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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안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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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늘부터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리장(麗江)에서 다리(大里)까지는 200km 정도..
라이딩도 식후경.. 달리기 전에 배부터 채우고 볼 일이다. 물가 비싼 리장 구시가지를 빠져 나와 작은 골목 허름한 식당에서 4元(700원)짜리 면 두 그릇과 5元짜리 볶음밥 한 그릇을 시켜 나눠 먹는데..
별 기대 없이 시켜서 그런지, 오~ 맛이 훌륭하다. 가격 대비 최고인 듯..^^
그리고 고명으로 얹어진 붉은 야채는 얼핏 김치의 맛과 매우 흡사하다. 조금 싱거운 김치인 듯..
아무튼 윈난 지방의 음식들은 중국의 다른 지역의 음식들과 틀리게 좀 덜 짜고, 어느 정도 담백한 맛이 있다. 항상 자극적인 향의 음식만 먹었던 우리에게 윈난의 음식들은 다들 입맛에 잘 맞는 거 같다 ..^^
식사가 끝나고 드디어 2개월 만에 다시 자전거 여행자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페달을 밟으니 기분이 상쾌하다.
햇살도 따~따시 하고 살짝 산들 바람도 불어주는 게 페달을 밟아도 땀도 안 나고.. 자전거 타기에는 최고의 날씨인 것 같다. ^^
게다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윈난 전통 기와 가옥들과 푸르른 논, 밭들이 나름 전원적인 풍경들을 펼쳐 놓으니 눈도 즐겁고.. 그저 기분 좋은 라이딩~ ^^
윈난성의 대표적인 두 관광 도시를 잇는 길이라서 그런지 길이 잘 나있다. 게다가 다리(大里)까지는 고도 3~400m 정도를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좋은 내리막 길도 꽤 등장해 준다.
덕분에 오랜만의 라이딩에도 불구하고 1시간에 20km 정도씩 꾸준히 달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오래 쉬어서 그런지 50km 정도를 달리니 슬슬 몸이 힘들어 하기 시작한다.
저녁 6시, 73km를 달렸다.
다리(大里)까지는 이제 117km..
해가 지기 전에 저녁 식사를 하고 텐트 칠 곳도 찾아야 한다. 마침 도착한 마을에서 더 늦기 전에 밥을 먹기 위해 시장으로 보이는 곳을 찾아 골목 길에 들어섰다.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한 음식점에 자전거를 세우고 들어가니 아주머니들이나 주문 받는 여성분이나 다들 키득거리며 우리를 환영한다.
그리고 이 곳에서부터 우린 메뉴판 없는 윈난의 식당들을 경험하게 되니..
잔뜩 진열된 식재료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가격 묻고, 고민하고.. 우린 어떤 음식이 나올지도 모르고 그저 서로 바라보며 어색한 웃음만 지을 뿐..^^;
그리고 아주머니들은 그 모습이 재미있으신지 신나게 즐거워하시고..
도저히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하셨는지 중간에 영어를 하는 지인에게 전화까지 거시는 주방 아주머니..^^; 전화 너머 남자분은 우리에게 뭘 시키려고 하는지 묻지만 우린 그저 메뉴가 필요해요~ㅜㅜ 라고 만 할 뿐.. 요리의 이름을 모르니..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30元이 넘지 않도록 적당한 재료들을 선택하고 자리에 앉아 내어준 차 한 잔씩을 홀짝거리니 주방 아주머니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하신다.
뭐, 어떻게든 먹을 수 있는 게 나오겠지..^^;
이름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요리 중 다른 곳에서는 꽤나 비싼 축에 들어 잘 먹지 않았던 탕추리지에(탕수육) 이름을 얘기하니 15元이라고 해서 주문해봤다.
우리의 탕수육이 잘 튀겨지고 있구나~^^
총 27元(4700원 정도..) 가격의 우리 저녁 식사..
하하~~ 이 정도면 '먹을만한 게'가 아니라 훌륭한 진수성찬이 아니던가~^^
처음에도 언급했듯 가격 대비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윈난의 요리들.. 우리에게 남은 일은 정신 없이 먹어 치우는 일 뿐..
친절한 우리의 여직원은 찻잔이 빌 때마다 차를 따라주더니 밥 그릇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는 걸 보고, 밥을 더 주려고 한다. 잠깐만~!! 하고.. 평상시라면 말도 안 되는 얘기겠지만 우린 너무 배가 불러서.. 밥을 거절했다~~!!!!^^;
아무튼 식당 모든 분들이 너무나 친절하고, 티 없는 웃음으로 호의를 베풀어 주시니 덩달아 우리도 기분이 좋아졌다.^^
식사를 끝내니 날이 많이 어두워졌다. 얼른 텐트 칠 곳을 찾기 위해 서둘러 일어나는데 우리의 찻잔을 끝없이 채워줬던 친절한 여직원이 우리에게 잠자는 제스처를 취하며 안쪽을 가리킨다. 이 곳은 식당 겸 빈관도 겸하고 있었던 것..
우리는 혹시나 해서 가격을 물으니 4인실이 1인당 10元(1700원 정도..)라고 한다. 방을 보니 굉장히 깔끔하고 괜~찮~다~~!! (물론 샤워실, 화장실은 공용이다.)
아무튼 이거 참 서프라이즈한 가격인 걸.. 보통 그 정도 가격의 숙소들은 외국인이 묵을 수 없지만 역시나 시골의 작은 동네에서는 그런 거 신경 안 쓰는 거 같다.^^;
너무 어두워져서 텐트 칠 곳 찾는 것도 큰 일인 거 같고, 밝은 미소의 사람들도 마음에 들고 해서 콜~!!을 외치고 방을 잡았다.
당연히 여권 확인하는 절차도 그냥 패스~~!!
자기 전 GPS로 확인한 내일 우리가 지나칠 경로의 길들의 고도와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오늘 얼른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출발해야겠다.
그리고 감기야.. 제발 떨어져랏~~!!
밤새 기침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아직 시안에서 안고 온 감기가 내 등뒤에 붙어서 떨어지지를 않고 있다. 역시 여행 중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다.
어제 푸짐한 저녁 식사 만큼이나 푸짐한 아침 식사를 먹고 출발~~!!
그리고 오르막 길.. 1시간 내내 달렸는데 7km..ㅡㅡ;
오랜만에 달려서 그런지 무릎도 좀 시큰거리고 아직도 남아있는 감기 기운 때문에 왠지 더 힘들게 느껴지는 길이다.
그리고 우리가 출발할 때 고도가 1900m 정도였는데 두 번째 라이딩 타임이 끝날 때 고도가 2400m였으니 우린 지금 백두산 꼭대기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거다.^^;
몸도 안 좋은데 엄청난 산 속 오르막 길에 구불구불 커브 길들에 대형 버스와 트럭들이 위협적으로 경적을 울리며 아슬아슬한 추월 경쟁까지 하니 고래들 가는 길에 자칫하다간 이 놈의 새우등이 남아나질 않겠다.ㅡㅡ;
세 번째 라이딩 타임부터는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올라가는 횟수가 더 많아졌다.
4시간에 걸쳐 40km를 왔다.
최고 고도는 2600m.. 이렇게 가다가 정말 3000m 넘기는 거 아닌지..ㅡㅡ;
이 놈의 오르막 산 길을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열심히 GPS로 확인 중인 상은이 형..
아,, 모르겠다. 언제까지 올라가나 한 번 두고 보자!!!
..라고 포기할 때쯤 드디어 내리막 길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20분만에 13km를 내려왔다. 고도는 다시 1900km 중반 대.. 4시간에 걸쳐 오른 700m가 넘는 고도를 단 20분만에 내려온 셈이다. 내려오는 내내 속도계가 시속 40km 아래의 숫자를 찍어 본 적이 없었으니 이 정도면 거의 롤러 코스터 수준이다.
내려오는 내내 입에서 환호성이 떠나지를 않았다.^^
역시 모든 오르막 길에는 내리막이 있는 법..
그 맛에 이렇게 낑낑대면서 이 길을 올라왔나 보다.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드넓은 평지와 마을들.. 실제로 볼 때는 정말로 장관이었는데 역시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안 된다.^^;
뭐, 평지라고 해봤자 저기도 1900m 후반대의 산 중턱이라는 거~~!!
아무튼 오늘은 인적 없는 산 길에 텐트를 칠 각오를 하고 있었건만 뜻밖에 등장한 롤러 코스터 길에 단숨에 평지로 들어섰다. 그리고 평지에는 언제나 마을이 있는 법~!!
더 늦기 전에 저녁식사를 하고 텐트 칠 곳을 정해야 한다.
평지로 들어서 달리면서 식당을 찾는데 우리의 주머니 사정에 맞는 허름한 음식점들이 눈에 띄지를 않는다. 물고기 그림이 크게 그려진 큰 음식점들만이 간혹 하나씩 지나간다. 저런 가게들은 분명 비쌀거야.. 절대 들어가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지만..
배는 너무 고프고.. 에라~ 모르겠다. 한낱 물고기가 비싸야 얼마나 비싸겠어 라고 생각하고 그 중 한 곳에 들어갔다.
목욕탕의 열탕, 온탕, 한방탕 구분해 놓은듯한 욕조들 사이로 메기처럼 보이는 서로 다른 크기와 색들의 생선들이 뛰놀고 있다.
-우리가, 제일 싼 생선이 얼마요? 했더니..
-주인 왈, 요 놈들이 48元이요!! 해서..
-다시 우리가, 허허~~ 그 정도 가격이면 우리가 먹을 만 하겠소. 그럼 그쪽 놈들 중 큼지막한 놈으로 한 놈 골라서 맛나게 요리해 보시오!! 했다.
결과적으로 내용은 똑같지만 위의 세 마디 대화를 서로 이해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한 10분간 양쪽 다 손짓 발짓 다 써가며 별 생쇼를 다했다는..^^;
아무튼 생선 손질하는데 젊은 친구가 칼 놀림이 범상치 않네 그려.. 자네 내 밑에서 요리 한 번 배워보지 않겠나~~!! 이 몸이 라면 하나는 기가 막히게 끓인다네..ㅎㅎ
그리고 잠시 후..
우리나라로 치면 세수대야 냉면이 아니라 세수대야 매운탕쯤 되시겠다. 이거 한 4-5인분은 될 거 같은데.. 거기다가 서브로 2인분용 또 다른 탕 요리 하나 등장해 주시니..
우리는 '하하~~ 한국에서 이 정도 먹으려면 최소 4-5만원은 줘야 할거야~~!! 이 기회에 윈난성의 매운탕도 한 번 먹어보고.. 이 식당에 들어오기를 잘한 거 같아. 역시 여행은 좋은 것이야~~!!' 같은 대화들을 나누며 정신 없이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 배 터지겠다. 설거지 꺼리 안 남기기로 유명한 우리지만 이건 도저히 다 못 먹겠다. 그래도 고기는 다 발라 먹었다.^^
아무튼 불뚝 나온 배 두드리며 어이~ 주인장~~!! 여기 계산 좀 해주시오~~!! 하니..
식스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 스릴러~~!!
세~수대야~ 매운탕~~!!
배고픔에 정신 팔아먹고 그저 꾸역구역 음식만 입에 집에 넣기 바빴던 바보 여행자들을 찾아서..
아무튼..
260元(한화 45,000원..)이 적힌 참담한 영수증이 우리 앞으로 날라오니 우리는 적잖게 당황 모드로 돌입한다.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알고 보니 48元 역시 무게당 가격이었던 것.. 주인 아줌마가 생선 다 토막 낸 다음에 광주리에 담아 추 저울에 재서 보여줬었는데 힘들고 배고픔에 지쳐 정신 나사 몇 개 빠져 있었던 우리는 그냥 저거 뭐 하는 건가 하고 지나쳐 버렸던 거다.ㅜㅜ
거기에 밥 값만 20元..
중간에 밥 값 물어봤을 때 가격 얘기 안 해준 아주머니가 야속하게 느껴지기만 한다.ㅜㅜ
속은 너무 쓰리지만 어찌하랴.. 아주머니가 사기를 친 것도 아니고, 단지 우리의 바보 같은 실수였던 거 뿐인 것을..
그래도 260元이면 내가 좋아하는 얀징 비어가 100병인데..ㅜㅜ
결국 우리는 멋모르고 먹으면서 한국에서 3-4만원 할 거라며 대화했던 그 가격 그대로 4만 5천원을 고스란히 주인 아주머니 품 속에 안겨드렸다.
그냥 덕분에 윈난 지방 음식도 먹어보고, 몸보신도 하고 좋구나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지만 가슴은 하염없는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ㅜㅜ
그렇게 쓰린 가슴 부여잡고 나오니 밖은 이미 어두워졌다.
그래!! 비싼 돈 주고 몸보신도 했는데 이 배부름으로 넘치는 힘과 침착하지 못했던 우리 스스로에 대한 분노를 밤 라이딩에 쏟아 부어 단숨에 다리까지 한걸음에 내달려 보자고~~!!
다리(大里)까지 남은 거리는 50Km..
그렇게 우리는 다시 페달을 밟는다.
아름다운 하늘의 별들.. 얼하이 호수의 밤 풍경.. 그리고 우리의 260元~~!!
다시 다리에 분노의 힘이 들어간다.
하지만 1시간쯤 달렸을 때, 상은이 형의 '젠장할..'이라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뒷 바퀴 펑크 발생.. 어쩔 수 없이 주변에 보이는 30元 가격의 빈관에서 하루 묵는다.
이제 다리(大里)까지 남은 거리는 30km..
오늘 달린 거리, 87km..
오늘 우리의 개념, 2%..
오늘 우리의 분노,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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