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디터 : 쇠말패
|
2011년 01월 13일 木 맑음, 포항-보경사-강구-해맞이공원 61km
포항에서는 60년만에 많이 내린 눈이란다.
솔밭공원의 많은 노송들이 가지가 부러지고 꺽인체 쓰러져 있다. 아직도 다 치우지 못한 눈이 도시의 구석 구석에 남아 있다. 솔밭공원에도 눈이 남아 있었다.
텐트에서 일어나니 아이스짱님이 따끈한 꿀차를 준비했다가 얼른 내민다.
받아 마신다. 따끈한 영일만 우정이 가슴 속으로 스며든다. 네팔 히말라야의 베이스캠프에서 아침마다 받아 마셨던 커피와 차 생각이 났다. 사브를 위한 셀파들의 우정이 그랬었다.
좌로부터 자작나무, 산장지기, 오이쨈, 아이스짱, 흰늑대, 인디고뱅크 |
오늘은 아이스짱님의 안내로 보경사에 들렸다가 강구를 거쳐 해맞이공원에서 야영할 것이다.
짱님이 앞장을 섰다. 앞장을 서면 바람막이가 된다. 자전거가 앞 뒤로 행렬을 이루어서 달리면 뒤에서 달리는 사람은 앞에서 달리는 사람보다 공기의 저항을 덜 받게 된다. 앞 사람보다 5에서 10% 가량의 체력을 줄일 수 있다. 우리 팀에서는 내가 늘 앞장을 서는 처지였는데, 짱님이 앞장을 달리니 나도 모르게 수월한 라이딩이 되었다.
보경사는 한마디로 편안하였다.
짱님의 안내가 없었다면 그냥 지나쳐 갈 길이었다. 그러나, 들리길 잘 한 것같다. 바빴던 페달질에서 해방되어 경내를 걸음으로 거니는 게 참 편안했다. 걷는 것이 참선 같았다. 맑디 맑은 석간수를 차디 차게 마셨다.
보경사에서 500m 거리에 있는 식당을 짱님이 안내하여 손칼국수를 먹었다. 순 경상도식인 국수는 밀가루와 콩가루를 혼합 반죽한 것이었다. 오래된 김치에 늙은 호박전도 일미였다.
손칼국수를 맛있게 먹은 식당과 주인 아주머니 |
자전거를 타면 나이 60에도 아이가 되는 건 일이 아니다. |
송라 네거리에서 아이스짱님과 헤어졌다.
그는 다시 포항으로 돌아가고, 우리는 해안을 따라 북상하였다. 이틀 간에 걸친 짱님의 안내와 대접은 고맙기 그지없다. 산사내들이 주고 받는 우정이다.
다시 타기 시작한 7번국도는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곧게 달렸다.
강구에서 간단하게 장을 보고 곧장 해맞이공원으로 20번지방도를 타고 달렸다. 어두워지면서 자전거에 전조등과 후미등을 밝혔다. 작고 가파른 언덕 하나를 꾸역 꾸역 오르고 나서 등대 앞에 도착하였다. 어둠과 바람이 동시에 일었다. 서쪽 꼭대기에 세워진 풍력발전기의 풍차가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았다. 바람따라 추위와 어둠이 왈칵 몰려왔다. 서둘러 텐트 칠 곳을 찾았으나 바람막이가 되어줄 만한 곳을 찾지 못하였다. 산장지기님의 제안이 그럴 듯하여 등대 아랫층에 있는 베란다에 텐트 자리를 잡았다. 등대의 몸통이 바람을 막아주었다. 깜쪽같았다.
강구로 들어가는 명품 다리 |
해맞이공원의 등대, 우리는 아래층 테라스에서 텐트를 첬다. |
자바라식으로 된 캠핑용 물통은 자꾸 얼었다.
병입이 좁아서 그랬다. 그래서 생수용 페트병을 이용하고 있다. 병입이 조금 넓어서 얼어서 못 쓰는 일은 없어졌다. 마트에서 생수를 1.6리터자리 6개 들이를 사서 물을 쓰고 병도 쓸 수 있었다. 밤에는 병들을 텐트에 넣어 두던지 트레일러에 실어 두었다.
추워서 씻을 일도 없겠지만 물이 모자라 씻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루에 한번 양치질이 그만이다. 속옷을 갈아 입지 않은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예 준비를 하지도 않았다.
대체로 겨울여행에 적응되어지고 있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추위의 강도가 몸에 느껴진다. 울진을 지나 강원도에 들어서면 더 할 것이다. 그렇찮아도 연신 한파주의보가 뜨고 있고 북풍이 거세어지고 있으니 적응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오줌통을 들고 텐트로 기어들었다.
해맞이공원의 야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