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어둠 속에서 나타난 사람들
에디터 : 이호선


"Freedom is never free."
대미국의 중추를 이루는 지방의 백인들은 그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의 의무와 권리를
확실하게 이행한다. 그들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랬듯이 아들과 손자가 또 조국의 부름을
 받고 세계의 전쟁터로 달려간다.
이것은 그들의 프라이드이고 영광이며 뜨겁게 타오른 애국심이다

미국땅을 달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내가 지나는 이름 모를 시골의 구석구석까지 전쟁참전용사들을 위한 기념 공원, 기념제단, 기념동상들이 있고 실제로 세계대전을 비롯해 한국전에 참전했던 노인들이 아직도 이 시골에 건재하고 있었다.
그들이 그들 자신과 조국, 미국을 위해 조국의 부름을 받고 세계의 전쟁터로 달려 갔듯이 그들의 아들과 그들의 손자 들이 그들의 뒤를 이었고, 지금 조국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자신과 자신의 조국, 미국을 믿고 자신의 나라도 아닌 세계의 전쟁터로 달려간다.
진짜 미국은 뉴욕, L.A, 시카고,…… 대도시가 아니고, 미국을 먹여 살리고 세계를 먹여 살리고 있는 농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골이며, 진짜 미국인은 엄청나게 넓은 미국의 땅을 소유하며 이 농업을 주도하고 있는 시골의 백인들이다.
미국의 시골은 타인종이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백인들만의 제국이다. 수많은 막 일의 어떤 현장에서도 다른 빛깔의 사람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들은 뉴욕을 비롯한 대도시에 가 본적도 없지만 가려고 해 본 적도 없다. 그들은 백인들의 제국인 시골에서 모든 것을 누리면서 살고 있다.
농사일은 완벽하게 기계화되어 그들이 하는 일이란 기계를 잘 다루고 운용하는 것뿐이다. 결국 그들은 '맥카이버'가 될 수 밖에 없다.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그들은 포크나 칼질만큼이나 기계에 익숙하다. 시골의 백인들은 진정한 미국의 주축으로서의 자신들의 믿음과 프라이드가 대단하고 이것이 곧 애국심으로 이어져 조국의 부름을 그들의 의무와 영광으로 생각한다.
시골의 대부분의 집에는 국기 게양대가 있고 성조기는 365일 펄럭인다. 많은 노인들이 참전용사의 모자를 자랑스럽게 쓰고 다니고 있었고 참전용사의 집 앞에는 성조기와 함께 군 깃발이 나란히 나부낀다. 결국 시골의 백인남자들은 대부분이 예비역 미군들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들이 굳건히 미국의 시골을 지키고 있는 한 미국은 영원하리라.

일리노이 주에서 난생 처음 본 돼지 사육 캠프.
우리에게 익숙한 돼지 우리가 아니고 마치 개 집에 개를 키우듯 수 십 개의 독립 된
목제 개 집에 2,3마리의 돼지를 따로 따로 입주시켜 키우고 있었는데 정해진 장소에서
식사와 물을 먹고 각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기거하고 있었다.
왼쪽에 물을 먹을 수 있는 물통이 보이는 그곳에서 먹고 마신다.


오늘이 8월5일로 내가 5월7일 한국을 떠난 지 어느덧 3달이 되었다. 중국을 달리고 고비를 걷고 다시 밴쿠버와 북미를 달려 오는 동안 자전거의 핸들에 매달려 한시도 한 눈 팔지 않고 꼼꼼하게 주행거리 카운팅을 해 주었던 미터기가 6,607km를 최후로 사라졌다. 이틀 전에는 고글을 잃어 버렸다.
지나가는 차량들의 소음으로 떨어지는 소리를 놓쳤다고는 하지만 내가 이미 상당히 지쳐 있어 집중력을 잃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어쨌거나 이제부터는 지도와 이정표를 보면서 마일 수를 카운트해야 한다. 미터기가 매달려 있던 공간은 정말 작으나 나의 가슴에는 엄청 큰 구멍이 난 듯 공허하다.
자나깨나 바라다 보고 있던 정든 물건이 아니더냐?!
심 호흡 한 번하고 풀어지려는 집중력을 다시 꼭 붙들어 매야 한다. 좌우간 그 어느 것도 잃어 버리면 안 된다!!

갈바(Galva)에서 일찌감치 멈추어 버렸다. 타운의 외곽에 있는 공원은 아주 수준급이었지만 불행하게도 화장실이 없다. 구조물 안에는 한 소년이 앉아 있는데 옆에는 자전거가 있다. 그는 나와 나의 스토리가 아주 궁금한 듯 질문을 계속해 댄다. 하지만 나의 얘기가 시작되자 그는 그저 눈을 크게 뜬 채 입만 벙긋벙긋할 뿐이다.
결국 그는 해가 서쪽 나라로 완전히 넘어갈 때까지 나의 친구가 돼 주었다. 나는 어둠을 칸막이 삼아 나의 은밀한 작업을 끝내고 물을 마실 수 있는 수도 꼭지에서 간략하게 빨래까지 해 치운 후, 교차하는 사이렌소리가 나의 귀를 교란시키며 나를 지체시키지만 막무가내로 고향열차를 타고 고향 역을 향해 달려간다.

"셔츠 안 입고 신발 안 신고 들어오면 안 팔고, 출입금지!"
지방의 상점에서 종종 보게 되는 경고글 이다.

꿈인가 생시인가 나는 묘한 인기척에 눈을 뜬다. '저건 뭐야?!' 구조물의 기둥 옆에서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한 사나이가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나를 잔뜩 노려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의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온 몸으로 소름이 퍼진다. 나는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앉아 정확한 상황파단을 하기 위해 산만하게 흩어져 있던 모든 신경을 서둘러 주워담는다.
그가 나를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오기 시작한다. 나는 순간적으로 일어나, 먼 가로등으로부터의 힘겨운 불빛이 언뜻 언뜻 그와 만나는 순간 순간, 그의 모든 것을 체크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한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적어도 '제이슨'(제13일의 금요일)은 아니다. 흰 마스크를 쓰지도 않고 번쩍이는 도끼도 가지고 있지 않은 듯하다.
그는 30대 후반의 정상적인 미국인 체격을 가진 자로서 예사롭지 않게 머리에 검은 두건을 쓰고 있다. 나는 그의 손과 발, 그리고 그의 바지 주머니와 허리춤 등등 요 주위부분을 유심히 체크했으나 흉기는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이 자의 정체는 무엇이며 무엇 때문에 나를 노리고 서 있었을까?!! 하지만 나는 곧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게 되고 비로소 긴 안도의 숨을 내 쉰다.

"흥(콧방귀 뀌는 소리)뭐라고, 네가 여기서 잠을 잔다고?!"
"시내에 가면 호텔과 모텔이 즐비한데 감히 여기서 잠을 잔다고, 흥"
"곧, 순찰차가 올거야. 그러면 너는 혼난다. 너는 되게 당해 봐야 해!"

그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들으려 하지 않고 이 문장들을 주문처럼 반복하며 나의 주위를 맴돈다. 내가 나의 잠자리로 돌아 와 누우니 그는 나의 머리맡으로 자리를 옮겨 앉아 똑 같은 문장을 반복한다. 그는 미국의 쇠파리와 모기들만큼이나 끈질겼다. 결국 나는 그에게 항복을 하고 그곳을 떠나기로 한다.
"어이 친구, 네 염원대로 나는 여길 떠날 테니까 이젠 안심하고 집에 가서 '굿-나잇'해!"
나는 행여 그가 나를 쫓을까 해서 공원의 어두운 길로 공원주위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돌아 와 내가 있던 구조물의 건너편 구조물 아래서 힘겨운 잠을 이어갔다.
해가 질 때까지 나에게 친구가 되어 주었던 그 소년이 분명 자기동네에 가서 공개방송을 했을 것이고, 어느 모퉁이에서 듣고 있던 범상치 않은 그가 나를 응징하기 위해 어둠과 졸음을 일축하며 나를 방문한 것임에 틀림이 없어. 내가 분명 큰 실수를 했어. 그 동안 '어둠과 함께 감쪽같이 들어가고 흔적 없이 사라진다'는 원칙을 잘 지켜왔었잖아!!



계절은 이미 초겨울로 들어선 어느 날, 이미 시계바늘은 12를 훌쩍 지나가 버렸다. 와이트 리버(White River)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나의 온 몸을 사납게 후려치며 지나간다. 나는 오늘저녁 나의 연인, '로렌'과 맨해튼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의 집으로 가는 길이다.
나의 집과 그녀의 집 모두 맨해튼의 오른쪽을 흐르는 와이트 리버(White River)의 건너편이며 브루클린(Brooklyn)의 위쪽에 위치하는 퀸즈(Queens)에 살고 있다. 그녀의 집은 주로 그리스의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그리스인 마을(Greek Town)로 잘 알려진 아스토리아(Astoria)에, 나의 집은 '아이랜드인 마을(Irish Town)'로 유명한 우드사이드(Woodside)&61스트리트에 있다.
오늘 따라 그녀는 그녀의 할머니차인 구형 올즈모빌(Oldsmobile)을 끌고 나와 퀸즈보로 플라자(Queensboro Plaza)근처에 있는 주차장에 세워놓고 전철로 맨해튼에 갔다가 나와 다시 그 차로 나의 집을 가려던 참이다. 맨해튼은 차량이 많아 주차문제를 비롯한 많은 문제가 있어 대다수의 사람들은 차를 교외에 세워놓고 전철로 들어갔다 와서 다시 차로 이동한다.
'퀸즈보로 플라자'주변은 아주 삭막한 곳으로 공장이나 무인무료주차장들이 널려있다. 저녁이 되면 인적이 없고 으스스한 곳이다. 주차장안은 어두컴컴하고 주차되어 있는 차도 두어 대 뿐이다. 우리는 서둘러 차로 향한다.
그녀가 차의 키를 꽂고 시동을 거는 순간, 갑자기 한 사나이가 우리의 차 앞을 막아 선다. 이렇게 늦은 시간, 이런 곳에 웬 사람이?!!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갑작스런 상황에 나는 나의 심장이 멎는 듯하고 나의 머리회전이 멈춘 것 같다. 그는 입고 있는 재킷에 두 손을 깊이 찔러 넣고 천천히 나에게 다가온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흑인이다.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것 같아.
그는 한 마디 말도 없고 전혀 표정이 없이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오고 있다, 나에게. 그의 재킷 오른쪽 주머니 속, 아니면 왼쪽 주머니 속에 있는 그의 손에 쥐어진 것이 무엇일까? 칼일까? 아니면 총일까? 만일 그가 총을 꺼내 나를 겨눈다면?!! 나는 숨을 쉴 수가 없다. 그런데 저 놈이 나에게서 노리고 있는 것이 과연 무얼까? 물론 돈이겠지. 맞아, 돈이 틀림이 없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라고는 나의 주머니 모두를 까뒤집어도 10불도 채 안될 것이다. 저 놈이 순순히 그 돈만 먹고 떨어지며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어 줄까?!?! 드디어 운명의 순간이 왔다. 그는 내가 앉아있는 조수석의 문 바로 앞에 그의 최후의 발걸음을 옮긴 후 무표정과 무언(無言)을 일관하며 나를 내려다본다.
이젠 승부를 걸어야 할 순간이 온 듯하다. 내가 "여 봐, 친구!"를 날리며 그를 치켜보는 동시에 나의 왼손이 문의 여닫이용 손잡이로 날아가고 문짝에 기대고 있던 오른 쪽 어깨에 힘을 주며 냅다 차문을 열어 부치려는 순간이었으나 역시 그가 나보다 한 수 빨랐다. 반쯤 열린 창문을 뚫고 그의 오른손이 섬광처럼 뛰어들어 나의 코앞에 서는 순간 나의 숨이 멎어버렸다.
"담배 하나 주라!!"
그의 오른손 안에 쥐어져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라이터!!!
"휴, 이 친구야, 이렇게 사람을 놀래키면 어떻게 하냐?!"
내가 그에게 담배 한 가치를 꺼내 건네 줌과 동시에 차는 움직인다. 헌데 백미러 속에서 그는 갖은 제스처를 다 써가며 나에게 악을 쓰고 있다.
"야, 이 매정한 친구야, 담배 한 가치 더 주고 가!!!"

미국의 국경을 넘은 Idaho 주부터 내가 지나 온 모든 타운과 시티에 반드시 세워져 있던
물탱크이자 상징 탑. 이 상징적인 물탱크는 펜실베니아州에 들어서자 비로소 사라진다.

일리노이스 마지막 타운인 Sheldon의 도로에서 만나, 나를 오랜만에 맥주로 흠뻑 취하게
해 주었던 독일계 미국인 아줌마, Jan Wolfgang. Garage Sale 중인 그녀의 집과 뜰은
한 마디로 '아수라장'. 뜰에는 그녀의 애마 '스포티지-Kia'가 서 있다.


연일 푹푹 찌는 날씨에 모기에 시달리며 두세 시간의 수면을 감수하며 나는 페달질하는 로보트가 되어 하루 평균 130-140km를 달리고 있다. 그저 앉아 밟으면 자전거는 달려간다. 아침 일찍 인디애나(Indiana)주로 들어 왔지만 풍경은 동일하고 도로사정 역시 변함이 없다. 일직선으로 동서를 달리는 24번 하이웨이를 맹렬히 달려 이미 어둠 속에 잠겨 있는 로간스포트(Logansport)시에 도착한다.
어렵게 발견한 공원에서 나는 취침 전 작업을 서두른다. 나는 이미 완벽하게 나를 감싸고 있는 어둠을 한 점 의심 없이 신뢰하고 최후의 작업을 위해 입고 있던 바지와 팬티를 내리고 쪼그리고 앉아 항문주위와 엉덩이부분에 '땀띠 약'을 투약하려고 하고 있을 때, 나는 어둠 속에서 번쩍이는 갑작스런 후래쉬 불빛에 기겁을 한다.
"억!" 소리는 나와 그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튀어 나왔다. 나 또한 가지고 있던 후래쉬를 켰다. 중년아저씨인 그는 나의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뒤 부분에 서 있었고 그의 곁에는 개 한 마리가 담담하게 나를 바라 보고 있다.
내가 일어섰을 때 그들은 이미 어둠 속으로 사라진 후였다.
"하필이면 그 때,……"
"그는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웰컴투 인디애나

미국의 도로를 달리다 보면 너무도 자주, 그리고 당연하게 수많은 결코 유쾌하지 않은 광경을 목격 안 할 수가 없다. 그것은 바로 수많은 종류의 동물들의 시체들이다. 도로변에 울타리가 전혀 없어서 차량들의 속도를 과소평가한 동물들이 도로를 활보 내지 넘나들다가 순간의 제물이 되어 도로 위에 뒹굴고 있는 것이다. 고비사막에서는 건조한 날씨와 바람으로 인해 거의 악취 없이 썩고 건조되고 있었지만 이곳의 날씨는 매우 습해서 악취가 심하고 아주 흉하다.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시체들은 갓길에 버려져 뒹굴기에 갓길을 달려야 하는 바이커들은 이 흉한 꼴을 어쩔 수 없이 숨을 꿀꺽 꿀꺽 삼켜가며 달려야 한다. 때때로 본의 아니게 그것들을 밟고 지나가기도 해야 한다.
셀 수없이 많은 미국의 하이웨이를 따라 울타리를 설치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해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죽어 뒹굴고 있는 동물의 시체들이 아닐 것이다. 나는 차 운전 중 사슴과 충돌한 한 아줌마의 승용차를 보았는데 차의 앞부분이 거의 대파된 상태였다. 무엇보다 급정거나 급핸들을 꺾다가 일어날 많은 교통사고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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