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훈 선수의 아이언맨 차이나 2009 대회 후기
에디터 : 박병훈 (아이언스타)

4 19일 일요일 오전 5시 

잠자리에서 일어나 
호텔에서 조식을 한 후 유니폼을 갈아입고 5 30분경 버스를 타고 대회장으로 이동했다. 바이크 거치대에서 사이클을 점검하고 타이어에 공기압을 채운 후 스트레칭을 하고 나니 6 30분, 화장실을 다녀오고 6 40분에 출발 지점에서 1분간의 워밍업을 하고 6 50분에 출발대기를 하였다.

프로선수들의 이름들이 하나둘씩 호명되고 제일 마지막에 내 이름이 호명된다. 레이스 넘버 1, 사람들의 환호성을 들을 수 있었다.


관중들의 모습

 

기온이 26도일 때, 프로선수들과 달리 아마추어 동호인 선수들은 웻 수트를 착용하고 시합을 하게 되지만 이번에는 모두 똑같이 웻 수트를 입고 출발을 시켰다. 이게 조금 걱정이 된다.

 

대회 전날 불행히도 비가 오는 바람에 그렇지 않아도 빠른 강물의 물살을 더 사납게 만들어 놓았다. 아무래도 수영이 조금 부족한 나에게는 여러모로 불리한 여건이다. 코스는 사각형으로 이를 두바퀴 돌아야 한다.

 

7시 정각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출발 총성이 울림과 동시에 600여명에 달하는 참가선수들이 일제히 출발을 한다. 많은 인원이 동시에 출발하느라 출발 지점에서는 서로 뒤엉키며 자리싸움이 격하게 일어났다. 웻 수트를 착용하고 동호인들 틈에서 강한 물살을 이겨내기 위해 바둥거리다 보니 정신도 없다.

 

이렇게 어렵게 한바퀴를 돌고 보니 나는 선두와 큰 차이를 보이며 뒤쳐졌고 두바퀴를 돌고 난 시점에서 나와 선두 간의 시간차이는 벌써 26분 차이까지 벌어졌다. 이 격차는 내가 낸 기록 중에서는 가장 큰 격차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 할 수는 없다. 이내 사이클로 옮겨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수영구간에서 많은 체력소모가 있었던 관계로 좀처럼 몸에 힘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하나하나씩 추월해가며 내 페이스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이클 구간은 90km의 코스를 두바퀴 돌도록 만들어져 있었고 보급소는 15km마다 설치되어 있었다. 보급소마다 들려 물을 잡아 마시기도 하고 몸에 뿌리기도 했지만 점점 더워지는 날씨를 이겨내기란 쉽지 않았다.

수영구간

 

수영구간을 100등 미만의 순위로 마치고 사이클 첫바퀴를 마무리 하니 어느새 순위는 15위까지 올라섰다. 첫바퀴를 돌았음에도 불구하고 더운 날씨에 내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기운은 다 빠졌고 머리 속에는 포기하고 싶은 생각만 가득했다.

 

첫바퀴 주파시간은 2시간 20, 만족스러운 기록은 아니지만 지금의 상황을 볼 때 그렇게 나쁘다고만 볼 수 있는 기록도 아니었다. 그러나 쉽게 돌아오지 않는 페이스는 자꾸만 포기 쪽으로 나를 몰아간다. 그래도 사이클은 다 타자는 생각으로 천천히 레이스를 진행하고 보급소에서 내려 물을 마시고 나니 정신이 조금 드는 것 같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하자는 생각에 힘을 내어 다시 레이스를 시작했다. 또 추월이 시작되었고 마침 등 뒤에서 바람도 불어줬지만 엉망상태의 페이스는 좀처럼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보급소에서 내려 바나나 3개를 먹고 물을 뿌려 몸을 식혔다. 다시 물을 챙겨 사이클구간 종착점을 향해 달렸다.


사이클 구간에서의 박병훈 선수
사이클을 마친 후 바꿈터로 뛰어가는데 나가고 싶은 생각이 싹 달아날 정도로 날씨가 뜨거웠다. 사이클 구간에서 잘 느끼지 못했던 바람의 속도가 이렇게 강했던 것인지도 이번에 알았다. 천천히 바꿈터로 들어가 양말을 신고 이번 경기에서 처음 신기 시작한 K-SWISS K-KONA 신발을 신었다. 물을 뿌리고 바로 탈의실을 나와 러닝을 시작했다. 물을 제법 많이 뿌렸는데 신발에서 물이 바로 배출되면서 착용감을 전혀 헤치지 않았다.

특히 사이클 구간을 거치는 동안 근육과 무릎관절에 큰 피로와 충격들이 누적되었을 텐데 이 신발의 우수한 완충력은 하체에 큰 무리를 주지 않았다러닝 구간을 달리는 내내 괜찮은 신발이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날씨가 심상치가 않다. 대회 끝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경기 당일 최고기온이 45도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기가 막일 뿐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경기에 참가했지만 이번처럼 무릎이 올라가지 않고 더뎌진 느낌은 처음이었다.

 

이 더위에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미친게 아닐까?’

 

갑자기 밀려든 후회감이 나를 더욱 지치게 하고 있지만 600여명의 참가자 중에서 이런 생각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리라.

 

그래도 반환점을 돌고 마주 오는 선수들을 보니 한결 힘이 난다. 저들 역시 나 만큼이나 이 더위에 지쳤을 것이고 더 힘들어 했을지도 모른다.

 

러닝구간 출발 당시 내 순위는 8위, 마음을 가다듬고 달리기를 시작하자 어느새 한 명을 추월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러닝 코스는 한바퀴 반을 도는 코스인데 반바퀴를 돌고 나서는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하기도 했다. 이미 기록은 포기한 상태, 어느새 순위에 대한 욕심마저 점점 사라져 이제 남은 것은 과연 내가 이 더위에서 끝까지 살아남느냐 아니면 중도에 포기하느냐의 선택 뿐이었다.

 

그래도 30km 지점을 통과하니 페이스가 점차 올라간다. 2km마다 보급소가 있었는데 보급소 구간을 계속 달리며 물과 콜라를 마셨다.

 

결승점 3km에 다다랐을 때 4위 선수를 추월하며 다시 순위를 5위에서 4위로 한 계단 올렸고 이 순위는 내가 결승선에 다다를 때까지 변함이 없었다.

 

결승선에 다다른 순간 내 이름이 호명 되어졌고 사진촬영도 했다. 지금까지 30여 차례에 걸쳐 철인 경기를 참가했지만 이번 대회만큼 공포감이 밀려온 적도 없었다. 너무나 힘든 경기였었고 그만큼 이 운동에 대해 회의감과 후회를 느껴본 것도 처음이었다. 기적과도 같은 완주기록은 아직도 꿈만 같다. 그러나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이러한 생각들이 싹 사라지는 것을 봐서는 난 누가 뭐래도 뼛속까지 아이언 맨이 아닌가 싶다.

 

이번 대회를 통해 또 한번의 탑5에 입상하는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경기 후 포기하지 않고 4위라는 좋은 성적으로 완주 한 것에 대해서도 참가 선수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 많은 분들이 응원 해주었고 스폰서인 K-SWISS, 스톡 사이클 코리아, 할리 데이비슨 코리아, 다니스코 코리아와 임직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앞으로도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많은 응원을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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