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21일(수)

현재위치 : 얄라타(Yalata)
이동거리 : 95.97km
누적거리 : 2,025km
평균속도 : 14.7km/h
최고속도 : 34km/h
숙박장소 : 얄라타 로드하우스 캐러밴 파크 캠핑 (남위:31도 29분 43.4초, 동경:131도 48분 42.4초)

얄라타 로드하우스

해가 뜨기 전에 눌라보(Nullarbor) 로드하우스를 떠나서 30분정도를 랜턴 불빛에 의지해서 달렸다. 전에는 100km를 이동하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오늘 95km를 이동한다는 것이 걱정스럽다.
이 모든 것이 눌라보의 맞바람 때문이다. 지도에 보니 눌라보 로드하우스에서 얄라타(Yalata) 로드하우스로 가는 길은 방향이 조금 바뀌기 때문에 계속 북풍이 불어 온다면 정오부터는 바람의 영향이 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며 달렸고, 그 예상이 맞아서 오후1시 30분 경에 얄라타 로드하우스에 도착했다.
계획대로 도착한게 얼마 만인지...

얄라타에 대한 안내문

얄라타(Yalata)는 서방에서 온 사람들의 핵실험으로부터 북쪽에서 쫓겨온 원주민들이 다시 정착하여 사는 원주민 보호구역이다. 얄라타의 의미가 원주민어로 조개껍질을 의미하는 것을 보면 단단하게 외부로부터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이곳은 1984년 호주정부로부터 원주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National Geographic Traveler)라는 여행 안내서에 보면 얄라타 로드하우스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가지고 글을 썼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대목이 있었다. 가족이 운영하며 친근하고 눌라보에서 신선한 야채를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그 말은 역시 맞는 것 같았다. 로드하우스에는 담배나 식료품을 사러온 원주민이 많았는데 그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느낌을 받았다. 대개의 책들에서는 호주인들이 원주민을 게으르고 비사회적이며 알콜중독이라는 등 싫어한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이곳에서 받은 느낌은 나의 그 고정관념을 조금 바꿔주었다.

호주에서 맛 본 최고의 버거

로드하우스에는 원주민이 만든 공예품을 전시 판매하는 식당겸 전시판매장이 있었다. 버거랏(burger lot,모든 재료가 들어간 버거)을 주문하고 공예품을 구경하고 있는데, 드디어 우리의 햄버거가 나오는 순간 우린 동시에 외쳤다. "와!! 진짜 크다!" 하고...
배 고프지 않냐면서 감자튀김까지 접시 옆에 수북히 담아 주었고, 그 동안 먹었던 모든 로드하우스의 버거랏과 비교할 때 최고 수준이었다. 왠지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처럼 편안한 느낌은 코리긴(Corrigin)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원주민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을 팔기도 한다. 뒤 벽에 세워져 있는 것이 위라(wirra)

얄라타 로드하우스에서 캠핑을 하려고 가격을 물었는데 로열플라잉닥터(Royal Flying Doctor)에 후원금 1-2달러만 내고 캠핑을 하면 된다고 했다. 로열플라잉닥터는 눌라보에서 비행기로 응급구조를 하는 단체라고 하면 적당할 것 같다. 너무 넓은데다가 병원을 지을만큼 인구가 많지 않은 이곳은 의사들이 이렇게 직접 비행기로 날아다니며 진료를 한다.
그리고 샤워도 무료.
그들의 표정을 보면서 생각이 들었는데, 이곳은 도무지 장사할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즐긴다고나 할까? 하여간 아저씨도 언니도 느낌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이곳 캠핑장에서 자전거를 타며 놀고 있던 원주민 아이와 함께

괜시리 고맙기도 하고 기분도 좋아져서 원주민이 만든 공예품 중에 가장 작은 걸 하나 샀다. 만약 차로 왔다면 더 샀을지도 모르는데 자전거로 다니니 작은 짐 하나만 늘어도 부담스러운 기분이다.
아저씨 말로는 이름은 위라(wirra)이고 우리가 산 것은 미니어쳐인데 실제 용도는 원주민들이 옆구리에 끼고 다니면서 열매 주울 때도 쓰고 아기도 올려놓고 다닐 수 있는 바구니 같은 것으로 다용도로 쓰는 것이라고 한다. 다음에 다시 오게 되면 큰 위라를 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