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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쇠말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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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은 사람도 펄럭이게 했다.
주황색 깃발이 자전거의 꼬리차에서 펄럭이며 강을 건너고 고개를 넘었다. 우리의 여행은 가슴 펄럭이는 깃발이었다. 자전거여행의 백미 자전거캠핑은 그렇게 펄럭이며 소래를 다녀왔다.
쇠말패 친구들이 내 가슴을 펄럭이게 해 주었다.
28일, 토요일 11시에 한강 잠수교 남단에서 모였다.
양주에서 바람처럼과 구름처럼님 부부, 구리에서 산장지기님, 분당에서 나그네님, 제기동에서 오장군님, 양주에서 야생마님과 정선아리랑님 부부, 포천에서 원목수님, 무림리에서 함께 온 미나리님, 그리고 우리 늑대 부부가 만나 안양천 합수부로 이동하며 도중에 꺼실이와 노마드님이 합류했다. 안양천에서 기다리던 보라매님과 클라이머님을 만나 다시 안양 방향으로 이동했다. 신정교에서 오이쨈님이 합류하여 자전거캠핑 행렬은 길게 이어졌다. 11대의 트레일러에서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그린웨이 근방에서 인천에서 마중나온 트리스탄을 만났다. 트리스탄 윤구는 나를 더 펄럭에게 해 주었다.
한강-안양천-군포-그린웨이-소래생태공원.
저녁을 먹고 있는데 평택에서 첼로님이, 인천에서 정배가, 파주에서 겨울바람님 부부가 찾아 와 모두 스무 명이 되었다.
소래는 포구이며 염전이었던 곳이다.
염전은 사라지고 포구는 들뜬 여행자들에게 기억을 구출해 주는 곳으로 변했다. 아직은 신념의 속성처럼 미개발로 남아 있었다. 인천의 개발 속도에 비하면 기적같이 남아 있는 곳이다. 대신에 생태공원이라는 명분으로 지켜지고 있는 게 다행이지만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겠다.
겨울 갯강에서 오리 한쌍이 꿈을 꾸고 있다. |
해가 지는 겨울 들녘을 자전거로 달리는 기분은 청와대하고 바꿀 바 아니다.
소래 한 모퉁이에서 캠핑을 했다. 밥을 짓고, 파전을 지지고, 찌개를 끓이고...... 막걸리와 소맥제조주가 돌고, 여수에서 급송된 낙지가 야영장을 찾아 오고, 윤구가 준비한 장작에 모닥불까지 타 올랐다. 화톳불에 내 가슴은 또 한 번 펄럭였다. 소년이 소녀를 만난 것이다!
자전거 이력이 10년을 넘기고 이것 저것 다 해 본 사람이면 그 다음으로 자전거여행에 빠져든다.
전국일주를 하고 세계여행을 하다보면 자전거캠핑이야말로 자전거타기의 통일장이란 걸 안다. 자전거타기의 모든 것이 녹아 있는 것이다. 캠핑여행을 하자면 짐 운반이 큰 문제였었는데 최근에는 짐 운반용 트레일러가 좋은 것이 등장하여 선택을 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쇠말패에서 추천하는 트레일러는 "Burley 사의 Nomad"이다. 지난 여름 남해안 여행에서 윤구와 산장지기님이 사용하여 시험을 거치고 만족할 만하여 우리 쇠말패에서 공식으로 추천하게 된 품종이다. 쇠말패의 90%가 "Nomad"이다. 나는 15년 전에 구입한 Kool Stop 오리지널을 사용하고 있는데 아내를 위해서 Nomad를 한 대 더 사서 선물해 주었다.
Nomad는 야영을 풍족하게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을 해 준다. 깃발이 펄럭인다.
배화교도가 아니라도 불은 사람을 사랑하게 만든다. |
맨 땅에서 잠자고 일어난 아침은 늘 상쾌하다. |
다음 날 아침.
텐트의 자락을 열고 나서는 아침은 상쾌하였다. 야영이 주는 특별한 은혜다. 야성과 지성이 모아져 또 다른 성질을 만들고, 그것을 땅에서 맨 잠을 잔 사람들에게만 느끼게 해주는 착한 체험이다. 야영은 보약이다!
생태공원을 한 바퀴 돌고나서 윤구가 추천하는 추어탕을 점심으로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온 길을 되돌아 나왔다. 생태공원에서 정배와 헤어지고, 그린웨이에서 윤구와 첼로, 겨울바람님과 헤어지고, 안양에서 보라매, 클라이머와 헤어지고...... 겨울 비는 주룩 주룩 내리고.
헤어지면서 한강까지 왔다. 해단식을 하자고 따라 온 오이쨈님의 제안으로 양화대교 아래에서 막걸리를 나누었다.
산장지기님과 나그네님, 흰늑대 세 사람이 마지막까지 남았다. 그런 의미로 최종 해단식이 잠수교남단에서 있었다.
하루 종일 겨울비를 맞았다.
그러면서도 날리는 깃발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펄럭였던 하루였다.
갯강은 밀물에 쓸려가고 닻만 덩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