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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바이크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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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녹색뉴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국 자전거도로 네트워크 구축' 계획에 대해 서울환경연합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1조 2,456억 원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사업이 신중하고 명확한 원칙 없이 '녹색'이라는 명분 아래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느림과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녹색 교통수단의 원칙에 기초해 자전거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지난 1월 6일, 정부가 내놓은 녹색뉴딜사업에 따르면, '전국 자전거도로 네트워크'의 목적은 '지자체간 단절된 자전거도로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여기에 해안 일주와 4대강 정비 사업과의 연계가 주요한 계획으로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전국 일주를 위한 자전거도로의 구축이 과연 정책의 우선순위를 차지해야할 만큼 시급한 과제인가?
우선되어야 할 것은 근거리 교통수단으로서 생활권 자전거 이용을 위한 기반시설의 확립이다. 자전거는 5km 이내의 근거리 이동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고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자전거 교통수단분담률은 1.2%(2005년 기준)라는 부끄러운 수준에 머물러있다. 자동차 중심의 교통정책으로 자전거 이용자들은 안전하지 않은 도로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도심 교통혼잡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24조 6천억 원)과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환경적 오염을 유발하고 있다(서울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수송부문 40% 차지). 따라서 보행자를 비롯한 모두에게 안전한 자전거도로를 확보하고, 단절되어 있는 도심의 자전거도로를 연결시키는 과정이 교통부문의 ‘저탄소’ 전환을 위한 우선과제가 되어야 한다.
서울환경연합은 매년 1,245억 원씩 들여 2018년까지 총 3,114km의 전국 자전거도로를 잇는다는 계획이 내포하고 있는 개발논리의 위험성 역시 경계한다. 대규모 자전거도로의 건설이 곧 자전거 이용률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판단은 성급할 뿐더러, 자동차 도로정책의 폐해로 지적되는 물량 위주의 접근을 반복하고 있다. 더구나 하천변 자전거도로를 건설하면, 하천과 육상 생태계의 단절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대규모 토목공사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녹색교통으로서 자전거의 의미는 오히려 퇴색될 것이다. 따라서 '녹색'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모순을 피하려면, 4대강을 중심으로 한 이번 계획의 취지 자체가 재검토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자전거도로 정책의 계획과 원칙을 세우는 과정에서 먼저 시민들로부터 동의와 지지를 구해야 한다. 일상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많은 시민들이 이번 계획에 대해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20만 명 이상의 회원이 활동하는 동호회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아기곰푸 운영자가 제안하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새로운 도로를 구축하는 대신,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는 국도나 옛길을 활용해 자전거도로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목소리는 이미 많은 시민들의 입에서 여러차례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밑으로부터의 제안에 결코 귀를 닫아선 안 된다. 원칙 없이 양적으로 늘어났던 대부분의 자전거도로가 사실상 외면을 받는 이유는 이용자를 참여하지 않은 일방적인 행정이 자초한 결과다. 앞으로 정부는 시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안전하고 생태적인 자전거도로를 구축하기 위한 원칙을 새롭게 제시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