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트 브라케츠, 섬세한 관리가 1등을 만든다.
에디터 : 박창민 기자
지난 3월, 마크 캐빈디쉬와 토 후숍 등 쟁쟁한 선수들의 트레이닝과 재능을 알아보았던 트레이너 바트 브라케츠(Bart Brackez)씨가 우리나라를 방문하였다.
자전거 로드 레이스에 대해 조금 관심있는 라이더라면 익히 알만한 프로투어팀들의 트레이닝을 담당하였던 그는, 작년부터 우리나라 선수들과 관계를 이어가며 지난 가평투어 일정에 맞추어 방문을 한 것이었다.

유명 프로투어팀의 트레이너로 활동했던 바트 브라케츠 씨가 지난 3월 말에 방문하였다.


이계웅 대전사이클연맹회장과 시작된 한국과의 인연

지난해 스프링 클래식 기간에 벨기에를 찾아온 파블로(이계웅 대전사이클연맹회장)를 만나면서 한국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유럽에서 파리-루베와 투어 오브 플랜더스를 구경하고, 직접 파리-루베 구간을 라이딩하며 유럽 사이클 문화에 크게 놀란 듯 했습니다.
그리고, 선뜻 한국에 괜찮은 선수가 하나 있는데, 그 선수를 벨기에로 보낼테니 훈련을 담당해줄 수 있냐고 요청했던 것이죠.
저는 새로운 도전을 항상 좋아하기 때문에, 그의 요청을 관심있게 접근했고 지금처럼 한국과의 인연이 시작되게 되었습니다.


마크 캐빈디쉬, 토 후숍 등 쟁쟁한 엘리트 라이더들의 트레이너

현재까지 거의 20년 동안 프로 사이클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선수들의 마사지를 담당하는 업무였지만, 모터페이싱 등 조금씩 트레이닝 업무를 늘려가게 되었습니다.

2005년, 한 어린 선수를 발견했는데, 그는 매우 재능이 있어 보여서 집에 초대하기도 하고 훈련을 도와주기도 하면서 트레이닝을 함께 했습니다. 그가 마크 캐빈디쉬인데, 지금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었죠.
2010년에는 토 후숍 선수와 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트레이닝을 준비했던 시즌이었습니다. 그는 파리-루베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투르 드 프랑스와 뷰엘타에서 몇개의 스테이지 우승, 그리고 월드챔피언쉽에서의 좋은 결과가 그해 목표였죠.
그해 토 후숍은 목표했던 것처럼 파리-루베 2위를 한 후, TDF와 뷰엘타에서 몇개의 스테이지 우승을 했고, 월드챔피언이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담당했던 팀은 모토로라, 코피디스, US 포스탈, 티모바일, 콜롬비아, HTC, 서벨로 등 매우 유명한 프로투어 팀들이었고, 수 많은 우승을 함께 했죠.

마크 캐빈디쉬, 토 후숍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했던 바트 브라케츠.
그는 섬세한 선수들의 관리가 치열한 경쟁에서 1등을 만드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섬세한 관리가 1등을 만든다.

2010년 토 후숍 선수는 뷰엘타를 마치고 2일의 휴식, 그리고 17일 후 월드챔피언쉽에 참가해야 했습니다.
17일 간의 훈련을 통해 최고의 성과를 내야하는 것이었는데, 훈련 스케쥴과 관련 장비, 선수의 식사까지 아주 섬세하게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월드챔피언쉽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기량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이런 섬세한 관리가 필요한데, 바로 이런 차이가 1등과 2,3등의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죠.
모두들 아시다시피 1등과 2,3등은 큰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몇년 후 기억하는 것은 1등 뿐이니까요.


너무 바빴던 프로투어팀과의 생활

오랜 기간 동안 프로투어 선수들과 생활하면서 좋은 기억들이 많지만, 아이들이 크는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안타까왔습니다. 1년에 200일 정도는 해외에서 보내야 했으니까요.
아이들에게 중요한 시기에 함께 없었다는 것이 매우 미안하고 안타까운 일이죠.
지금은 유럽의 사이클 관광 가이드를 하기도 하고, 네덜란드의 콘티넨탈팀의 트레이닝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도 프로투어팀과의 생활을 했다면 한국과의 이런 인연은 만들어지지도 않았겠죠.
올해는 한국에서 오는 3명의 선수(최진용, 강지용, 정우람)들의 트레이닝을 담당하다보면 한달에 15일은 그 일에 매진해야 할 듯 합니다.


강지용 선수의 벨기에 적응

파블로(이계웅 대전연맹회장)의 제안을 새로운 기회로 생각해서 받아드리면서 강지용 선수와 작년에 함께 트레이닝을 했습니다.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은 파블로의 자전거 실력에 놀랐기 때문인데, 그가 추천하는 선수라면 분명 재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게 된 것이죠.

그렇게 강지용 선수가 벨기에로 와서 첫 대회에서 1시간만에 컷오프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도 되었고, 강지용 선수도 충격을 많이 받았었죠.
하지만, 바로 다음날부터 트레이닝 스케쥴을 만들고 함께 훈련하며, 강지용 선수는 3주 만에 벨기에 경기에서 완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짧은 시간에 큰 성과를 거둔 것입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10위권에 들어가는 등 출중한 성과를 보여주었는데, 이 대회들은 현재 팀과 계약이 되지 않은 엘리트 선수들이 참가하는 것으로 200여명 중에 이정도의 실력이라면 대단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월드챔피언쉽에 참가할 때는 단 2주 만의 훈련으로 좋은 성적을 보여주어 놀랐었죠.
작년 이맘때에 동호인이었던 그가 지금은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선수가 되었으니 대단한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대전사이클연맹 이계웅 회장과의 인연을 맺으며, 벨기에에서 강지용 선수의 트레이닝을 담당하게 되었다.
기흥인터내셔널(와츠)의 후원으로 동호인이었던 강지용 씨가 선수로 성장한 것처럼, 재능있는 선수 뒤에는 기업의 후원이 필요하다고 말을 이었다.

재능있는 선수 뒤에는 후원이 중요하다.

아무리 재능이 있는 선수라도 선수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강지용 선수도 기흥인터내셔널(와츠)에서 이런 프로그램으로 후원을 하니 가능했던 케이스라고 봐야겠죠.
이번 한국에 방문하면서 가평대회에 방문해 많은 선수들을 보았습니다. 그곳에서 몇몇 재능있는 선수들을 보았는데, 그 중에는 고등학생 선수도 있었죠. 이런 재능을 가진 고등학생 선수들이 유럽의 제대로된 사이클 문화와 트레이닝을 받는다면 훨씬 좋은 선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사이클연맹이 이런 선수들을 1년에 한번이라도 유럽에서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저도 최선을 다해 도와줄 생각이며, 충분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훌륭한 선수들이 새로운 문화를 만든다.

마크 캐빈디쉬를 처음 만났던 2005년만 하더라도 영국은 사이클에 관심이 있는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캐빈디쉬와 위긴스 등 훌륭한 선수들이 배출되면서 국가적인 관심과 사이클 인프라를 만들어내고 있죠.
최근에는 슬로바키아의 피터 사간 선수가 좋은 기록을 내며, 전혀 사이클에 관심이 없었던 슬로바키아에 사이클 전문 스쿨이 만들어지며 활발하게 발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도 그런 변화가 만들어졌으면 하고, 그런 변화에 제가 일조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올해는 강지용 선수 뿐 아니라, 최진용, 정우람 선수가 벨기에로 가서 그의 트레이닝을 받게 된다.
그는 "연맹차원에서 재능있는 어린 선수들을 정기적으로 보내어 유럽의 문화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뛰어난 선수들이 배출될 수 있을 것 같다"며 한국 사이클의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세계적인 유명 선수들도 정신적인 침체기와 체력적인 어려움이 따를 때가 있지만, 그때 다독이며 계속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일이 자신이 일 중에 하나라고 바트 브라케츠 씨는 이야기했다.
올해는 강지용 선수 뿐 아니라, 최진용 선수와 정우람 선수도 벨기에로 진출하여 새로운 기회를 시작하기로 했다. 바트 브라케츠 씨는 '한국 사이클 프로젝트'가 자신과 함께 시작된 시점에 어떤 성과를 볼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날의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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