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레땁의 날이 밝았다.
에디터 : 이경훈

7월 11일.  D+17

레땁의 날이 밝았습니다.
추위와 피로로 잠은 제대로 못잤지만 이미 한번 뛰었던 코스라 크게 긴장되진 않더군요.  더군다나 제 오늘 목표는 낙타형과 면님을 안전하게 피니시 라인으로 전달하는 역할...  지용이는 좋은 시드를 받은 만큼 좋은 성적을 위해 뛰고, 저는 제 무릎이 아직 다 낫지 않은 관계로 그저 다른 두 분을 보살피기로 합니다. 
근데 타다보니 한분을 버리게 되는 사태가.....
ㅋㅋㅋㅋㅋ.....


새벽 5시경.  비는 언제 왔었냐는 듯이 맑은 하늘이 점점 밝아집니다.  그렇게 폭우가 쏟아졌었는데도 건조한 알프스 날씨 덕에 땅에 물 고인 곳도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무지 춥습니다;;;


새벽부터 준비하는 프랑스 아저씨.  쭉쭉 뻗고 마른 근육이 전형적인 사이클리스트 몸매입니다.


텐트 밖에다 모아둔 쓰레기.  누군가 간밤에 부시럭부시럭 거리더니 뜯어 놨더군요.  마모뜨인가-_-?


지용이는 시드가 빨라 우리보다 출발이 훨씬 이르기 때문에 먼저 준비해서 나갑니다.  맨 앞의 배번들은 7시, 최후미는 8시에 출발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레땁은 참가자가 만명이 넘기 때문에 한꺼번에 출발시켰다간 업힐이 시작되면 병목 현상으로 모두들 끌바하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작년에 피레네에서 레땁이 열렸을 때 첫 업힐에서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무려 한시간동안 끌바했다고 하더군요-_-;;;


헬멧에 컨투어 비디오 카메라를 장착하고 나가는 강근육.
오늘 알프 듀에즈에서 만나기로 하고 먼저 보내줍니다.

나머지 3명도 얼른 준비해서 모단으로 내려갑니다.  아침부터 오쏘와->모단까지의 대략 15분 가량의-_-;;  내리막은 시원하더군요.


모단에 좀 늦게(7시 30분 가량)에 도착해서인지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펜스 안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늦게 도착했지만 5시부터 간단한 아침 식사를 주는 보급소도 있었고, 원하는 사람에 한해 가방 하나씩을 배번별로 피니시에 배달하는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앞 그룹이 순차적으로 출발하면서 뒷그룹이 앞을 슬슬 채워 나갑니다.  그 틈을 타서 훨씬 후미 배번대인 저희는 일단 펜스 안으로 슉.
저희는 9500번대 그룹이었지만 그쪽이랑 같이 출발할 경우 컷오프-_- 당할 위기가 좀 더 큰 만큼 앞쪽 그룹에 묻어서 출발하기로 합니다.


이중에_첩자가_있어.jpg


배번대도 튀고 보기 힘든 동양인 세명이라 주목 좀 받더군요.


그냥 하나의 그룹일 뿐인데도 앞에 끝없이 보입니다.  출발하는데만 한시간이 걸리는게 정말 쉬운일이 아니더군요.


다들 안장가방은 기본에, 져지 안은 방풍자켓/각종 음식/토시류 등 빵빵하게 넣어 다닙니다.  신축성 있는 져지의 뒷주머니가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


이분은 크로몰리에 이너 42t-스프라켓 23t(혹은 21t)를 쓰시더군요.  이런 세팅으로 나오는 자신감이 부러웠습니다.  물통도 막 2리터 페트병....
강하게 자라신 분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출발 모습을 구경하는 참가자의 동행인듯.


오늘 달릴 코스입니다.  보다시피 스타트와 피니시가 아주 멀기 때문에, 미리 차를 갖다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마모뜨 때와 코스가 거의 겹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에땁의 액트 1 코스.  모단에서 출발해 모리엔느 계곡으로 내려가다가, 꼴 듀 텔레그라프를 오르고, 다시 발로와르까지 내려간 후, 갈리비에를 넘고 나서 부르 드와장으로 내려가고 알프듀에즈에서 끝나는 코스입니다.  전체적으로 초반 15km를 제외하면 마모뜨의 후반부 코스와 동일합니다.  1등급 산악인 꼴 듀 글랑동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겠죠.  코스의 길이는 110km에, 총 해발 상승 고도는 3350m입니다.


출발 직후.  7시 40분 가량으로 아직 춥지만 햇살은 밝습니다.  모단의 시민들인지 같이 관광온 동행들이 나와 박수를 쳐주더군요.


마모뜨에서 본 윈디 밀라 사람들이 여기도 있더군요-_-;;;  핑크로 뒤덮은 영국 라이더들.
http://www.wyndymilla.com/
자전거도 팔고 의류도 팔고 재밌는 곳이더군요.


리퀴가스 팀복을 입은 여성 라이더.
낙타님은 여성라이더라면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 놨습니다.


출발 직후 텔레그라프 입구까지 대략 15km는 약한 내리막이 계속됩니다.  시원하게 달리니 구간 평속이 44km/h가 나옵니다.  힘은 별로 안들고 적당히 잘 갔습니다.


하지만 기배형은 프랑스에 와서 첫 본격적인 라이딩이었기 때문에 아주 당찬 라이딩을 하더군요.  앞에서 그룹을 끌고, 폭풍 내리막을 시전하고, 있는대로 앞그룹에 같다 붙이는 등 힘을 아낌 없이 활용했습니다.
뒤에서 말리고 싶었는데 너무 재미있게 타길래 그냥 내비 뒀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저러다 결국엔 부메랑으로 돌아올텐데....?
는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생 미셸 드 모리엔느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바로 텔레그라프가 시작됩니다.  이제 본격 업힐 시작.  텔레그라프는 수목한계선 아래이기 때문에 숲이 울창한 업힐입니다.  기배형은 호명산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했지만, 길이 11km에 800미터 업힐로, 평균 경사도는 7%인 상당히 빡센 업힐입니다.  아직 힘이 넘치는 기배형은 저 앞으로 쭉 내달리며 사람들 사진 찍는데 열중합니다.


첫번째 업힐이라 사람들이 북적북적 합니다.


프랭크?
룩셈부르크 챔프 져지를 비롯해 레오파드 팀 져지는 정말 많더군요.


라파+스카이 카스크 헬멧+스카이 도그마+시마노 Di2
=영국인.
휠도 심지어 라이트웨이트....


기배형이 앞뒤로 왔다갔다 하면서 사진을 찍어줍니다.  면님이 완주할 수 있도록 페이스를 봉인하고 있었는데, 기배형이 너무 느리게 가는거 같아 먼저 가겠다고 합니다.  일단 텔레그라프 정상에서 다시 만나기로 합니다.


아직은 싱글벙글


유럽의 강한 햇빛에 좀 태우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이랑 비교하니 제 피부가 정말 어둡네요;


먼저 앞으로 떠나는 기배형. 


장거리 엔듀런스 용 프레임인 스페셜의 루베를 타는 근육근육 아저씨.  스페셜의 루베, 피나렐로의 도그마K(코브), 캐넌데일의 시냅스 등 이러한 그란 폰도에선 인기가 상당한 프레임인데, 최상급 레이싱 전용 프레임이 대세인 한국과는 참 다른 양상이지요.  다 타고 나면 몸이 편안한 프레임과 자세를 자동적으로 찾게 되어 있습니다.


뚜르의 안전을 담당하는 쟝담.  쟝다메히Gendarmerie라고 하며 짧게 쟝담이라고 부릅니다.  일종의 민병대로 경찰과 군인 사이의 역할이랄까요?  프랑스를 비롯 유럽에선 꽤나 전통있는 집단으로 경찰과 거의 비슷한 일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뚜르의 공식 스폰서이기도 하죠.


타임.
이곳을 잘 아는 라이더들은 프레임과 구동계는 좋은 걸 쓰더라도 휠은 가급적이면 로우 프로파일 알루미늄으로 버팁니다.  펑크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갈리비에 내리막을 내려가다 보면 바람에 바퀴가 휘청거리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지요.


흰색 아소스 같은 걸 끼얹나?
라파, 고어 바이크웨어, 아소스 같이 고가 전문 의류들과 함께 프로 팀복 레플리카 등을 아주 많이 입는 것이 한국이랑 비슷비슷 합니다.  어딜가나 사람 사는데 비슷하더군요-_-;  물론 변화무쌍한 날씨로 인해 고어텍스나 바람막이 등이 기능성 의류가 아주 많습니다.
위 라이더는 뒤 스프라켓을 거의 MTB 수준인 32t를 사용했네요.  만약 스탠다드 크랭크라면 32t 추천합니다.  저도 내년에 다시 간다면 이 조합을 사용할 예정....


자기와 아들 얼굴로 커스텀한 져지를 입은 분도 계시는군요.


캐넌데일 져지가 많네요.  특히 이분이 입고 있는 건 프로가 입는 것과 동일한 최상급 레플리카 져지.  그란폰도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건 고가 의류, 고가 장비들입니다.  이쪽 시장이 워낙 큰 면도 있고, 이러한 좋은 장비들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 준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코스 내에서 함께 달리는 패트롤 모또(프랑스어로 모터사이클을 Moto라고 합니다). 


마모뜨의 라이더들은 숫적으로도 더 적거니와, 전체적으로 실력이 매우 뛰어나고 다들 몸 상태가 아주 좋습니다.  반면에 레땁은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 이렇게 좀 더 아마추어 티가 많이 나는, 더 개방적이고 폭넓은 라이더들이 많이들 참가하지요.


마른 근육이 참 인상적인 할아버지.


역시 여성 라이더는 빼놓지 않고 찍은 기배형.  레땁에는 여성 라이더가 참 많더군요.


앰뷸런스도 코스에 자주 진입합니다.  앰뷸런스가 오면 라이더들이 '아땅씨옹'(Attention, 조심해~) 라며 길을 터주죠.  서로서로 큰 문제 없이 부드럽게 지나갑니다.


정상 부근에는 가족들을 기다리는 듯한 서포터들이 꽤 있었습니다.


나시 티를 입은 여성 라이더. 


기배형은 가다가 일본인 라이더를 만납니다.  마모뜨에선 동양인 자체를 거의 볼 수 없었는데, 레땁은 일본에서 전문 여행사도 있는 만큼 꽤나 옵니다.  레땁 전날에 모단에서 왠 버스에 단체 일본인들이 우르르 내리는 광경도 목격했지요.


텔레그라프 정상.  여기부터는 발로와르 영역입니다.  마모뜨에선 여기서 물보급을 해줬지만 레땁은 아직 30km가량 밖에 오지 않은 관계로 보급은 없습니다.
 

정비를 도와주고 있는 마빅 모또.

여기서 기배형과 조인해 함께 내려가기로 합니다.  텔레그라프 올라보니 생각 외로 별거 아니고, 저에게 우리 페이스가 너무 낮은거 같아 다들 우리를 추월해 조금 불안하다고 합니다만, 저는 그래도 천천히 가자고 주장합니다.  아직 첫번째 언덕이거든요.  그 마음 다 이해합니다 ㅋㅋㅋㅋㅋㅋ
고도표 상으로는 발로와르까지 별로 내려가지 않지만, 알고보면 5km가량의 내리막을 내려가야 합니다.  아직 아침인데다, 발로와르까지는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계곡이라 꽤 추운 곳이기 때문에 방풍 조끼를 입고 내려갑니다.


발로와르를 지나 첫번째 보급소로 향하는 사람들.  보급소의 위치는 마모뜨 때와 동일한데, 발로와르 안에 있지 않고 발로와르에서 급경사를 약간 더 올라가야 합니다.


첫번째 보급소.  사람들이 북적북적 하더군요.


비텔 생수, 마들렌, 오렌지 등등.  뚜르와 레땁 모두 프랑스의 ASO에서 주최하기 때문에 뚜르의 오피셜 스폰서들에서 제공하는 음식들입니다. 


첫번째 보급소이지만 앞으로 갈길이 매우매우 먼 관계로 우걱우걱 다져 넣고 출발합니다.  기배형은 여기서부터 자신의 페이스로 먼저 가기로 합니다.


보급소에서 빠져나와 갈리비에로 향하는 초입.


역시나 한참을 올라오니 15km 표지석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사진의 보급소는 각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개인 보급소로, 이러한 여행사를 대행해서 참가하면 개인적으로 기다리지 않고 보급받을 수 있으며, 개인 물품을 미리 맡겨 두고 나중에 수거하는 등 편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트렉 트래블에서 제공한 개인적인 보급물품.


쭉쭉 뻗은 여성분. 


이렇게 동호회에서 여럿이 한꺼번에 참가해 함께 오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파의 레땁 져지를 입은 참가자.  발로와르에서 한참을 올라와 수목한계선을 넘었지만 아직도 갈리비에 초입일 뿐입니다.


뭔가 커스텀 페인팅 된 듯한 룩.
갈리비에 초입인 이곳은 꾸준한 경사와 점점 느려지는 속도로 슬슬 맛이 가기 시작하는 곳이죠.  여기서 버닝했다간 갈리비에 정상을 보는데 2시간이 걸릴 지도 모르는 곳입니다.


배경은 웅장한데 라이더가 좀 아쉽군요-_-;;;  부엘타 우승한 니발리의 져지를 입고 있는 분.


11km 남은 지점.  아직 이곳의 풍경에 감탄하기엔 이릅니다.  이 산을 돌아 넘어 보이지 않는 곳까지 가야 합니다.


랜스가 차린 멜로우 죠니 샵의 져지를 입고 계신 분.  길가에는 벌써 쉬면서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네요.
타고 있는 룩도 미국 성조기 커스텀이네요.

알프스에서 열리는 그란폰도를 주행할 때 주의할 점은, 절대 자신의 젖산역치 파워를 넘는 행위, VO2Max를 넘는 행위는 해서는 안됩니다.  추후에 크게 후회할 수 있습니다.  절대 과속하면 안되고, 자신의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해야 합니다.


갈리비에 중턱의 코너.  직선이 계속되던 오르막에 본격적으로 헤어핀 코너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구간으로, 경사도도 급격해집니다.


멀리 보이는 판타니 메모리얼 기념비.  마르코 판타니가 1998년 비오는 갈리비에에서 어택을 시도해 모두를 떨쳐내고 레 두잘페Les Deux Alpes에서 우승하며 얀 울리히를 8분가량 따돌렸던 곳입니다.  이 기념비는 나중에 다시 찾게 됩니다.


면님도 슬슬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합니다.  텔레그라프까지만 하더라도 왜이리 천천히 가냐는 불만이 있었지만 지금은 클릿을 빼면 다시 못 낄 것 같다는 얘기를 자꾸 합니다.

그러다가 코너를 돌려고 하는데......

대략 6~7km 가량 남은 곳.
http://flv.valloire.net/valloire/pano/index-valloire-ete4.htm
바로 이 지점.

이 코너에서 기배형이 누워 있습니다 (!)
아 이 사진을 못찍었던게 정말 천추의 한이네요 ㅠㅠ
한참 먼저 간 기배형이 코너에 자전거를 팽개치고 누워있길래 괜찮냐고 물었더니, 지금껏 자전거 인생에서 가장 크게 쥐가 올라왔다고 합니다.
완주도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하네요.
일단 저는 면님을 먼저 보내고 기배형의 상황을 살펴 봅니다.  허벅지에 쥐가 심하게 올라왔는데, 혹시나 배번을 단 옷핀으로 찌르면 나아지지 않겠냐고 물어봐서 해보자고 합니다.
쿡쿡쿡.......
'야 좀 나아지는거 같은데 피는 안나오네?'
'너무 약하게 찌르셨네요'
'아하'
쿡쿡쿡 읔.....
'아 이제 한결낫다.  경훈아 먼저 가 나 곧 갈께'
'형 조심히 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
(혐짤)


옷핀으로 쿡쿡 찌른 기배형의 허벅지...


하지만 사진 찍기는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갈리비에 협곡에서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길.  오프로드입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기다리고 있던 응급 구급대가 맛사지를 해줘서 겨우 살아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남은 거리는 점점 경사도가 높아지는 곳.  별수없이 기배형은 끌바를 혼용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ㅠㅠ


피니시에서 1km 남은 지점.  아래를 내려다보면 끝없는 헤어핀과, 지금껏 올라왔던 길이 정말 이 세계의 길이 아닌 것 처럼 펼쳐집니다.


마지막 1km.  평균 경사도 9%의 무시무시한 길입니다.  1km의 평균 경사도가 9%라면 순간 경사도는 12%이상에 육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갈리비에는 정말이지 남은 1km까지 지옥입니다.


결국엔 갈리비에를 정복한 기배형 ㅠㅠ
솔직히 저는 기배형이 갈리비에를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알프듀에즈 못타보는게 너무 억울해서라도 죽을 힘을 다해 왔다고 합니다.  기배형의 실력은 매년 대관령 47~48분가량을 꾸준히 기록해 오르막을 상당히 잘 타는 축에 속하지만, 갈리비에는 겁없이 덤벼들면 피를 부를 뿐입니다.....

마모뜨 때와는 다르게 갈리비에 정상에는 보급소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레땁 인원이 훨씬 많아 좁은 갈리비에 정상에서는 무리가 있었는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  두번째 보급소는 갈리비에에서 대략 25분 정도 내려가야 있었습니다.


갈리비에 초반의 급경사 헤어핀을 몇 개 내려오면 보이는 앙리 데그랑쥬 기념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어갑니다.


헤어핀 경사를 한참 내려오면 나오는 쭉 뻗은 길.  브레이크를 잡지 않고 수십분 동안 내려갈 수 있는 뻥 뚫린 도로입니다.  마모뜨 땐 속도가 잘 났었는데 레땁 때는 바람이 워낙 심해서 아주 빠르게 내려가진 못하겠더군요.


시원한 내리막을 각자 내려오는 사람들.  도로 상태가 나쁜 편은 아닙니다만, 길이 매우 거칠어 핸들바로 오는 진동이 만만치 않습니다.  되도록이면 타이어, 핸들바, 바테입 등을 컴포트하게 세팅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중에 만난 바이크 프라이데이 미니벨로.  유럽에 와서 미니벨로에 드롭바를 얹은 자전거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순간입니다. 

다들 신기해 하더군요.  미벨에 드롭바를 얹다니...  여기저기서 사진도 찍고 그럽니다.  그란폰도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생활차 용도로도 미니벨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미니벨로가 주로 일본에서 많이 개발되고 사용되는데 (접이식 자전거만 전철 탑승 가능) 한국은 가까운 일본의 영향을 받아 미벨이 많은게 아닌가 싶네요.


갈리비에를 내려오단 보면 이런 터널이 몇 군데 있습니다.  개중엔 불이 켜지는 곳도 있지만, 불이 아예 들어오지 않아 컴컴한 구간도 있으니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마모뜨 때는 안전하게 내려왔지만(대회 기념품이 작은 라이트였는데 부착한 사람이 많았음) 레땁 때는 결국 사고가 생기더군요.


갈리비에에서 한참을 내려오니 보인 두번째 보급소.  여기서 오렌지와 파워젤, 빵과 음료수 등을 보충하고 다시 출발합니다.  앞으로 보급소는 알프 듀에즈 입구에 하나가 남았지만 패스하고 그대로 오르게 됩니다.


레땁의 터널에서의 사고.  이 터널은 불이 들어오지 않아 컴컴한 구간인데, 어떤 라이더들이 서로 엉키면서 사고가 크게 난 듯 싶더군요.  앰뷸런스들이 계속 지나가고, 응급 헬기까지 떠서 환자를 이송해 갔습니다.  뒤에 있던 사람들은 하도 사람들이 많이 밀려 있어 결국 끌바로 이 구간을 통과하게 됩니다.

나중에 공식 기록은 이곳의 사고 때문에 20분을 일괄적으로 차감하더군요.


터널 반대편.  터널을 지나 살짝 오르막 구간이 있는데 여기서도 잠깐 멈추게 됩니다.  앞서 생겼던 사고와, 또 다른 사고로 인해 도로가 잠깐 통제 되면서 아코디언처럼 사람들이 줄줄이 밀리게 됩니다.  여기서도 대략 10분 이상 서 있었습니다.


살짝 올라가는 구간 두어개를 지난 후 다시 부르 드와장까지 계속해서 내려갑니다.  이쪽도 나름 급경사에 심한 코너가 몇 개 있어 주의해야 하는 곳이 있습니다.


면님 앞의 라이더는 룩셈부르크 내셔널 져지를 입고 있는 또다른 프랭크....
왠 레오파드 져지를 입은 라이더들이 모여서 일종의 트레인까지 만들더군요-_-;;;


피니시에서 20km 지점.  부르 드와장까지 대략 5km 남은 구간입니다.


부르 드와장의 마지막 보급소.  하이로드 져지들이 눈에 띄네요.


프랑스산 파워젤.  치약 같은 튜브에 있어 짜먹기 매우 편한 구조입니다.  뚜껑도 입으로 돌려 쉽게 딸 수 있는 구조.  약간 끈적하지만 맛도 괜찮고, 무엇보다 공짜로 제공이라 많이 챙겨서 계속해서 먹었습니다.  쥐를 방지한다는 마그네슘도 많이 들어 있다고 써 있네요.


죽음의 알프 듀에즈 구간에 접어든 기배형.  무시무시한 경사도를 자랑하는 14km 가량의 코스로, 유명한 21개의 헤어핀 코너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21개의 코너마다 사람들이 진을 치고 뻗어 있죠-_-;;;;


알프 듀에즈는 서포터들도 많이들 관람하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뚜르 드 프랑스를 기다리는 열성팬들이 일찌감치 모여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쯤 오면 쨍쨍 내리쬐는 햇빛에 머리가 뜨겁게 달아오르는데, 물을 시원하게 뿌려주더군요.  정상은 정말 춥지만, 힘든 오르막의 시작 부근에는 정말 머리가 익는 느낌입니다.


알프 듀에즈 중간의 유에즈Huez 마을.  여자 쟝담이 있네요.


근데 한참을 왔는데 겨우 15번째 코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프 듀에즈의 정상은 1860m인데 아직 해발 1025m입니다.


협곡 사이에 구불구불하게 난 헤어핀을 끝없이 오르는 알프 듀에즈. 
하지만 여성 라이더 사진은 건져 내셨군요.  일본인이었다고 합니다 ㅎㅎㅎ


기배형은 너무 힘든 나머지 줄줄 흐르는 알프스 약숫물을 떠다 마셨다고 합니다.  유럽의 지하수 물은 대부분이 석회질이 포함되어 있어 그냥 마실 수 없고, 반드시 정수해서 마셔야 하지만, 모르고 마시면 해골물도 꿀맛 ^^
ㅠㅠ


알프 듀에즈를 오르는 끝없는 행렬.
알프스를 보면 대자연도 정말 경이롭지만, 그 사이에 길을 뚫은 사람들도 참 대단합니다.


는 한참 올라왔는데도 아직 10번째 코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


푹 쉬셨군요.
기배형이 나중에 알프 듀에즈 오른 소감을 말하는데 정말 심장이 터질듯한 느낌이 아닌, 너무 아파서 지속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쉬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올라가는 사람들.  대형 그란폰도를 참가했을 때 가장 놀라는 점은, 정말 사람들이 끊임없이 줄지어 오르락 내리락 코스 어디에나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점입니다.  시합 몇번 참가하면 서로 얼굴 다 아는 좁은 한국과는 스케일이 정말 다릅니다.
사진의 흰색 캐넌데일 시냅스 타시는 분은 트리플 기어 세팅으로 오르는군요.  트리플이 어찌나 탐나던지....


한참을 올라오면 보이는 정상 부근의 호텔과, 알프 듀에즈 구조물.  프리라이딩과 다운힐 바이크를 위한 코스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열심히 끙끙거리면서 올라가는데 옆에서 신나게 내려오더군요 -_-+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길가에 호텔이 보이기 시작하고, 저 앞에는 레스토랑과 까페도 슬슬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앞에서 페이스조절을 잘 해 잘 버텨왔지만, 알프 듀에즈에서 완전히 무너진 면님.  결국 도중에 한번 클릿을 빼고 쉬어야 했습니다.  사실 끌바를 하거나 쉬는건 정말 싫지만, 도저히 안될 때는 쉬었다 가는 편이 가장 빠릅니다.

특히 마지막 5km에서는 너무나도 힘들어해 제가 많이 밀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아는 코스이기도 했고, 페이스 맞춰주느라 힘이 많이 남은 상황이었지요.  면님을 밀면서 올라가니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트레 쟝띠, 부젯 쟝띠Vous etes gentil 라면서 착하다고 응원을 많이 해주더군요 ㅎㅎ


마지막 3km.  경사도도 상당히 높은 구간이며, 다들 남은 힘이 없는 상황입니다.  다들 핸들바 탑을 잡고 쥐어 짜내고 있네요.  옆에서 끌바를 하는 사람들도 정말 많습니다.


2km 지점을 지나면 보이는 알프듀에즈 피니시 플래카드.  하지만 이곳은 피니시가 아니고, 앞에 보이는 터널을 지나 좀 더 가야 합니다.  여긴 평소에 부르 드와장 관광 오피스에서 제공하는 칩이 기록하는 피니시 지점 같더군요.


마지막 코너인 코너 0!!!!!!!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1km 배너.

여기부턴 경사도가 낮아져 대략 5%대로 내려갑니다.  속도가 쭉쭉 붙는 구간이지만 다들 힘들어해서 실제로 속도를 많이 내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약간의 평지를 지나 앞에 보이는 로타리에서 왼쪽으로 틀면 피니시입니다. 


대망의 피니시!!!!
피니시까지 오르막이 끝나지 않습니다-_-;


피니시하면 곧바로 옆의 구역에서 완주메달과 음식물 등을 받습니다.  피니시에서도 폴란드 아가씨를 찍는 기배형의 집념.


메달을 나눠주는 스태프.


레땁의 완주메달입니다.

지용이는 4시간 21분의 시간으로 나이대에서 무려 42위, 전체 143위를 합니다.  저와 면님은 7시간 10분-_-;;;으로 저는 나이대별 387위, 면님은 나이대별 57위, 그리고 둘은 전체 4874위와 4876위를 기록합니다.  기배형은 7시간 54분으로 나이대 1465위, 전체 5804위를 기록합니다.  지용이는 마모뜨 이후 계속해서 알프스에서 훈련하더니 아주 좋은 기록이 나왔더군요.

지용이는 일찍 출발한데다 너무 일찍 도착해버려-_-;;  한참을 기다렸다고 합니다.  낮잠도 자고 파스타 파티가서 먹고 사람들이랑 놀고 그러다가 운좋게 저와 면님이 피니시하는 걸 보고 합류합니다.  함께 파스타 파티로 가서 파스타를 한번 더 흡수해 주고, 기배형을 기다리기로 합니다.

기배형은 대략 한시간 후에 도착합니다.  마침 로밍한 폰이 있어 전화로 연결이 됐고, 파스타 파티가 열리는 알프 듀에즈의 스포츠관 앞에서 다시 상봉합니다.


레땁의 파스타 파티.  마모뜨와는 다르게 누구에게나 공짜로 개방이었습니다. 


흡ㅋ수ㅋ
기배형이 너무 힘들어서 먹을게 잘 안들어간다고 해 제가 또 먹었지요-_-


모두 끝나고 알프 듀에즈에 미리 주차했던 캠핑카로 가기 전에, 스포츠관인 빨레 데 스포흐Palais des Sports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갑니다.

캠핑카에 자전거를 싣고, 통제가 어느정도 풀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부르 드와장으로 내려옵니다.  물론 시합은 아직 종료된 것이 아니라서 사람들이 계속 올라오지만, 자전거와 차가 뒤섞여 같이 내려 갑니다.


오늘 하루 수고한 우리의 자전거들.


우리의 텐트와 짐들이 기다리고 있는 모단으로 가기 전에 부르 드와장에 한번 더 들려 샵 구경도 살짝 하기로 합니다.
이미 부르 드와장의 까페와 샵 앞에는 레땁을 마치고 난 사람들이 점령하고 있더군요.


다시 찾은 부르 드와장의 거리.


샵 앞에 진열된 대여용 트렉 마돈.


샵 안의 져지들.  구하기 힘든 져지들과 사이즈들이 꽤 있는 편입니다.  물론 가격은 전혀 착하지 않습니다-_-


특이한 조각모 진열 방식.


샵에 걸려 있는 알프 듀에즈의 순간들.


또다른 기념품 가게.  바로 표지석들입니다.  알프스에서 자전거 타느라 고생좀 하면 이놈들 안살 수가 없죠.  종류별로 있는데 자신이 정복한 오르막들은 수집해줘야 제맛!

물론 큰거는 비싸서 힘들고 젤 작은 검지손가락 마디만한 걸 삽니다.

이제 모단으로 되돌아갑니다.  코스는 글랑동을 넘어 모리엔느 계곡을 통해 모단으로 향합니다.  기배형과 면님에게 이곳이 마모뜨 코스라고, 우리는 여기를 넘은 후에 오늘의 코스를 탔었다고 강하게 어필합니다.


글랑동의 산속에 있는 거대한 저수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합니다.  저 멀리에는 알프스의 소들이 업힐을 하면서 풀을 뜯고 있습니다.  근육이 아주 실하죠잉.


다시 한번 더 찾은 글랑동.


이곳은 언제나 바람이 엄청나게 강하게 불고 있습니다.


글랑동을 내려올 때 살벌한 코너들.  전날 여기를 캠핑카로 올랐던 것이 생각나고, 마모뜨 때 여길 자전거로 내려갔던 것이 생각납니다.


모리엔느 계곡으로 내려와 모단으로 얼른 갑니다.


모리엔느 계곡 부근의 철길들.  예전 석탄과 시멘트를 캐던 곳으로 광산업이 발달했던 곳이라 각종 시설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마모뜨를 뛸 때 이곳을 지나게 되는데, 대각선으로 나 있는 철길을 지나가야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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