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자전거 여행, 딱 기다려라!
에디터 : 최혜진

모로코 자전거 여행 준비 전 딱히 기초 체력이라 명할만한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안전은 물론, 후배들의 안전 역시 챙겨야 했기에 그 책임은 가볍지 않았다. 모든 여행 준비는 시기적 상황 때문에 어학 연수와 병행해야 했다. YMCA에 등록하고 헬스장에 가지만 '해야 하기에 하는 것'을 극도로 회피하는 한량의 피가 다분한 내 몸은 헬스장 가기를 거부한다. 짜여진 프로그램 안에서 강사가 리드하는 식의 운동으로 전향하고 Body pump나 스피닝으로 부족한 체력을 키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원정 날이 왔다. 팀을 이끌어 봤던 선배들이 주었던 조언 중 하나는 '원칙을 정하라'. 자유분방하고 규칙이나 룰에 구애 받고 싶지 않았던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그들의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넘겨 들을 수 없었다. 나의 원칙은 다음과 같았다.

원칙1. 30분 : 대원들보다 30분 먼저 기상하고 30분 늦게 취침할 것.
아이들의 수면상태나 몸 상태 체크하는 것으로, 단체 활동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고려한 원칙.하루 전체는 단체(team)로 이루어지지만, 그 일과의 시작과 끝은 1대일(individual)로 챙겨주기.


원칙 2. Smile 언제나 활짝 웃음짓기: 무슨 일이 있어도 최. 상. 의 컨디션 유지하기.
자전거 여행은 사실 별 것 없다. (라고 감히 말한다) 스스로의 체력 상태 및 정신력, 날씨, 도로상황, 지역상황 여러 변수들이 있지만 본인의 컨디션만 좋다면 오르막이 무슨 문제이며, 비가 온 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첫 번째 자전거 여행지는 인도였다. 물론 몸이 아프니까 페달링이 느려졌고, 넘어도 넘어도 끝없는 오르막으로 날 반겨주는 길에서도 쳐졌다. 하지만, 쾌적한 날 평지임에도 감정적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걸어가도 그 보단 더 가겠다 싶을 정도로 효율적 라이딩을 할 수 없었다.

원칙 3. 2가지
매일 각 대원들의 좋은 점 2개씩 찾기. 약 20여년 각자의 방식으로 생활해 온 젊은 피 다섯 명이 모였다. 주어진 상황에서 반응하는 것도 다르고 그 의견도 분분할 것이다. 모두의 아름다운 여정을 위해서 서로 보듬고 칭찬하며 유쾌한 분위기만 될 수 있다면 이미 성공한 여행인 것이다. 이제 알아가는 입장이기에 좋은 점을 찾아서 칭찬해주고 배우고 싶었다.


원칙 4. 3가지
하루 일정을 소화하고 마치면서 감사할 것 세가지를 찾기로 했다. 고된 여정이 예상된다. 각종 변수로 당황하게 될 것이며 그로 인해 도전도 많이 받을 것이다. 이를 모두 감수하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여정을 준비했고, 결국 실현된다. 이에 감사를 올리고 매일 사소한 것들에 행복해 하고 성장하는 나를 들여다 보고 싶었다.

팀원들의 기본 준수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준비운동
2. 식사와 샤워 그리고 주행 준비 완료 시간 준수: 다른 대원들을 고려하자
3. 모두에게 알리기 어려운 것은 대장에게 따로 알리기: 심신의 불편함을 숨기고 있다가 팀 전체의 여정에 지장을 주는 일은 막자.
4. 촬영을 제외한 별다른 언급 없이는 대장 추월하지 않기: 안전상의 이유

모로코, 한번 달려보자!


6월 21일 서울-두바이-카사블랑카

카사블랑카.
그 영화의 명성 때문일까?
모로코의 수도로 흔히 잘 못 알고 있는 카사블랑카는 모로코의 경제 수도이다.
한국에서 모로코로 직항은 없기에 두바이나 아부다비 혹은 터키를 거쳐서 카사블랑카로 입국하는 방법과, 유럽을 통해 모로코의 행정수도 라밧(Rabat)으로 입국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 팀 '인샬라'(Inshallah)는 재정적 이유로 전자를 택했다.

서울에서 두바이

두바이에서 카사블랑카

"이 정도면 탈 만 하겠군"
북아프리카이며 사하라를 끼고 있는 모로코에 첫 발을 내리며 첫 공기를 마셔본 소감이다.
"생각했던 것 보다 괜찮은데??"
이처럼 덮어놓고 긍정 마인드의 원천은, 맑은 미소 가득 머금고 있는 모로코 인들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요, 사우나에서 주행을 하는 기분이 아닐까라고 걱정하던 마음은 생각보다 화창한 날씨와 적당한 습도를 느끼며 걱정을 내려놨다.

모하메드 5세 카사블랑카 국제공항

우리 팀의 절대적 스폰서 주한 모로코 대사관의 배려는 우리가 모로코에 닿자마자 느낄 수 있었다. 공항으로 픽업을 나온 함자(hamza) 가족의 융숭한 대접으로 자전거를 실을 별도의 차량제공은 물론이고 이미 개통된 휴대폰 2대를 건네 받았다. 우리는 멋진 에스코트를 받으며 카사블랑카의 시가지로 이동한다. 

카사블랑카 시내

점심이 준비되는 동안, 모로코의 전통의상 패션쇼를 열어주신다. 의상은 이미 준비되어 있고, 모델은 우리들이다.

경건한 신랑, 승헌

신부, 혜진

일부다처제 이슬람 국가에서 일처다부제 구현하기

이윽고 정성 가득한 식사가 시작된다.

닭구이와 생 오렌지 100% 주스

임금님 과일 대접도 부럽지 않을 살구, 체리, 복숭아, 바나나

식사 후, 우리의 잠자리를 제공할 또 다른 호스트 가족이 왔다.
훗날 모든 남자 대원들은 그녀와 결혼을 꿈꾸며 함께 그리워 하던 그 천사같은 친구는 이멘(Imane). 

천사같은 친구 이멘

함자(hamza)네 집으로 직접 우리를 픽업하러 와준 친절한 친구 이멘. 직접 자신의 차를 몰고 와서, 우리와 짐들을 실어 이동했다.
동생이 입고 있는 검정색 쫄쫄이 똥 바지가 예뻐서 잘 어울린다고 칭찬했더니, 자기 전에 그 바지와 같은 것을 들고 내게 건네는 여인들...
나도 입고 싶다는 뉘앙스의 말이 아니었다고 그럴 필요 없다고 해도 작은 선물이란다.
이미 분에 넘치는 환영 세레머니를 받았는데, 그 신세 짐이 이미 너무 과분한데, 무한한 친절에 또 한번 몸 둘 바를 모르다.

날아라, 쫄쫄이 똥바지

모로코, 딱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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