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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이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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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D+11
안시에서의 첫날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지용이는 예전 샤모니에 있을 때 가보려고 한 꼴 드라 콜롬비에르Col de la Colombiere에 자전거를 타고 가보기로 하고, 저랑 면님은 안시에서의 관광을 즐기기로 합니다.
하지만 어제 장시간의 이동으로 상당히 피로한 상태라 오전에는 쉬고 점심을 먹고 난 후 밍기적거리면서 움직이게 됩니다-_-
날씨 좋은 안시.
안시Anncey는 알프스 초입의 마을로, 호수를 끼고 있는 수변 도시이지만 북쪽과 서쪽으로는 평지, 동쪽과 남쪽으로는 알프스 산맥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어제 늦게 오느라 캠핑장 요금을 내지 않아 아침에 퉁퉁 부은 얼굴로 리셉션으로 갑니다. 유럽에서는 인기 많은 포커스 자전거. 특히 유럽은 시티바이크, 하이브리드, 투어링 자전거가 정말 인기 많고, 베스트셀러 모델들이 많습니다. 자전거가 일상속에 깊이 침투해 있는 모습을 목격 중입니다.
캠핑장에서 키우는 멋진 개님.
아침은 언제나처럼 바게뜨로 시작해 봅니다. 한국에서만 본 흔한 얇게 썰기가 아닌 3등분 도전!
은 fail.........................................
바게뜨는 차캣슴다.
남은 두 조각과 전날 먹다 남은 바게뜨, 시리얼, 치즈, 잠봉, 넛텔라 등등으로 풍성하게 아침 식사를 차려 봅니다.
마모뜨에서 배운대로 바게뜨 사이에 잠봉 넣기 시전!
잠봉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 가장 흔하게 먹은 것이 그냥 생 잠봉으로 약한 소금에 절여 냉장보관으로 판매하는 것이고, 즉석에서 썰어주는 것도 있고, 사진의 버터 바른 잠봉도 있고, 치즈 바른 것도 있고 다양합니다.
다행히 모두 양식이 입에 맞아 매일같이 이렇게 먹어도 음식 때문에 고생한 적은 없네요.
그리고 피곤해서 쉬다가
바로 점심을 먹습니다.
여행을 다닐 때 장거리 이동을 하게 되면, 다음날 오전까지 계속해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매일같은 이동은 거의 불가능하고, 한군데 적어도 3일 정도는 머물러야 제대로 놀 수가 있었습니다.
점심은 언제나처럼 파스타
그리고 마트에서 산 삼겹살로 오랜만에 한국 분위기좀 내봅니다.
송아지만한 개님을 데리고 다니는 캠핑장의 프랑스 누나.
삽겹살 냄새 맡고 돌진!!!!!!!!
진짜 무섭습니다.
하지만 이성을 되찾고 다시 온순한 개로 돌변.
기품 넘치는 개.
이후 준비하고 지용이는 혼자 멀리 자전거를 타러 나갑니다. 안시에서 콜롬비에르는 만만한 거리가 아닌 만큼 가방에 대형 물통도 챙겨갑니다.
저랑 면님은 안시 호숫가의 자전거도로를 가볍게 타고 시내 관광을 나가기로 합니다.
맑고 아름다운 안시의 호숫가.
아름다운 호숫가. 가끔 가슴도 드러내놓고 선탠하는 여성분들도 계십니다.
곳곳엔 이렇게 엉덩이 내놓고 밥먹는 백조가ㅋㅋㅋㅋㅋ
호숫가를 배경으로 한컷.
안시의 호수변은 자전거도로가 아주 잘되어 있는데, 한강과 마찬가지로 생활차에서 전문 로드까지 다양하게 다닙니다. 게다가 타다가 바로 옆의 호수에서 수영을 즐길 수도 있어 아주 괜찮더군요. 물론 수영복을 챙겨오지 않아 저는 수영하지 못했습니다만-_-;;;
수영장은 유료와 무료가 있는데 안전요원의 유무 차이인 듯 했습니다.
수많은 미국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던 안시의 유람선.
안시는 미국 뿐만 아니라 프랑스 관광객도 아주 많은 곳이었습니다.
음?!
동동
날씨도 좋아 아주 좋았습니다.
안시의 오래된 감옥. 개천의 양 옆으로는 각종 레스토랑들이 빼곡하게 있습니다.
기념사진.
여기 어떻게 올라가지?
길이 없어!!!!!!
는 바보들=_=
계속 저러고 왔다갔다....
아이스크림집이 많은데 유독 여기만 북적북적 하더군요.
그렇게 시내를 살짝 둘러보고 캠핑장으로 복귀하고나서, 좀 기다리니 지용이가 돌아옵니다.
꼴 드라 콜롬비에르는 뚜르에 흔하게 포함되는 알프스의 산자락일 뿐이지만, 지용이나 저에게는 상당히 인상깊은 곳이었는데, 바로 2007년 뚜르의 스테이지 7에서 리너스 게르데만Linus Gerdemann 이 꼴 드라 콜롬비에르에서 어택에 성공해, 내리막에서 엄청나게 무서운 기세로 내려가며 스테이지 우승과 함께 옐로우 져지를 입었던 곳입니다.
타이트한 코너를 돌아 이렇게 모든걸 건 듯한 폭풍 다운힐로 간담을 서늘하게 했죠.
당시 24살이었던 리너스 게르데만이 스테이지 우승과 옐로우 져지를 입었을 때 너무나도 좋아했던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 곳입니다.
콜롬비에르를 오르며 알프스의 웅장함을 남긴 지용이의 사진.
물론 당시엔 이미 마모뜨에서 너무 많은 걸 보고 와서 시큰둥했습니다-_-;;; 지금 보니 색다르네요.
정상.
당시 저는 무릎 때문에 쉬고 지용이만 갔다왔는데 뭔가 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안시에서 갔다오는 길에 보급할 구간이 아무데도 없는데다, 길을 해매면서 탈진 직전까지 갔다고 합니다-_-ㅋ
저녁은 한국에서 가져온 카레소스와 감자 등등.
탕비실의 세탁기와 설거지 하는 곳.
저는 마모뜨 때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아 피팅을 바꾸기로 합니다. 사실 셋백 싯포스트를 사용하면 되는 거였지만 그동안 셋백으로 바꿀 여유가 없었는데, 가서 완전 후회했습니다-_-;;; 당시엔 안장을 좀 더 높여 무릎에 부담가지 않도록 했는데, 갔다와서 이제야 셋백 싯포스트로 바꾸니 한결 낫더군요.
키는 170cm인데 안장 높이는 비비에서 73cm인게 자랑. 하지만 키 자체가 호빗이라 별 소용 없는건 자랑 아님 ㅠㅠ
늠름한 개.
유럽의 캠핑장에는 이렇게 패션을 파괴하는 아저씨들과 할아버지들이 자주 출몰합니다. 특히 핫팬츠를 입고 다니시는 영감님들이 많아서 흠흠...
저녁에는 오랜만에 인터넷을 즐겨 봅니다. 안시에 있던 이 캠핑장은 시립 캠핑장인데, 인터넷이 프랑스 답지 않게 굉장히 잘 되더군요. 게다가 공짜!!!
와이파이 덕분에 아주 풍족한 몇일간이었습니다 ㅎㅎ
다음날 아침.
7월 6일. D+12
오전에 호수로 나가서 수영을 하려고 했지만 비가 옵니다 ㅠㅠ
알프스에서는 아침에 부슬비가 내리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잘 대비를 해야 합니다. 물론 안시는 고도가 낮아 따뜻하지만 산악지대에선 굉장히 추워질 수 있습니다.
여튼 그래서 수영은 포기하고 캠핑장에서 또 와이파이를 즐깁니다 -_-ㅋ
그러다가 안시 시내를 한번 더 도전!
자전거 타고 골목길을 슬렁슬렁.
셋이서 어슬렁거려 봅니다.
이쁜 안시의 거리.
지용이는 누굴 찍은 걸까...
1924년에 생긴 흔한 프랑스의 과자점.
안시의 유명하다는 초콜렛 상점도 한번 들어가 봅니다.
오오오
종류가 뭔가 굉장히 많고 점원들도 프로페셔널해 보이는데 무슨 맛인지 몰라서 주문하기가 무서운.....
종류별로 몇개씩 골라서 삽니다.
각종 초콜렛 장식.
초콜렛 산악화라니 ㄷㄷㄷ
나 깨지기 쉬운 초콜렛이니깐 만지지 마
다시 나오는 길에 본 기품 돋는 개님.
이후 캠핑장으로 올라가 시계를 보니 마침 적절하게 뚜르 드 프랑스를 할 만한 4시.
캠핑장의 휴게실로 맥주와 함께 올라가 자리를 세팅해 봅니다.
넓은 티비에 아무도 없는 널찍한 소파
우왕ㅋ굳ㅋ
뚜르의 평지 스테이지를 감상합니다.
물론 해설은 따발총 불어 해설이기 때문에 그냥 그림만 봅니다.
보다보니 응?
갑자기 동계올림픽 유치 ㅋㅋㅋㅋㅋㅋㅋㅋ
푱창!
생각해보니 지금 있는 안시도 올림픽 유치하던 도시인데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ㅋㅋㅋ
오늘의 승리는 마크 카벤디시 ㅋㅋㅋ
대화면의 HD 화질로 뚜르를 감상하니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옵니다 ㅠㅠ
그래서 삘 받아서 예정에 없던 자전거 타러 고고!
캠핑장의 뒷산에 올라가보기로 합니다. 사실 아침부터 자전거들 몇몇이서 캠핑장 뒤로 나 있는 길을 올라가길래 안시의 인기있는 산이구나... 안시의 남산북악이라도 되나 싶어서 궁금하던 차에 올라갑니다.
일단 좋은 훈련을 하기 위해 두번 올라갔다 내려오기로 합니다.
클릿 온
숲이 우거진 아름다운 길을 올라갑니다.
이런 아름다운 길이 끊임이 없습니다.
근데 너무 끊임이 없네요.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처음엔 즐겁게 올라가는데, 뭔가 좀 이상합니다.
한 30분 올라가다가, 이제쯤 다 왔겠다 싶어서 페이스를 올려 끝까지 올라가 봅니다.
5분이 지납니다.
10분이 지납니다.
20분이 지납니다.
뭔가 굉장히 이상합니다.
점점 나무가 없어지고 스키장 시설이 눈에 보입니다.
산위의 드넓은 초원에 방목되는 소가 보입니다.
결국엔 이런 산 정상에 올라옵니다.
길이는 16km, 해발고도 1700m, 해발 상승고도는 1150m로 한시간 17분이 걸린 충격적인 '뒷산'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이것이 알프스 초입의 마을 뒷산인가...
어이없음을 토로하는 중.
안시의 남쪽으로 한참 온 관계로 호수는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저 멀리 꼴롬비에르 방향의 산자락이 보입니다-_-;;
두번 왕복은 개뿔, 얼른 허기진 몸을 이끌고 내려갑니다.
......내려가는데만 23분이 걸립니다-_-;;;
언제나처럼 파스타로 저녁을 섭취한 후 와이파이를 즐기다 잠자리에 듭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이 안시의 '남산'을 타고 나서 이동하기로 합니다. 안시에 오래 있었으니 다른 동네로 이동하기로 하지만, 역시나 부르 드와장이 머리에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