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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박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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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5일 木 맑음. 밤에는 서리와 얼음.
태백-검룡소. 검룡소 입구 마을에서 야영.
쓸쓸한 게 가을이다.
다만, 계절이 너무 빨리 다가온 것뿐이다. 언제나 가을은 너무 빠르게 다가왔다. 그건 전적으로 느린 내 탓이다.
내가 느리다고 계절도 느리게 오는 건 아니다.
태백 버스터미널 앞 |
태백은 태백산맥 중턱에 산보다 높은 곳에 있는 도시이다.
태백에서 북쪽으로 6km에 있는 삼수령三水嶺은 세 갈래 분수령이다. 고개의 북쪽에 떨어진 빗물은 한강을 경유하여 서해로 흘러들고, 남쪽에 내린 빗물은 낙동강을 따라 남해로 흘러들고, 동쪽에 내린 빗물은 곧장 동해로 흘러든다.
2년 전에 아내와 낙동강 종주 자전거여행을 했을 때에도 태백의 황지에서 출발하였었다. 낙동강을 따라 부산의 하구둑까지 갔었다. 이번에는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에서 출발하여 남한강을 따라 한강 변을 달리기로 한 자전거캠핑여행이다.
대원은 6명, 자운+마찌님 부부, 오이쨈님, 인디고뱅크님, 하비님 그리고 흰늑대이다. 너댓 차례 함께 장기간 자전거여행을 함께했던 친구들이다. 모두들 성품도 넉넉하고 ..... 무엇보다도 자전거여행을 순수하게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태백까지는 버스편으로 갔다.
오이쨈님이 오후 2시 반에 김포공항에서 오는 버스를 타고 도착하였다. 미리 도착한 인디고뱅크, 하비와 내가 합류하여 검룡소로 자전거를 달렸다. 삼수령에서 잠시 쉬었다. 고개는 해발 900m가 넘었다. 1000m가 넘는 산들이 좌우로 든든하다. 고개 아래로 길이 빤히 내려다 보였다. 산줄기에는 낙엽송, 자작나무가 노오랗게 물들어 있었다.
느긋하게 삼수령 내리막을 달린다.
자전거여행에서 가장 행복할 때가 페달링을 하지 않아도 자전거가 저절로 굴러가는 내리막이다. 우리끼리는 내리가즘이라고도 하는데, 그때에는 세상의 모든 진실이 눈에 들어온다. 바람의 냄새와 친구의 기쁨이 느껴지기도 하고, 지구의 자전하는 반대 방향으로 자전거 핸들을 틀면 자전거가 저절로 굴러갈 것 같은 상상도 한다.
가을 저녁의 사위는 노오랗게 물들었고, 나무들은 저마다의 진실을 이야기로 쓰느라 단풍으로 곱게 늙는다. 세상에는 여러 진실이 존재한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단풍은 형형색색이다. 진실마다 그 임계치가 폭발하면서 단풍이 된 것처럼 말이다.
삼수령 꼭대기에 있는 정자 |
백두대간과 35번 국도가 교차하는 삼수령 |
검룡소로 들어가는 ㅓ자 삼거리에서 검룡소까지는 약 7km이다.
주차장에는 대여섯 대의 승용차가 주차돼 있었다. 안내소에서는 1.3km 거리에 있는 검룡소까지 자전거 출입이 통제된다고 하였다. 하비님이 남아서 자전거를 지키기로 하고 남자들 셋이서 검룡소를 다녀왔다.
검룡소도 황지처럼 땅에서 물이 솟았다. 1년 내내 섭씨9도의 물이 하루에 2000톤이 넘게 솟는다고 했다. 맑고 착한 물이 조용히 솟아오르는데 지름 5~10m의 소 표면은 미동도 없이 조용하다. 1억5천만 년 전 백악기에 만들어진 석회암 소沼인데 한강 514km의 발원지 샘이다. 강의 발원지를 지리학적으로 찾는다면 검룡소보다 더 윗쪽에 있는 계곡 상류를 꼽겠지만 상징성만큼은 이 검룡소를 대신할 수 없을 것 같다.
검룡소 입구 |
검룡소에서 솟은 물이 아래 폭포로 흘러든다. |
밤 늦게 도착하기로 한 자운+마찌님 부부를 기다리기 위헤 야영지를 ㅓ자 삼거리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정자 옆에 잡았다.
고도가 600m는 족히 되는 데라 해가 지면서 가을보다 추웠다. 텐트를 치고 저녁을 지어먹었다. 멀리 농가에서 가끔씩 개짓는 소리가 들렸다. 밤은 더 어두웠고 별은 총총했다. 10시 반이 넘어서 자운+마찌님 부부가 도착하였다.
별바다로 항해하는 지구를 타고 누워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