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네의 LG전자 견학
에디터 : 최용석

2월 1일 *LG전자 방문기  뿌네(Pune)시내 50km 전 – 뿌네(Pune) : 50km

드디어 LG전자를 견학하기로 한 날이 밝았다. 여행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이제 몇 일 뒤면 자전거 위에서의 생활도 끝날 것이다. 지금까지 모두 지친 몸을 이끌고 멋지게 달려 주었다. 오늘 만큼은 LG전자 공장을 둘러보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끼고, LG전자의 인도에서 성공비결을 알아 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바란다.
우리가 지금 머물고 있는 이 지역은 뿌네 중심으로부터 50여km 떨어진 외각에 위치한 산업단지이다. 몇 가지 세금혜택과 전기 공급의 우선권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많은 외국 기업들을 유치함으로써 지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곳이다.
LG전자를 비롯해서 HAIER, 3M, 피아트 자동차, 월풀 등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브랜드를 볼 수 있었다. LG전자는 인도 진출 시 단독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하도급 업체들과 함께 인도로 진출하였다. 오성, 스타리온, EVER ELECTRONICS, 하나테크 등, 사실 이름을 모르는 회사들이었지만 인도에서 LG전자가 성공하기까지 이들의 노력도 대단했으리라.

우리는 오전시간을 이용해서 스타리온을 찾았다. 자전거를 타고 단지를 둘러보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방문을 했지만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 스타리온에서는 휴대폰 커버와 단말기에 사용되는 부품, 에어컨 관련 부품 등을 LG전자에 납품하고 있었다. 현재는 LG전자와의 거래 뿐만 아니라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 받아서 인도의 타 기업과도 거래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사님을 필두로 5명 남짓의 한국 분들이 큰 규모의 공장을 분주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방문에도 불구하고, 친절한 설명에 너무 감사했다.

휴대폰 내부 부품 생산 중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자유로운 복장으로 일하는 인도인들

시간을 조금 더 가지고, 여유있게 공장을 둘러보고 싶었지만 12시에 LG전자 방문을 약속해 놓았기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자전거로 불과 10분 거리에 LG전자의 거대한 공장이 있었다. 어제는 정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돌아섰지만 오늘은 우리를 알아본 보안직원들이 간단한 확인절차를 거쳐서 흔쾌히 문을 열어준다.

LG전자 정문

가볍게 '땡큐'를 외쳐주고, 주차장 한 켠에 자전거를 세워놨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니 박제우 수석님께서 우리를 맞아 주신다. 때마침 식사 시간이어서 함께 식당으로 직행, 게스트 하우스에서 먹었던 음식 만큼이나 맛난 한국 음식들을 실컷 먹을 수 있었다.
식사 후 차를 마시며, 우리 동아리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 드리고 준비해온 몇 가지 질문을 했다.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질문에 대해서 성심껏 답변해 주시고, 인도인 매니저와 함께 공장 전체 투어까지 허락해 주셨다. 원래는 촬영도 불가능한데, 흔쾌히 촬영까지 허가해 주신다.

현장관리인과 인사를 나누는 성민 "나마스떼"

LG전자는 현재 인도에서 가전제품 부분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일찍부터 소니, 파나소닉 등의 많은 기업들이 인도에 진출하려 했지만 번번히 실패를 했었다. 문화의 차이로 인한 진입장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모두 시장 장악에 실패했던 것이다. 하지만 LG전자는 이러한 인도의 특이성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인도의 가전제품 시장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꾸준하게 인지도를 높여온 것이다. 이는 한국인 특유의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현지화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인도인 직원들을 믿음으로 리드하는 LG전자만의 전략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한다.
1등 기업인 만큼 공장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직원들의 분위기도 다른 공장들과는 다소 상이했다. 어떤 차이인지 알아보니 LG전자에서는 성과급 제도를 십분 활용하고 있었으며, 재무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에 있어서는 인도인을 리더로 임명함으로써 가장 현지화된 경영전략을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도인 매니저의 설명을 들으랴, 공장 내부를 견학하랴 우리도 공장 직원들 만큼이나 바빴다.
이렇게 LG전자 견학까지 클리어.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이름을 드높이며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국내 기업의 모습에서 나의 미래에 대한 꿈을 반영해 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목표량을 달성하기 위해 분주하다.

인도 시장을 장악한 TV 만드는 중


공장 전경

스타리온과 LG전자의 견학을 마치니 오후 4시가 되었다. 주행을 시작하기에는 좋지 않은 시간. 하지만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 더 머무르는 것은 우리의 재정상 힘들어서 뿌네 도심까지 부지런히 달리기로 했다.
과거 산업과 교역의 중심지였고, 현재는 많은 교육 및 연구 기관들이 들어서서 교육의 도시라고 불리는 뿌네. 이곳의 중심부로 가는 길에서 만난 교통체증은 오랜만에 델리 도심에서의 아비규환을 떠올려 주었다. 설상가상으로 도로공사가 있는 구간에서는 도무지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해는 금새 뉘엿뉘엿 사라져 갔고, 어둠속에서 귀를 찢는 듯한 경적소리는 몸과 마음을 녹초로 만들어 버렸다. 9시가 되어서야 우리는 한 교통경찰의 도움으로 숙소를 잡을 수 있었다. 숙박료가 너무 비싸서, 한방에서 비좁게 잠을 잤지만, 이제는 모두가 이런 불편을 일상으로 받아들인 듯 하다.
어제 게스트 하우스에서 얻은 컵라면을 먹으면서, 영화를 한편 봤다. 별로 웃기지도 않은 장면에서 누군가로부터 시작된 웃음 바이러스가 모두에게 전파되어 한참 동안 배꼽을 잡았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함께 해온 노력과 고생의 기억이 한데 뭉쳐져서 엔돌핀으로 돌아온 것이 아닐까. 웃다가 지치고, 끝없는 대화에 지쳐서, 우리는 비좁은 방에서 금새 골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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