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산업, 이제는 서비스 품질을 높여야 할 시기다.
에디터 : 박창민 편집장

지난 2020년 봄에는 현재의 팬데믹 사태가 이렇게 오래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거의 2년이라는 사상 초유의 팬데믹 사태를 겪는 현실 속에, 많은 산업들이 COVID-19(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구분되는 시대를 맞이했다.
자전거 또한 전혀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21세기에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2년 동안의 자전거 시장의 변화, 그리고 앞으로 최소 1년은 더 지속될 듯한 현재의 자전거 흐름과 산업을 예측하기 위해 스포츠온55의 기명호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코로나19, 자전거는 왜 인기를 얻었을까?


지난 2020년과 2021년 시즌은 자전거 유통업계에서 환호성을 지를 수 있는 시기였다. 거의 모든 업체의 창고 재고가 바닥이 날 만큼 자전거는 판매가 되었고, 소비자는 구매예약을 할 수도 없을 만큼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지 않았다.

이런 현상은 팬데믹의 초반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세계적인 락다운에 놀라며 '건강'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하지만 함께 모여서 할 수 있는 운동이 불가한 시기에 '자전거'라는 이동수단이자 운동수단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게다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꺼려지면서 근거리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자전거가 매력있는 대안이 되었던 것이다.
또, 자전거 타기와 같이 장시간 근육을 사용하는 운동이 '면역력'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햇빛과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도 한몫 거들었다. 그리고, 자연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가 더욱 빛을 발한 것도 사실이다.

건강한 교통수단이자 레저로 인기를 얻은 자전거

이와같은 매력 덕분인지, 사람들은 자전거 구매에 나섰고 2020년 3월에서 6월까지 4개월 동안, 우리나라 자전거 업계의 거의 모든 창고가 바닥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고, 자전거 공급은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갔던 것이다.

이렇게 부족해진 공급은 2021년 겨울이 다가오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취미로 자전거를 선택하는 인구가 늘어나며, 고급 자전거의 공급은 소비자의 수요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자전거 업계의 재고는 지난 해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자전거 업계의 재무건전성 향상


자전거는 시즌과 비시즌의 매출 대비가 크고, 유통 회전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재고에 대한 꽤 큰 부담을 가져야 하는 산업이다. 하지만, 이번 팬데믹 사태를 거치며, 수요가 공급보다 커지면서 상황이 변했다.

"소비자에게 적합한 자전거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것은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자전거 산업은 이번 팬데믹에 큰 혜택을 받은 산업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재고 부담이 줄어들면서 재무건전성이 매우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을 때는 전략이라고 할 것이 재고를 줄이는 방법 외에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매출과 함께 재무건전성이 함께 향상되며, 건전한 산업을 위한 전략을 세울 시기가 된 것입니다"
- 스포츠온55 기명호 대표

사실, 자전거 업계에 이처럼 재무건전성이 좋았던 시기는 거의 없었던 듯 하다. 판매 수익은 다음 시즌 재고 구매에 할애되고, 수요예측이 한번 잘못될 경우 그 연쇄작용은 한 기업을 넘어 자전거 산업 전체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같은 시간은 그렇게 오래 가지 않을 것입니다. 길어야 앞으로 1~2년 정도 남았다고 보고 있죠. 이럴 때 정부나 협회 차원에서 유통 데이터를 확보하여 수요 예측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자전거 전체의 매출과 세부적인 카테고리에 따른 매출 등을 구분하여, 어떤 카테고리가 성장하고 있는지 공유하고, 수요 예측 실패의 확률을 떨어뜨리는 것이 지금의 재무건전성을 가능한 오래 유지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라고 기명호 대표는 덧붙였다.


이제는 서비스 품질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도심 속 생활이 빠듯한 형태이기 때문에, 한 명이 여러개의 레저를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보통 1개의 레저를 메인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분들이 자전거를 레저로 선택한다면 가능한 고급스럽고 멋지게 하려고 할 것입니다.
마치, 최근 명품의 소비가 늘어나는 것처럼, 자전거를 소비할 때도 비슷한 기능의 더 저렴한 것을 선택하는 것보다, 더 멋지고 좋은 제품을 선택하려는 소비가 늘어나게 된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판매자와 생산자들도 더 저렴하게 많이 팔겠다는 것보다, 질적으로 향상된 제품을 통해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제품을 통해 소비자는 더 만족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최신 자전거 판매 트렌드에도 이와같은 현상은 보이고 있다. 중저가 자전거를 찾을 때도 가격이 아닌 브랜드 선호에 따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현재는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판매가 어렵지 않을 만큼 수요가 늘어난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 수록 마케팅에 더 투자하고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봅니다.
사실, 자전거를 구매할 비용이면 어떤 취미도 할 수 있을 만큼 적잖은 비용이 투자됩니다. 이럴 때 소비자가 자전거에 대한 불만을 경험한다면, 다른 레저 산업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이유를 주는 것입니다"라고 기명호 대표는 말했다.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기


"유통사의 전략과 대리점의 전략은 크게 다르다고 봅니다.
소비자를 만나는 대리점의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높이면서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전에 바이클로가 출범하며 대리점을 고급화시키는 것에 큰 일조를 했었고, 과거 스페셜라이즈드에서 단일 브랜드의 컨셉스토어를 시작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성공적으로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의 상당수는 서비스가 좋다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의지가 있습니다. 마치 맛과 서비스가 좋은 식당이라면 같은 메뉴라도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것과 같은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대리점은 소비자들에게 서비스의 질을 높여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한 시점입니다"

자전거 산업은 정말 오랫동안 서비스보다 유통에 치중했던 것이 사실이다. 수백만원이 넘는 고급 자전거를 구매할 때도 저렴한 생활자전거를 구매하는 것과 비슷한 서비스를 받게 되는 상황이 비일비재했었다. 게다가, 요즘처럼 자전거를 구매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자전거를 찾으러 오는 소비자들을 마치 귀찮다는 듯이 여기는 대리점도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소비자들은 품질좋은 서비스에 더욱 만족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지금은 재무건전성이 좋아졌고, 상대적으로 재고의 부족으로 인해 바쁘지 않은 시기입니다. 무형의 서비스와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에 아주 좋은 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무형의 서비스는 대리점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서비스를 만들고 제공할 수 있도록 유통사에서 개발하고 설계하여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라이트브라더스(https://wrightbrothers.kr/)가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노력하는 것에 무척 영감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자전거 업계에서 유통이 아닌 플랫폼 비즈니스로 서비스를 만들어간다는 것에 가장 본받을 업체 중에 하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서비스를 플랫폼으로 개발하고 있는 라이트브라더스


공급부족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


"현재의 공급 상황으로 봐서는 내년까지 자전거는 부족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년과 같은 성장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유지될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에 입문했던 라이더들이 업그레이드 시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데, 그들에게 품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여 만족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자전거 생산 시설은 수요에 맞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민첩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프레임셋, 휠셋, 그룹셋이 자전거를 이루는 가장 큰 기반인데, 모두 생산하는 곳과 브랜드가 다르고, 여기에 다양한 부품들이 합쳐지며 조립이 되어야 비로소 자전거 1대가 완성된다. 어디 한 곳에서 열심히 한다고 자전거가 빠르게 생산될 수 없는 절대적인 이유다.

"하지만, 몇 년 후에는 지금과 같은 자전거 시장이 유지되지 않을 것입니다. 또다시 재고에 대한 부담과 자금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겠죠. 그것을 어떻게 준비하고 또다른 자전거의 성장동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전거를 구매한 소비자가 자전거를 통해서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면,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역 기반의 다양한 이벤트가 운영되어야 하고,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양질의 이벤트와 서비스를 유통사와 대리점이 함께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자전거를 구매한 소비자가 자전거를 통해 즐거움을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블, 전기자전거 등의 새로운 세그먼트


자전거 뿐 아니라, 어떤 산업이라도 새로운 시대를 이어갈 새로운 세그먼트는 항상 필요하다. 특히, 최근의 자전거처럼 성능향상을 위한 기술발달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는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현재는, 그래블 자전거가 새로운 세그먼트로 산업의 기대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큰 시장이 되기는 어렵지만, 산업의 입장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면서 소개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전기자전거도 또한 매우 강력한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데, 현재는 안전검사라는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 세계적인 자전거 시장 흐름에 전혀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 문제입니다. 지금보다 안전검사의 단순화와 빠른 처리가 될 수 있다면 앞으로 가장 강력한 카테고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스포츠온55 기명호 대표

그래블과 전기자전거 등은 자전거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COVID-19 팬데믹은 자전거 산업에 정말 큰 변화를 만들었다. 유통에 있어서는 재무건전성이 향상되었지만, 대회와 같은 이벤트 산업에 있어서는 최악의 시즌이었다. 이렇게 거의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2022년이 코앞에 다가왔다. 그리고, 지난 2년과 달리 예측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자전거 산업은 무엇보다 균형과 품질이 중요한 시점이 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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