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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최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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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7일 차타푸르(Chatarpur)-샤가르(Shahgarh) : 92km
86번 비좁고 거친 도로 |
오늘부터는 NH86 도로를 달린다. 도로를 갈아타자마자 길이 비좁고 울퉁불퉁해 졌다. 심지어 국도인데도 차선이 나뉘어 있지 않고, 트럭 한 대가 지나가면 다른 차들은 도로 밖 비포장 도로로 쫓겨 나기 일수. 특히 우리는 이 도로에서 가장 약자다. 소가 지나가면 차를 멈추지만 우리의 움직임에는 차들이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온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가장 먼저 쫓겨나는 신세. 다행히 차가 많이 다니지는 않아서, 눈치를 보며 비포장도로와 포장도로를 오르락내리락한다. 비포장도로는 완전히 자갈밭이어서 손목이 저리고 엉덩이가 아프다.
이렇게 오르내리기 주행으로 50km를 달리니 NH86 도로의 공사현장을 만날 수 있었다. 나름 국도인데 길이 너무 좁고, 상태가 안 좋다고 생각했더니 현재 공사중인 길이었던 것. 과거에 만들어진 길과 현재 만들고 있는 길. 최근 만들어진 길까지. 아스팔트의 색을 보며 변화된 길의 모습을 예상할 수 있었다. 더불어 발전하고 있는 인도의 모습도 예상해 볼 수 있었다.
도시간 도로가 정비되고, 확장된다면 도시간 교류가 원활해 질것이고, 이로 인해 국내 산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70년대부터 시작된 고속도로건설이 발전의 초석이 되지 않았는가.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는 이 맛! 느껴보지 않은 자는 말을 말라! |
도로공사 현장을 지나서 옛 도로가 뻗어있는 길가로 백 년은 되어 보이는 가로수들이 주변환경과 더불어서 운치 있는 그림을 만들어 낸다. 이 길 위를 자전거로 지나가니 순간순간이 말 그대로 그림이다. 먼저 페달을 밟아서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는다.
중간중간 들리는 도시마다 길가에 벽돌을 쌓아서 보호해 놓은 묘목들이 보인다. 델리에서는 'Green DELHI'라고 적힌 펜스를 쳐놓고, 그 안에 심어놓은 나무들을 볼 수 있었다. 작으나마 도시의 대기오염을 막기 위한 인도의 노력이 아닌가. 인도 역시 자국의 심각한 오염문제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비록 펜스 안에 나무들이 말라있거나 뿌리 채 뽑혀 있는 경우들도 많았던 것으로 봐서, 정부의 관리 노력이 부족해 보이지만 '알고 있다는 것' 만으로 개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여담으로, 인도에 살고 있는 수많은 소들이 배출하는 방구에 의해서 오존층 파괴가 심각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소를 없애야 한다. 하지만 소는 인도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생활의 필수요소이다. 종교적인 이유로도 소를 신성시하기 때문에 소의 도살을 법적으로 금지해 놓았다. 하지만 조금 더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보면 척박한 환경 때문에 먹을거리가 많지 않은 인도에서 농사를 도와주고, 우유를 제공하며, 하다못해 변까지 연료로 사용하는 유용한 소를 식용으로 먹기 시작하면 소의 개체 수는 금새 줄어들 것이고, 결국 국민들의 생계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과거 힌두 지배층은 이를 우려하여 정책적으로 소를 신성시 여기게 했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소가 뀌는 방구는 어찌 할 것인가. 엉덩이에 공기 정화기라도 설치해야 할까. 발전의 성장통으로 환경오염이라는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거대 국가, 환경에 대한 인식보다는 먹고 살기에 바쁜 12억 거대 인구, 법적으로 목숨을 보장받으며 환경세 없이 자유롭게 방구를 뀌어대는 막강한 소들까지..
이러한 모습들을 앞으로 어떻게 해쳐나갈지 인도의 미래가 나의 흥미를 더욱 불러일으킨다.
소똥을 모아 손으로 반죽하고 있는 아주머니 |
반죽한 뒤 넓게 펴서 말린 소 똥을 가지런히 쌓아 놓았다. 이 말린 소 똥은 시장에 팔기도 하고 집에서 연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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