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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쇠말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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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을 지어 먹고 주섬주섬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이교수님 부부가 불쑥 나타났다.
새벽밥을 해 먹고 부지런히 차를 몰아온 것이다. 이교수님은 토, 일요일만 시간을 낼 수 있어서 도중에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창민이는 돌아가는 날이다.
대명항은 김포에서 강화도로 건너가는 초지대교 동쪽 마을이다.
초지대교를 넘어 갔다. |
몇 년 전만해도 볼품없는 포구였는데 지난해부터 관광지로 탈바꿈한 곳이다. 해물 공판장을 다듬고 주차장과 휴게 공간을 넓히고 정리하였다. 공판장에는 해물이 싸고 푸짐하여 아내가 좋아하는 곳이 되었다. 휴게소를 만들면서 지붕이 있는 정자를 많이 만들어 두어서 자전거여행자들이 텐트를 치고 하룻밤 묵어 가기에도 좋다. 전날 저녁에 2만5천 원어치 회와 매운탕거리를 샀는데 우리 다섯 명이 먹고도 남을 지경이었다. 물론 떨이로 산 것이지만 말이다.
창민이를 배웅하고 우리는 초지대교를 넘어 갔다.
강화도 남쪽 해안선을 따라 외포리 선착장으로 가는 길이다. 전화가 왔다. 처제와 최서방, 순호님, 겨울바람님이 차편으로 외포리에 도착하였단다. 오늘은 석모도에서 자는 날이다. 야영장비와 자전거 운반 장비가 부족한 친구들이 자전거캠핑에 참가하려는 의욕이 앞서서 차에다 캠핑장비를 싣고 와서 주차한 다음 본대와 합류하여 자전거로 라이딩 한 다음 야영을 함께 하는 것이다.
외포리에 차를 두고 우리를 만나려고 반대 방향으로 달려오던 이교수님과 처제 일행을 화도에서 만났다. 일기예보에 맞춰 비가 내리기 시작이다. 길가에 있는 작은 가게와 원두막을 발견하고 비도 피할 겸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비가 내리기 시작이다. 길가에 작은 원두막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
휘발유 스토브 두 대가 굉음을 내며 밥을 짖고 라면을 끓이는 기세는 어지간한 식당을 뺨치는 수준이다. 차를 몰고 석모도에 들어간 최서방을 뺀 나머지 아홉 명이 길가에서 푸짐하게 점심을 먹었다. 겨울바람님의 유머와 이교수님의 위트에 즐거워하면서 말이다.
점심을 먹고 나니 비도 멈췄다.
석모도 가는 선박은 사람과 자전거를 먼저 태우고 난 다음에 자동차를 실었다.
도선하려고 기다리는 자동차의 행렬이 길었다. 몇 시간씩 차 안에서 기다린 사람이 있다고 푸념이다. 이럴 때에도 자전거가 편한 것 같다. 자전거운반비가 왕복에 천 원이다. 석모도에 도착하니 최서방이 기다리고 있었다. 열 명으로 불어난 일행은 석모도를 시계방향 반대로 돌아서 섬 남쪽에 있는 탑재 항에서 야영을 하기로 하고 페달을 밟았다.
석모도 가는 선박은 사람과 자전거를 먼저 태우고 난 다음에 자동차를 실었다. |
섬이다!
섬에서는 육지에 두고 온 일상을 잊어도 좋다. 육지에서는 재물과 보이는 것에 집착이 갔지만 섬에서는 상상과 영혼이 나를 찾아오는 시간이다. 더구나 바퀴를 굴리지 않은가! 바퀴 위에 걸터앉아 흐르는 시간을 바라보며 상상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곳은 섬뿐이다.
트레일러를 끌고 오르기에는 조금 벅찬 고개를 두어 개 넘고 보문사를 지나 탑재 항에 닿았다. 저녁 일곱 시경이다.
방파제가 바라보이는 항구에는 바람이 불고 있었다.
어촌계에서 장비를 보관하든 구석진 장소를 발견하고 그곳에 텐트를 치기로 하였다. 용케도 바람을 막아 주었다. 밥을 하고 찌개를 끓이고 쭈꾸미와 회를 사 오고 소주와 맥주가 날아오고…
쭈꾸미 요리의 달인 겨울바람님의 솜씨에 술 맛은 더하고, 누른밥에 숭늉까지 맛이 덜한 게 없다. 꼭 중고등 학생들 수학여행 온 것 같다. 도무지 5~6십대 성인들의 여행이라 할 수 없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려던 이교수님 부부도 텐트 한 자리에 자고 가기로 하였다.
밤새도록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