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에너지 절약, 웰빙...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세인들의 입에 회자되던 키워드들이 최근들어 자전거라는 단어에 모두 축약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미래 친환경 성장의 키워드로 자전거를 삼겠다고 하고 이후 자전거 관련주식이 유례없는 급등세를 보인 것을 보면 현재의 자전거 열풍은 지난 세기말 국내를 휩쓴 IT 열풍과도 견줄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열풍 속에 각 지자체들이 내놓고 있는 자전거 관련 지원정책이나 향후 계획들은 아마추어 수준 또는 탁상공론에 머물고 있는 중이다. 특히 서울시가 최근 추진 중인 도심 자전거 전용도로 확충계획은 그 시작부터가 자전거를 타는 시민의 안전과 교통소통 문제 해결과는 관련이 없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중이다.

중국 북경의 자전거길

작년부터 서울시가 2012년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인 도심 출퇴근을 위한 자전거길 건설계획은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 아닌 기존 도로를 그대로 활용하는 '도로 다이어트' 방식을 취하고 있다. 도로 다이어트 방식이란 기존의 자동차 도로의 일부 차선을 없에거나 차선의 폭을 줄여 자전거가 통행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하는 것으로 서울시는 이를 통해 서울 시내에 총연장 207km에 이르는 자전거길을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도 도로 다이어트 방식은 대규모 도로개설에 따른 예산확보나 이에 따른 교통불편, 개통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빠르게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지자체들이 이러한 형태를 기반으로 자전거길을 구상 중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추진했던 도로 다이어트 방식의 자전거길이 도로의 양방향에서 각각 하나의 차선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한방향에서 하나의 차선만을 확보하여 자전거를 양방향 통행시키겠다는 계획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경찰까지 서울시의 이러한 '몰아넣기식' 자전거길에 안전을 무시한 계획이라며 명확한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등 진통이 거듭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시는 기존에 천호대로 자전거길 계획을 기존의 몰아넣기식에서 긴급히 수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잠실 송파구 등의 일부구간에서는 여전히 몰아넣기식 통행을 유지하는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계획에 오랜기간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던 시민들도 앞서 계획대로 서울시가 자전거길을 놓게 된다면 통행 안전확보 미비로 힘들게 만든 자전거길이 결국 자전거 사용자들에게서 외면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자전거 관련 정책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오고 사전 조율 없이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관련 인프라 구축에는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서울시가 추진 중인 대부분의 자전거길 건설 계획이 서울지방경찰청의 교통규재심의위에 재심이 걸린 상태이다. 출퇴근시간의 혼잡한 교통상황, 도로사정,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문제, 이를 통해 야기되는 새로운 교통체증에 대해서는 아무도 대안과 책임도 없이 밀어붙이기만 하고있어 문제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시에서는 이를 통해 차선이 하나 줄면 시민들의 차량이용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는 교통체증이 해소될 것이라는 근거없는 낙관론만 펼치는 중이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허억 차장은 '자전거라면 무조건 좋다는 식으로 홍보할 것이 아니라 사고의 위험성과 같은 부작용도 같이 알리고 함께 점검해가야 한다'며 현재 서울시의 밀어붙이기식 자전거 정책에 일침을 놓았으며 사단법인 자전거21 박션경 연구개발팀장은 '인프라 구축 없이 도로부터 만들면 결국 자전거 수요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사고 위험성만 키우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