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게르 생활에 대한 보고서
에디터 : 안효일
우리가 살고 있는 게르(Ger) 뒷동산에 올라 내려다 본 마을의 풍경입니다. 물 좋고 공기도 좋지만 무엇보다 경치가 빼어나죠.. ^^ 무지하게 가파르고 엄청난 경사에 힘들기는 하지만 가끔 근처 언덕에 올라 주변 풍경을 내려다보면 가슴이 뻥 뚫립니다.

우리가 게르에 들어온 다음날부터 눈이 엄청나게 오기 시작했습니다.
초반에는 한국의 겨울 날씨와 많이 차이가 없었는데 2주일 정도가 지나고 나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추위가 엄습합니다. 참고로 지금은 10월 중순입니다.

갑작스레 얼굴을 들이밀어 깜짝 놀라셨나요? ^^;

얼마 전 근처 산에 땔감으로 쓸 장작을 구하러 갔는데 트럭에서 내린 지 5분만에 수염 밑에 고드름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상의는 두꺼운 옷 다섯 벌을 껴 입었고(저 후드티 안에 고어텍스 점퍼가 있고, 겉 옷으로 두꺼운 무스탕까지 껴입습니다.) 아래는 내복에 바지를 두벌이나 껴입어서 괜찮지만 손과 발은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손에도 장갑을 두 개나 꼈는데 내리자마자 손에 감각이 사라지면서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몇 번이나 진지하게 동상을 걱정했습니다.

겨울에도 땀을 흘리는 체질이라 한국에서는 겨울에 춥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여기는 많이 다르더군요. 10월 말인데도 바람 없을 때 낮 기온이 영하 15도 정도 되는 거 같습니다. 울란바토르 시내로 나가면 괜찮은데 여기가 산들에 둘러 쌓인 시골이라 기온이 더 낮은 것 같네요.

좀 만 더 있으면 영하 40도까지 내려간다고 하니 우리도 슬슬 짐을 꾸려야 할 것 같습니다.

몇 일전 옆 집 까불이 아저씨가 말을 타고 오셔서 한번 시승해 봤습니다.

까불이 아저씨의 자세한 설명에 금방 타는 법을 배웠죠. ^^
까불이 아저씨가 두 팔을 넓게 벌려서 고삐를 잡는 건 잘못된 거라고 열변을 토합니다. 기본적으로 한 손으로 고삐를 꽉 쥐고 다른 손으로 고삐를 쥐고 남은 끈을 잡고 말의 엉덩이를 한 번씩 치면서 ‘쵸'라고 외쳐야 한다고 가르쳐줍니다. 달릴 때는 저 상태에서 일어나기만 하면 됩니다. 생각해보니 몽고 TV에서 중계해주는 말 경주를 봤을 때도 다들 까불이 아저씨의 말대로 달리던 모습이 생각나는군요.

한때 전 세계를 호령했던 기마 민족의 후예가 가르쳐 주는 승마 방식이니 틀림이 없겠죠.. ^^

이 곳에서는 6-7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말을 타고 지나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진섭이 형에게 물어보니 몽고에서는 다들 그 때부터 말을 타기 시작한다고 하더군요. 위에 말한 말 경주도 기수들이 모두 10살 내외의 어린이들이랍니다. 귀여울 거 같다고요? 달리는 모습 보면 깜짝 놀랍니다. ^^;
아무튼 워낙 순한 말이라 얌전히 총총 걸음으로 잘도 걸어갑니다.

게르에서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도 음식을 만드는 일과 먹는 일입니다.
주로 세 끼 중 두 끼는 삼촌과 옆 게르 청년들한테 얻어먹고, 한 끼는 저희가 알아서 해결합니다. 너무 얻어먹기만 해서 저희도 가끔 다 같이 먹을 음식을 만들곤 했더니 한 달을 염두해 두고 구입한 식료품들이 급속이 사라져 버리더군요.




'보또끄'라는 몽고 전통 음식 중 하나입니다. 염소 고기 바베큐 정도 되겠네요. Andrew의 집에서 읽은 영문 론리 플래닛 몽고편 음식 파트에서 몽고에서 맛 볼 수 있는 최고의 요리라고 나와 있더군요. 염소의 목을 자른 후 내장을 제거하고 속에 마늘을 가득 채운 후 몇 일간 재워 피를 빼고 비린내를 없앱니다. 그리고 요리 하기 전 날 고기 속에 차있는 마늘을 빼고 냉동된 고기를 해동시킵니다. 요리 하기 바로 전 고기를 가죽 채 뒤집어 주요 부위의 살점들을 잘라내고 다시 가죽과 털이 있는 부분으로 뒤집어 적당한 크기의 돌들을 잘 골라 난로 속에 넣어 발갛게 달군 뒤 달궈진 돌들과 감자, 고구마, 잘라낸 고기들로 고기의 내부를 채우고 소금을 잔뜩 집어넣어 간을 맞춥니다. 마지막에는 재료를 집어 넣은 목 부분을 잘 여맨 뒤, 모닥불을 지펴 털을 태우고 가죽을 익힙니다. 그리고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먹는 잔치 음식이기 때문에 복잡한 과정과 요리하는 수고스러움에 비해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분량은 고기 두,세 덩어리 정도여서 뭔가 아쉽지만 아무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몽고에서도 큰 길일에만 먹는다는 전통 음식인데 저희는 운 좋게도 진섭이 형 생일 날 이 귀한 음식을 얻어 먹었습니다. 게르에서 지내게 된 덕분에 요리의 전 과정을 생생히 목격했네요. 더 자세한 건 제 파트너 블로그의 미니 다큐, 에피소드 11편을 보시면 됩니다.

저희 화장실 입니다. 엉덩이에 닭살 장난 아니게 돋습니다.

가끔 화장실 가는 길에 먼저 와서 쭈그리고 앉아있는 옆 게르 청년들과 눈이 마주치는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

설거지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위에 보시는 대로 쌓인 눈으로 하기…
두 번째는…

1-2km 정도 걸어 가면 나오는 경치 좋은 강가에서 얼음 물로 하기…
둘 중에 뭐가 더 낫냐고 물으신다면… 그냥 웃겠습니다. ^^


** 더 많은 이야기는 리얼로드무비 블로그를 통해 볼 수 있다.
- 리얼로드무비 블로그 : http://realroadmovie.tistory.com/ 
- 안상은 블로그 : http://rrmbyinwho.tistory.com/
- 안효일 블로그 : http://rrmbytransplant.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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