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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글 안효일, 동영상 안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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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쯤 베트남 타인화(Thanh Hoa)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라오스에서 출발할 때 터미널 직원이나 운전기사나 타인화(Thanh Hoa)까지 10시간 쯤 걸린다고 했었는데 운전 기사가 여기 저기 들리면서 자기 볼 일 다 보고, 한가로이 점심 식사까지 다 하면서 중간에 쓸데없이 버린 시간만 해도 상당하건만 거의 정확히 얘기했던 10시간에 맞춰 도착한 셈이다.
이런 상황의 연장으로 베트남(Vietnam) 로컬 버스들의 흥미로운 모습 중 하나는 중간 중간 승객들을 픽업하는 방식이다.
특히 처음 터미널에서 출발할 때나 다른 도시나 마을에 들어설 때마다 10-20분씩 세월아 내월아 하며 천천히 도시를 한 바퀴 돌면서 자리를 채울 만 한 승객들이 어디 없는지 이리저리 살핀다. 그리고 혹시나 중간에 승객이 될 여지가 있을만한, 인도에 짐을 들고 있거나 가만히 서있는 사람이라도 한 사람 발견하면 쉬고 있는 또 다른 예비 운전기사(대부분의 장거리 로컬 시외 버스는 두,세 명의 운전기사들이 번갈아 가면서 운전을 하고, 운전하지 않는 기사들은 열심히 호객 행위를 하거나 승객들에게서 요금을 걷는다)가 어디까지 가냐고, 버스 탈 거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중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 졌지만 처음 로컬 버스를 탈 때는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왜 얼른 출발 안 하는지? 이렇게 해서 제 시간에 도착이나 할 수 있을런지..
하지만 신기한 건 6시간이면 6시간, 10시간이면 10시간 출발하기 전에 운전 기사가 얘기한 그 시간에 항상 거의 오차 없이 도착한다는 거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런 호객 행위의 과정이 끝나고 도로를 달릴 때는 그야말로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레이싱을 하니까.. 오로지 2차선 도로 밖에 없는 그 곳에서 미친 듯이 경적을 울리고 추월을 해가며..
아무튼 도착해보니 타인화(Thanh Hoa)는 생각 이상으로 큰 도시였다. 우리가 아직 개발이 미비한 북서부 산간 지역에서만 자전거를 타서 그런지 15일만에 다시 찾는 베트남임에도 불구하고 이 화려한 조명과 가로등이 반짝이는 도시의 모습이 상당히 낯설다.
이 곳 타인화(Thanh Hoa)에서 하노이(Hanoi)까지는 160km 정도..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역행해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는 형세지만 하노이에서는 해야 할 일도 만나야 할 사람들도 많으니 어쩔 수가 없다.
늦은 시간이지만 베트남을 종단하는 1번 국도를 따라 하노이 쪽으로 조금 달려본다. 길이 너무 훌륭하다. 아직 도시에서 멀리 빠져 나오지 않아서인지 가로등 덕분에 많이 위험하지도 않고, 차들도 많지가 않다. 계속 달리다가는 밤새 달려서 내일 아침에 하노이에 도착할 수 있을 거 같다..ㅋㅋ
아무튼 한 8km 쯤 달리다가 왼편에 보이는 한적한 주유소에 들어가 공터에 텐트를 쳐도 되는지 물었다.
거절당할 거라는 걱정은 없다. 지난 15일간 베트남 사람들의 따뜻한 모습을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에..
역시나 주유소 야근조인 듯한 잘생긴 두 청년이 흔쾌히 허락해줬다. 그리고 구석진 곳에 텐트를 치려고 하니 아직 날씨가 춥다며 건물 옆에 마련된 휴게소 공간에 텐트를 치라고 권한다.
두 청년의 배려덕분에 베트남 재입국 첫 날부터 기분이 좋다. 씻기 전 차 대접 받으면서 함께 베트남 담배도 태우고 하다가 멋지게 굿나잇 인사하고 퇴장하는 청년들..
베트남에서 기분 좋은 사건들을 많이 겪어서인지 베트남에 다시 들어오니 어디 멀리 휴가 갔다가 다시 집에 돌아온 것처럼 마음이 푸근하다. ^^
am 6:00 기상.. 활기가 넘치는 베트남의 아침 풍경에 함께 묻혀 하노이를 향해 출발한다. 역시나 기대만큼이나 평평하고 좋은 길들이 쭉쭉 이어진다. 꽤 큰 도시에서 수도까지 이어지는 메인 국도여서 그런지 도로도 좋고, 중간 중간에 작은 도시, 큰 도시들이 계속 이어진다.
오늘도 쌀국수를 먹어야겠지.. 하고, 도로 중간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15,000Dong의 가격을 확인하고 쌀국수를 주문하니 독특한 국수가 등장했다.
하노이를 중심으로 그 주변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베트남식 냉국수 분차(Bun Cha)..
가는 쌀국수를 뜻하는 분(Bun)과 돼지고기 구이를 뜻하는 차(Cha)가 합쳐져서 생긴 이름이다. 새콤한 육수에 야채와 돼지고기 구이를 함께 넣어 면을 담가 한 젓가락 입에 넣으면 입에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는.. ^^
하지만 내 뱃속 거지들은 언제나 맛을 음미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허겁지겁 꾸역꾸역 먹다 보면 어느새 내 앞에는 황량한 빈 접시만이 덩그러니 한 떨기 고독을 씹고 있다. ㅎ
특히나 가게 주인 아저씨 내외분이랑 귀여운 딸내미가 미친 듯이 음식을 입 속에 집어 넣는 우리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국수도 한 접시 더 리필해주고 야채나 육수도 계속 무한 리필 해 주신다. 그러면서 자전거 타려면 힘들 테니 많이 먹어두라는 제스쳐를 보이신다.
마지막에 우리가 떠날 때 가게 뒤 편까지 뛰어나와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큰 소리로 응원과 작별 인사를 해주신 가족 분들..
정말 이 놈의 베트남.. 사랑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나라다..^^
맛난 분차(Bun Cha) 먹고 힘내서 오후 4시에 벌써 100km를 넘게 달렸다. 오늘 하노이에 들어가면 안되니 슬슬 일찌감치 텐트 칠 곳 둘러보며 달린다는 게 또 30km..
결국 오늘 달린 거리 132km..
하노이까지 남은 거리는 20km정도..
하노이를 목전에 두고 샛길로 들어가 넓은 공터가 보이는 꽤 커다란 건물로 찾아가 이 넓은 공터 구석에 텐트를 쳐도 될까요? 물어보니 고시생 스타일에 얌전하게 생긴 관리인 청년이 베시시 웃으며 우리를 건물 안쪽으로 안내한다. ^^
그리고 우리가 텐트 칠 곳을 깨끗이 청소해주고, 화장실과 세면실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130km를 넘게 달리느라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된 몸을 깨끗이 씻고 텐트 안에 들어와 누웠다.
그대로 레드~ 썬~~!!
다음날 하노이까지 20km밖에 안 남겨 놓았던 지라 아침 9시가 조금 넘어 하노이(Hanoi)에 발을 디뎠다. 시내에 가까워질 수록 좁은 도로에 차들과 엄청난 수의 오토바이들에 치여 정신이 없다.
아무튼 우리는 하노이에 들어온 오늘부터 이 곳에서 일주일을 머무르게 된다.
1. 카우치서핑(Couchsurfing)을 통해 인연이 닿은 프랑스 친구 세드릭(Cedric)의 집에서 3일..
2. 하노이에 출장 차 방문한 상은이 형 친구분 진수 형님의 숙소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3일..
3. 마지막으로 뜻하지 않게 인연을 맺게 된 한국인 유학생 김민수, 이영호 학생 집에서 1일..
결론적으로 일주일간 하노이에서 지내면서 숙박비는 한 푼도 지출하지 않았다는.. ^^;
첫 날부터 3일간 머물렀던 프랑스 친구 세드릭(Cedric)의 집 옥상..
4층까지 짐 올리고, 자전거 옮겨 놓느라 첫 날 무진장 고생했지만 하노이의 비싼 물가를 생각했을 때 이렇게 마음 놓고 짐을 풀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감지덕지한 일이다. ^^;
아무튼 우리가 이 넓은 옥상을 차지한 첫 손님이었고, 그 다음날은 대만 여행자 두 명, 그 다음날은 프랑스 여행자 한 명과 공간을 나눠서 썼다.
삶의 목표가 '세상의 모든 금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이라는 세드릭(Cedric)의 집은 건물 자체가 작은 전시장이자 작업실이었는데 그런 자유분방한 집의 분위기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정작 집주인인 세드릭은 일 때문에 바빠서 마지막 날 딱 한 번 얼굴 보고, 그 외 머물렀던 3일 내내 세드릭의 집에서 장기 거주하고 있는 프랑스 여행자 친구들하고만 얼굴 마주치며 지냈지만..
사실 3일 동안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우리도 조금은 분주한 시간을 보냈는데 앞서 얘기했던 하노이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꽤나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선 처리해야 할 문제는 비자 연장 관련 문제..
우리는 하노이 출입국 관리 사무소와 신시가지 대우 호텔 옆 대하 빌딩 내에 있는 한인회를 찾아가 1달간 비자를 연장하는 문제를 알아봤다. 대답은 공식적으로 하노이에서 비자를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비공식적으로 여행사를 통해 1인당 100불씩 수수료를 지불하고 연장을 할 수 있다는 것..
아~ 100불이면 정말 너무 너무~!! 비싼 가격이다. ㅡㅡ;
물론 하노이에 들어오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 어느 정도의 정보는 확보한 상태였다.
지난해 말 이후 한국에 대한 비자 기간 통제가 강화됐다는 소식과 하노이에 거주하시는 교민 분들도 비자 연장을 위해 간혹 라오스 쪽 국경을 넘었다가 비자를 클리어 한 후 들어오시거나 대행사에 맡겨 호치민에서 연장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등.. 거기에 하노이 출입국 관리 사무소에 직접 찾아갔더니 한 달 비자 연장에 400불을 요구한다는 등.. ㅡㅡ;
혹시나 했는데 직접 뛰어다녀보니 역시나였다.
아무튼 절반의 성공이다. 우리는 비자 연장을 위해 둘이 합쳐 200불이란 거금을 지불할 의향이 전혀 없으니 조금이라도 빨리 헛된 희망일랑 고이 접어 쓰레기통에 던져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뭐, 남은 방법은 한 가지.. 동쪽 해안선과 라오스와의 접경 지역이 최대 70km정도까지 좁아지는 베트남의 길쭉한 형세를 고려했을 때 중간에 라오스로 들어가서 비자를 클리어 하고 나오는 수 밖에 없다. 좀 귀찮고, 힘들겠지만 둘이 합쳐서 200불을 절약할 수 있다.
좋아~~!! 이거 흥미 진진한데… ㅋㅋ
아무튼 미션 하나 클리어~~!!!!
다음은 여행 시작한지 2주일 만에 박살 난 렌즈 조리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수리하기 위해 하노이 구시가지에 있는 니콘 서비스 센터를 방문했다.
중국 내몽고에서 한 번 떨어뜨렸다가 렌즈 안 조리개 날개들이 이산 가족이 되는 바람에 몽고 울란바토르에서 만능 수리상 아저씨랑 같이 어떻게 어떻게 짜 맞춰서 다시 조립해 놓기는 했는데 여전히 포커스가 안 맞고, 노출도 언제나 최대개방 상태다. ㅡㅡ;
뭐, 눈썰미 있는 분들이야 지금까지 올라온 여행기 사진 보고 충분히들 아셨겠지만 지금까지 찍은 사진 중 포커스가 맞는 사진은 단 한 장도 없다.
아무튼 친절하게 상담해주는 서비스 센터 짱 아저씨랑 한참 얘기를 주고 받았다.
난 포커스의 문제나 노출의 문제나 조리개 날개로 인한 심도와 광량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부러진 조리개 날개만 새 걸로 교체해서 잘못 놓여진 조리개 날개들을 원위치대로 배치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우리 짱 아저씨는 포커스 문제는 전적으로 오토 포커스 센서 문제이니 추가로 센서까지 함께 교체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가격이면 100불 정도 수리비가 드는데 차라리 이번에 새로 나온 모델의 렌즈가 130불이니 이걸 사는 게 어떠냐고 권한다.
하지만 포커스를 메뉴얼로 맞추고 시험 촬영해 봐도 포커스는 여전히 맞지가 않으니 단순히 오토 포커스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도 애매한 상황..
아무튼 전문가의 의견이니 전혀 납득이 안가는 것도 아니었지만 자꾸 새 렌즈 사라고 꼬드기는 게 오토 포커스 센스 문제는 괜히 사기치는 거 아닌 가 하는 생각도 들고.. ^^;
렌즈 조립 메뉴얼까지 띄어놓고 둘이 한참을 토론했다.
결론은 60불에 조리개 날개 6개 및 조리개 구성 세트 전부 교체..
우리 센터장 아저씨는 나의 결정이 안타깝다는 듯 혀만 차신다. 그러면서 나한테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한다. '내일이면 후회하실 겁니다..' ㅋㅋ
한국에서는 렌즈 열어서 떨어져 나간 조리개 날개 다시 조립해 주는 데만 3-4만원씩 받고, 조리개 날개는 개당 8천원 정도씩 따로 계산해서 받는데.. 조리개 세트를 전부 새 걸로 교체하는데 60불이면 왠지 남는 장사 같은 기분이다.
아무튼 장시간 동안 렌즈 조립도까지 분석하면서 심도 있는 상담을 해주신 하노이 니콘 서비스 센터 짱~ 아저씨께 너무 감사드려요~~~~^^
서비스 센터 중앙에 떡 하니 위치해서 날 유혹하고 있는 렌즈들..
아~ 진짜 기본 렌즈라도 좋으니 포커스 맞는 렌즈로 사진 찍어보고 싶다. ㅜㅜ
아무튼 조리개 세트 교체 후에도 포커스 문제는 여전했다. 어찌 보면 짱 아저씨 말대로 오토 포커스 센서 문제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정도에서 만족할란다. 그나마 광각으로 찍을 때는 100% 확대해서 보지 않는 이상은 핀이 나갔는지 잘 분간하기도 힘드니 조금은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
뭐, 어쩔 수 없다. 우리의 주머니 사정상 더 이상 카메라 때문에 돈을 지출할 여력도 없고.. 항상 광각으로 찍어야지 뭐..
그리고 제논 스포츠에서 우리에게 선물해준 자전거 용품들~~!!^^
내 앞 바퀴 휠이 현재 심하게 휘어있는 상태에 상은이 형 뒷바퀴는 스포크만 거의 20개 가까이 교체한 상태라 얼마 후 만나게 될 진수 형님네 회사와 거래를 주고 받는 하노이쪽 지사를 통해 물건을 전달 받을 수 있을 거 같아 한 달 전 제논 스포츠 김주용 팀장님께 자전거 휠 두 개와 예비 튜브 4-5개, 반 장갑 하나씩을 조심스레 부탁 드려 봤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풍족한 장비들을 보내주셔서 깜짝 놀랬다.
우선 새 튜브와 타이어가 옵션으로 딸린 자전거 휠 풀셋 두 세트와..
예비 튜브 10개~~!! ㅎㅎ 이 정도면 당분간 튜브 때문에 고생할 일은 없을 거 같다. ^^
그리고 이번에 새로 나온 신형 에어 펌프~~!! 기압계도 달려있는데다가 편하게 발로 밟아 고정 시킨 후 바람을 넣을 수 있으니 휠 꼭 붙잡고 공기 주입하느라 낑낑대던 암울한 시절이여 이젠 빠이 빠이~~ ^^
그 밖에 옵션으로 부탁 드렸던 반 장갑도 일인당 두 세트씩 4벌이나 보내주시고..
저 큰 박스를 세드릭네 집까지 싣고 오느라 고생했지만 마음만은 싱글벙글~~!!ㅋㅋ
싣고 온 다음날 추적추적 비 내리는 옥상에서 휠 셋 교체 싹 마무리하니 묵은 체증이 싹 가시는 것만 같다.
얘들아,, 제발 나랑 오래 오래 아무 문제 없이 이 세상 끝까지 달려 보자꾸나~~!!
마지막으로 김주용 팀장님을 비롯 제논스포츠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ㅡㅡ)(_ _)
** 더 많은 이야기는 리얼로드무비 블로그를 통해 볼 수 있다.
- 리얼로드무비 블로그 : http://realroadmovie.tistory.com/
- 안상은 블로그 : http://rrmbyinwho.tistory.com/
- 안효일 블로그 : http://rrmbytransplant.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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