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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최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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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 4시 30분 기상. 땅콩버터를 바른 빵과 우유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호텔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헉....'
놀라운 광경. 눈앞에는 암흑과 안개 뿐이다. 흑과 백이 합쳐지니 온통 회색의 세상이다. 도무지 앞이 보이질 않는다. 도로에는 가로등도 없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곤 라이트를 켜고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화물차뿐이다.
'자.. 모두들 작전상 후퇴! 조금 더 자다가 가자."
"와우!! 그럼 언제까지 더 잘 수 있는 거야?"
"안개는 어차피 계속 있을 것 같으니까 어둠이라도 걷히면 가자. 일단은 6시 30분에 출발하는 걸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주행은 위험하다. 침대로 돌아가서 모자란 새벽잠을 보충한다. 결국 7시가 되어서야 어둠이 걷히고, 자욱한 안개만이 남았다.
"돌격 앞으로!"
어제와 같이 시야는 5미터 내외.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두통을 일으킨다. 이런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이 곳의 사람들이 신기할 뿐이다. 설마 인도 전역이 이런 안개를 가지고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분명히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날이 오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페달을 밟는다. 오늘도 역시 희뿌연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보이질 않으니 주행이 재미가 없다. 자전거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 관광의 기회가 박탈당하다니.
인도의 오염은 정말로 가혹하다.
오전 10시가 넘어서자 안개가 걷힌다. 우리는 우연한 기회에 한 민가에서 휴식을 가졌다. 화장실을 찾으러 민가에 들어간 혜진이가 특유의 몸동작으로 화장실을 찾는 모습에 모두들 웃음으로 마음을 열었다.
코코넛을 갈기도 하였다. |
혜진이를 마음에 들어 하신 집안의 한 어르신께서는 급기야 혜진이가 자신의 딸이라고 말하며 우리까지 환대해 주신다. 우리가 방문한 민가의 마당은 이미 우리를 구경 온 동내 아이들로 가득하다. 집안의 가장 큰 어르신으로 보이는 할머니께서 좀처럼 보기 힘든 외국손님들이 재미있는지 차를 대접해주시고, 우리에게 음식을 만들 기회까지 주신다. 혜진이와 나는 '리뚜'라는 인도 음식에 들어갈 코코넛을 갈았는데, 우리가 행동하는 하나하나에 모든 인도인들이 박장대소. 유쾌한 분위기에 우리도 덩달아 즐거워진다.
나는 주위에 몰려든 아이들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긴 풍선으로 강아지를 만들어서 선물로 주었다. 모든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한다. 커다란 눈, 해맑은 얼굴로 함박웃음을 짓는 아이들을 보니 순간 마음이 뿌듯해진다. 하지만 이것도 한때, 강아지 풍선 선물이 끝나자 몇몇 여자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혜진이에게 몰려간다. 혜진이는 풍선으로 강아지 만드는 법도 모르는데,,, 인기만점!
내 얼굴에 스치는 쓴 웃음...
혜진이 이 자식, 인도에서 살면 굶어 죽지는 않으리. 아이들이면 아이들, 어르신이면 어르신. 넉살 좋게 사람대할 줄 안다. 혜진이가 한번 움직이면 혜진이를 둘러싼 20여명의 아이들이 모두 함께 움직인다. 혜진이의 펜클럽이 탄생하는 순간인가.
나는 풍선으로 강아지를 만들어 선물했다. |
달콤한 휴식 시간을 뒤로 하고, 부지런히 달려서 마투라에 도착했다. 오는 중에 자전거에 펑크도 나고, 짐받이와 프레임을 연결하는 나사가 빠지기도 하고, 바구니에 담긴 코브라와의 만남에 놀라기도 했지만, 함께 있으니 모든 일들이 웃음으로 수렴해 버리는 이 시간.
스리 크리슈나 전머부미(인도의 신 크리슈나 탄생지) 옆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 700Rs를 주고 방을 잡았다. 지금까지 방 중에서 가장 저렴한 방이지만 시설은 비슷하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마치고 취침.
Everybody Goodnigh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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