 강국이었던 우리나라의 모습은 벌써 몇년째 제자리를 걷는 듯한 모습이다.
이처럼, 자전거 시장도 확장되며 하나둘 더 저렴하고 비정상적 유통과 병행수입의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고, 아직 성숙하지 못한 국내 자전거 시장을 조금씩 갉아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전거 산업 또한 전자제품처럼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더군다가 생활 필수품인 전자제품과 달리 자전거는 사용하지 않으면 그만 아닌가!

저렴한 자전거보다 발전된 자전거 문화가 소비자에게 더 유리한 것이 아닐까?
건강한 문화의 기반에 건강한 유통과 산업이 자리잡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자전거 시장이 다른 유통 시장처럼 악화되어 '가격 경쟁' 만이 남은 불모지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더 재미있게 자전거를 타고, 더 건강하게 자전거를 타고, 더 편하게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나에게 조금 더 저렴한 자전거가 중요할 지,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건강하게 이어지는 자전거 문화가 더 중요할 지, 이제는 조금씩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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