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탄 경찰 김지수 경장, 두바퀴 안전을 위해 달린다.
에디터 : 정혜인 기자
사진 : 정혜인 기자

‘정말 재수 없어야 잡히는 거지’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등 PM 관련 단속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는 생각이다.
자동차 법적 규제가 강화되고 범칙금 부과 기준이 확대되는 것처럼, 최근 이용자가 급증하는 자전거와 전동킥보드도 법적 규제 위반에 따른 처벌 기준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전동 방식으로 구동되는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 사용에 따른 사고가 잦아서 스로틀 방식에 대한 면허 소지와 헬멧 착용 여부, 음주 운전, 신호 위반 등에 대한 법칙금을 분명히 규정하고 있지만, 실 이용자의 대다수는 남의 다리 긁는 소리처럼 인지한다는 거다. 
가장 큰 이유는 어차피 단속하는 걸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속하는 곳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에 따른 "안 걸려 괜찮아"라는 안일한 생각은 무질서한 이용에 의한 피해 규모를 확대하는 꼴이 되다 보니 법적 규제의 존재 가치가 무의미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더 이상 눈뜨고 봐줄 수 없어 옷을 갈아 입는 경찰이 있다. 파주 경찰서 운정야당지구대 소속의 김지수 경장이다.


첼로 로켓 레이싱 팀에서 활동 중인 김지수 경장


현재 경찰 공무원 7년 차인 김지수 경장은 파주경찰서 운정 야당지구대에서 근무 중이다. 동시에 첼로 로켓 레이싱 팀에서 활동한 지 2년 차인 사이클리스트다. 이런 그에게 폴리스 마크와 글자가 박힌 저지는 누구보다 자연스럽다. 
경찰복 대신 사이클 의류지만 본인의 신분을 시민들에게 분명히 인지 시킬 수 있도록 직접 디자인하고 사비를 들여 구매했다. 단체복으로 맞춘 게 아니라서 비싼 금액을 지불해야 했지만, 자전거 순찰에 진심인지라 그런지 "괜찮다"며 가볍게 웃어 넘기는 모습이 더욱 의젓해 보이는 경찰이다. 

자전거는 MCT 활동을 위해 지원 받은 첼로 엘리엇. 골목 깊숙한 곳까지 빠른 스피드로 단속 대상을 쫓기에 충분한 경량의 로드바이크다.
거기에 무전기, 범칙금 발부용 프린터키, 계도조치 사항을 기록한 개인용 수첩 등을 넣은 탑튜브 가방, 앞뒤에 단속 현장과 주행 상황을 기록할 블랙박스, 물통 2개 등을 탑재해 도로 위를 나선 김 경장은 누가 봐도 이상하리 없는 '자전거 탄 경찰'이다.
후방에 경찰용 라이트까지 장착하고 나니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움찔하게 만드는 경찰 포스를 보여준다. 

주요 단속 대상은 전동으로만 움직이는 전동킥보드 이용자 중 헬멧 미착용자, 무면허, 정원 초과로 탑승하는 이용자, 음주운전자, 신호 위반 이용자 등이다. 
스로틀이 탑재된 전기자전거의 면허 소지여부와 헬멧 미착용자 역시 단속 대상이지만, 모든 전기자전거에 대해 스로틀 모드 포함 여부를 먼저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라 현재는 전동킥보드 단속에 초첨을 두는 실정이다. 

파주경찰서 운정야당 지구대 소속의 김지수 경장은 첼로 로켓 레이싱팀으로 활동 중인 자전거 매니아이다.

사비를 들여 옷을 제작할 만큼 자전거 순찰에 진심이다.

MCT 활동으로 지원 받는 첼로 엘리엇 자전거에 엄청난 장비들이 실려있다.



자전거 순찰을 시작하게 된 계기?


"최근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PM 관련 사고와 민원이 빗발쳐서 자전거 순찰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전동킥보드와 보행자, 전동킥보드와 차량 간의 사건 사고가 잦아서 단속의 필요성을 심각하게 인지하게 됐다는 게 김 경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경찰차로 단속하는 데는 무리가 많다.
"제가 전동킥보드를 단속할 때 순찰차와 도보로 단속하게 되면 대부분 좁은 길로 빠르게 도망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렵습니다. 실제로 이용자들 역시 도망가면 된다고 생각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자전거를 이용하여 단속을 해보자고 제안한 것이 수락되어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전동킥보드의 속력은 최대 20~25km이고 자전거처럼 자가 엔진으로 그 이상의 속력을 구현할 수 없기 때문에 킥보드가 자전거의 속력을 제치기는 어렵다.
심지어 다수의 자전거 대회에도 참가할 정도로 자전거에 진심인 경찰이라면 단속 실적은 불 보듯 뻔하다. 오히려. 도망가다가 잡혀서 괴심죄까지 성립되거나, 다른 사고를 발생 시키고 싶지 않다면 순순히 잡히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먼저 서는 상황이다. 

이 같은 추측을 증명이라도 하듯, "걸렸다고 해서 도망가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만, 간혹 있다 해도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의 속도가 빠르지 않고, 제 자전거로 미리 퇴로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단속 대상을 놓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라고 김지수 경장은 설명했다.

"최근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PM 관련 사고와 민원이 빗발쳐서 자전거 순찰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주요 단속 대상은 헬멧 미착용자, 무면허, 정원 초과로 탑승하는 이용자, 음주운전자, 신호 위반 이용자 등이다.

전기자전거는 PAS 모드만 탑재됐는지, 스로틀도 포함됐는지 확인이 선행돼야 하다 보니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

스로틀이 탑재된 전기자전거 이용자 역시 전동킥보드와 동일한 범칙금이 부과된다.

오토바이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운전자도 단속에 예외는 아니다.



생각보다 손 떨리는 범칙금 수준


단속에 걸리더라도 대부분 계도조치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최근 PM 관련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골치거리인 만큼 경찰들 역시 그리 너그럽지만은 않다. 

우선 범칙금을 살펴보면, 헬멧 미착용의 경우 2만원, 무면허 운전 10만원, 음주운전 10만원(음주 측정 거부 시 13만원/수치에 따라 정지 및 취소), 승차 정원 초과 시 4만원, 신호 위반 3만원 등 금액이 자동차 교통 법규 위반 시 발생되는 범칙금과 맞먹는 수준이다.  

취재 도중, 헬멧 미착용자가 빨간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유유히 건너오다 걸린 일이 있었다. 인적사항을 확인해보니 무면허까지 확인되어 한번에 3가지 범칙금을 부과하게 됐다. 현장에서 이 시민에게 발부한 범칙금은 총 16만원, 그럼에도 전혀 민망한 기색조차 없고 오히려 억울하다는 표정과 태도였다. 

무조건 벌금을 부과하기 보다, 인식 개선을 위한 계도 조치를 병행하는 김 경장의 모습 역시 단호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걸 보면, PM 단속은 더욱 절실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 테다.

유동 인구가 많은 구역이 김 경장의 주요 활동 무대

레이다망에 걸렸다 하면 백발백중



주요 단속 대상은 청소년?


스로틀이 탑재된 전기자전거, 전동으로 구동되는 전동킥보드는 무조건 원동기 이상의 면허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면허를 취득할 자격이 없는 연령의 청소년 이용자가 면허 소지와 헬멧 착용이 의무화라는 걸 몰라서 주로 단속 대상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현장에서 김 경장에게 걸린 사람 중 상당수는 성인이었고 연령층도 다양했다.
당시에는 걸리지 않았더라도 보행로 주행과 헬멧 미착용이 대다수. 음주운전과 커플끼리 승차도 꽤 많다고 한다. 그래도 성인이라 그런지 무면허의 경우는 극히 드문 편이다. 
그 외 10대 청소년은 무면허와 헬멧 미착용이 대다수다. 대부분이 공용 전동킥보드 이용자고, 헬멧과 면허가 의무라는 것조차 분명히 알고 있었다. 

변명은 다양하다. 학원에 늦어서, 잠깐 타는 거라서, 재밌어서 등이며 문제는 의무화에 대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리고 해당 학생의 부모 중 일부는 항의 전화를 한다고 한다. 자신의 자녀가 교통안전에 대한 인식 부족과 부주의로 사고가 날 수 있고,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진행하는 단속인 걸 아마 모르지 않을 테다.
그런데 범칙금을 부과했다는 이유로 항의를 한다는 사실이 개인적인 상식선에서 이해가 어렵다. 이게 현실이라는 것은 PM 역시 자동차 운전과 같다는 인식이 부족한 결과일 테다. 

반면, 응원해주는 시민들도 많다고 한다.
"일반 경찰 복장과 달라서 처음에는 갸우뚱하시는 분들도 가끔 계십니다. 곧 경찰인 것을 인지하시고는 본인이 단속에 걸리셨음에도 정말 수고가 많다고 응원해주시고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시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아서 힘이 됩니다"

"본인이 단속에 걸리셨음에도 응원해주시고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힘이 됩니다"


실제로 단속이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


약 3시간 동안 동행 취재를 하며 김 경장의 시선에서 거리를 지켜봤고, 취재가 끝난 뒤에는 유동 인구가 많은 교차로에 한참을 서서 주변을 살펴봤다.
러시아워가 아닌 시간에도 규칙을 위반하는 전동킥보드와 (스로틀이 탑재된) 전기자전거의 운전자는 10분에 5~6명 정도였다. 특히 보행로에서 곡예 주행을 하고 2명씩 승차한 전동킥보드도 꽤 많았다. 현실은 이처럼 심각한데 보편적인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 경장은 "순찰차로 단속하는데 제약이 많아 별도로 순찰대 인력을 배치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수가 넉넉치 않습니다. 그리고 강제적으로 자전거를 타라고 권유할 수도 없죠"

역시 예상한 답변이었다. 2교대 시스템으로 근무하는 데다 112 신고 접수로 출동이 많은 지구대 상황을 뻔히 알고 있다면 자전거 순찰대를 왜 운영하지 않느냐, PM 단속을 철저히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기가 참 미안해진다. 

도심일수록 해야 할 일은 늘어나고 근무시간은 이미 긴데, 인력은 고정된 상황인 건 김지수 경장이 속해 있는 운정야당 지구대도 마찬가지다. 김 경장은 혼자 자전거 순찰 업무를 지원할 재량이 되기에 본 근무 시간을 할애하여 단속 업무를 진행하고 있긴 하나, 이 또한 112 출동이 많을 때는 눈치밥을 먹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순찰차로 단속하는데 제약이 많고 현실적으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수가 넉넉치 않습니다"


단속, 한 달 간의 반응


"단속을 시행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 큰 변화가 있다고 말씀드릴 수 없지만 한 달 전과 비교하면 헬멧 착용자가 늘어난 것이 보입니다"

해당 지구대 관할 구역에서만 늘 단속을 진행하다보니 자주 보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계도 조치와 범칙금 부과 경험이 있는 이용자 중 일부는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기도 하다. 그중 헬멧 미착용으로 종종 단속 대상이 되었던 몇몇은 전동킥보드 이용을 포기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헬멧 착용을 선택해 다닌다며 뿌듯해 했다. 

그리고 좋은 소식도 있다. 자전거 탄 김 경장의 소식을 접한 다른 지역의 지구대에서도 자전거 순찰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그들에겐 김 경장이 계기가 되었다는 거다.
최근에는 자전거 순찰대는 아니지만 누리꾼들에 의해 PM 음주운전 단속 모습도 곳곳에서 공개되고 있다. 다양한 지역구에서 이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면 조금씩 긴장하는 분위기가 짙어지지 않을까. 

무엇보다 대중 매체를 통한 인식 개선과 단속을 강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건강한 PM 문화가 자리잡아 가길 희망해본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헬멧 착용자가 늘어난 것이 보입니다” 

자전거 전용도로와 복잡한 도심 속 단속에 있어서 자전거 순찰은 매우 효율적이며, 그런 이유로 해외에서도 자전거를 이용한 순찰은 많이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도심 친화적이고 사람들에게 더욱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자전거 순찰이 더욱 늘어나기를 바라며, 김지수 경장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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