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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안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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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 ~ 18일
나무와 풀이 많은 곳에 텐트를 치면 새벽 이슬에 텐트와 짐들이 잔뜩 습기를 머금게 된다. 그리고 곧 아침 햇살이 쏟아지면서 습기를 걷어낸다.
아침에 일어나니 당나귀 한 마리가 나무에 매여 있다.
당나귀와의 조우를 시도하는 상은이 형..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 만두국과 왕만두 세트로 1인당 3元으로 저렴하게 아침식사를 해결했다.
근처 마트에서 0.6元 하는 600ml 생수 9통과 1.5L 생수 2통을 구입해 비어 있는 물통을 채우고 0.5元 짜리 쭈쭈바 2개를 사먹었다.
우루무치 출신이라는 한 친구가 지도를 가져와 말을 걸어왔다. 우리나라 말을 궁금해 하길래 간단히 몇 문장 가르쳐 주면서 잠시 대화를 나눴다.
같이 기념 사진 한 장 찍고 다시 출발..
GPS 상에 나타난 거대한 호수 때문에 갈라진 두 길에서 아래쪽 길을 선택했는데, 이게 큰 실수였다. 50km를 넘게 비포장 길을 달렸다. 게다가 중간 15km 정도는 산 중에 있는 비포장 도로…
중간에 군부대 앞 짧게 포장이 깔려 있는 도로 옆에서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하하하~~ 이런 길을 계속 달렸답니다. 저기 보이는 산들 넘느라 죽는 줄 알았죠.. ^^ |
저 앞에 우리를 죽음의 비포장 코스로 몰아 넣은 엄청난 크기의 호수가 찔끔 보이네요.. 너 참 아름답구나~~ㅡㅡ+ |
거의 60km를 달려 댐을 반환점으로 드디어 포장도로가 나왔다. 그리고 또 오르막..ㅡㅡ;
시간은 어느새 4시.. 처음 나오는 도시에서 늦은 점심 식사를 했다.
12元 짜리 탕과 밥(米飯) 두 그릇을 시켰는데, 탕만 나오고 밥이 안 나온다. 잠시 후 주인 아주머니 해맑게 웃으시면 생쌀이 들어있는 밥솥을 보여주신다.
하하하~~ 이거 뭐, 상당히 당황스럽다. 이럴 때 우린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결국은 밥 대신 만두탕으로 대체.. 상은이 형 누님이 싸주신 비상 식량 고추장 볶음과 섞어서 나름 맛있게 먹었다.
시간도 어중간 하고, 더 달리기도 귀찮고 해서 이 도시에서 잠자리를 찾으려고 했는데 마땅한 곳이 없다. 그렇게 야영할 곳을 찾아 20km를 넘게 더 달렸다.
12元 짜리 탕과 밥(米飯) 두 그릇을 시켰는데, 탕만 나오고 밥이 안 나온다. 잠시 후 주인 아주머니 해맑게 웃으시면 생쌀이 들어있는 밥솥을 보여주신다. |
결국 우리가 야영한 곳은 어느 작은 마을 오솔길 끝에 있는 옥수수 밭 옆 공터..
미친 듯이 달라붙는 모기와 찝찝한 몸에 새벽 습기까지.. 날씨는 추운데 몸은 굳은 땀과 먼지로 끈적이는 상태.. 상당히 불쾌해 잠을 꽤 설쳤다. 뭐, 차츰 익숙해 지겠지..
출발하는데 상은이 형 앞 짐받이 연결 부분이 말썽을 일으켜 임시방편으로 처리해 놓고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시작부터 엄청난 오르막들이 우리를 반긴다. 이건 한국하고는 전혀 다른 스케일이다.
40분 오르막에 1분 내리막.. 경사도 장난이 아니다. 거기에 난 잠을 제대로 못 잔데다가 밀려오는 허기에 다리와 허벅지에 힘이 제대로 안 들어가는 상태... 오늘 주행 심히 걱정된다.
아무튼 뭐든 먹고 생각해야 한다. 2시간쯤 달리다가 도로변 공장 주변에 있는 작은 식당에 들어가 베이징에서 Davids와 함께 먹었던 요리의 한자를 기억해서 주문했다.
따뜻한 쟈스민 차.. 향이 너무 좋다. 6-7잔 정도 마신 듯..
세면대에 물 받아 세수도 좀 하고,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의 바나나 서비스까지 받고..
이름은 모르지만 한자는 알고 있는 음식.. 한자의 음을 모르니 적을 수도 없다. ^^;
닭고기와 당근, 오이, 땅콩을 달짝지근 하면서 살짝 매콤한 소스에 버무린 요리.. 다른 요리에 비해 저렴한 편에다가 입맛에도 잘 맞아 이후에도 즐기는 음식이 되었다.
다시 출발 하면서 오르막도 다시 시작된다. 이후 총 10개 정도의 언덕(이라기 보다는 산이라고 하고 싶다.ㅡㅡ;)을 넘었다. 최고 고도 해발 900m… 이틀 전 해발 600m에 죽다 살아 났는데 날마다 최고 고도를 갱신한다.
게다가 이 오르막이 펼쳐져 있는 도로 주변에 전부 광산과 석탄 관련된 공장들이 세워져 있는지라 힘들어 죽겠는데 트럭들의 매연과 탁한 공기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 잠깐만 힘들어서 입으로 숨을 쉬면 입 안에서 모래와 찌꺼기가 씹힌다. 휴지로 코를 풀면 검은 콧물이 나오고, 얼굴은 안경 쓴 눈 주변과 얼굴의 색이 확연히 틀리다.
아무튼 역대 최고의 난코스를 지나 창핑(昌平)구의 꽤 큰 도시에 도착했다.
창핑구의 꽤 큰 도시에 도착했다. |
대형 마트를 찾아 물도 좀 충전하고,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재충전 후 다시 출발!!
한 타임 정도 더 달리고, 다음 도시에서 아침에 문제가 생겼던 상은이 형 앞 짐받이가 또 고장이 났다. 이번엔 좀 제대로 고치고 다시 출발 했다. 자전거 손 보느라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에 이번에도 일몰 시간에 쫓기게 됐다.
일몰 시간 보다 30분 정도 일찍 다음 도시에 거의 도착할 무렵, 이번엔 상은이형 자전거 뒷 짐받이 고정 나사가 끊어졌다. 국내 여행하면서도 상은이형 자전거의 뒷 짐받이 고정 나사가 몇 번 문제를 일으켜 고생한 경험이 있어 출국 하기 전 최종 정비 하면서 튼튼한 나사로 재 조립 했는데 이 놈이 여기서 그것도 가장 안 좋은 시점에 또 다시 문제를 일으킨 거다.
오토바이 정비소에서 용접을 시도했지만 실패... |
결국 도시 초입에 보이는 오토바이 정비소 같은 곳에서 부탁해 프레임과 뒷짐받이의 결합을 시도해 봤지만 프레임의 재질 때문에 용접이 되지가 않는다. 오히려 부러진 나사가 들어있는 볼트 구멍에 이물질만 잔뜩 묻어 더 곤란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뒷짐받이를 고정시키지 못하는 한 더 이상의 주행은 힘들기 때문에 계획에는 없었지만 우선 빈관을 잡고 자전거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그런데 빈관을 찾으러 도시를 둘러보러 가는 길에 공사 현장을 지나면서 내 자전거 앞 바퀴 휠이 심하게 휘어버렸다.
아무래도 어제의 지옥 같았던 비포장 도로가 지금 발생하는 우리 자전거 문제의 근본 원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결국 내 자전거는 주행이 불가능해져 상은이 형이 짐을 전부 분리한 자전거를 타고 1시간이 넘게 도시를 돌아다니며 빈관을 찾아서 돌아왔다.
이틀 숙박비 240元!! 문제는 숙박비가 아니라 우리의 자전거다. 내 자전거 앞 바퀴 같은 경우는 휘어진 정도가 심해서 휠 전체를 교체해야 할 거 같은데 디스크가 장착된 휠이 도시에 있을 거 같지가 않다. 그리고 있다고 해도 그 가격이 만만치 않을 거 같다.
아무튼 내일은 우리 둘 다 바쁜 하루가 될 듯 싶다.
아침 8시에 일어나 빈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아침식사로 끼니를 해결했다.
대부분의 빈관에서 나오는 아침 식사는 만두나 중국식 빵과 삶은 계란, 쌀죽과 야채 초무침 정도…
처음엔 아침 식사 보다 잠을 선택했으나 이후로 빈관에 머무를 때 아침식사를 걸러 본 적이 없다. ^^;
빈관에 머무르게 될 때는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밀린 빨래는 꼭 하고 자야 한다. 햇빛이 꽤 강렬한 걸 보니 빨래가 잘 마르겠군… |
우리가 머물고 있는 2층을 관리하고 있는 멋쟁이 중국 청년의 개인 노트북을 잠시 빌려 인터넷에 접속했다. 직장 다닐 때 알던 동생이 중국어학과 출신에 중국 장기간 배낭 여행 경험도 있고 해서 그 친구한테 자전거 수리 관련된 문장이랑 생활 구문 몇 문장 알아보기 위해서다.
우선 skype로 동생한테 전화하고 서로 네이트온 접속, 그 다음에 네이트온 음성 채팅으로 돈 안들이고 30분 넘게 이것 저것 물어보고, 잠시 후 필요한 문장들 중국어 문장과 한국어 발음으로 정리된 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노트북의 주인인 멋쟁이 중국 청년과 대화해서 근처 가장 큰 자전거 수리점 좀 알아봐달라고 마이크와 이어폰을 넘겼다. 잠시 중국어로 서로 대화를 주고 받다가 다시 마이크를 넘겨 받았는데, 동생 하는 말이 이 친구가 지금 퇴근 할 건데 우리를 자전거 고치는 곳으로 안내해 주겠다고 한다.
이런 호재가 있나… 오늘 통역 및 중국어 번역기 뚜드려 가며 꽤 많은 문장들을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 준 동생 최형석군에게 감사의 뜻을~~
형석아!! 고맙다~~!!
우린 바로 자전거 끌고 이 청년을 따라 나섰다.
이 도시에서 가장 큰 자전거 수리점..
거리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거리의 아티스트처럼, 자전거 수리하시는 분들이 보도에 일정한 자리를 차지하고 쭉 늘어서서 앉아계신다.
이 도시뿐만 아니라 왠만한 중국의 중소 도시에는 2-3블록 정도에 한 구역 정도 간격으로 거리의 아티스트 분들이 앉아 계신다. 후에도 자전거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각 도시에서 가장 큰 자전거 수리점이나 상점을 물어볼 때 마다 항상 거리의 아티스트 분들의 위치를 가르쳐 줬다.
아무튼.. 난 휠 자체를 교체해야 하는데.. ^^; 우선 앞 바퀴를 보여드리긴 했지만 내 머리 속은 얼른 다른 곳을 찾아서 둘러봐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하지만…
손으로 스포크의 장력을 확인하면서 스포크 렌치로 니플을 돌리는 모습이 예사롭지가 않다. 지금으로서는 딱히 대책도 없고 해서 아저씨의 손놀림을 지켜보고 있었다.
미동도 하지 않는 엄지 손가락을 보고 깜짝 놀랐다. 휠의 휘어진 정도를 체크하고 계속해서 스포크 장력을 확인하며 렌치를 돌리신다.
그리고 상황 종료..
앞 바퀴를 장착해서 시험 주행해보니 휠의 휨 때문에 불안정했던 조향의 문제점이 사라졌다. 아저씨가 말씀하신 대로 휠을 보니 전체적으로 포크의 오른쪽으로 좀 쏠려 있어 휠과 포크의 간격이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다.
가격은 단 돈 10元~~!! 큰 돈이 들 줄 알았던 앞 바퀴 수리를 저렴한 가격에 해결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이젠 상은이 형 자전거의 뒷짐받이다.
핸섬 보이가 우리를 안내해 2-3군데 정도 가봤지만 다들 고치기 힘들거 같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핸섬 보이 친구가 운영하는 잡(?)공소…(정확히 뭘 만들고 무슨 작업을 하는 곳인지는 모르겠다.^^;)
한참을 이리 저리 둘러보고 끼고 빼보고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구멍에 박혀 있는 부러진 나사는 빼내지 못하고 짐받이 구멍 옆에 다른 구멍을 내서 새로운 나사를 끼우는 작업에 돌입했다.
핸섬 보이까지 팔 걷어 부치고 작업에 참여했다.
결국 뒷짐받이 장착 완료..
문제를 해결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우리는 핸섬 보이 친구한테 얼마냐고 물어봤다. 근데 이 친구가 손을 저으며 됐다고 한다. 옆에서 핸섬 보이도 됐다고 돈 안 받는다고 했다. 아~ 이렇게 아름답고 선량한 청년들을 보았나… ^^
우린 쎼쎼~를 연달아 퍼부었다. 그리고 핸섬 보이한테 함께 식사 하러 가자고 권했는데 됐다고 한다. 그리고 친절하게 우리를 빈관까지 데려다 줬다.
3700元(한화 56만원 정도)에 구입했다는 i-phone에 적어준 이름 ‘자이 리우 창’…
퇴근하고 2시간 가까운 시간을 우리를 도와주는데 할애해 준 핸섬 보이와 기념 사진~!
쎼쎼~ X 100 이다. ^^
근심 덩어리였던 자전거 문제를 해결하고 마음이 편해졌다. 오늘은 마음 편히 푹 잘 수 있을 거 같다.
저녁식사 대신 꼬치구이와 맥주 한 병씩 먹기로 합의보고…
굽는 냄새만으로도 군침 도는 꼬치구이들~~
닭똥집 꼬치, 양꼬치 등 섞어서 16개 총 12元~~!!
마음 편하게 맥주 한 잔씩 마시며 노가리도 좀 풀고, 여행기 좀 정리하다가 취침…
** 더 많은 이야기는 리얼로드무비 블로그를 통해 볼 수 있다.
- 리얼로드무비 블로그 : http://realroadmovie.tistory.com/
- 안상은 블로그 : http://rrmbyinwh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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