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디터 : 최용석
|
2010년 1월 4일 - 뜻밖의 현지 대원 추가
사실 오늘이 최초 계획상 주행 출발 날짜였다. 하지만 삼성전자 공장 견학이 6일로 잡히는 바람에 이틀의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우리는 델리 인근 '노이다'라는 도시로 연습 주행을 하기로 했다. 노이다에는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그밖에 다양한 외국계 기업들이 인도 정부의 세금 혜택을 받으며 진출해 있다. 왕복 50Km가 예상되며 이동 경로가 다소 복잡해서, 밤잠을 설치면서 지도 연구를 했다.
출발 직전, 지도는 내 머릿 속에서 자연스럽게 맴돌고 있다. 지도 스캔 완료!
출발 전 호텔 주인과 함께 |
오늘의 컨디션은 100%다. 한차례 아픈 뒤여서 맑은 정신이 나의 자신감을 배가시켜 준다.
복잡한 빠하르간즈를 빠져 나와서 뉴델리 역을 지나 코넛플레이스의 일방 통행 길을 지나서.... 어느새 야무나 강을 건너서 '노이다' 간판이 보인다.
지나친 교통량에 다소 위험한 주행도 몇 번 있었지만, 큰 문제 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가능하면 이틀 뒤에 방문하게 될 삼성전자의 대략적인 위치까지 알아 놓으려 했지만, 노이다의 규모만 해도 상당해서 외곽만 둘러 보고 돌아가기로 한다. 돌아가는 길에 인디안 푸드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음식들로 배를 채우고 숙소로 들어왔다.
모두들 주행에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 주행 내내, 그리고 주행을 마친 뒤에도 여유 있게 웃는 모습들이 자연스레 나에게도 웃음을 전해준다. 이제 더 이상 인도 도로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하루 빨리 달리고 싶다.'
도로 위의 주인공은 바로 너! |
주행을 끝내고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 전에 성광이가 왔다. 함께 식사를 하러 빠하르간즈에 있는 에베레스트라는 식당으로 이동한다. 이때부터 시환이 형의 일장연설이 시작되었고, 자전거 여행에 관심을 가지던 성광이는 시환이 형이 떠나는 중반부에 형의 장비를 넘겨 받아서, 팀에 합류하기로 했다.
새로운 멤버 결성. 만리행 역사상 현지채용은 최초이다. 사실 여행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훈련과 테스트에 통과해야만 하지만, 어리버리하게 보이면서도 순수하고 착한 성광이를 모두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여서 여행을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시환이 형은 무거운 짐을 한국에 가지고 돌아갈 걱정을 한번에 날려버려서 싱글벙글이다. 내 생각에도 전역한지 얼마 안된 성광이를 짐꾼으로 데리고 다니기엔 제격이다. 시환이 형의 몇 마디에 일꾼이 하나 더 생겼다.
'싼 값에 현지 채용. 역시 인도는 저렴하다!'
2009년 최초에 여행을 준비할 때, 나와 마음을 모은 친구들은 8명이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중도 하차하고, 남은 사람이 정환, 혜진, 성민 이렇게 셋이다. 시환이 형은 3주간의 휴가를 받아서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인원이 너무 적다고 생각해서 추가로 대원을 모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은 실패. 모두 위험성과 갑작스런 참가에 대한 부담 때문에 선뜻 나의 제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현지에서 이런 인연을 만나게 되다니. 갑작스런 합류에 다소 걱정도 되지만 이번 여행이 더욱 다채로워 질 것만 같아서 기대가 앞선다.
처음부터 함께 시작 했는지, 중간에 합류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함께 한다는 것은 분명히 우리의 인연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세상에 인연만큼 소중한 것이 또 있을까. 성광아 잘 해 보자!'
2010년 1월 5일 - 삼성전자 견학
9시 30분 출발! 하기로 약속했지만 오늘도 30분이나 늦어졌다. 시간약속의 중요성을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인가.
'모두 저녁에 혼 좀 나야 겠구만..'
저녁에 주의를 주기로 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점심 시간동안 자유롭게 크리켓을 즐기는 인도인 직원들 |
전철을 타고 노이다 시티 센터역에 도착. 오토 릭샤로 갈아타고 11시 30분경 삼성전자 정문에 도착했다. 약속되어 있는 시간은 12시 40분이어서 한적한 공장 앞을 둘러보며 기다리기로 한다.
정문 주변으로 25대는 족히 넘어 보이는 관광버스가 "SAMSUNG"이라는 글자와 함께 주차되어 있다. 직원들의 통근 버스다. 수많은 인도인들이 이 버스를 타고 삼성전자로 출퇴근을 하고 있으리라. 삼성이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를 하고 있음을 짐작해 본다.
버스가 세워진 곳의 뒤로 네 명의 인도인들이 가벼운(?) 도박을 즐기고 있다. 카드놀이다. 빤(인도 담배로써 여러 종류가 있지만, 지금은 가루담배를 지칭)을 오물거리고 있던 한 인도인이 시환이 형에게도 빤을 권한다. 사람 좋은 시환이 형은 이들과 친해 질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는지, 웃으면서 봉지 안에 들어 있는 가루를 한입에 털어 넣는다.
'어.. 이거.. 말려야 되.. 나?!'
사실 나도 이들이 매일 입안에 오물거리다 뱉어 버리는 담배가 어떤 맛일까 궁금했는데, 이런 방법으로나마 간접경험의 기회를 갖기로 한다. 사실, 내가 권유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난 잘못 없다.
"컥..! 퉤!! 퉤퉤!! 으웩~ 물,,,!!!!"
몇 분이 지났을까. 시환이 형이 입안에 들어 있던 모든 것들을 뱉고서 물을 찾아 헤맨다. 머리가 빙글빙글 돈다며 정신 못 차린다. 원래 담배 한번 안 피워 봤던 사람이, 이들과 공감대 한번 만들어 보려다가, 서로의 골만 깊어진 상황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나에게는 성공적인 간접 경험이라고나 할까.
'음.. 저거는 우리가 할 게 안 되는 구나.'
하지만 형의 거침없는 행동성은 높이 살 만 하다.
우리는 삼성전자 공장의 정문을 통과해서 서은교 부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먼저 우리를 식당으로 안내해 주신다. 인도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식당의 안쪽, 한 공간에 한국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한국 분들이 식사를 하는 장소인 듯 했다. 인도에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한국음식에 감동하고 있다. 배불리 식사를 마치고 차를 대접받으면서 서은교 부장님과 다른 한국 직원 분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1996년 인도로 진출한 삼성전자는 현재 핸드폰, 냉장고, 에어컨, TV, 세탁기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특히 핸드폰과 대형냉장고, LCD TV 제품 군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이곳 노이다와 첸나이(남부 인도)에서 공장이 가동되고 있으며, 노이다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전량 인도 내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 진다고 한다. 반면 남부 인도 해안에 위치한 첸나이 공장은 수출기지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 노이다 공장에는 한국인 15명과 2000여명의 인도인들이 일하고 있는데,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 삼성전자 공장 중에서도 노이다 공장이 1인당 생산성 1위를 차지할 만큼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씀해 주신다.
차를 마시는 동안, 미리 준비해온 질문을 마치고 공장 내부를 둘러본다. 다양한 제품이 만들어지는 공정을 실제로 보니 신기하기만 하다. 공장을 견학하는 내내 안내해주시는 분의 설명을 더 자세히 듣기 위해, 좋은 위치를 차지하려는 싸움이 끊이질 않았다. 지금은 대장이고 뭐고 없다. 나는 뒤로 밀려나기 바쁘다. 하지만 대장을 밀쳐 내고서라도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모습이 나쁘지만은 않다.
생산직으로 일하는 친구들은 보통 150달러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공고를 졸업한 인력이 대부분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졸 인력도 있다고 한다. 대략 12억의 인구 중 9억 명 이상이 하루에 2달러도 채 벌지 못하는 인도에서 150달러는 절대 적은 돈이 아니리라. 한국의 공장에서 이 곳에서와 같은 인력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100만원 이상의 임금을 줘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인도의 저렴한 인력시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공장견학을 마치고 서은교 부장님께서, 인도에서의 자전거 여행은 절대적으로 위험할 수 밖에 없으니 무조건 '안전' 위주로 여행할 것을 당부하신다. 우려와 함께, 도전하는 우리의 모습을 대견하게 봐 주신다.
인도에서 판매되는 삼성 제품들 |
갑작스레 연락했는데도 불구하고 친절하게도 공장 견학의 기회를 주신 서은교 부장님과 삼성전자에 진심으로 고맙다. 대학생으로서 쉽게 겪을 수 없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또한 거대한 인도 대륙에 우뚝 서서 당당하게 전진하고 있는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한국의 것이어서 무엇보다 자랑스러웠다.
여행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