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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서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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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여행 2일째
어제 만났던 맥길대학 두 변호사 친구가 언급했듯이 내 자전거의 타이어가 큰 문제가 될거라고 한다. 두껍고 오돌토돌한 타이어는 분명 속도와 체력을 엄청 소모할 것이다. 하지만 타이어를 교체할 돈도 없을 뿐더러 아직 멀쩡한 타이어를 버릴 순 없었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출발 하기로 결심한다.
아침 6시에 기상해서 계란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살면서 처음으로 하루 동안 자전거를 75km를 탔지만 다리가 조금 땡기는 것 빼고는 괜찮은 컨디션이다.
아직 모든 것이 너무 서툴다. 텐트를 접는 일. 짐을 정리하는 일. 정리한 짐을 다시 자전거 싣는 일...
최대한 빨리 출발하려고 했지만 한 시간 반이 되어서야 출발을 한다. 아침 8시 30분 출발.
어제 되돌아왔던 엄청 큰 언덕을 넘어 계속 가기 시작한다. 내일은 몬트리올에 도착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어제 75km 밖에 못 갔기에 오늘은 조금 많이 가기로 결심한다.
가는 길에 소 들이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어 사진을 찍어본다.
오전 10시가 되어 물이 떨어졌다. 강한 햇빛과 잔잔한 오르막 때문에 물을 많이 마시는 것 같다. 길 옆에 있던 집에 들러 물을 얻는다. 감사하게 얼음까지 넣어 주신다.
내가 물을 얻은 집. |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건강에는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 안 먹던 아침이지만 아침은 꼭 챙겨먹고 점심은 12시에서 1시 사이에 꼭 먹기로 한다. 저녁 6시가 되면 잘 곳을 찾아보고 7시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내 스스로 룰을 정해놓았다.
12시가 넘어가고 배가 고파온다. 철 다리를 건너니 레스토랑과 주유소가 나온다. 레스토랑 메뉴판을 보니 적어도 15달러는 내야 한다. 거기서 세금과 팁을 더해주면 20달러는 나올 것 이다.
별 수 없이 점심은 주유소에 들러서 머핀과 우유를 사먹기로 한다.
머핀과 우유를 사고 있는 중에 자동차로 로드트립을 하는 중국인들과 마주쳤다. 땀에 쩔어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지들끼리 이상하다는 말을 한다. (본인은 상하이에서 유학 중이다) 그래도 내가 너네들 보다는 용기있는 놈이다 라는 생각으로 무시하고 머핀과 우유를 흡입한다.
오늘 오전에는 그나마 길이 평평하였다. 어제 만난 그 두 친구들이 앞에 있는 언덕만 넘으면 나머지 2백키로는 평평한 길이라 했는데 맞는 말인 것 같다.
오후 라이딩도 무난히 진행되었고 오후 4시가 다 되어 또 물이 떨어졌다.
잔디 깎고 있는 집에 가서 물 좀 달라고 했다. (퀘벡 사람들은 영어를 잘 못하니 천천히 단어만 말하면 된다.) 물 만 줘도 감사한데 에너지 바와 파워웨이드도 같이 준다. 게다가 할 수 있다고 용기까지 북돋아 준다.
물과 에너지바, 파워에이드에 용기까지 북돋아 주었다. |
오후 4시가 넘으니 체력이 떨어지고 피곤감이 몰려온다. 자전거를 타는데도 눈이 저절로 감긴다.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정신을 놓으면 안된다고 다짐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다행히도 쭉 뻗은 도로와 경치가 너무 좋아 힘이 덜 드는 것 같다.
오후 5시 30분이 되었고 잘 곳을 찾아야겠다고 생각.
고민이 된다. 캠핑장? 아니면 가다가 좋아보이는 사람한테 가서 텐트 좀 치고 자도 되겠냐고 물어볼까?
그런 고민을 하던 중 캠핑장 표지판이 나온다. 고민이 더 된다. 캠핑장인가 아니면 일반 가정집인가. 어제 그렇게 다짐했는데 다시 캠핑장으로 마음이 쏠리는 내 자신이 한심해진다.
다시 마음을 다 잡고 안전해 보이 집을 찾기 시작한다. 느낌이 있어 보이는 집을 찾은 후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킨다. 그리고 지저분해 보이는 내 손수건이나 그런걸 다 빼버린다. 최대한 깔끔하게 보여야 하니까. 심호흡을 한 후 채소를 다듬고 있는 아주머니한테 오늘 밤 여기에서 지낼 수 있냐고 물어본다.
아! 벌써 대도시에서 200키로나 벗어났지.
아주머니가 영어를 못한다. 포기할 수 없다. 손짓 발짓으로 상황을 설명했더니 남편을 불러왔다. 다행히 남편은 영어를 조금 할 줄 알아서 상황을 설명 했더니 아저씨는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OK 사인을 준다.
너무 얼떨떨 했지만 그래도 돈을 아꼈다는 생각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비록 샤워는 못 하지만 ㅠ ㅠ.
아주머니와 함께 |
냅다 텐트를 설치하고 아주머니와 사진 한 장 찍고(이것도 손짓 발짓으로 그냥 카메라 들이 댄다) 밥을 먹는다. 옆에 주유소가 있었는데 그 주유소에서 냉동음식과 맥주를 사왔다. (퀘벡 주 에서는 주유소에서 술을 판매한다.)
날이 어두워 진 후 마당에 있는 호스로 고양이 샤워를 하고 텐트로 들어간다. 눕자마자 잠들기 전에 오늘 뭉친 근육들을 풀어준다. 그리고 바로 잠에 빠져버린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무난히 마무리 되었다. 부실한 식사, 고양이 샤워, 남의 집 마당에 친 텐트… 하지만 노을을 보며 밥을 먹는데 어제 저녁 먹을 때 와는 기분이 많이 다르다. 왠지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예감이랄까…
내일은 퀘벡의 꽃 몬트리올로 입성한다!
주행 시간: 아침 8시 30부터 오후 6시.
주행 거리 : 130km
쓴돈: 점심(머핀+우유) 7달러. 저녁(냉동+맥주) 10달러. 약 17달러.
6월 10 일 여행 3일째
아침 6시에 기상, 준비 다 하고 나니 7시이다. 오늘은 몬트리올에 도착하는 날 !
집 주인들은 아직 주무실 것 같아서 굳게 닫힌 집에 인사 꾸벅 하고 길을 떠난다. 쭉 뻗은 도로를 따라 열심히 다니다 배가 고파 계란 3개를 먹는다. 상하지 않았을까 조마조마 했는데 별 탈 없어서 다행이다.
지쳐 갈 때쯤 길가에 딸기 파는 곳이 있어서 5불어치 딸기를 산다. 그리고 흡입한다. 딸기 과즙이 몸에 쭉쭉 흡수되는 느낌이다. 신기하게 조금이라도 뭘 먹으면 힘이 쭉 난다.
풍경은 여전히 멋지다. 멋진 풍경을 뒤로하고 오늘 안에 몬트리올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달린다. 달리고 또 달린다.
뻥 뚤린 길에 차도 거의 없다. 자전거 타기에는 정말 좋은 코스이다. 함께 하는 사람이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달리다가 이런 표지판이 나타난다.
몬트리올 30km |
드디어 30km 밖에 안 남은 몬트리올!!
이때부터 냅다 달린다. 점심도 안 먹고 달린다. 몬트리올에 도착하면 왠지 맛있는 음식이 도처에 날아다닐 것 같았다. 달리면서도 뭔가 이상했다. 너무 빨리 온 것 같은 느낌, 알고 보니 저 30km 표시판은 몬트리올 시내가 아니라 외곽까지의 거리이다.
보통 외곽에서 시내까지 적어도 20km는 더 들어가야 한다는 걸 나는 알지 못했다.
햇빛이 너무 강하다. 왼쪽 종아리에 화끈화끈 거린다. 햇빛 때문에 종아리가 익어 버렸구나. 종아리에 선크림 바르는걸 깜빡했다. 여분의 손수건으로 화끈거리는 부위를 가리도록 종아리에 묶는다. 한결 괜찮네...
캐나다 패션과 감각의 도시 몬트리올 |
시내까지 들어가는 길에 안내소에 들러 지도를 구하고 맥도날드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도시로 들어오긴 들어 왔구나, 맥도날드가 20분에 한 개씩 있네..?
오후 4시경 몬트리올 다운타운에 도착한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든다.
호스텔 예약을 못해서 걱정 되었는데 다행히 방이 있다. 2일만에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우니 뭔가 해냈다는 느낌이 들어 내 자신이 대견했다. 이 정도라면 앞으로도 무난히 해낼 수 있겠다.
2일 동안 관광 후 다음 목적지는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
주행 시간: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
주행 거리 : 90km
쓴돈: 점심 저녁 맥도날드 20달러, 딸기 5 달러, 호스텔 30달러. 약 55달러.