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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최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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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8일 샤가라(Shahgara)-사가르(Sagar) : 75km
아침 7시 출발, 도로는 NH86.
우리가 허공에서 페달을 밟다가, 땅에 발을 디디는 순간에는 어김없이 인도인들이 몰려든다. 이들은 우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하면서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우리를 관찰한다. 비록 악의는 없는 관심이지만, 달콤한 쉬는 시간마다 몰려드는 인도인들이 우리에게 달갑지만은 않다. 하지만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고, 따뜻한 짜이 한잔을 건네는 이곳의 사람들을 마주하고 있으면, 오히려 지친 몸이 회복되는 마음 따뜻한 경험도 하곤 한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순수한 눈은 다시 한번 인도를 향한 나의 마음을 열어준다.
새벽녘, 한 무리의 자전거 행렬에 소박한 행복을 만끽하는 아이들 |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우리는 마을의 유명인이 된다. |
주행 중 정환이가 없어졌다. 30분이 지나도 안 나타나서 왔던 길을 10km 정도 되돌아간다. 하지만 없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봤다. 우선 사고가 나지는 않았기를. 방향을 잘못 잡고 반대로 이동하고 있나? 우리가 기다리는 것을 못보고 지나쳤나? 최악의 상황만은 아니길 바란다. 연락 수단이 없어서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데, 뒤늦게 전화가 왔다. 지나쳤을 가능성을 가장 낮게 생각했는데 우리보다 15km나 앞에 있다고 한다. 영상 촬영을 하다가 최후미로 쳐진 정환이가 쉬고 있는 다른 대원들을 못 보고 지나친 것. 앞에 다른 대원들이 안보이자 조바심에 더욱 속력을 내서 앞으로 이동한 듯하다.
항상 선두와 후미는 현지 핸드폰을 가지고서 서로의 상황을 주고 받는데, 후미를 담당하는 성민이와 영상 촬영으로 항상 뒤쳐지는 정환이가 서로의 역할을 간과한 것 같다. 아무일 없으리라 생각하고 바꾼 위치 때문에 두 시간 가량이 지체되었다. 일단은 아무일 없어서 다행이지만 주의를 줘야겠다.
주행 중 사라졌던 막내 설정환, 어디 갔다 왔니? |
이렇게 시간이 지체되는 동안 한가지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도로공사 중인 쌍용 건설을 만난 것.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사전 연락은 없었지만 일단 찾아간다. 우리의 갑작스런 방문에도 불구하고, 모두 반갑게 맞아 주신다. 대도시에서 많이 떨어진 장소에서 도로 공사를 하고 있는 쌍용 건설 관계자 분들은 한국인을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예상 밖의 환대에 들뜬 우리들은 정환이를 찾아 헤매면서 지친 몸과 마음따윈 금새 잊어버렸다.
인도에는 북으로 델리, 남으로 첸나이, 동으로 켈커타, 서로 뭄바이. 이렇게 네 개의 대도시가 있는데, 이 네 개의 도시를 잇는 마름모형의 도로는 이미 건설이 완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인도의 동서를 가르는 도로 역시 완료가 된 상황이고, 현재는 남북도로를 건설 중에 있고, 쌍용 건설은 인도 남북도로 공사현장 중 일정 구간을 맡아서 건설 중에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찾은 곳은 5공구라 불리며 NH26의 26km 구간을 30개월에 걸쳐서 완공할 예정에 있다.
5공구 이외에도 현장을 분할하여 쌍용 건설에서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하며, 또한 남북도로 건설을 위해서 수많은 나라가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 5공구에서는 9명의 한국인과 150명 이상의 인도인들이 힘을 합쳐서 공사를 진행 중에 있다.
쌍용건설 도로공사 현장 - 허허벌판이란 의미가 이 사진에 담겨있다. |
돌 채취 현장 - 땅을 폭파한 장소에 빗물이 고여서 호수와 같이 보인다. |
돌을 크기 별로 분류하는 설비 |
아스팔트의 원료를 만들어내는 설비 |
장석준 소장님께서 친절하게 인도의 도로상황과, 이곳 현장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 설명을 들은 뒤, 도로를 건설하기 위한 자재를 만드는 현장까지 견학할 수 있었다.
우리가 찾은 현장은 허허 벌판이었다. 이곳에서는 폭파를 통해서 돌을 채취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의 재료를 만들기 위한 일련의 설비들이 작동되고 있었다.
바람과 흙과 돌밖에 보이지 않는 허허 벌판위에서 공사현장은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개척'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인 것 같다. 타국의 척박한 허허벌판 위에서 새로운 길을 닦고 있는 사람들. 이 어찌 멋지지 아니한가!
2006년 초, 쌍용 건설이 인도에 처음으로 진출할 때부터 계셨던 장석준 소장님께서는 이곳 생활에 어려운 점과 앞으로의 전망 등을 재미있게 말씀해주시고, 우리의 도전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하시면서 용돈까지 주셨다. 또한 직원 숙소에서 저녁을 함께 먹고 숙박까지 신세를 지게 되었다.
여행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한 가지,
'이 세상에는 온통 고마운 사람들 뿐이다..'
쌍용건설 5공구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자전거를 타고 10km정도를 이동해서 사가르 시내에 있는 독신자 직원 숙소에 도착했다. 주변에는 40여명의 한국인이 사는데 모두 쌍용 건설 직원의 가족들이라고 한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씻고 나니, 고기 굽는 냄새가 나를 자극한다. 삼겹살과 보드카로 만찬을 시작한다. 한국 돼지다. 오랜만에 먹은 삼겹살의 맛에 감동. 이어서 나오는 잡채와 김치국, 깍두기, 김치, 닭도리탕, 치킨, 튀김까지.. 다시 한번 반복해서 감동… 감동… 감동..!
소장님을 비롯한 많은 직원 분들과 함께 술과 식사를 즐긴다. 소장님을 비롯한 다른 어르신들이 과거 대학시절의 얘기를 들려주신다. 맛있는 음식과 술,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 오늘은 우리에게 축제다. Party Tonight!!
술을 과하게 마시긴 했지만, 즐거운 마음에 취하는 줄을 몰랐다. 하루, 이틀 더 쉬다가 가도 된다고 말씀하셨지만, 일정이 있기 때문에 6시 30분에 일어나서 정상적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잘 먹고, 잘 쉰 만큼 힘내서 달려야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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