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을 많이 해 본 분들과 대화를 하면서 항상 묻는 질문이 하나 있다.
"파트너와 함께 가는 자전거 여행은 생각해 보셨어요?"
이 질문에 자전거 여행을 많이 해 본 분들일 수록 "절대 같이 갈 생각은 없어요"라고 대답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혼자 여행을 다니면 정말 외롭고 힘들텐데, 늘 혼자 다니는 이유가 궁금하다.

왜 파트너와의 자전거 여행은 어려운 걸까?
기본적으로 자전거 여행은 자신의 힘만으로 이동하고 관광이 아니 나의 체력을 소모하면서 해야 하는 조금은 힘에 겨운 여행이다.
그렇다보니 힘이 들고 일정을 정확히 맞추기 어려운 상황들이 발생하며, 각자의 체력 차이로 인해 갈등이 발생한다. 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면 행복한 여행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강제성을 갖고 있지 않은 여행에서는 쉽게 파트너와의 결별이 생기는 것이다.

두명 이상이 함께 가는 여행은 생각처럼 재미있거나 쉽지만은 않다.

리더십(leadership)이 아니라 파트너십(partenership)이 필요하다.
우리는 오래동안 학교와 직장에서 리더십을 배워오긴 했지만, 점점 파트너십에 대한 교육은 소홀히 되는 경향이 있다. 학교나 직장은 어느정도 강제성을 가진 조직이어서 리더의 의도에 따라야 하는 충분한 의무가 있지만, 여행처럼 일시적인 조직은 전혀 그 강제성이 없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서로를 배려하고, 어려움을 나누려는 파트너십이 자전거 여행에서는 더욱 필요하게 된다.  파트너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더 이상 같이 여행을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도, 리더는 필요하다.
2명 이상이 되면 어쨌든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리더는 필요하다.
그리고 리더는 항상 체력이 좋아야 한다. 체력이 떨어지면 판단력도 함께 떨어지게 되고, 파트너를 배려할 기운도 없어지게 된다.
파트너의 체력 수준에 따라 짐을 더 많이 싣거나,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리더는 체력도 좋아야 하지만 체력을 모두 소모하지 않도록 관리도 중요하다.

휴식 시간과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상태를 알고 맞추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파트너와의 여행 운영은 어떻게?
- 속도는 느린 사람 기준으로 움직인다.
- 휴식 시간을 정해서 충분한 휴식을 갖는다.
- 다음 목표는 항상 협의 하면서 결정한다.
- 캠핑을 할 때는 담당 업무를 정하고, 서로의 일을 바꾸어 가면서 효율적으로 해 나간다.

자전거를 탈 때는 누가 앞에 가야 하는가?
보통 도로에서 자전거를 탈 때는 체력 좋은 사람이 앞에 서고, 뒤의 사람을 끌고 가는 형식이 많지만 자전거 여행은 좀 다르다.
자전거 여행은 짐을 싣고 다니다 보니 앞 사람에 의해 시야가 많이 가려지고 뒤에 오는 사람은 바싹 붙어 오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바람 저항에 대한 이득을 보기도 쉽지 않고 오히려 앞 사람에 의해 위험한 상황이 발생될 가능성만 커지게 된다.
그래서 보통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이 뒤에 서서 전체적인 속도를 느린 사람에게 맞추는 것이 장거리 여행에는 좋다.

텐트는 누가 치고, 밥은 누가 하고 설거지는 누가 해야 하는가?

자전거를 탈 때보다 내려서가 더 어렵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때는 같은 목적지가 있어 어렵더라도 마음을 맞출 수 있지만, 일단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하여 캠핑을 하거나 식사를 준비하게 되면 각자의 취향 및 남은 체력에 따라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누구나 식사는 준비하기 싫고, 정리하고 빨래하고 잠자리를 준비하는 것은 귀찮기만 하다. 특히 평상시 하지 않던 것들을 하려면 짜증도 나고 왜 자신이 해야 하는지 이해도 되지 않는다.
각자의 일을 어느정도 정해두고, 리더는 솔선수범하여 어렵고 귀찮은 것을 먼저 하게 되면 차근 차근 정리가 되고 익숙해 지게 될 것이다.


파트너와의 장거리 자전거 여행은 서로의 일정을 맞추어 여행을 가는 것도 어렵지만, 갈등 없이 자전거 여행을 끝마치는 것도 매우 어렵다.
특히 전국일주처럼 어디에서나 쉽게 집에 올 수 있는 상황이면 더욱 쉽게 조직력이 깨어지는데, 서로를 조금 더 배려하고 힘을 나눈다면 즐거운 여행으로 마무리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여행은 고행이 아니라 즐거움을 찾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즐거움도 찾지 못할 뿐 아니라 우정에도 금이 간다면 최악의 여행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