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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강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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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루, 지도에 작은 선을 그었다. |
현재위치 : Perth + 82km
이동거리 : 82.25km
누적거리 : 82km
평균속도 : 14.6km/h
최고속도 : 43km/h
숙박장소 : 도로 옆 캠핑 (남위:32도 15분 02.6초, 동경:116도 28분 11.9초)
날이 밝기 전에 숙소를 나왔다.
한국과 계절이 반대인 호주는 지금 겨울이다.
새벽 공기가 무척이나 차가웠다.
자전거 앞뒤에 걸린 가방 무게 때문에 중심 잡기가 조금 힘이 들었다. 과연 이 무거운 자전거로 달릴 수 있는지 걱정스럽다.
퍼쓰의 외곽 한적한 일요일 새벽이다. 비구름이 몰려오는데, 역시나 산에서 엄청난 소나기를 만나 모든 짐이 젖어버렸다. |
강가를 따라 가다가 트레일러를 구하는데 너무나 큰 도움을 준 아저씨의 가게 앞에 잠시 멈춰서 선물로 인사동에서 사갔던 부채와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같이 문앞에 꽂아 두었다. 아침에 가게 문 열면 보실 수 있도록..
퍼쓰(Perth)를 벗어나는 길은 도로가 정말 넓고 일요일 아침 일찍인지 차도 거의 없었다.
40번도로에 들어서면서 경치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나마 낮던 건물조차도 보이지 않고 풀밭만 보이면서 언덕이 많았다.
순조로울 것 같던 출발은 Mt. Dale을 만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자전거를 세우고 방수자켓을 꺼내는 사이 비는 소나기로 바뀌어서 옷은 젖어 버렸고 순식간에 도로에도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몸이 젖으니 추워서 떨려오기 시작했는데 어차피 비를 피할 곳도 없으니 제자리에서 떨고 있는 것보다 움직이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시간이 지나자 비가 조금씩 그치는 것 같았지만, 추위에 떨다보니 지쳐서 오늘 목적지까지는 못갈 것 같아서 캠핑할 곳을 찾기로 했다.
퍼쓰를 지나 첫 타운까지는 아직도 99km가 남아서 오늘은 도로 옆 캠핑할 장소를 찾아 텐트를 쳐야 한다. 비도 억수로 왔는데... |
텐트에 들어가서 마른 옷으로 갈아 입으려 했는데 가방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젖어 있었다. 창민의 트레일러 가방은 완벽하게 방수였지만 옷, 여권, 항공권은 내 가방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것 중에서 젖을 수 있는 것은 이미 다 젖어 있었다. 방수가방이라더니.. 재봉선으로 빗물이 들어 올 줄이야..
텐트 안에서 버너를 약하게 켜두고 옷도 말리고 몸도 녹였다. 첫 날 치고는 힘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