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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박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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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전기자전거가 본격적으로 우리 생활 속에 들어온다는 것이 실감나는 시대가 되었다. 전기자전거를 활용한 공유 모빌리티 시스템이 선을 보이고, 전기자전거 관련 신제품 및 아이템도 속속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에 열렸던 타이베이 사이클(Taipei Cycle) 전시회에서도 전기자전거의 확장이 확연하게 돋보였는데, 전기자전거를 다루는 업체들이 주 전시관의 중앙을 점령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모빌리티 시스템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전기자전거, 그 카테고리 확장에 대해 살펴보자.
전기 산악자전거에 이은, 전기 그래블바이크 |
지난 해 11월 타이베이 사이클 전시회에서는 전기 로드바이크가 의외로 많은 모습을 보이며, 카테고리 확장이 로드바이크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예상이 있었다.
하지만, 불과 5개월도 되지 않은 3월 말 전시회에는 전기 로드바이크(e-Road)의 모습보다는 전기 그래블바이크(e-Gravel)의 모습이 확연하게 그 변화를 말해주었다.
e-로드의 경우는 실제 로드바이크 유저들과의 접점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 반면, 어드벤처를 기반으로 한 e-그래블은, 경험해 본 라이더들이 쉽게 그 매력에 빠져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마치 전기 산악자전거(e-MTB)가 퍼포먼스 전기자전거를 리딩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산악까지 이어질 수 있는 e-그래블의 라이딩 스타일이 전기자전거에 잘 맞아떨어진다는 피드백을 얻었을 것이다.
필자도 다양한 전기자전거 테스트를 하면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것이 e-그래블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다양한 어드벤처와 스피드를 동시에 즐기기에 전동파워를 빌린다는 것은 꽤 괜찮은 아이디어로 다가오는 듯 하다.
전동 시스템에서 선두에 나선 시마노는 산악을 위한 유닛(E8000, E7000) 외에도 트래킹 및 시티 라이딩을 위한 E6100, E5000 등을 출시해 다양한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다. |
퍼포먼스 산악자전거를 위한 DU-E8000 유닛 |
시마노의 DU-E7000 유닛 |
E6100 유닛은 기존의 E6000을 보완해 지난 해 출시된 제품이다. |
시마노의 DU-E5000 유닛 |
전기산악자전거(e-MTB)는 여전히 퍼포먼스 전기자전거를 리딩하는 카테고리다. 리브(Liv)는 여성용 e-MTB를 선보이며, 산악 라이딩에서 체력적인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에게 대안을 만들어 주고 있다. |
바팡(Bafang)은 컴팩트한 유닛과 배터리 조합으로 로드바이크 스타일 전기자전거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
사이즈에 따라 다양하게 출시되는 바팡 시스템. |
로드바이크의 카테고리인 그래블바이크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전기자전거. 이 또한 바팡 유닛을 사용해 컴팩트한 설계를 만들어냈다. |
BB 설계를 컴팩트하게 만든 바팡 유닛도 있다. |
배터리와 모터를 하나로 설계하며 가능해진 컴팩트 디자인 |
다운튜브와 시트튜브까지 배터리를 확장하도록 설계한 e-그래블 |
바팡 시스템과 함께 컴팩트한 사이즈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파주아(FAZUA) 시스템이다. 파주아 유닛으로 일반 프레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산파 e-그래블바이크. |
파주아 유닛을 이용한 에어로 e-로드바이크도 출시했다. |
파주아는 배터리와 모터를 일체형으로 설계하여, BB 부분을 컴팩트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
e-그래블은 최근 가장 각광받는 전기자전거 산업으로 성장하는 듯 보인다. |
산악자전거와 로드바이크를 합친 듯한 e-그래블. 파주아 유닛은 컴팩트한 BB 설계로 다양한 프레임 디자인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
시마노 유닛에 작은 바퀴를 연동해 150km 정도의 거리가 가능해진 퍼시픽사이클의 무브(MOOVE). 최근, 레인지가 100km를 훌쩍 넘는 전기자전거들이 출시되며, 투어링 바이크까지 확장되고 있다. |
독특한 설계에서도 전동 시스템의 도움을 받으면 라이딩이 가능해진다. |
바퀴가 작으면 초기 출력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오히려 장거리 라이딩이 가능해질 수 있다. |
폴딩의 기능성에 맞추어 새롭게 설계된 BESV의 전기자전거 |
스타일과 파워까지 모두 하이브리드 스타일로 거듭난 전기자전거 |
복잡한 폴딩바이크에는 뒤 바퀴만 교체하여 사용할 수 있는 제우스 등의 전동 유닛이 인기를 얻는다. |
허브 형태로 설계된 제우스 유닛은 일반 휠부터 작은 미니벨로까지 적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
우리나라 업체 '하이코어'도 휠만 교체하면 사용할 수 있는 전동 시스템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
전기자전거 프레임 산업이 호황을 누리며, 타이완 자전거 수출은 최근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
이제는 산악자전거 뿐만 아니라 로드바이크 및 그래블바이크의 전기자전거 프레임 생산도 큰 축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브레이크에 전동 시스템을 연동하여 모터 출력을 제어할 수 있는 마구라(MAGURA) 브레이크 |
전기자전거 전용 체인 |
전기자전거와 전기 오토바이의 경계 |
모빌리티 기반으로 산업을 생각한다면, 자전거는 지금까지 단거리 중심의 교통수단으로 크게 인기를 얻어 왔다. 약 5km 미만의 거리는 자전거를 타는 것이 그 어떤 교통수단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선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전기자전거가 나오면서, 짧은 거리이지만 더욱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난 것이다. 대신, 그 편안함을 기존보다 훨씬 비싼 자전거로 지불해야 한다는 비용적인 부담이 늘었다.
이 비용적인 부담은 오히려 전기자전거가 아니라, 전기 스쿠터나 오토바이까지 확장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기자전거를 구매하는 비용에서 조금 더 보태면 전기 스쿠터나 오토바이까지 구매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소비자의 생각은 산업에도 바로 이어지며, 전기자전거 업체들이 오토바이 산업까지 확장하여 타이베이 사이클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전기자전거는 퍼포먼스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면서 다양한 설계의 시도가 가능해졌다. |
다소 엉뚱한 전기자전거의 디자인도 종종 볼 수 있다. |
이스라엘의 3륜 전기자전거 |
시티 라이더들에게는 스쿠터 스타일의 전기자전거가 점점 인기를 끌기 시작하고 있다. |
자전거의 컴팩트함과 오토바이의 쓰로틀 기능만을 합체한 제품들 또한 속속 나타나고 있다. |
페달이 없지만, 전기자전거에 가까운 폴딩 바이크 |
수퍼바이크 수준이지만 페달이 달린 전기자전거. 클래스 4 등급의 전기자전거는 시속 45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분류다. 클래스 4 등급부터는 속도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이와같은 전기자전거가 프로토타입으로 전시될 수 있는 것이다. |
페달은 그저 액셀레이터 역할일 뿐. |
그리고, 자전거와 오토바이의 하이브리드 형식의 제품들이 종종 눈에 띄기 시작했다. |
카본 벨트 드라이브로 유명한 게이츠 시스템이 장착된 전기 오토바이 |
전기 스쿠터의 모습도 사이클 전시회에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최근에는 배터리 스와핑 시스템으로 소유와 공유의 밸런스를 맞추며 인기를 얻고 있다. |
킥보드와 자전거의 하이브리드 형태. 최근 국내에서도 관광지를 기반으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
다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카고바이크 시장. 전동 시스템으로 더 크고 무거운 자전거에 대한 부담감이 줄었다. |
여러개의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도록 개발한 DHL 리컴번트 바이크 |
푸드 트럭이 아닌 푸드 바이크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전기자전거 |
전기자전거, 어드벤처를 확산시키다. |
자전거는 교통수단 뿐만 아니라 스포츠와 레저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 출시되는 전기자전거는 이런 역할분담에 대한 변화를 만들어주고 있으며, 특히 산악자전거는 레저 분야에서 전기자전거의 역할이 큰 축을 담당하는 것으로 변화되었다.
전기자전거는 아직 '경쟁'이라는 스포츠로의 활약에서 어느정도 제한적인 측면이 있지만, '어드벤처'라는 카테고리에서는 그 활약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다. 이미 산악자전거를 통해 산악 어드벤처의 한계를 넘어서도록 라이더들을 도와주었고, 이제는 그래블 라이더들에게 더 많은 탐험 라이딩에 나서도록 영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배터리의 한계라는 측면에서 높은 만족도를 얻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하루에 100km 이상의 라이딩을 부담없게 만드는 전기자전거와 함께라면, 어느덧 지도에서 그릴 수 있는 코스의 한계가 한단계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