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1, 지갑에 달랑 3달러 남았다. 먹을 건 쌀과 미역 뿐인데...
에디터 : 강수정

드디어 남대양에 왔다.
2004년 7월 4일

현재위치 : Esperance
이동거리 : 110.70km
누적거리 : 761km
평균속도 : 18.3km/h
최고속도 : 46km/h
숙박장소 : Seafront caravan park - 캠핑(남위:33도 50분 40.1초, 동경:121도 54분 05.7초)


양때는 모두 도망가서 사진 한장 못 찍었지만, 소때는 우리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한다.
길가에 로드킬(road-kill)로 죽은 동물을 자주 본다.
날이 밝았고 오늘은 일요일이다. 어차피 여행자 입장에서 월요일이고 일요일이 무슨 상관이겠냐는 생각도 들지만 왠지 일요일은 기분이 좋아진다. 반대편에서 오는 운전자들은 일요일이어서인지 유난히 밝게 인사해 준다.

우리의 이동경로를 그린 깃발을 뒤에 꽂고 나닌다.
현금이 떨어져 가고, 일요일이어서 은행도 환전하는 곳도 문을 안 열었을 텐데 큰 타운에서는 캐러밴 파크 외에는 캠핑이 금지가 되어있기 때문에 숙박비가 모자를까봐 걱정스럽다. 역시 여행 와서도 돈 걱정이구나...

짠물로 만들어진 웅덩이의 나무는 모두 죽는다.
Esperance는 풍력발전기로 유명한 곳이다. 바람이 워낙 세고 많이 불어 때로는 해안가의 소금처럼 흰 모래가 도로를 뒤덮어서 도로가 하얗게 덮힌다고 한다.
바람이 많이 부는 것을 이용해 자원으로 이용하고, 물의 부족을 빗물로 이용해 대체하는 지혜를 엿볼수 있다.

Esperance에 와서 seafront caravan park로 갔는데 캠핑장 대여료(camp site)가 19달러나 되는고, 거기에 보증금으로 10달러나 된다. 캠핑하는데 보증금 내라는 곳은 처음이다.
사실 캠핑카(on site van)를 빌려 지낼까도 생각했는데, 60달러나 한단다. 현재 현금은 32달러 밖에 없는데...
그렇게 29달러 주고 나니 지갑에 달랑 3달러 남았다. 저녁 먹을 건 밥하고 미역 뿐인데...
내일 날이 밝으면 은행 가서 환전을 하거나 현금카드가 도착했다면 돈을 인출해서 맛 있는거 사먹자고 서로를 위로하며 텐트를 쳤다.
바닷가 바로 앞에 있는 캠핑장이라 파도소리가 너무 시끄럽다.

Esperance의 바닷가는 깨끗하고 예뻤다.
밤이 되니 너무 춥다. 지금 쓰는 텐트는 한국에서 겨울에도 사용할 수 있는 용도로 사온 건데 이렇게 추울 수가...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텐트 바닥에 고여 있는 물 닦아내기다. 매일 물과의 전쟁이고 드나들기가 너무 불편해서 이곳에서 하나 살까 매일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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